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탁(董卓) 멸망(滅亡) <하편> -
이튿날 동탁은 일찍 일어나 목욕재계(沐浴齋戒)하고 황궁(皇宮)으로 들어갈 준비(準備)를 하였다. 이날의 행차(行次)는 어제보다도 더욱 호화(豪華)로웠다. 호위 군사(護護 衛士)와 악대(樂隊)를 거느리고 위풍당당(威風堂堂)하게 황궁(皇宮)을 향(向)해 들어가다 보니 검은 두건(頭巾)에 푸른 도포(道袍)를 입은 도사풍(道士風)의 노인(老人)이 하얀 깃발을 들고 길가에 서있었다.
그 깃대 중간에는 베(麻:마) 헝겊이 동여매 있고 하얀 깃발에는 <입 구(口)>자가 두 자 씌어 있었다. 입 구 자가 두 개 쓰인 것은 <여포(呂布)>의 여(呂) 자를 의미(意味)하는 것이었고 깃대에 베 헝겊이 매여져 있는 것은 <여포(呂布)>의 포(布) 자를 나타낸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여포(呂布)를 경계(警戒)하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알 턱이 없는 동탁(董卓)은 배행(陪行)하는 이숙(李肅)을 보고,
"저 늙은이는 뭔가?" 하고 물었다.
"아마 미친 점장인가 봅니다." 이숙(李肅)은 아무렇게나 둘러대고 말했다.
이윽고 동탁(董卓) 일행은 북액문(北掖門) 앞에 도착(到着)하였다. 여기서부터는 누구를 막론(莫論)하고 군사(軍士)를 거느리고 들어갈 수 없는 금문(禁門) 이었다. 동탁(董卓)이 수레에서 내려 문 앞으로 다가서니 수많은 만조백관(滿朝百官)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너도나도 동탁에게 축하(祝賀)의 말을 건넸다.
동탁(董卓)
"경하(敬賀) 드리옵니다. ".....
"축하(祝賀) 드리옵니다. ".....
"얼마나 기쁘시겠습니까.".....
동탁(董卓)은 만면(滿面)에 웃음을 지으며 북액문(北掖門)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하여 황제(皇帝)가 계시는 집정전(執政殿) 계단(階段) 위를 올려다보니 사도 왕윤(王允)이 황궁(皇宮) 앞 계단(階段) 제일 높은 곳에서 황제(皇帝)의 칙서(勅書)를 손에 들고 서 있었다.
왕윤(王允)
동탁이 경건(敬虔)한 자세(姿勢)로 다가서 가니 왕윤(王允)이 조서(詔書)를 읽어 내린다.
"황명(皇命)이오! 역적(逆賊) 동탁(董卓)은 조정(朝廷)을 모독(冒瀆)하고 천하(天下)를 어지럽혔으니 모든 충신(忠臣)들에게 명(命)하노니 역적(逆賊) 동탁(董卓)을 없애라!"
그러면서 왕윤(王允)은 칙서(勅書)를 동탁(董卓)에게 내던지며 외쳤다.
"죽여라!"
그 순간(瞬間) 왕윤(王允)의 뒤에서 검(劍)을 든 수많은 무사(武士)들이 함성(喊聲)을 지르며 쏟아져 나왔다.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왕윤(王允)
이에 벼락같이 놀란 동탁(董卓)이 황급(遑急)히 북액문(北掖門) 앞으로 돌아서며 소리쳤다
"여포(呂布)! 여포는 어디 있느냐!"
여포(呂布)
그러자 여포(呂布)는 적토마(赤兔馬)를 타고 나타나며,
"황명(皇命)을 받들어 동탁(董卓)을 죽여라!" 하고 소리치며 방천화극(方天畵戟)을 들어 한칼에 동탁(董卓)의 배를 냅다 찔러버렸다.
동탁(董卓
이에 동탁(董卓)은 피를 토하며 그 자리에 쓰러져 죽었으니 이때 동탁(董卓)의 나이는 54세, 초평 4월 22일 대낮 순식간(瞬息間)에 벌어진 일이었다.
동탁(董卓)
그러자 왕윤(王允)은 그 자리에 풀썩 꿇어앉으며 하늘을 우러러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하늘이시어 드디어 역적(逆賊) 동탁(董卓)을 죽여 없애고 대대(代代)로 이어온 한(漢) 왕조(王朝)를 구(救)했습니다!"
왕윤(王允)
동탁(董卓)이 나가자빠진 것을 본 만조백관(滿朝百官)들이 쌍수(雙手)를 들어 만세(萬歲)를 외쳤다.
"만세(萬歲)~! 만세(萬歲)~! 만만세(萬萬歲)~!"
이어서 여포(呂布)가 소리쳤다.
"황명(皇命)을 받들어 역신(逆臣) 동탁(董卓)을 죽였다! 그를 따르던 나머지 무리는 무기(武器)를 버리고 투항(投降)하라! 그러면 일체(一切)의 죄(罪)를 묻지 않겠다!"
그러자 북액문(北掖門) 밖에 동탁(董卓)을 호위(護衛)해 온 수많은 병사(兵士)들은 일제(一齊)히 무기를 버리고 꿇어앉았다.
"동탁(董卓)을 도와 천하(天下)를 어지럽힌 놈이 (謀士)인 이유(李儒)다. 누가 그놈을 잡아오겠냐?" 이번에는 왕윤(王允)이 외치자 이숙(李肅)이 군사를 몰고 승상부(丞相部)로 달려갔다.
이숙(李肅) 일행(一行)이 승상부로 달려 들어가는데 많은 무사(武士)들의 손에 끌려 나오는 처량(凄涼)한 사나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이유(李儒)였다.
이유(李儒)는 평소(平素)에 부하들에게 미움을 사고 있던 터라 동탁(董卓)이 죽었다는 소문(所聞)을 듣고 부하(部下) 병사(兵士)들이 이유(李儒)를 사로잡아 끌어낸 것이었다.
왕윤(王允)은 이숙(李肅)으로 하여금 그 자리에서 이유(李儒)의 목을 베게 하였다.
그런 연후(然後)에,
"역적(逆賊) 동탁(董卓)과 이유(李儒) 머리는 잘라 창(槍) 끝에 꿰어가지고 장안성(長安城) 마루에 높이 매달라! 그리고 미오성(郿塢城)에는 아직도 동탁(董卓)의 일족(一族)과 그의 군사(軍士)들이 많이 있다. 누가 그들을 쳐부수고 재물(財物)을 몰수(沒收)해 오겠나?" 하고 묻자,
여포(呂布)가 큰소리로 나선다.
"내친김에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왕윤(王允)은 여포(呂布)에게 이숙(李肅)과 황보숭(皇甫崇) 장군(將軍)을 딸려 주면서 군사(軍事) 삼만(三万)을 데리고 미오성(郿塢城)으로 떠나게 하였다.
황제(皇帝) 유협(劉協)
그러고는 만조백관(滿朝百官)들과 함께 어린 황제(皇帝)를 배알(拜謁)하였다.
"신(臣)들이 폐하(陛下)를 뵈옵니다. 황제 폐하(皇帝陛下) 만만세(萬萬歲)! 황제 폐하(皇帝陛下) 만만세(万万歲)! 황제 폐하(皇帝陛下) 만만세(万万歲)!...." 만조백관(滿朝百官)들은 어린 황제(皇帝) 유협(劉協)의 앞에 무릎을 꿇고 만세(萬歲) 삼창(三唱)을 외쳤다.
이윽고 왕윤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신(臣) 왕윤(王允)이 아뢰옵니다. 역적(逆賊) 동탁(董卓)을 조금 전 북액문(北掖門)에서 처형(處刑)했습니다. 대 한(漢) 왕조(王朝)의 혼란(混亂)이 평정(平定)된 것은 천하(天下) 백성(百姓)들의 기쁨이고, 황제 폐하(皇帝 陛下)의 홍복(洪福)이옵니다."
그러자 헌제(獻帝)는,
"명(命)을 받들라!" 하고 기쁜 어조(語調)로 말하였고 집정관(執政官)이 조서(詔書)를 읽어 내린다.
"상제(上帝)의 명(命)으로 왕윤(王允)은 조정(朝廷)의 태사(太師)로 봉(封)해 상국(相國)이 행(行)하던 국사(國事)를 관장(管掌)하고, 여포(呂布)는 충훈후(忠勳侯)에 봉(封)하고 군위(軍尉) 장군직(將軍職)을 수여(授與)한다. 이상!
【※ 황제의 명(命)에 의햔 조서(詔書)에 왕윤(王允)의 벼슬인 "태사(太師)"는 어린 유협 황제의 스승 역할을 하는 관직, "상국(相國)"은 재상(宰相) 또는 승상(丞相)의 별칭으로 보면 되고, 우리의 정승(政丞)과 동급의 관직】
왕윤(王允)이 엎드려 절하며 아뢴다.
"명(命)에 따르겠사옵니다."
그러자 만조백관(滿朝百官)들은 일제(一齊)히 복창(復唱) 한다. "성은(聖恩)이 망극(聖恩)하옵니다."
삼국지 - 57회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