1800년 즈음 시작된 미국의 야구는 1876년 내셔널리그가 설립될 때까지 야구 선수들은 규정된 유니폼이 없이 시합을 펼쳤다. 넓은 운동장에서 강렬한 태양을 피하고 높이 뜬 공을 안정적으로 잡아내기 위해 모자에 대한 필요는 간절했지만 특별한 규정이 없어 아무 모자나 눌러 썼다. 보통은 다른 스포츠에서 사용되던 챙이 넓은 밀짚모자를 쓰는 등, 다양한 모자가 선수들 사이에서 자유롭게 사용됐다.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형태의 야구모자는 세기가 바뀌면서 점진적으로 정착됐다. 1860년 전설적인 연승 행진으로 야구의 인기를 전 미국 땅에 퍼뜨린 브루클린 엑셀시어즈는 고향 땅을 떠난 원정 경기에서 19승 2패라는 대기록을 남기며 큰 인기를 얻었다. 이때 지금의 야구모자보다는 챙이 길고 헐렁한 형태지만 모자 꼭대기에 단추가 박힌 오늘날의 야구모자와 매우 비슷한 형태의 모자를 선수들이 착용했다. ‘브루클린 스타일’이라는 특별한 별칭을 얻은 이 모자는 1940년대까지 야구모자의 전형을 이뤘다.
1940년대 비로소 현대의 야구모자 형태를 갖추기 이전까지 대부분 야구모자는 사이클 모자처럼 짧은 챙을 지닌 다소 귀여운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이는 야구 선수들에게 기능적으로 충분하지 못했는데, 주간 경기시 강렬한 태양을 막아주기에도, 야간 경기의 강력한 조명을 막아줄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충분히 긴 모자의 챙은 높이 뜬 공을 잡을 때 눈에 그림자를 드리워 수비수가 공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능력을 최대치로 발휘할 수 있는 기능적 역할을 수행했다.
수많은 기자의 날카로운 질문에 효과적인 대응을 해야 하는 뉴진스의 민희진에게 야구모자는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지 않았을까? 긴 챙의 야구모자가 뜨거운 태양과 강한 조명으로부터 야구선수를 보호하듯이, 자신이 준비된 논리를 펼치는 동안 야구모자는 늑대 같은 강렬한 시선과 의심의 눈초리로부터 그 녀를 보호해 줬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