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탁(董卓)의 멸망(滅亡)<상편> -
여포(呂布)가 돌아가자 왕윤(王允)은 평소에 동탁(董卓)의 악정(惡政)에 분개(憤慨0하는 사예 교위(司隸校尉) 황완(黃琓)과 복사사(僕射士) 손서(孫瑞)를 집으로 불러 여포의 계획(計劃)을 말해주고 두 사람의 의견(意見)을 물었다.
"여포(呂布)의 손으로 동탁(董卓)을 제거(除去)하는 데는 어떤 방법(方法)이 좋겠소?"
손서(孫瑞)가 말한다.
"미오성(郿塢城)에 가 있는 동탁에게 천자(天子)의 가짜 칙사(勅使)를 보내어 천자의 지위(地位)를 물려줄 테니 황궁(皇宮)으로 돌아와 제위(帝位)에 오르라는 조서(詔書)를 보내면 동탁이 기쁜 마음으로 달려올 것이니 그때 황궁(皇宮) 문안에 여포(呂布)를 대기시켰다가 동탁(董卓)이 문(門)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瞬間) 놈을 쳐 없애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것참 좋은 생각이오. 그러면 미오성(郿塢城)으로 보내는 가짜 칙사(勅使)는 누가 좋겠소?"
"기도위(騎都尉) 이숙(李肅)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건 안 될 말이오. 이숙은 동탁(董卓)의 심복(心服)이 아니오?"
"이숙(李肅)이 전에는 동탁(董卓)의 심복(心服)이었지만 지금은 동탁이 벼슬도 높여주지 않고 천대(賤待)시 하여 원한(怨恨)을 품고 있습니다. 더구나 이숙(李肅)은 여포(呂布)와는 친구지간(親舊之間)이므로 여포가 부탁하면 쉽게 들어줄 것입니다."
"그러면 여포(呂布)를 불러서 물어봅시다."
그리하여 여포를 불러서 물어보니 여포(呂布)는 이렇게 말한다.
"전일(前日) 나더러 형주 자사(荊州 刺史) 정원(丁原)을 죽이게 부추긴 사람이 이숙(李肅)이었소. 그러니 이숙(李肅)에게 부탁하여 순순히 들어주지 않는다면 이번에는 내가 그를 죽여 없애고야 말겠소."
왕윤(王允)은 사람을 보내 이숙(李肅)을 청(請)하였다. 여포(呂布)가 이숙(李肅)에게 말한다.
"전일(前日)에 자네가 나로 하여금 정원(丁原)을 죽이고 동탁(董卓)에게 오게 하였네 그런데 동탁(董卓)은 이제는 천자(天子)의 자리를 노리고 국정(國政)은 악정(惡政)을 저지르는 데다가 무고(無辜)한 백성(百姓)들을 해치고 있으니 나는 왕 대감(王大監)과 협력(協力)하여 동탁(董卓)을 죽이려 하네 그러니 자네도 이 일에 힘을 더해주기 바라네."
이숙(李肅)은 그 소리를 듣자 이렇게 대꾸한다.
"실은 나도 진작부터 동탁(董卓)을 없애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네 그러나 그를 실행(實行)에 옮길 방법(方法)이 묘연(渺然)하여 걱정하던 참이었는데 자네가 나선다면야 응당(應當) 내가 힘을 합쳐야 하지 않겠나? 걱정 마시게 가짜 칙사(勅使)의 임무(任務)를 차질 없도록 수행(遂行)하겠네."
이리하여 동탁(董卓)을 제거(除去)할 계획(計劃)은 계획대로 추진(推進)되었다.
그로부터 이틀 후 이숙(李肅)은 천자(天子)의 칙사(勅使)를 가장(假裝)하고 미오성(郿塢城)으로 동탁(董卓)을 찾아갔다.
"천자(天子)가 무슨 일로 그대를 나에게 보냈는가?"
"천자(天子)께서 어린 나이에 국정(國政)의 부담(負擔)을 느끼시고 국가(國家) 경영(經營)의 능력(能力)이 이미 검증(檢證)되신 태사(太師)께 천자(天子)의 지위(地位)를 물려드리려고 결심(決心)을 하시고 저를 보내셨사옵니다."
동탁(董卓)은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음.... 천자(天子)의 지위(地位)를 나에게 물려주신다고?... 그러면 사도(司徒) 왕윤(王允은)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던고?"
"왕윤 대감(王允 大監)은 이미 황궁(皇宮)에 드셔서 태사(太師)께서 입궐(入闕)하시기를 기다리고 계시옵니다."
"음... 내가 간밤에 용(龍) 이 몸에 감기는 꿈을 꾸었더니 이런 기쁜 소식을 듣게 되네그려... 여봐라! 내가 내일 아침 일찍 장안(長安)으로 행차(行次)를 하겠으니 모든 장수(將帥)들은 행군(行軍) 준비(準備를) 하여라!"
동탁(董卓)은 부하(部下) 장수(將帥)들에게 이렇게 명령(命令)을 내려놓고 초선(貂蟬)을 불렀다.
"내가 이제 장인(長安)으로 들어가 천자(天子)가 되거든 너를 귀비(貴妃)로 삼을 것이니 그리 알아라!" 하고 호기를 부렸다.
그러나 초선(貂蟬)은 모든 계획(計劃)이 차질 없이 이루어지는 것을 알고 내심(內心) 회심(會心)의 미소(微笑)를 지을 뿐이었다.
다음날 아침 동탁(董卓)은 마침내 축하(祝賀) 악대(樂隊)를 앞세우고 요란(搖亂)스러운 풍악(風樂)을 울리며 장안(長安)을 향하여 아침 일찍 길을 떠났다. 미오성(郿塢城)에서 장안성(長安城)은 백여 리에 달하므로 아침에 떠나면 저녁이면 도착(到着)할 수 있다.
십여 리를 갔을 때 동탁(董卓)이 타고 가던 수레가 별안간 <우지직!> 소리를 내며 옆으로 기울었다.
"무슨 일이냐?" 동탁이 놀라 물었다.
그러자 수레를 몰던 호위병(護衛兵)이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며,
"황공(惶恐)하옵니다. 수레바퀴 하나가 부러졌사옵니다."
"뭐? 수레바퀴가 부러졌다고? 마부(馬夫)는 말을 어떻게 몰았기에 수레바퀴가 부러진단 말이냐? 마부란 놈을 당장(當場) 목을 베어라!"
동탁(董卓)은 크게 노(怒)하여 마부(馬夫)의 목을 베게 한 뒤에 이번에는 수레를 버리고 말을 타고 떠났다. 이숙(李肅)이 그의 뒤를 따랐다.
다시 오륙십 리쯤 갔을 때 이번에는 아무런 까닭도 없이 동탁(董卓)이 타고 있던 말이 별안간 노여운 듯이 앞 발을 번쩍 들며 히히 힝~! 거리더니 고삐를 자기 입으로 끊어 버리는 것이었다.
"이숙(李肅)! 수레의 바퀴가 부러지고 말이 고삐를 끊고 하는 것은 무슨 불길(不吉)한 징조(徵兆)가 아닐까?" 동탁(董卓)은 불안한 마음에 이숙(李肅)에게 물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태사께太師)께서 제위(帝位)에 오르시려니까 지금 일어나는 일들은 낡은 것이 새것으로 바뀌는 길조(吉兆)가 아니겠습니까?"
"딴은 듣고 보니 그렇기도 하군그래." 동탁(董卓)은 이숙(李肅)의 말을 듣고 적이 안심(安心)하였다.
이렇게 동탁(董卓) 일행이 장안성(長安城) 가까이 이르렀을 무렵에는 그동안 청명(淸明했)던 하늘이 별안간(瞥眼間) 캄캄해지며 바람이 사납게 불어왔다.
"이숙(李肅)! 이건 또 무슨 징조(徵兆)인가?"
"태사(太師)께서 제위(帝位)에 오르시려함에, 홍광(紅光)과 자무(紫霧)가 어우러져 하늘이 위엄(威嚴)을 보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동탁(董卓) 이숙(李肅)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동탁(董卓) 일행(一行)이 날이 저물어 장안성(長安城)에 이르니, 문무백관(文武百官)들이 성문(城門) 밖에 도열(堵列)하여 융숭(隆崇)히 영접(迎接)을 한다. 왕윤(王允)과 여포(呂布)도 그중에 있었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원로(遠路)에 행차(行次)하시느라고 고단하시겠습니다. 이번 경사(慶事)를 축하(祝賀)해 마지않사옵니다."
"음.... 이렇게들 반겨 맞아 주어 고맙소... 여봐라, 황궁(皇宮)에는 내일 들어가기로 하고, 오늘은 승상부(丞相部)에서 쉴 테니 그리 알아라!" 행차(行次)는 분부(分付대로 승상부(丞相部)로 향했다.
여포(呂布)가 방으로 들어와 동탁(董卓) 앞에 큰절을 올린다.
"음... 봉선(奉先 : 여포(呂布)의 字)이냐? 내가 이번에 제의(帝位)에 오르고 나면 네게는 천하(天下)의 병마(兵馬)를 총독(總督)하는 권한(權限)을 주리라."
"황공(惶恐) 무비(無比)하옵니다." 여포(呂布)는 속으로 코웃음을 치면서 대답(對答)하였다.
이날 밤 승상부(丞相部)에서는 축하연(祝賀宴)이 크게 벌어졌다. 그리하여 흥취(興趣)가 한창 높아갈 무렵에 어디선가 애절(哀切)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저게 무슨 소린고?" 동탁(董卓)이 잔(盞)을 들다말고, 이숙(李肅)에게 물었다
.
"아이들이 거리에서 떼를 지어 다니며 동요(童謠)를 부르는가 봅니다.
동탁(董卓)은 귀를 기울여 노래를 엿들었다.
千里草 (천리초) 천리초
何淸靑 (하청청) 생생하나
十日上 (십일상) 열흘이면
不得生 (불득생) 죽어 버리는 것을.
노래는 분명(分明)히 그런 노래였다.
"이숙(李肅)! 저 노래는 무슨 뜻인고 ?"
이숙은 노랫말이 무엇을 의미(意味)하는지 알고 있었다. <천리초千里草>란 동탁(董卓)의 동(董)자를 풀어서 노래한 것이고, <十日上>이란 동탁 탁(卓)을 의미(意味)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 노래는 동탁(董卓)이 머지않아 죽으리라는 뜻이었지만,
이숙(李肅)은,
"저 노래는 한실(漢室)의 유씨(劉氏)가 망(亡)하고, 동씨(董氏)가 새로 일어선다는 뜻이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음.... 듣고 보니 그렇기도 하겠군. 그러면 저 노래를 마음껏 부르게 내버려두라...." 동탁(董卓)은 기뻐하며 술잔을 다시 기울였다.
삼국지 - 56회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