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편호(富在編戶)
재산(富)은 백성의 집에 고루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일컫는 말이다.
富 : 부유할 부(宀/9)
在 : 있을 재(土/3)
編 : 엮을 편(糸/9)
戶 : 집 호(戶/0)
출전 : 당견(唐甄)의 저서 잠서(潛書)
세금은 혈세(血稅)로도 불린다. 국민이 피땀 흘려 번 돈을 납세의무에 따라 정부에 납부하기 때문이다.
특히 소시민들은 유리지갑처럼 투명하게 파악되는 소득의 일정액을 꼬박꼬박 세금으로 내고 있다. 마땅히 당국은 국고를 헛된 곳에 쓰지 말고 국리민복을 위해 알뜰살뜰 써야 한다.
백성이 근심걱정 없이 풍요를 구가하는 사회가 바로 선진 일류국가이다. 백성은 가난한데 정부 곳간만 채우고, 일부 부유층만 잘사는 사회는 미래 희망이 없다.
청나라 학자 당견(唐甄)은 저서 '잠서(潛書)'에서, "부는 백성의 집에 있어야지, 나라의 창고에 있어서는 안된다(富在編戶 不在府庫)"고 했다.
이어서 "만약 백성의 집이 비어 있다면 비록 나라의 창고에 재물이 산처럼 쌓여 있다 해도 실로 곤궁한 것이지 강국의 정책이 아니다(若編戶空虛 雖府庫之財積如山丘 實爲貧困 不可爲國矣)"라고 강조했다.
묵자의 가르침은 시공을 넘는다. "적절히 사용해 낭비하지 않음으로써 백성을 이롭게 하는 것이 총명한 지도자의 대책이다(適切應時不浪錢 人民大利明王策)."
⏹ 사회부조리에 대한 이해
현재 대한민국은 사회의 각 분야에서 모순이 쏟아져 나와서 총체적 난국에 있습니다. 사회발전을 위해서 축적된 경제가 개인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고, 사회적 의무를 회피하면서도 혜택과 권리는 누리고자 합니다.
경쟁이 지나쳐서 남을 밟고 올라서야 성공한 삶이라고 평가받고 이를 위해서 편법을 자행합니다. 정법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바보취급당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부조리하고 비합리적입니다.
요령 없이 살다가 현재에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부조리를 이용해서 이득을 취한 사람들을 인민재판에 넘겨 비난하고 끌어내리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이런 비판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깬 사람들처럼 해석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모순적입니다.
우리나라는 폐허 속에서 국가 조직을 만들고, 산업을 일으키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필사적 노력을 했습니다. 조직형성을 방해하는 세력이 있으면 힘으로 억눌렀고, 기업을 키우기 위해서 누군가의 희생을 자양분삼아 노동력과 자본력을 집중했습니다.
오직 먹고 살기 위해 GDP를 높이는 것을 삶의 기준으로 삼아서 뒤도 안보고 달렸습니다. 그래서 이룩한 사회는 여러 분야에서 결핍을 드러나고 있습니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교육을 꺼내놓지 못했고,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 사는 자연의 질서가 무엇인지 연구하지 못했고, 필히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기에 쌓인 에너지이지만 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우선 간에 에너지를 쓸어 담고 쌓아 놓으면 자연스럽게 삶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조직체도 없는 나라였기 때문에 국가를 형성하기 위해 우선 정부조직에 권위를 세웠습니다. 국가에서 정한 것은 힘으로라도 강제하였고, 전체를 위해서 필요하다는 명분을 가지고 개인의 권리를 제한하기도 했습니다.
그 정도가 한계를 넘어 남용되는데도 우리는 적당히 타협을 하면서 살아왔습니다. 또, 자원이 없는 나라였기 때문에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서 일부의 기업에 모든 힘을 몰아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업하기 수월하도록 법과 제도를 유리하게 바꿔 도움 주었고, 국민들의 노동력을 쥐어짜면서 합법이든 불법이든 끌어온 국제적인 자본력을 바탕으로 국민 기업을 키웠습니다.
국민들의 힘으로 함께 일어선 기업이, 일정 수준을 넘어갔음에도 희생한 국민들은 방치한 채 제 몸집 불리기만 합니다.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대기업을 선호합니다.
중산층, 부유층으로 올라서려는 욕심을 이루어줄 발판정도로 인식하면서 부조리한 행태를 보여도 적당히 묵인하고 넘어갔습니다. 열심히 일한 근로자층은 삶에 치여 질량의 지식을 흡수하지 못하면서도 지식인과 지도자들을 뒷받침하기 위해 희생을 자처했습니다.
잘 배운 자식하나가 집안을 일으킬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부모와 형제가 희생을 했습니다. 잘 배운 자식은 경쟁적인 사회에서 더 높은 지위를 차지하려고 희생한 사람들을 돌아볼 여유가 없습니다.
지식인으로 성장했으면 너를 키우기 위해 피땀 흘린 사람들을 돌봐야 한다는 교육한번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살지 모릅니다. 그래서 공권력을 휘둘러 국민을 소 보듯 닭 보듯 하는 정치인이 생겼습니다.
국민을 위한 공복이 무엇인지 못 배운 공무원이 무사안일의 태도를 보입니다. 국민을 선동해 제 편 가르기를 합니다. 기업은 더 큰 사업을 펼치기보다 제 덩치에 안 맞는 손쉬운 상권장악으로 돈벌이를 합니다.
사람을 키우기보다 일 하는 노예를 부리다 필요가 다하면 사회에 내던집니다. 사람들은 부를 얻고자 편법도 눈감으며 경쟁에 뛰어듭니다. 힘이 있으면 법도 바꿀 수 있는 세상을 이용하면서 군 면제도 받고, 부정입학도 합니다. 그런 힘을 얻고 싶어서 노력하며 삽니다.
지식인들은 더 높은 자리로 가려고 제 알량한 지식을 늘어 놉니다. 우리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돕지도 않는 지식인들을 보면서도 우리보다 더 많이 안다고 주눅 들어 할 말도 못하고 삽니다. 그래서 현재의 대한민국이 이 판국이 되었습니다.
단기간에 우뚝 일어난 우리 사회가 자랑스러운 만큼 사회적으로 결핍된 부분이 모순이 되도록 방치한 것도 우리의 작품입니다. 그러니 누구를 탓하고 원망하는 행동자체가 모순입니다. 내 얼굴에 침 뱉기를 하는 격입니다.
각 계층이 성장하여 해야 할 의무에 대한 교육이 없었습니다.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인성교육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인류사회에 어떤 설계를 내놓아야하는지 연구를 열지 않았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하면 됩니다.
사회의 모순이 나와야 무엇을 개선할지도 정리되는 법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사회의 부조리를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가 첫째로 할 일입니다.
나는 바르게 살았고, 너는 위법적이라고 손가락질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사회는 분쟁을 지속하면서 해결방안을 내놓을 수 없습니다. 남 탓을 잠시 멈추고, 정체된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면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토의를 열어야만 이 상황을 넘어설 수 있습니다.
개인은 나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먹고사는데 급급해서 비틀리게 정착한 상식들을 부수고, 하루라도 바르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합니다. 그래야 모순을 바로잡을 명분이 서게 되고 사회에 필요한 것을 함께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지식인들은 사람들을 위해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연구를 펼쳐야합니다. 한 층 높은 설계를 내놓을 지식을 갖춘 자이기 때문입니다. 국민기업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아무도 할 수 없던 창의에 도전해야합니다. 애시 당초 기업의 것은 없습니다. 모두 사회의 에너지이고 부가 형성된 것입니다.
제 역할을 하지 않을 때,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자연이 힘을 걷습니다. 각자가 제 역할을 해낼 때, 미래가 밝아집니다. 그런 일이 일어납니다. 질량을 높이는 공부를 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