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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칼럼]기업 세계의 치열함
기자명 경상일보 승인 2013.05.06 17:53 지면 19면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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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기업, 애플·닌텐도·캐논 등
급변하는 사업환경에 뒤처져 고전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 지원 절실
▲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
사람이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제법 있다. 이 가운데 하나가 끊임없이 시장의 부침이 가져오는 변화와 이에 따른 생존압력일 것이다. 얼마 전, 변화가 아주 빠른 업종에서 일하고 있는 젊은 오너를 만난 적이 있다. 세상 사람들에게 그는 부동의 일등 기업을 이끄는 탁월한 경영자라는 칭송을 받지만 그는 이렇게 속내를 털어놓는다. “변화가 워낙 심해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알 수 없습니다. 남들은 이런 저런 덕담을 내놓지만 저는 솔직히 ‘생존’이란 단어 이외에는 별다른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전력질주를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오늘날 소비자의 삶은 무척 편리해지고 있지만 생산자의 입장은 녹록치 않은 상황으로 달려가고 있다. 전 세계가 촘촘한 망으로 연결된 것처럼 바뀌면서 과거같으면 제법 긴 시간동안 누릴 수 있었던 독점적 이윤도 손쉽게 경쟁사에 의해 더 나은 것으로 대체되고 만다.
스티븐 잡스 이후 애플의 주가를 보면 그런 상황을 확연히 알 수 있다. 가을까지 번듯한 신제품을 출시하는데 애플이 실패한다면 애플의 앞날은 서시히 가라앉는 형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어느새 혁신의 아이콘으로 통하던 애플이란 브랜드는 점점 수성에 익숙한 노쇠한 브랜드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이처럼 상황의 급속한 반전은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진 사건이다.
애플의 부침을 보면 무대의 중심부에서 한참 박수를 받을 때가 그 기업의 정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그만큼 초우량기업으로 간주되는 기업조차 앞날을 확실히 기약할 수 없는 실정이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승승장구할 것으로 기대되던 일본의 게임기 업체 닌텐도의 영업성적은 곤두박질 치고 있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하락 추세에 있다. 스마트폰이란 복병이 가한 일격으로부터 좀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공짜 혹은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스마트폰용 게임은 닌텐드의 사업 모델 자체를 뒤흔들어 버렸다. 어느 누가 이런 상황을 예상할 수 있었을까?
카메라 업체의 지존인 캐논 역시 기대한 만큼 영업성적을 거둘 수 없어서 고민에 빠져 있다고 한다. 주범은 통신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과 막 출시되기 시작한 통신기능을 탑재한 카메라 때문이다. 고객의 입장에서 작품급 사진을 찍을 의도가 없다면 통신 기능이 탑재된 카메라가 훨씬 편리함을 확신하기 때문에 캐논 앞의 난제들도 손쉽게 헤쳐 나갈 수 있는 과제는 아니라고 본다.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었던 기업들이 이 정도라면 변화가 요동치는 세상에서 기업들이 처한 환경은 ‘터프함’ 그 자체라 불러도 무리가 없다. 우리에게 더 친숙한 사례는 삼성그룹을 들 수 있다. 오늘날 삼성만큼 칭송의 대상의 되는 기업도 우리 사회에는 드물다. “삼성은 뭘 해도 달라”라는 말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러나 삼성그룹의 내부를 들여다 보면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최근 5년간 삼성그룹 전체 매출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넘어서 70%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실정이다. 특정 기업과 특정 상품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는 안정된 포트폴리오라는 시각에서 경영진들에게 큰 고민일 것이다.
사업은 본래 바람 잘 날 없는 곳이기는 하지만 오늘날의 사업 환경은 치열함 그 자체임에 틀림이 없다. 여기에다 안팎으로 증가하는 기업에 대한 기대는 그들의 부담을 더욱 묵직하게 만들 것이다. 우리 사회가 투명함과 정의로움을 향한 행보를 계속해야 하겠지만 사업이 돈을 쌓아두고 하는 것은 결코 아니며, 치열한 생존압력 하에서 벌어지는 게임임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나야 할 것이다.
부를 만들어 내는 주체들은 어느 사회나 질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기 쉽지만 한 사회가 갖고 있는 아주 희소한 자원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그들이 법적으로 그리고 윤리적으로 더 공명정대하게 행동하도록 요구함과 아울러 우리 사회는 그들에게 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제도와 의식이 함께 선진화되어야 할 것이다.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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