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통신 (47)
이국화
봄이 온 걸 왜 모르겠어요
다만 저 봄이 똥오줌
냄새에 눌려 병실 안으로 들어설까 되돌아 갈까
망설일진 모르지만...
"빈 들에도 봄은 오는가"
외친 목소리를 기억하며
나도 봄을 기다려요
외벽 앞에 내 자리가 있어
한겨울 나기 힘들었지요
자노라면 코끝이 시리고
손도 얼어들었지만
면회 온 자식에게는
다 좋다 걱정말라 하면서
봄을 기다렸지요
화장장에서 화장 차례
기다리듯 죽음 앞에서
죽음 기다리는 요양병원에도 봄은 오는가
묻고 또 묻고 있지요
창을 열고 봄을 기다리면 찬바람만 들어와요
오지 않으면 찾아
나서야죠 TV속엔 봄이 깔려 있어요
"걸어서 세계 속으로"
"세계 테마기행"
"성지순례" 끝이 없어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 속에 다 있어요
누가 TV를
바보상자라 했나요
요양병원의 시계는
하루 48시간
아침 10분 점심 10분
저녁 10분 하루 30분
밥 먹는 시간 외
남아도는 시간들
누가 TV를
바보 상자라 했나요
인정 없는 사람보다
백 번 나아요
앉아서 맞는 봄 봄꽃들
설산과 푸른 강
세계가 온통 내 세상인 걸
하지만
아름다운 계절이여
나를 비켜간다 해도
그대 사랑하는 마음
변함 없으니 언젠가
어디선가 다시 만나요
나도 자유의 몸이
되는 날 있겠지요.
💃
카페 게시글
노년생활
요양병원 통신 (47) 이국화
이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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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3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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