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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빈 집에서 아픈 몸으로 하루를 보낸 설희는 이젠 정신을 차리기도 버거워졌다. 이렇게 있다간 혼자 잘못될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때가 아침 9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베게 밑에 넣어 두었던 휴대폰을 꺼냈다.
망설이고 또 망설였다.
통화 버튼을 누르고 귀에 가져갔다. 오랫동안 신호음이 들리다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 어. 왜. ]
[ …주…원씨. ]
[ 무슨 일있어? ]
설희의 다 죽어가는 목소리에 주원이 뱉은 말이었다.
[ 나…너무 아픈데, 와줄 수 있어요? ]
간절했다. 설마 이렇게 아프다고 호소하는데 거절하랴
[ …와줘요. 제발. ]
[ 지금 기사 보낼게. ]
[ ……. ]
[ 중요한 회의가 있어. ]
[ ……. ]
[ 금방 보낼게. ]
처음이었다. 결혼 생활 처음으로 남편이라는 사람에게 필요하다고 와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고작 그 남편에게서
흘러온 말은 기사를 보낸다는 말이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부인이 아프다는데 기사를 보낸다니 설희는 어이가 없는지
그대로 종료버튼을 눌렀다.
" …아파서…정신이 나갔구나…한설희……. "
와달라고 와줄 사람이 아니었다. 그 인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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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부 동료들과 공연을 위해 악기를 챙기고 나갈 채비를 하던 한결이 울리는 벨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준비가 늦어져
서둘러야 해서 동료들이 그냥 가자고 했지만 어쩐지 그럴 수가 없었다. 누군지 확인은 해야만 할것 같아 손을 뻗어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형수] 라는 액정의 글씨에 몇 번을 망설이다 통화 버튼을 눌렀다.
[ …도련님. ]
[ 숨기지마요. 목소리 왜그래요. ]
설희의 목소리로 하여금 지금까지 하려던 모든것이 무너져버렸다.
[ 아파요? 아픈거에요? ]
[ …네……. ]
[ 기다려요. 금방 갈게요. ]
[ ……. ]
툭- 그대로 종료 버튼을 누르고 나가려는데 동료들이 잡아 세웠다.
" 야! 공연 앞두고 어딜 가? "
" 그 사람이 아파. 미안하다. "
한결의 살벌한 말에 동료들이 주춤하며 뒤로 물러났다. 이미 마음은 설희에게 향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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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에 참석한 주원은 김 회장의 옆에 앉았다. 오늘 있는 회의는 이 회사의 협력사와 장기 계약을 맺는 중요한 회의였다.
회장과 사장이 주관하는 절대 빠져서는 안되는 회의가 있었다. 그러나 시작 전부터 주원의 생각은 다른 곳에 가버렸다. 기사를 보내기는 했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
" 오늘 중요한 회의다. 딴 생각일랑 접어라. "
" 예. 회장님. "
주원이 정신을 다잡고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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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의 목소리를 들으니 아이처럼 눈물이 쏟아졌다. 늘 옆에 있던 사람이 이런 날 없다는 생각에 서운했었는데 달려와
준다는 말이 왜이렇게 슬프게 들리는지 설희는 베게에 얼굴을 묻고 꺼이꺼이 울었다. 아내보다 회의가 우선인 남편에게 나몰라라 버림을 받았는데 그의 동생이란 사람은 설희를 버리는 법을 몰랐다.
얼마나 지났을까, 현관문이 요란하게 열리는 소리가 흐릿하게 미세하게 들렸다. 집 안에 사람 목소리가 채워지고 있었다.
닫혀있던 안방 문이 열리며 숨이 헐떡이는 한결의 모습이 흐리멍텅하게 보였다. 그는 그대로 달려와 설희를 일으키곤
안아 버렸다.
" 미련한 짓했어요. 내 주제에 누굴 잊는다고 건방떨다가 당신 이렇게 만들었어요. "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설희는 그대로 한결의 품에 안기자마자 정신을 잃었다. 그의 따듯함에 익숙한 향기에 힘겹게
잡고있던 정신을 놓아버린 것이었다.
" …미안해. 미안해요. 내가 죽일 놈이에요. "
한결은 그대로 설희를 안으며 집을 벗어났다. 한시라도 빨리 설희를 병원에 데려가야겠다는 생각밖엔 들지 않았다.
그것 말곤 그 어떤 생각도 들지 않았다. 한결의 눈물이 설희의 뺨 위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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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뒤, 설희는 병원 침대에 누워서 링겔을 맞고 있었다. 링겔을 확인하고 간호사에게 말을 전한 의사가 한결을 보며
말했다.
" 감기 몸살입니다. 그리고 밥 좀 잘 먹이셔야 겠습니다. 영양이 상당이 부족합니다. "
" 아, 네. "
" 링겔 두 개 정도는 맞으셔야합니다. "
" 네. 내일 퇴원하겠습니다. "
" 네. "
의사가 말을 마치고 병실을 나섰다. 한결은 고개를 돌려 설희에게 다가갔다. 손을 올려 이마에 대보니 아직도 불덩이
처럼 뜨겁기만했다. 언제부터 이렇게 아팠던 걸까, 아프다고 와달라고 할 사람이 시동생인 자신 뿐이었다는 생각에
한결의 마음이 아파왔다.
" 만약에요. 형수가 형한테 먼저 전화를 했다면. "
" ……. "
" 형수, 포기 안 할거에요. "
" ……. "
" 이렇게 아픈 당신 외면한 그런 인간한테 당신 안 맡겨요. "
" ……. "
" 나한테 먼저 전화했다고 하더라도 이제 포기 안해요. "
" ……. "
" …형한테서 뺏어올래요. 당신. "
말을 마친 한결은 화장실로 들어가 자신의 손수건에 찬 물을 적셨다. 물기를 조금 짠 뒤 밖으로 나와 설희의 이마에
얹었다. 그리곤 의자에 앉아 설희의 손을 꽉 잡아주었다. 한결의 체온이 전해질 수 있도록…….
" 옆에 있어요. 나. "
" ……. "
" 걱정말고 편히 자요. 어디 안 갈게요. "
한결의 입술이 설희의 손등에 닿았다. 파릇한 봄에 찾아온 한결의 아련한 사랑이 짙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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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는 꽤 오랜 시간동안 진행이 되었다. 오후가 다 되어서야 회의실에서 나온 주원은 나오자마자 바로 휴대폰을 꺼내
비서의 단축키를 누르고 통화를 걸었다.
[ 어느 병원이야. ]
[ 그게, 저……. ]
[ 상태가 많이 심각해? ]
[ 집에 가셨을 때 현관문이 열려있길래 안으로 들어갔는데 아무도 안 계셨습니다. ]
[ 아무도 없었다고? ]
[ 예. ]
[ 알겠어. 끊어. ]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은 주원은 갑자기 짜증이 확 솟았다. 회의실에서 나오면 바로 설희가 입원한 병원에 가야
겠다고 생각했던 모든것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렸다. 사장실로 가지도 않고 윤 비서에게 다시 차를 대기하라고 말한 뒤
바로 로비로 내려가 차에 올랐다.
" 집으로 가. "
" 네. "
창문을 밑으로 내려 찬 공기를 쐬었다. 이미 노을이 짙게 하늘을 덮고 있었다. 휴대폰을 꺼내 설희에게 전화를 걸어
보았다. 신호음만이 반복될 뿐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종료를 누르고 휴대폰을 옆 좌석으로 던져버렸다.
" …뭐가 이렇게 불안한거야. 젠장. "
주원이 조용히 읊조렸다. 얼굴에 짜증과 불안이 가득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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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도 설희도 모두 잠들어 버렸다. 그 속에서 설희가 먼저 조심히 눈을 떴다. 하얀 천장이 눈에 보였다. 미간을
찌푸리며 남아있는 두통에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손이 따듯하다는 걸 알았다. 사람의 체온이 느껴지고 있었다. 몸을
일으켜 앉자 자신의 손을 잡은 채 잠들어 있는 한결이 보였다. 그리고 이마에서 손수건이 떨어졌다. 분명 이 사람이
해준 것이겠지라는 생각으로 다시금 한결을 보았다.
" …꿈이…아니었네. "
설희의 얼굴에 얼핏 미소가 번졌다. 대체 어딜 다녀왔길래 얼굴이 이렇게 핼쓱해졌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남은 한 손으로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며칠동안 이 사람이 보고 싶었다. 그 부드러움이 따듯함이 그리웠다.
한결이 눈썹이 움직이며 잠에서 깨려고 하자 설희는 손을 거두었다.
" …으, 언제 일어났어요? "
" 방금요. "
" 좀 괜찮아요? "
" 네. 고마워요. "
" 형은 병원에 있는거 알아요? "
" …회의가 있어서 못 올거에요. 아마. "
설희의 대답을 들은 한결은 알 것 같았다. 설희가 먼저 전화를 했던 사람은 주원이었던 것이다.
" 회의 있다고 못 온다고해요? "
" …네. "
할말이 없었다. 그 말에 또 상처 받았을 설희를 생각하니 화도 나고 걱정도 되었다.
" 꼭 살아야해요? 형이랑? "
" 네? "
" …후, 아니에요. 나갔다 올게요. "
" ……. "
한결은 나가려고 문고리를 잡았다가 뒤를 돌며 설희를 향해 말했다.
" 무슨 죽 먹을래요? "
" 네? "
" 무슨 죽 드실거냐구요. 형수님. "
" …생각 없는데. "
" 설탕 죽 사다 줄게요. 기다려요. "
설탕 죽이라는 말에 설희가 피식 반듯한 웃음을 지었다. 한결은 그 웃음에 보답하듯 활짝 웃으며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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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들어온 주원은 곳곳을 뒤져 보았지만 설희는 보이지 않았다. 침대 머리 맡에 설희의 휴대폰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밖으로 다시 나가려 할 때 주원의 휴대폰이 요란스럽게 울렸다. [동생] 이라고 떴다.
[ 나야. 형. ]
[ 알아. 어쩐 일이야. ]
[ 지금 병원이야. 형수랑. ]
[ 어딘데. ]
[ 알려주기 싫어. 자격 없어. 형 ]
[ 어디 병원이야. ]
[ 내일 퇴원해서 내가 데려다 줄게. 끊을게. ]
[ 김 한결 ]
[ 말해. 듣고 있어. ]
[ 그 사람 네 형수야. ]
[ 내가 보살피고 있는 사람 형 아내야. 그건 알아? ]
[ ……. ]
[ 끊을게. ]
뚜뚜뚜…….
주원은 그대로 휴대폰을 벽에 집어 던져버렸다. 산산 조각나며 부서지며 바닥으로 떨어진 휴대폰을 보며 주원은 분노
했다. 목을 조이고 있던 넥타이도 풀어서 바닥에 집어 던졌다.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분노가 도무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얼마 전, 한결이 자신의 티셔츠로 설희의 손에 묻은 물기를 닦아주던 모습이 떠올랐다.
속 안에서 끓어오르는 이 감정이 어떤 식으로도 해석이 되질 않았다. 그저 짜증이나고 화만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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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이 가습기를 설희 쪽으로 당겨 놓으며 의자에 앉았다. 누워있던 몸을 일으킨 설희가 자리에 앉았다.
" 이제 그만 가보세요. "
" 싫어요. "
" 또 고집 피우신다. 여기선 편히 못 자요. "
" 집에가면 아예 못자요. "
" 왜요? "
" …그냥요. "
" 조금 더 계시다가 집으로 가세요? 네? "
" 생각해볼게요. "
설희가 한결을 흘기다가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보았다. 문득 주원이 기사를 보낸다고 했던 말과 휴대폰을 집에 두고왔다
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이 어쩌면 자신을 찾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형 걱정해요? "
" 네? 아뇨. 걱정은……. "
" 속 좀 타라고해요. "
" 끄덕끄덕. "
잠깐의 적막이 흐르고 간호사가 들어와 다 맞은 링겔을 갈아 주었다. 간호사가 다시 자리를 비우자 다시금 병실에
고요함이 찾아왔다. 시간은 밤 10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 몸도 안 좋은데 이제 그만 자요. "
" 네? "
" 불 끌게요. "
한결은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의 불을 꺼버렸다.
" 가시라니까요. "
" 나 걱정 안했어요? "
한결이 쇼파에 누우며 말했다.
" 걱정 안했어요. 쪽지만 남기고 가셨는데 걱정은 무슨. "
설희가 투정을 부리듯 말하며 침대에 누우며 이불을 끌어서 덮었다. 한결의 얼굴에 미소가 한 가득이었다.
" 정말 안 했어요? 내 걱정? "
" …했어요. "
" 그럴줄 알았어요. "
" 앞으로 또 그러시면…제가 서운해할거에요. "
" 안 그럴게요. "
설희가 웃으며 돌아 누웠다. 창 밖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아침에 정신을 잃을 정도로 아팠던 사실이 기억나지
않았다.
" 형수. "
" 네? "
" 잠 안오죠? "
" …네. 좀 그러네요. "
" 노래 불러 줄까요? "
" 음, 네. "
설희의 얼굴에 기대감과 설레임이 가득했다. 두번째로 듣는 한결의 노래였다.
" 한 남자가 그대를 사랑합니다. 그 남자는 열심히 사랑합니다. 매일 그림자처럼 그녀를 따라다니며
그 남자는 웃으며 울고있어요. 얼마나 얼마나 더 너를 이렇게 바라만 보며 혼자 이 바람같은 사랑
이 거지같은 사랑 계속해야 네가 나를 사랑하겠니……. "
" ……. "
" 그래서 그 남자는 그댈, 널 사랑했대요. 똑같아서 또 하나같은 바보 또 하나같은 바보 한 번 나를 안아
주고가면 안되요. 난 사랑받고 싶어. 그대여. 매일 속으로만 가슴 속으로만 소리를 지르며 그 남자는
오늘도 그 옆에 있대요……. "
" ……. "
한결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어느새 잠이든 설희의 모습이 보였다. 새근새근 아이 숨소리를 내며 깊이 잠든 설희에게로
다가온 한결이 허리를 숙이며 설희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 …잘자요. 형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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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 번편 정말 일찍 가져왔죠? 네네?
칭찬해주세요 ~ 쉬는날이라서 열심히 집에서 비축분 쓰고 올렸어요하하
쉬는날인데 날씨가 참 밝죠? 하하하 지구종말이라니...-.,-;;
이번편에서는 주원이..큰 실수 몇가지중 한가지를 저질러버렸습니다.
매번 물러서던 한결에게 용기와 다짐을 심어줘버렸죠. 설희를 버렸으니까요.-_-
결국 이렇게 세 사람이 얽힐것 같아요, 아마 다음편? 에서부터 여러분이
원하시는 질투와 싸움이 얽히는 그런 씬들이 자주 등장할 예정이랍니다.캬캬캬캬
담편두 기대하시게 될거에요 쿄쿄쿄쿄...제발.그래주세요ㅠ_ㅠ
지난번편에 댓글을 달아주신 모든분들께 허리를 깊이 숙여 감사의 인사를 드려요.
이렇게 피곤하지만 키보드에 손을 올리는 이유는 여러분의 정성어린 댓글들에
의해서랍니다.ㅠ_ㅠ흑 그냥 눈팅만 하고 가시지 않구 항상 댓글 남겨주시는 분들
정말 진심으로 감사해용~ 우리 완결까지 달려보아용? 약속? ^-^&
업뎃쪽지 = 댓글 & 형수
안녕하세요~ 오...한결같으신 분이시라 한결이 좋아하시나? 하하하하하.. -_-담편 바로 올릴게요
형수!!!아,,주원이랑 제발!!!!!!ㅠㅠ
안녕하세요~ 오 주원이 지지자분. 계속 지지해주세요!홧팅.ㅎ
주원이가 더더더 끌려용!
주원이가 더더더 끌려용!
형수:ㅠㅠㅠㅠㅠ
형수:ㅠㅠㅠㅠㅠ
형수~!
너무 재미있어요~!
담푠도 기달려요~!
담편으로
ㅎㅎ 남주는 누구인가요?? 한결이?? 주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