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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class="cafe-editor-text">온돌방 <br /><br />할머니는 겨울이면 무를 썰어 말리셨다<br />해 좋을 땐 마당에 마루에 소쿠리 가득<br />궂은 날엔 방 안 가득 무 향내가 났다<br />우리도 따순 데를 골라 호박씨를 늘어놓았다<br />실겅엔 주렁주렁 메주 뜨는 냄새 쿰쿰하고<br />윗목에선 콩나물이 쑥쑥 자라고<br />아랫목 술독엔 향기로운 술이 익어가고 있었다<br />설을 앞두고 어머니는 조청에 버무린<br />쌀 콩 깨 강정을 한 방 가득 펼쳤다<br />문풍지엔 바람 쌩쌩 불고 문고리는 쩍쩍 얼고<br />아궁이엔 지긋한 장작불<br />등이 뜨거워 자반처럼 이리저리 몸을 뒤집으며<br />우리는 노릇노릇 토실토실 익어갔다<br />그런 온돌방에서 여물게 자란 아이들은<br />어느 먼 날 장마처럼 젖은 생을 만나도<br />아침 나팔꽃처럼 금세 활짝 피어나곤 한다<br />아, 그 온돌방에서<br />세월을 잊고 익어가던 메주가 되었으면<br />한세상 취케 만들 독한 밀주가 되었으면<br />아니 아니 그보다<br />품어주고 키워주고 익혀주지 않는 것 없던<br />향긋하고 달금하고 쿰쿰하고 뜨겁던 온돌방이었으면<br /><br />조향미<br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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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좋은 시
온돌방, 조향미
하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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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78
19.01.05 22:53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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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릴적 고향 생각이 납니다
어린시절 메주 만들기도 했었는데 ~
@하르르 네모진 틀안에
삶은 콩을 넣고
발로 밟았던 기억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