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1. 3. 4. 목요일.
오전에는 하늘빛이 흐렸다.
날씨가 흐린 탓일까?
나는 아랫배에 손바닥을 대고는 지그시 눌렀다.
위와 아랫배가 쓰리고 아팠기에.
위와 아랫배가 쓰리고 아프기 시작한 지는 벌써 한 달째이다.
비뇨기과 병원에서 들러서 전립선비대증에 대한 치료를 받았다.
내가 병원을 옮긴 탓일까? 의사가 눈금이 있는 컵을 주면서 3일간 오줌을 눗는 시간마다, 그 양을 체크해서 메모하라고 지시했다.
화장실에서 플라스틱 용기에 오줌을 눗고는 그 눈금을 확인한 뒤에 메모지에 낱낱이 적었다.
오줌을 참아 보라는 의사의 지시대로 오줌이 마려운 데도 억지로 참았고, 이게 짜증이 나서 물을 덜 마시었다.
의사가 처방한 약(오줌 눗는 시간을 지연시킨다)을 먹기 시작한 탓일까?
갑짜기 심한 위통이 시작했으니, 창자까지 아프기 시작했다.
병원에 다시 들러서 위 증상을 말했으나... 별다른 처방을 받지 못했다.
위내시경, 대장내시경 검사가 아니었기에, 단지 전립선비대증 약이나 탔다.
오늘 아침에도 통증으로 오만상을 긁었다. 날씨까지 흐리니 기분도 우울하고, 다소 춥기까지도 했다.
오늘 오후에 <한국 국보문학> 사무실에 들러서 <한국국보문학> 2021년 3월호를 받아와야 하는데도 자꾸만 망설여진다.
오후에는 통증이 가라앉으려나...
이 글 쓰는데 아내가 컵 하나를 내민다.
나는 그게 '우유 제품'으로 만든 것인가 싶어서 고개를 흔들었다.
요즘에는 우유로 만든 요구르트 종류까지도 거부반응이 생겼기에.
'이거 오디 발효주여요. 몇 해 전에 딴 뽕나무 열매여요. 맛이 달콤해요.'
나는 그제서야 컾 속의 검추레한 빛깔을 띈 물을 내려다보았다.
컵에 손을 대니 따뜻하다. 아내가 오디 발효주를 살짝 데쳤다는 뜻.
요즘 남편의 뱃속이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기에 혹시라도 발효주 속의 어떤 균이 살아서 위에 이상반응을 일으키지 않을까 싶은 우려이다. 아내의 배려에 나는 고마워 한다.
오디 발효주를 겨우 조금씩 홀짝거린다.
뱃속인 위에서 또 짜르르 어떤 감각이 느껴진다.
요즘 한 달째 내가 단단히 병이 났나 보다.
별것이 다 속을 뒤짚는다.
서해안 내 텃밭 안에는 묘목장에서 사다가 심은 뽕나무가 있었다.
제법 무척이나 컸는데 아쉽게도 나무그늘에 치여서 많이도 가지가 상했다.
뽕열매인 오디에 설탕가루를 잔뜩 부어서 발효시켰기에 물맛이 달작지근하다.
당뇨병이 심하지 않았을 때야 이런 발효주를 무척이나 많이 제조했고, 많이도 들이마셨다.
내 텃밭에는 산뽕나무, 매실나무, 앵두나무 등이 가득 차서 이런 열매에 설탕가루를 부어서 발효주를 만들었다. 엄청나게 많이...
남한테도 주고, 오래되어 부패하고 산패하면 밭에다가 쏟아부어 내버린 적도 빈번했다.
나는 당뇨병을 앓은 지가 20년을 넘었다.
심각하지는 않아도 다소는 늘 걱정이어서 먹고 마시는 데에는 주의를 해야 한다.
먹을 것은 다 먹고, 마실 것도 다 마신다. 단 지나치게 많이는 아니다.
생선 비린내, 육류 비린내 등이 자꾸만 싫어져서 요즘에는 식물 위주의 반찬을 먹는다.
입맛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뜻이다.
오늘 어떤 분한테서 핸드폰 전화를 받았다.
'당뇨에는 돼지감자가 좋다'는 요지였다.
돼지감자.
1950년대 산골마을에 있는 초가집 마당에서 처음으로 보았다.
가난한 이웃이 사는 집의 마당은 손바닥만큼이나 좁았다. 지푸라기를 엉성하게 엮어서 울타리를 친 곁에는 키가 훌쩍 크고 줄기 대롱이가 굵고, 샛노란 꽃이 핀 것을 보았다.
돼지감자(뚱딴지)였다.
내가 어린시절 1960년 봄에 대전으로 전학갔고, 수십 년이 넘게 객지에서 살다가 퇴직한 뒤에 시골집으로 내려갔다.
건달농사꾼, 엉터리농사꾼이 된 나는 텃밭 세 자리에서 아무 나무나 아무 풀이나 아무 작물이라도 재배하기 시작했다.
대전 사는 누나가 돼지감자 여섯 알을 가져와서 텃밭에 심었다. 해마다 계속 번식시켰다. 엄청나게 많이도 번지고...
아쉽게도 함께 살던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그참 서울로 올라온 나.
그 돼지감자는 남들이 캤다. 심지어는 외지사람들이 트럭 타고 와서 캐 갔다.
주인이 없는 밭일까? 주인이 객지로 떠나간 밭이라서 그럴까?
돼지감자를 키우면 밭은 헐벗게 마련이다. 돼지감자 싹이 자라면서 흙속의 영양가를 다 빨아먹는다는 뜻이다.
키 크고, 번식력이 강하기에 몇 해가 지나면 밭은 황폐해지게 마련이다.
이를 방지하려고 돼지감자를 모조리 캐내도... 땅속에 작은 덩어리 하나만 있어도 이게 가을에는 엄청나게 커서 널리 퍼지게 마련이다.
캐내도, 캐서 내버려도...
요즘 인터넷에서는 돼지감자가 당뇨병에 좋다는 정보가 많이 뜬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게 그렇게 좋은 거여? 하는 의문이 일렁거리기에.
돼지감자(뚱딴지)를 재배했던 내 경험으로는...
나는 그저 감자 대용으로 돼지감자를 식용으로 이용할 뿐이다. 국 끓여서 먹고 채 썰어서 반찬으로 했다. 썰어 말려서 차로 우려서 마시면 당뇨에 좋다는 데도 나한테는 별로이다.
나한테는 그저 운동이나 더 했으면 싶다.
당화혈색소를 낮추려면...
어제 내과병원에서 공복혈당을 조사했더니만 수치가 149.
여의사는 수치가 높다면서 걱정을 한다.
당사자인 나는 뭐 그저 그려러니 한다. 한때에는 수치가 212, 190대를 훌쩍 넘기기도 했으니까...
2021. 3. 45.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