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외로 일어
물소리 새록 차다.
깊은 산 고요한 밤
촛불은 단 하나라
눈감고 무릎 꿇어 합장(合掌)하는 마음에
한오리 향연(香煙)이 피어오른다.
내 더러운 오체(五體)를
고이 불사르면
수정(水晶)처럼 언 예지(叡智)에
번뇌(煩惱)도 꽃이 되리
조촐한 마음은
눈물로부터……
-『불교신문/문태준의 詩 이야기』2023.11.23. -
조지훈 시인은 “영혼의 기갈(飢渴)이란 것이 있다면 시(詩)는 바로 그것을 충족시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작위(作爲)의 소산(所産)”이라고 썼다. 시인은 아마도 심산(深山)의 고요한 산사에서 홀로 깨어 초를 켜고 향을 피워 절하면서 참회 기도를 하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시인이 느꼈을 영혼의 기갈은 “더러운 오체(五體)”, “번뇌(煩惱)”, “눈물”과 같은 시어들에 암시되어 있는 듯하다.
이 시를 읽고 있으면 시인이 시 ‘승무(僧舞)’에서 “세상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휘여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인양 하고”라고 쓴 대목도 함께 떠오른다. 조지훈 시인은 오대산 월정사 불교강원 외전강사를 지낸 이력이 있다. 이런 이력 때문인지 조지훈 시인의 시에서 드러나는 고요하고 평정된 마음을 각별하게 주목하게 된다. 이 마음은 이 시에서처럼 곧잘 정야(靜夜)를 배경으로 한다.
〈문태준 시인〉
Alley of Chestnut Trees · Eugen Doga · Russian State Symphonic Orchestra of Cinema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