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준호는 침착하려 애를 쓰며 조용히,
그러나 빠른 걸음걸이로 사람들 사이를 누비며 준후를 찾으려 했지만 허사였다.
아라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해밀튼을 붙잡고 되지도 않는 영어로 울음소리를 내 가며
-꽥꽥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주목받게 될 것이 뻔했으므로 참을 수밖에 없었다-
‘조용히’해밀튼을 질책하고 있었고,
해밀튼은 해밀튼 나름대로 조금 더 주의해서 준후를 쫓아가지 않은 자신을 원망하며 의기소침해 있었다.
현암은 입술을 깨물며 조용히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이 상황을 타개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현암이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푹 떨구는데,
갑자기 허공이 일그러지면서 한빈거사가 나타났다.
벌레라도 씹은 듯한 표정에 현암은 그나마 실낱같이 가지고 있던 희망을 버리고 한빈거사에게 다가갔다.
“못 찾으셨습니까?”
“젠장, 뭔 놈의 사람들이 이렇게 많어? 여긴 뭔가 이상해!
투시도 안 되고 말이야. 일단 이 공항 내에 있는 방이란 방은 다 뒤져 봤는데, 아무 데도 없더구먼.
흥! 젠장, 뭐 여기는 이렇게 비밀이 많다고 저러냐? 무슨 문마다 자물쇠가 걸려 있고 지랄이야, 지랄이!”
현암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한빈거사의 성격에 그 자물쇠를 곱게 놔두었을 리는 없을 것이고,
지금쯤 공항의 이곳저곳은 난리가 나 있으리라. 하지만 상관은 없었다.
은신술을 사용했을 한빈거사의 모습이 cctv에 잡혔을 리가 만무하니까.
현암은 그 쪽은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기로 하고 수아를 바라보았다.
수아는 무언가 이상한지 인상을 잔뜩 쓰면서 주변을 이곳저곳 둘러보고 있었다.
“수아야, 너 역시......”
“네, 그런 것 같아요.”
현암과 수아가 알 수 없는 서로만의 눈빛을 교환하며 씨익 웃자,
아라는 화가 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해서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빽 질러 버렸다.
“둘이서만 그러지 말고 나도 좀 가르쳐 줘요!”
넓디넓은 공항에 아라의 목소리가 긴 여운을 남기면서 울려퍼졌고,
사람들이 잠시 멈칫하면서 일행이 있는 곳을 바라보자 아라는 목을 움츠리면서 얼른 입을 다물었다.
다행히도 사람들은 더 이상 일행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듯 싶었다.
현암은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아라를 바라보았다.
여기 있는 사람들 중의 반 이상이 준후를 잡기 위한 경찰임을 감안할 때
주목을 받을 만한 행동을 보여서는 안 될 일이었다.
“미, 미안해요. 나도 모르게 답답해서 그만.....”
“그 마음은 이해한다. 어쩌면 이 쪽이 더 잘 된 일인지도 모르겠구나.”
현암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양 손을 들어올리면서 피식 웃자 아라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그 표정은 잿빛으로 굳어졌다. 일행을 향해 겨누어진 수십 개의 총구를 보게 된 것이었다.
정말 우습게도 아라의 한 마디로 인해 정체가 탄로난 것이었다.
현암은 공항에 있는 인원의 반 이상이 경찰일 것이라 추리했지만,
사실 이 공항 안에는 명령을 수행하는 경찰 이외 일반인이 존재하지 않았다.
살인범에게 공범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경찰들은
그들이 살인범을 구하기 위해 공항 내부로 숨어들 것 역시 알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경찰들은 그 공범을 찾아내기 위해 철저히 명령받은 대로만 행동하고 있었다.
명령에 불복종하는 행동은 허락되지 않고,
그런 식이라면 자연스럽게 조금이라도 명령과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살인범과 공범일 것이라는 사실은 확실한 일이었다.
그들은 현암 일행이 공범일 것이라는 추측을 한 뒤부터 계속 보이지 않게 그들을 가운데로 몰고 갔고,
확실한 증거가 잡힘과 동시에 물 샐 틈 없이 일행의 주위를 포위해 버린 것이었다.
“어, 어떻게 해.......나 때문에.......”
“아아, 별로 상관하지 않아도 돼. 그것보다 너, 지금 뭔가 이상한 기분 들지 않니?”
현암이 뜬금없이 질문을 하는데,
갑자기 사람들 사이에서 누군가가 튀어나와 일행을 향해 뛰어왔다. 상황을 눈치채고 재빨리 달려온 준호였다.
“형, 이 공항, 겨, 결계가......!”
숨이 턱까지 차오른 준호가 허덕이며 말하자,
아라는 그제야 자신의 조요경이 조용히 빛을 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곤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난 아직도 멀었나 봐......!”
“이건, 공항 전체에 쳐져 있는 결계예요.
그 위력은, 예전 ‘그 일’이 있었을 때 깔끼파들이 쳐 놓았었던 그런......하지만 어째서?!”
준호가 빠르게 말을 쏟아놓았고 현암은 고개를 끄덕였다.
작고 오동통한 손이 조용히 턱을 괴더니, 이내 현암은 그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눈빛을 빛냈다.
비록 몸은 작은 어린아이의 모습이지만 그 행동거지 하나하나는 예전의 현암과 다를 바가 없었다.
===================================================================================
항상 저의 볼품없는 졸작을 즐겁게 읽어 주시고 답글을 달아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답글 하나하나가 저에게는 정말 큰 힘이 된답니다.
모두들 즐거운 밤 되시길 바래요-
카페 게시글
창작소설연재
퇴마팬픽연재
<아직은 죽을 때가 아닌지도 몰라...>마흔 번째 운명의 사슬
까만제비꽃
추천 0
조회 193
04.10.13 22:33
댓글 3
다음검색
첫댓글 너무 잼나욤~ 담편두 빨리 올려주세요~^^ 화이링~
아아...이젠 완전 포위인가여??? 그리고 준후는 어떻게 된거져???
진짜 시간 가는줄 모르고 첨부터 읽었는데.. 담편 기대 하고 있어요 빨리 올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