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은 지나친 여속도를 그린다해서 도화서에서 쫓겨났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여속화 전문가이기땜에 산수화는 많지 않으나 '송정아회'는 산수화중 수작이라고 볼 수 있다.
'소나무아래 정자에서의 아름다운 모임'의 '송정아회'는 이름과 낙관이 없다면 혜원이 그렸다고 믿기 어려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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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범은 뼈대 있는 집 자손이지만 윗대에서 가세가 기울어져 어깨너머 독학으로 근근이 글을 깨우쳐 원주고을 관아의 사령자리를 얻었다.
쥐꼬리만한 녹을 받아 노모를 모시고 착한 아내와 아들 셋, 딸 하나 일곱 식구가 가난하게 살지만, 조범은 천성이 정직하고 성실해서 남의 것을 탐하는 법이 없었다.
어느 날~
밤새도록 관아에서 일을 하고 새벽녘에 집으로 오는데 발에 차이는게 있어 주워 보니 묵직한 비단주머니였다.
주머니를 열어 본 조사령은 깜짝 놀랐다.
새벽 그믐달빛에도 눈이 부시도록 번쩍이는 은덩어리들이 가득했다.
‘이걸 떨어트린 사람은 지금쯤 얼마나 속이 탈까?’
그는 집에 들어가지도 않고 길가에서 은주머니 주인을 기다렸다.
얼마 후 기골이 장대하고 수염이 텁수룩한 남정네가 숨을 헐떡이며 달려왔다.
“형씨~
주머니 하나 못 봤소?”
“무슨 색이오?”
“노란색 비단 주머니요.”
조사령이
“기다리고 있었다”
며 등 뒤에 쥐고 있던 주머니를 돌려주자 잽싸게 낚아챈 그 사람은 황급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조사령이 집으로 들어가 잠이 들었는데 누군가 삽짝을 흔들어 나가 보니 주머니를 찾아간 그 사람이었다.
조사령은 주머니 속의 은이 모자란다고 생떼를 쓰려는 게 아닌가 하여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한데 그 사람은
“나하고 술 한잔하자”
며 다짜고짜 팔을 잡아끌었다.
밤길을 한참 걸어 새벽 장꾼들을 받으려고 막 문을 연 주막으로 들어갔다.
구석방에 마주 앉아 뜨끈한 막걸리 한사발을 벌컥벌컥 단숨에 들이켠 주머니 주인이 고개를 푹 떨구더니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소반에 떨어트렸다.
“나는 도둑이오.”
조사령은 깜짝 놀랐다.
또다시 긴장된 침묵이 방을 가득 채웠다.
“보아하니 형씨 집도 가난에 찌든 것 같은데 어찌하여 은주머니를 갖지않고 주인에게 돌려주려 한 것이오, 글쎄!”
한참 말이 없었던 도둑은 목이 메어
“나는 소·돼지보다 못한 놈!”
이라며,
“황첨지네 집에서 훔친 이 은주머니를 되돌려주려는데 함께 가자”
고 조사령에게 동행을 부탁했다.
이른 아침~
못 보던 남정네 둘을 맞아 헛기침만 하고 있는 천석꾼 부자 황첨지에게 도둑이 눈물을 흘리며 자초지종을 털어놓고 은주머니를 내밀었다.
황첨지가 큰 기침을 하더니
“나는 도둑맞은 적이 없소.
그 은주머니는 내 것이 아니오.”
도둑도 놀라고 조사령도 놀랐다.
“분명히 지난밤 삼경녘에 제가 어르신 댁에 들어와 다락 속에서 훔쳤습니다.”
“어허 참~
나는 은주머니를 거기 둔 적이 없소.”
한참을 옥신각신하다가 도둑과 조사령은 쫓겨나다시피 황첨지 집에서 나왔다.
이번엔 다시 길에서 두 사람이 서로 은주머니를 떠넘기며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은주머니는 도둑이 가져갔다.
십년의 세월이 흘렀다.
다리를 다쳐 관아에서 나온 조범은 화전 밭뙈기 농사로 입에 풀칠을 하고, 황첨지는 늦게 본 외아들이 투전판에 빠져 집까지 날리자 문중 제실 방 한칸에 처박혀 목숨을 부지했다.
서설이 펄펄 내리던 설날~
허우대가 멀쩡한 장부가 비단 두루마기를 입고 고리짝을 짊어진 하인 일곱을 거느리고 황첨지에게 세배를 왔다.
바로 은주머니 도둑!
그 사람이다.
거상이 되어 황첨지를 찾아온 것이다.
그는 보름 동안 원주에 머물며 황첨지가 살던 집과 남의 손에 넘어간 문전옥답을 모두 찾아 주었고...
그때의 조사령~
조범에게는 쉰마지기 옥답과 번듯한 기와집을 마련해 줬다.
마지막 날 밤~
세 사람이 술자리를 함께한 자리에서 쉼없이 눈물을 떨구는 것은 두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