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삶과 여행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
헤세의 문법으로 읽는 여행 철학
“당신은 온전히 무해한 산책을 즐기고 있는가?”
1901년부터 1936년까지 헤르만 헤세가 쓴 여행의 기록을 모았다. 따스한 7월, 독일의 남쪽 도시에서 태어난 헤세는 오래도록 그 시간과 온도를 사랑하고 그리워했다. 그가 내디딘 여정의 대부분 따스한 남쪽으로 향했다고 하니, 이탈리아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헤세에게 이탈리아는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자기 내면과 대면하는 공간이자 본질을 탐구하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르네상스 예술 작품과 푸르른 산과 빛나는 석호가 공존하는 풍경은 헤세를 깊은 사유로 이끌기 충분하다.
우리는 그의 여정을 읊는 동안 그가 마주했을 예술 작품, 따스한 빛의 풍경과 사람들과의 소박한 대화를 간접적으로 함께한다. 아름다운 이탈리아의 풍경 속에서 헤세는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인식하고 그러한 사유를 노트에 옮겨 적는다. 이러한 과정은 그의 고독한 영혼에 새로운 빛을 비추어 준다. 또한, 우리가 일상에서 놓치고 있던 깊은 물음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지금 온전히 무해한 산책을 즐기고 있는가?
이탈리아의 햇살과 고요한 자연 속에서 헤세가 마주한 것은 단순한 여유가 아니다. 진정한 의미의 고독이자, 자유였다. 이 책을 통해 여러분도 그 여정에 동참해 보길 바란다. 헤세가 걸었던 그 길을 따라가면, 여러분 역시 자신의 영혼을 위한 쉼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소개
헤르만 헤세
1877년 독일 남부의 소도시 칼프에서 태어났다. 독자에게 가장 사랑받는 20세기 작가로 여기지는 헤세는 자신을 방랑자라 여겼다. 1901년 이탈리아 여행을 시작으로 여러 나라를 방문한다. 다만, 여행 상품이나 안내서의 전형적인 관광 대신 알려지지 않은 소도시를 방문하거나 풍경을 감상하는 등 독립적인 여행을 추구했다.
목차
당신이 방문할 이탈리아를 위한 안내서
1장 새로운 지평을 여는 문
여행에 대한 열망
대리석에 비치는 빛의 세계
파도가 남기고 간 인상
우연히 마주친 대조
오래되고 사라진 예술의 마법
색채를 머금은 그림
오페라의 밤
피렌체의 부활절
레몬이 익어가는 계절
몇 번의 게으른 오후
멀리서만 보이는 황홀
열두 번의 맑고 푸른 봄날 저녁
오직 방랑을 위한 날
노을이 담긴 항구 도시
진정한 이탈리아의 삶
세월의 숨결을 간직한 도시
2장 도시의 물길을 따르면 보이는 것들
예술적 기준에서 벗어나면 볼 수 있는 매혹
불멸과 영원의 인상
그림 같은 도시
게으름, 사랑, 그리고 음악의 도시
조용한 수면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석호의 마법
부드러운 물빛의 춤
3장 예술이 깃든 순간
우피치 미술관에서의 단상
당신의 아름다움이 예술 속에 드러나게 하소서
찬란한 영광이 머무는 자리
5월에 만난 물의 도시
4장 흐르는 사유
침묵의 미소
정오의 종소리를 기다리며
피렌체에서의 오후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계속할 뿐
어둠 속에서 흥얼거리는 노래
신비롭고 고요한 물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세 가지 방식
일상에서 흐르는 음악적 리듬
오랜 시간 꿈꿔온 풍경
첫눈에 반하는 경험
흐르는 빗속에서 마주한 충동
이제 떠날 때가 되었다
책 속으로
아, 진정한 여행에 대한 진정한 열망은 두려움 없이 생각하고, 세상을 뒤집어 보며, 모든 것들과 사람, 사건에 대한 답을 얻고자 하는 여느 위험한 욕망과 다르지 않다. 더 나을 것도 없다. 이는 계획이나 책으로는 채워지지 않으며,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더 많은 대가를 치르게 하며, 심장과 피를 바쳐야 한다.
/ 19쪽, ‘여행에 대한 열망’ 중에서
많은 도시를 돌아다니며 유명한 궁전들을 보았지만, 그 광경이 특별히 인상적이거나 신선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도시에서 도시로 서둘러 이동하며 불안하게 여행 안내서인 『베데커』를 손에 쥔 채 분주히 따라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그들과 다른 여정을 택한 나를 떠올렸다. 그들은 무해한 산책이나 알려지지 않은 예배당을 방문하거나, 거리에서 즐거운 대화나 심지어 금붕어 연못을 보기 위한 15분의 여유도 없었다.
/ 53쪽, ‘몇 번의 게으른 오후’ 중에서
산책자의 마음은 편안했다. 꽃 피는 모든 나무가 산책자를 기쁘게 했고, 언덕 능선에 나타나는 모든 사이프러스는 그 강렬한 불타오름으로 산책자를 황홀하게 했다. 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것은 마지막에 보였다. 그것은 아네모네였다. 물론 아네모네는 토스카나의 토종 꽃은 아니라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이곳에서 특히 풍성하게 자라나 모든 봄날을 합친 것보다 더 아름답다.
/ 65쪽, ‘오직 방랑을 위한 날’ 중에서
그날 아침, 나는 바다와 석호의 엄청난 차이를 느꼈다. 바다의 출렁임은 신선하고 환희에 찬 색채를 띠고 있다. 그 색채는 베네치아의 가장 고유한 장식을 빼앗아 갈 것이다. 색채의 베일에 싸인 듯한 꿈결 같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은은히 빛나는 특성을 말이다. 많은 베네치아 화가, 특히 뛰어난 크리벨리와 보르도네가 그들의 그림에서 보석, 공단, 벨벳, 비단의 정제된 다채로운 매력을 특별한 애정과 완벽한 정교함으로 추구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들은 석호에서 매 순간 그처럼 독특한 소재의 매력을 바로 눈앞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 107쪽, ‘부드러운 물빛의 춤’ 중에서
낯선 풍경과 도시에서 단순히 유명하고 눈에 띄는 것만을 좇지 않고, 본질적이고 깊은 것을 이해하고 사랑으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사람의 기억 속에는 대부분 우연한 일들, 사소한 것들이 특별한 빛을 발하게 된다.
/ 178쪽, ‘피렌체에서의 오후’ 중에서
나는 이제 베네치아를 사랑하게 되었다. 환상적이고 회화적인 궁전 건축부터 곤돌리에레와 어부들의 삶, 그리고 섬의 부드러운 방언까지 알게 되었다. 물론 나는 외국인처럼 지내지 않고, 현지의 관습에 따라 먹고 마시고 움직였으며, 밤에는 작은 광장인 피아제타의 계단에 앉아 있었다.
/ 200쪽, ‘신비롭고 고요한 물’ 중에서
나는 아름다운 산을 볼 때, 우연한 현실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확인한다. 내가 보는 능력과 선을 느끼는 능력을 즐긴다. 아름답고 낯선 풍경 속에서 나는 결코 문화로부터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풍경을 통해 내 감각과 생각을 시험하며 문화를 연습하고 사랑하며 즐긴다. 그래서 나는 항상 감사하며 기꺼이 예술로 돌아간다.
/ 237쪽, ‘흐르는 빗속에서 마주한 충동’ 중에서
출판사 서평
★20세기 가장 사랑받는 작가, 그리고 고독한 산책의 방랑자 헤르만 헤세
★이탈리아에서 찾은 영혼의 쉼표
★우리를 여행으로 이끄는 수수께끼 같은 충동과 헤세의 여행 철학
나는 무엇을 생각하며 이 길을 나섰는가,
각자의 모습으로 우리를 기다리는 낙원
토스카나, 베로나, 파도바, 제노바, 피렌체…. 유명한 관광지 대신, 알려지지 않은 소도시를 주로 여행했던 헤세. 그는 자기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그래서인지 헤세는 열 번째 이탈리아 여행을 앞두고도, 로마에는 발을 디뎌보지 않았다. 대신 수많은 소도시와 작은 마을에서 천천히 이탈리아의 진정한 모습에 스며들게 된다. 예술 작품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대중적인 작품이더라도, 자기에게 큰 감동이 없었다면 인상적이지 않다고 평했다. 다만, 영혼을 울린 작품은 몇 번이고 다시 찾아가 감상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헤세는 냉철한 감상자의 자세로, 때로는 완전한 감탄을 느끼며 예술 작품을 마주한다. 그 작품들이 헤세의 발길을 이끈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마 그 작품 뒤에 숨겨진 인간의 노력, 헌신의 가치를 탐구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존재 자체가 가지는 고독 너머에 있는 본질에 대해 사유했으리라. 헤세에게 있어 아름다움을 우리의 감각으로 다시 느끼는 일이야말로 가장 놀랍고 기쁜 일이었다.
헤세의 발걸음이 남긴 사유의 흔적,
그의 내면을 따라 걷는 산책
헤세는 여행지에 대한 감상과 소박한 관찰을 놓치지 않고, 노트에 기록하였다. 작은 노트는 그의 여정에 빠질 수 없는 물건 중 하나였다. 헤세는 노트의 기록을 통해 여행지의 여운을 집에 돌아가서도 느끼길 바랐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그가 느꼈을 여운을, 헤세의 문법을 통해 따라가 보려 한다. 그가 인상 깊게 남긴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의 산책에도 의구심을 품게 된다. 과연 나는 길 위에서 무엇을 생각하며 걸었던가, 혹은 나에게 여행이 주는 여운은 무엇이었을까 되새겨 보게 된다. 『무해한 산책』은 헤세가 발걸음마다 남긴 사유의 흔적을 되짚는 여정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의 여정을 통해 우리에게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무해한 산책』은 우리가 찾던 진정한 여행의 의미를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유명한 관광지를 시간에 쫓겨 급급하게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한 곳이라도 그곳을 진정으로 알아가는 시간이 무엇인지 생각할 여지를 준다. 이 시간을 함께 거닐다 보면, 어느새 여러분의 발걸음도 유명 관광지 대신, 작은 연못 앞에 멈출지도 모른다. 그곳에 있는 금붕어가 주는 기쁨과 그와 대조되는 잠시의 여유도 없는 무심한 일상을 되돌아보게 되리라. 그리고 우리가 각자 형태로 바라던 진정한 낙원을 마주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