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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마인드 마이너 송길영의 두 번째 시대예보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는 ‘호명사회’
“이제 나보다 내 직업이 먼저 죽는다!”
길어진 생애, 늘지 않는 정년, 무섭게 발전하는 기술…
우리가 먹고사는 방법은 ‘내 이름’을 찾는 것이다
2023년 ‘핵개인’이라는 세상에 없던 단어로 개인을 새롭게 정의한 송길영이 두 번째 시대예보로 돌아왔다. 데이터를 분석하는 능력, 사람들의 일상을 탐구하는 호기심, 그리고 거대한 변화의 전조 증상을 알아채는 관찰력으로 누구보다 빠르게 시대의 변화를 읽어온 송길영. 그는 변화의 시그널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시대정신에 주목한다.
‘핵개인의 시대’에 이은 그의 두 번째 시대예보는 ‘호명사회’다. 핵개인들이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호명사회는 조직의 이름 뒤에 숨을 수도, 숨을 필요도 없는 사회다. 자신이 한 일을 책임지고 온전히 자신이 한 일에 보상을 받는 새로운 공정한 시대인 호명사회는 어디까지 왔으며, 이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시대예보: 호명사회》에서는 먼저 경쟁의 인플레이션, 시뮬레이션 과잉, 좋은 직장의 월급 루팡, 유치원 의대 준비반, 열정의 가치 폭락, 가해자 세대와 피해자 세대 등 지금의 불안녕 시대를 살펴본다. 동시에 없어지지 않을 직업들, 생존 증거주의, 골디락스 존, N잡러, 느슨한 연대감, 텍스트힙, 호모 아르티장 등 앞으로 우리가 맞이할 자립으로 살아남는 시대를 예보한다.
기후 변화가 지난 천년의 기상 메커니즘을 벗어나는 일이 점점 더 잦아지고 있다. 매일 뉴스에서 빠지지 않는 일기예보가 무색할 정도로 급변하며 하루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종종 그것이 맞지 않더라도 준비와 대비를 위해 귀를 기울인다.
비유하자면 이는 단순히 비를 피하기 위한 정도의 준비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생업과 생명이 달려 있을 만큼 중요한 일이다. 이제 옷차림을 위해 한 철의 기상을 알려주는 일기예보가 아닌, 내 삶을 대비하기 위한 더 큰 호흡의 두 번째 ‘시대예보’가 시작된다.
저자 소개
송길영
송길영은 시대의 마음을 캐는 마인드 마이너(Mind Miner)이다. 사람들의 일상적 기록을 관찰하며 현상의 연유를 탐색하고 그들이 찾고자 하는 의미를 이해하려는 시도를 20여 년간 해왔다. 개인들의 행동은 무리와의 상호작용과 환경의 적응으로부터 도출됨을 이해하고, 그 합의와 변천에 대해 알리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깊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로부터 영감을 받는 것에서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
저서로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여기에 당신의 욕망이 보인다》, 《상상하지 말라》, 《그냥 하지 말라》가 있다.
목차
예보: 호명사회
프롤로그: 핵개인들, 서로의 이름을 부르다
제1장 시뮬레이션 과잉
불안녕의 시대: 위험의 과대 인지
시뮬레이션 과잉의 도래
선배들의 공식이 깨지다
내 머릿속의 엑셀
결혼 준비 체크리스트 D-180
유치원까지 내려간 ‘의대 준비반’
우리는 ‘닥터 스트레인지’가 아니기에
제2장 상호 경쟁의 인플레이션
경쟁의 인플레이션, 열정의 가치 폭락
선발의 몰락
‘좋은 직장’의 ‘월급 루팡’
50대 퇴직자의 눈물
‘이 꿈은 내 꿈이 아니었다’
욕망의 질주, 의지의 번아웃
제3장 호오에서 자립을 찾다
“술이 좋아서 이걸 하고 있어요”
없어지지 않을 직업들
‘도망’이 아닌 ‘깊어짐’
자립의 도구
‘원 테이블’ 레스토랑의 충실함
도반, 같은 책을 읽는 사람들
제4장 선택의 연대
연좌에서 연대로
미스터 초밥왕 vs 에어컨 청소 학원
춤으로 모인 대안가족
일상의 연대, 다정함
Distance, the key to kindness
동호(同好)를 넘어 동반(同飯)으로
제5장 호명사회의 도래
작아지는 조직, 커지는 사람
출발선에 선 ‘나의 이름’
생존을 위한 증거주의
도반 M, 20년에 걸친 자립
거인의 어깨, 천 개의 눈
호명사회, 서로의 이름을 부르다
에필로그: 우리 모두 작가가 되어가다
출처·참고문헌
책 속으로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조직이 상시 고용된 구성원들의 협업에 의해서만 운영되어 왔습니다. 이제는 디지털 전환과 업무 시스템의 도움으로 실시간 소통이 가능해지며 그 협업의 범위가 조직 외부까지 확대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AI 기반의 지능화가 결합하면서 각 업무 영역의 완결성은 작은 단위에서도 가져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분화는 극단적으로 1인 기업이 가능할 만큼 강화됩니다. 예를 들어 기존의 광고대행업은 고객상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카피라이터, 행정, 스태프 인력까지 모든 단계에 인원이 필요했습니다. 이제는 생성형 AI와 회계 및 관리 업무 자동화 서비스를 이용하여 1인 창작자가 모든 것을 해결하도록 분화될 수 있습니다.
--- 「예보: 호명사회」 중에서
각자가 조직에 앞서 이름을 알리고, 스스로 선 핵개인들이 서로 존중하며 교류하는 선택의 연대는 서로를 칭할 때 온전한 그의 이름을 부르는 ‘호명사회’로 완성됩니다.
각자의 본진으로 진입한 개인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대등하게 협력하는 사회를 예견합니다. 지금까지의 구조에서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로 인간의 소용이 줄어듦을 걱정합니다. 서로를 이름으로 불러주는 새로운 사회 속, 각자는 자존을 잃지 않고 서로를 도구화하지 않습니다. 홀로 섰기에 당당하고 자립한 동료가 있기에 외롭지 않은 호명사회는 예전 작은 모둠의 사회에서는 당연했던, 모두가 배제되지 않은 포용적 모둠을 만들어나갑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각자에게는 열정과 시간이라는 공통된 자원이 있습니다. 그 자원들을 회사 생활의 ‘인사고과’에 투자하여 더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자발적인 야근을 하고 ‘상사’를 챙기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찌감치 승진을 포기하고 ‘언젠가 이직할 거니까’라는 생각으로 자기 계발에 투자하는 이들 역시 늘고 있습니다. 이것은 그들에게 이기적 선택이 아니라 합리적 선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들은 앞서 설명한 자동화의 도입과 업무 지원 소프트웨어의 보편화로 ‘혼자 무언가를 해서 얻을 수 있는 성과’의 총량이 늘어난 것도 있고, 저성장과 산업의 문제로 인해 ‘조직에 헌신해서 얻을 수 있는 성과’의 총량이 줄어든 문제도 있습니다. 마치 시소에서 내 쪽을 누르는 힘과 상대편을 올리는 힘이 모두 작용하는 것처럼 기존 시스템의 역학이 변화하면 어느 한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습니다.
--- 「제1장 ‘시뮬레이션 과잉’」 중에서
경쟁이 인플레이션 된다는 것은 두 가지 측면으로 설명해 볼 수 있습니다. 물가가 상승하는 것처럼 우리가 경쟁을 위해 들여야 하는 노력의 비용이 계속해서 증가한다는 뜻입니다. 바로 성공의 ‘값’이 비싸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화폐가치가 하락하는 것처럼 우리가 들이는 시간과 열정의 값어치가 모두 하락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대다수를 패배자로 만드는’ 상호 경쟁의 인플레이션 격화라고 말했습니다
--- 「제2장 ‘상호 경쟁의 인플레이션’」 중에서
N잡러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본인의 잡(job)’인 ‘본진’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본진’이라 함은 순전히 직무 혹은 소득을 벌기 위한 수단이라기보다 자신의 정체성이 자리매김하는 고유 영역을 뜻합니다. 본진도 없이 곡예사처럼 N개의 일을 저글링 하는 것은 정체성의 기반이 없음을 고백하는 것과 같습니다. 공공사업에 참여하고, 개인적으로 글도 쓰고, 사람들과 연계해서 모임도 갖는 등 여러 가지를 해도 그중 어떤 것도 자립할 수 있는 업이 되지 못한다면, 마치 작은 부품을 모아 커다란 합체 로봇을 만들어도 끝내 젖은 볏단처럼 서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가장 중심에 있어야 할 코어가 불안정하고 본인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이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결국 누구에게 물어보더라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설명할 수 없는 불안한 구조가 나오게 됩니다.
--- 「제3장 ‘호오에서 자립을 찾다’」 중에서
우리가 맺는 수많은 관계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기업이 미래 지향적인 신규 사업과 안정적인 기존 사업을 구분하여 투자하는 것처럼 개인의 관계 포트폴리오 역시 다양하게 구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개인의 행복에 있어 관계의 깊이만큼이나 관계의 다양성이 큰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마다 관계의 성격과 그 보답이 돌아오는 주기는 다양합니다. 그러므로 일시적인 기쁨이나 슬픔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보답이 불확실해 보이더라도 먼저 손을 내미는 다정함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맺은 관계들로부터 장기적으로 더 많은 기회를 얻어 결과가 돌아오는 빈도를 늘려야 합니다.
다정함과 적절한 거리감 사이에서 황금률을 찾는 것은 자기 이름을 걸고 자기 일을 찾아가는 모든 이에게 필요한 행동입니다. 그러나 어떤 종류의 직업을 갖든, 어떤 장르를 선택하든 중요한 것은 ‘나’에서 시작하여 주변 네트워크로 퍼져나가는 연대의 힘입니다. 불쑥 친한 척을 하며 상대와의 거리를 좁히는 것도 아니고, 자기 일에 바빠 상대에 대한 배려를 놓치는 것도 아닌, 다정함과 적절한 거리의 골디락스 존이 확장하는 연대를 위한 전제라 할 수 있습니다.
--- 「제4장 ‘선택의 연대’」 중에서
내가 교류해 온 사람들의 교집합이 곧 ‘나’입니다. 그리고 내가 남긴 글이 ‘나’입니다. 내가 좋아해서 시간과 열정을 쏟았던 일들이 ‘나’입니다. 내가 남긴 나의 모든 흔적이 바로 ‘나’입니다. 그 자료들을 통해 ‘나’의 안에서 답을 찾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정보의 과잉으로 지금 당장 한 걸음을 떼지 못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저 멀리 먼 미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나’로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머릿속 시도만으로 지쳐서 한 발짝도 못 내딛던 각자가 이제 새로운 출발선에서 첫걸음을 걷고자 할 때, 그 방향은 밖이 아닌 ‘나’로 향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다음은 ‘세상에 불릴 나의 이름이 무엇인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나’는 어느 조직의 대리, 과장, 부장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자녀, 누군가의 부모, 누군가의 친구도 아닙니다. 조직과 관계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는 누구인가 정의하는 것이 출발에 선 ‘나의 이름’입니다.
--- 「제5장 ‘호명사회의 도래’」 중에서
출판사 서평
이제 우리는 ‘호명사회’를 맞이해야 한다!
시대 관찰자 송길영이 관측한 새로운 시대
“경쟁의 인플레이션으로 성공의 값은 비싸지고,
우리가 들이는 시간과 열정의 가치는 폭락한다.
그리고 내가 선택한 직업은 나보다 먼저 사라진다.”
불안녕의 시대, 우리는 왜 서로의 이름을 불러야 할까?
트렌드건 유행이건 기민하게 반응하지 못하면 따라가기 어려운 시대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상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변화의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이곳저곳에서 쏘아 올린 시그널은 새로운 시대정신을 만들어낸다. 이는 관찰하고 탐구하는 사람만이 알아챌 수 있다.
첫 번째 시대예보에서 쪼개지고, 흩어져, 홀로 서게 되는 ‘핵개인’의 탄생이라는 새로운 사회로의 변화를 이야기했던 송길영이 관찰한 새로운 변화의 시그널은 핵개인들이 자신의 이름을 찾고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호명사회’다. 주기적인 경제 위기를 겪으며 직업에서 안정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어느새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좋은 직업’을 얻기 위한 경쟁은 치열해졌다. 학벌, 학점, 토익에 불과했던 스펙은 어학연수, 공모전, 제2외국어, 봉사활동에 이르기까지 확장됐으며 급기야는 유치원에서부터 의대를 준비하는 시대가 왔다.
이렇듯 경쟁의 인플레이션이 극심해진다는 것은 우리가 경쟁을 위해 들여야 하는 노력의 비용이 계속해서 증가한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성공의 값이 비싸지는 것이다. 이때 우리가 들이는 시간과 열정의 가치는 폭락한다.
문제는 우리가 굳게 믿고 있던 직업이 주는 안정감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생애주기는 길어지는데 직업의 생멸주기는 짧아지는 극단적 불일치로 평생 한 직장에만 머무를 수 없다는 불안이 퍼져나가고 있다. 이를 ‘유동화’라 한다. 그리고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연결성이 조밀해지면서 여러 사람이 나눠서 하던 일의 규모가 작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기존의 광고대행업은 고객상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카피라이터, 행정, 스태프 인력 등 모든 단계에 인원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생성형 AI와 다양한 자동화 서비스를 통해 1인 창작자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이를 ‘극소화’라 한다.
이처럼 수명은 점점 길어지는데 현실 정년은 바뀌지 않고, 기술의 발전으로 직업의 수명은 오히려 짧아지는 시대가 왔다. 여기에 유동화와 극소화로 조직은 점점 작아지고 개인은 점점 커지도록 사회를 이끌고 있다. 이제 우리는 어렵게 들어간 회사의 간판과 직책이 더 이상 우리를 지켜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중이다. 나보다 직업이 먼저 사라질 시대에 앞서 살아간 선배들의 조언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급변한 사회 시스템과 시대정신이 가져올 가장 큰 변화는 나의 이름을 찾고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는 ‘호명사회’의 도래다. 산업혁명 이후 팽창한 조직에서 우리는 자신의 이름을 조금씩 잃었다. 이제 조직의 확장이 저물고 수축기로 접어든 시대에 우리는 조직에 가려져 있던 ‘나의 이름’을 되찾아야 한다.
《시대예보: 호명사회》는 먼저 경쟁의 인플레이션, 시뮬레이션 과잉, 좋은 직장의 월급 루팡, 유치원 의대 준비반, 열정의 가치 폭락, 가해자 세대와 피해자 세대 등 지금의 불안녕 시대를 살펴본다. 동시에 없어지지 않을 직업들, 생존 증거주의, 골디락스 존, N잡러, 느슨한 연대감, 텍스트힙, 호모 아르티장 등 앞으로 우리가 자신의 이름을 되찾고 자립으로 살아남는 시대를 예보한다.
경쟁의 인플레이션, 시뮬레이션 과잉, 유치원 의대 준비반, 열정의 가치 폭락… 등
대다수를 패배자로 만드는 시대,
‘나의 이름’을 찾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핵개인의 시대’에 이은 두 번째 시대예보는 ‘호명사회’다. 핵개인들이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호명사회는 조직의 이름 뒤에 숨을 수도, 숨을 필요도 없는 사회다. 자신이 한 일을 책임지고 온전히 자신이 한 일에 보상을 받는 새로운 공정한 시대인 호명사회는 어디까지 왔으며, 이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하나, 호오에서 길 찾기. 나의 좋음과 싫음을 뜻하는 호오(好惡)를 찾아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각자의 조예와 취향을 쌓으면 그것이 자신의 새로운 본진의 기회가 된다는 것을 깨닫는 일이다. 나의 조예와 취향이 벼려질 수 있는 분야에서 일하며 경험을 축적하는 시간은 그 자체로 자산으로 쌓이기 때문이다.
둘, 자립을 위한 도구 만들기. 장수의 혜택과 AI와 지능화의 도움은 복수의 직업, 이른바 N잡러의 증가를 가져온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는 자기 일을 스스로 해내고 이름을 되찾는 자립을 해야 한다. 이때 가장 필요한 자질은 지능화를 빠르게 수용하는 개방성과 스스로 모든 것을 해내는 주체성이다.
셋, 느슨한 연대. 이제 세상은 학연, 지연, 혈연과 같은 연좌에서 개인의 선택이 강화된 대등한 연대로 변화한다. 지나치게 가까운 관계는 과열되어 버리고, 너무 먼 관계는 차가워진다. 다정함과 적절한 거리감 사이에서 황금률을 찾는 느슨하지만 적절한 연대는 호명사회를 위한 전제라 할 수 있다.
넷, 생존을 위한 증거주의. 지금은 각자의 업무가 단계별로 생산되고 유통되며 누구도 자신의 업무를 숨길 수 없게 되어가고 있다. 이렇듯 모든 것들이 공유되는 ‘실시간 업무 스트리밍 시대’에는 자신을 증명할 근거를 모으려 노력해야 한다. 퇴사하였어도 자신의 이름으로 당당해질 수 있는 이들의 근거가 그 증거의 집합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에 더 일찍 적응하고 자신에 대한 기록을 모으고 있던 이들은 모든 수식어를 다 버리고도 설명 가능한 ‘이름’으로 불리기에 유리한 고지를 점유해 나갈 수 있다.
다섯, 장인 정신, 호모 아르티장. 자신의 업을 고집스레 이어가는 고유함에서 자립이 탄생하고 감춰져 있던 이름을 되찾을 수 있다. 이제 도구의 인간인 호보 파베르(homo faber)가 AI와 3D 프린터로 강화되며 장인의 인간인 호모 아르티장(homo artisan)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 경지에 이르면 돈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일하기 위해 필요한 돈을 버는 것으로 상승한다. 이때 자신의 일은 작업이 되고, 자신이 만든 것은 작품이 된다. 조직에서 함께한 일은 소모되지만 혼자 한 작업은 작품을 남긴다. 그 작품은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도 나의 이름과 함께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