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 월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마음으로는 벌써 8 월에서 도망치듯 물러나 있었습니다. 끝없이 내리는 많은 비는 가뜩이나 역병으로 힘겹게 하루하루 살아 나가는 현실을 진퇴양난(進退兩難)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8월 내내 쏟아진 비가 싫어 스스로 8 월의 모든 것을 접어 버린 것입니다. 우린 보통 8월은 나신의 계절, 또는 성숙의 계절, 낭만의 계절이라 여기며 주어진 휴가철을 통하여 추억 쌓기에 여념 없이 보내곤 하였는데 2020년 여름의 정점인 8월은 기억으로 남겨 두고 싶은 부분이 없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을 너무 지치게 하여~~~
이른 아침에 뜰로 나가 작업을 오전 내내 한 후 읍내를 다녀왔습니다. 비의 영향으로 잔디관리를 못해 9월 초순경부터는 그 작업을 해주기 위하여 필요한 물품 준비하기 위하여 읍내 몇 곳을 찾았습니다. 우선 농약상에 들러 필요한 상담을 하고 조언을 받은 후 필요한 물건을 준비하고 건너에 있는 볼트와 작업공구를 판매하는 곳에 들러 잃어버린 볼트를 구매하였습니다. 잔디 깎는 기계의 진동 때문인지 자꾸 손잡이 상부와 하부를 연결하는 볼트가 자꾸 빠져 분실하게 됩니다. 이런 애로를 설명한 후 예방책에 대하여 문의하자 어떤 진동에도 빠지지 않는 너트를 권하여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전통시장 마당으로 가 배추와 무, 그리고 가을에 먹을 상추 모종을 준비하였습니다. 그리고 마트로 가 완전히 소비된 식재료 몇 가지를 준비한 후 다시 산막으로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해가져 산 뒤로 숨은 뒤 완전히 어두워 지기 전까지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여 갈아엎어놓은 흙 위에 퇴비를 골고루 뿌려주고 내일 모종을 심기 위한 사전 작업을 끝냈습니다. 비가 오지 않은 날보다 비가 온 날이 더 많아 그런지 삽으로 흙을 조금만 파 보아도 심하게 젖어 있어 삽날에 흙이 달라붙어 작업에 불편을 많이 느꼈습니다. 내일 오전 내내 흙을 말린 후 다시 흙을 다시 한번 퇴비가 골고루 섞이도록 다시 엎어 준 후 고랑을 만들어 배추는 40cm 간격으로 모종을 심어주고 무는 15cm 간격과 10cm 간격으로 심어주려 합니다. 동치미 무는 간격이 좁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음날, 흙을 다시 매만져 둔덕과 고랑을 만들어 모종을 심고 그물망으로 울타리를 쳤습니다.
모든 작업을 끝낸 후 다시 실내로 들어 세신 하고 누워버렸습니다. 나도 모르게 찾아오는 잠, 낮잠이라 말하기엔 조금은 길게 자버린 것 같다는 의식을 하며 일어나 창가를 보니 어둑 거렸습니다. 다시 채비를 차리고 나가려다 창가에 무선 스피커를 놓고 노트북에 보관하고 있던 그레고리 성가 전곡 재생을 클릭한 후 밖으로 나왔습니다. 종소리와 함께 시작하는 성가, 언제 들어도 엄숙함으로 시작하는 것이 너무 좋습니다. 추녀 데크에 올려놓은 잔디 깎는 기계를 내려 손잡이를 조립한 후 유량을 보니 부족하여 보충하였습니다. 잔디를 깎기 시작하자 잔디 곳곳에 생기는 선명한 깎음 줄, 정리된 모습이라 그런지 참 보기가 좋았습니다. 깎여 다듬어진 잔디 줄 우측 선에 기계를 맞춰 앞으로 나가니 다시 또 하나의 극명한 깎음 선이 연달에 매달리는 선을 보면서 정리정돈의 환희심을 느꼈습니다.
정리의 목적이 달성되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잔잔한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정리된 환경이 아닌가 합니다. 세속 또는 재속이란 표현되는 인간의 삶의 공간은 너무 복잡하고 자주 복선이 깔리다 보니 여간 고단한 게 아닙니다. 그래서 선지자들은 이를 일러 삶 자체가 죄라고 간파하곤 하였습니다. 그만큼 각 개인의 이익의 향방에 따라 달라지는 치열한 경쟁 구도가 존재하는 곳이 바로 세상 같습니다. 그래서 복잡한 것보다는 단순하게 정리를 해두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단순 무식하게 현실을 바라보는 용기도 때에 따라서 필요하기도 하고요.
오늘은 태풍의 영향으로 모든 것이 정동 중입니다. 산막에도 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세차게 내리다가 다시 숨 죽이다, 다시 내리 고를 반복하다 지금은 잠시 소강상태입니다. 아직 바람은 미동도 하지 않고요. 재난 주간 방송사의 재난보도를 틀어 놓고 시시각각 변하는 태풍의 걸음걸이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모든분들 피해가 없으시기를 소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