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傲氣)의 퍼즐
최 병 창
꽃은 봄볕을 찍어내는 바람결에도
저만큼이나 붉었다
시리다고 바람을 피하랴
바람이 수작을 부려도
낯익은 장면은 손을 놓을 수가 없어
후끈하고 달아오르지 않더라도
뜬금없는 소리는
듣지도 하지도 말라는데
스스로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익어갈수록 더욱 단단해진다는 육질
피어난다면 피어날 것이고
먼데 소식들도 꽃으로 온다는데
거짓말하지 않는 햇살의 이야기처럼
한 줌 오기로 버티다가 그나마
조심조심 돌아선다는
저 붉고 붉은 꽃잎 속으로
저릿하게 불거지는 오기,
잠시 시력이 혼미하더라도
그림자에 숨어 보일 듯
보이지 않을 때까지
길을 절대로 잃지는 않으리라
시린 바람이라고 봄을 피하랴
꽃과 꽃들은 꽃들의 모서리 속에서
또 다른 얼굴을 피워내는데
향기는 어느새
발치 끝에서 눈치를 살피며
난해한 행간을 고르고 있다.
<2013. 03.>
과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