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시작한 것이 시리즈 19차 입니다.
한 끝 차이와 한 끗 차이
흔히 “작은 차이”를 뜻할 때 ‘한 끝 차이’라고 해야 할까요, ‘한 끗 차이’라고 해야 할까요? ‘끝’은 “시간, 공간, 사물 따위에서 마지막 한계가 되는 곳”을 의미하는 명사이고, ‘끗’은 “화투나 투전과 같은 노름 따위에서, 셈을 치는 점수를 나타내는 단위”를 뜻하는 명사입니다. 따라서 척도의 작은 차이를 나타낼 때는 ‘한 끝 차이’가 아니라 ‘한 끗 차이’라고 해야 합니다.
꺼림직하다와 꺼림칙하다
흔히 마음에 내키지 않은 일을 할 때 ‘꺼림직하다’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데, 매우 꺼리거나 마음에 내키지 않은 일을 할 때는 ‘꺼림직하다’가 아니라 ‘꺼림칙하다’라는 말을 사용해야 합니다. 자주 사용하는 말은 아니지만 “마음에 걸려 언짢은 느낌이 있다”라는 뜻으로 ‘꺼림하다’ 또는 ‘께름하다’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매우 꺼림하다’라는 뜻으로 ‘꺼림칙하다’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꺼림칙하다’는 ‘께름칙하다’와 같은 의미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간간이와 간간히
‘간간이’와 ‘간간히’ 중에 올바른 표기는 어떤 것일까요? 간혹 ‘간간히’가 올바른 표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간간이’라고 해야 합니다. ‘간간이’는 ‘시간적인 사이를 두고서 가끔씩’이라는 의미인데 반해, ‘간간히’는 ‘간질간질하고 재미있는 마음으로’라는 의미입니다. 참고로 ‘간간이’의 순화어는 ‘이따금’입니다.
꿇리다와 꿀리다
“힘이나 능력이 남에게 눌리다.”라는 표현을 어떻게 적어야 할까요? 간혹 ‘꿇리다’라는 말을 사용하는 분들도 있는데 ‘꿀리다’라고 적어야 합니다. 대부분 ‘무릎을 꿇다’에서 연유하여 ‘힘이나 능력이 남에게 눌리는 경우’에도 ‘꿇리다’가 올바른 표현으로 알고 있지만 잘못된 표현입니다. 다만, “무릎을 꿇리다”처럼 ‘꿇다’의 사동 표현으로 사용할 때는 ‘꿇리다’를 사용합니다.
단촐한 살림과 단출한 살림
흔히 “식구가 많지 않아서 홀가분한 살림”을 가리킬 때 ‘단촐한 살림’이라고 하지 않나요? 양성 모음은 양성 모음끼리, 음성 모음은 음성 모음끼리 어울리는 모음조화 규칙에 따르면 ‘단촐한 살림’이 올바른 표현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단출한 살림’이라고 해야 합니다. ‘단출하다’는 “일이나 차림이 간편할 때”도 사용합니다. 참고로 ‘단촐하다’는 북한에서 사용하는 말입니다.
건데기와 건더기
“라면에 국물만 있고 건데기는 하나도 없네.”라는 문장에서 잘못된 곳은 어디일까요? 흔히 ‘국이나 찌개처럼 국물이 있는 음식 속에 들어 있는 국물 이외의 것’을 가리킬 때 ‘건데기’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건더기’가 올바른 말입니다. ‘건더기’가 ‘건데기’가 된 것은 ‘ㅣ모음 역행’ 동화의 영향이지만 ‘건데기’는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참고로 ‘건더기’는 “변명할 건더기가 없다.”나 “그 일로 나에게는 아무런 건더기가 생긴 것이 없다.”와 같이 ‘내세울 만한 일의 내용이나 근거’나 ‘노력을 들인 대가로 들어오는 것’ 등을 속되게 이르는 경우에도 사용합니다.
개거품과 게거품
화가 몹시 나거나 흥분할 때 관용적으로 “입에 거품을 물었다.”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합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게거품’이라는 어휘보다는 ‘개거품’이라는 어휘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게가 거품을 물고 있듯이 개도 거품을 물고 있는 모습을 연상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사전적인 의미로 “사람이나 동물이 몹시 괴롭거나 흥분했을 때 입에서 나오는 거품 같은 침”은 ‘개거품’이 아니라 ‘게거품’이라고 해야 합니다.
이음새와 이음매
‘이음새’라는 말과 ‘이음매’라는 말은 뜻이 약간 다릅니다. ‘이음새’는 “두 물체가 이어져 있는 모양새”를 가리키는 말이고, ‘이음매’는 “두 물체가 이어진 자리”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따라서 어떤 대상의 연결 부위를 보수할 때 ‘이음새 보수’라고 하지 않고 ‘이음매 보수’라고 해야 합니다. 그런가 하면 보수를 마친 부위를 가리켜 “이음매가 좋다.”라는 말은 잘못된 말입니다. 이번에는 “이음새가 좋다.”라고 해야 합니다.
굴삭기와 굴착기
땅을 파거나 파낸 흙을 처리하는 기계를 가리켜 ‘굴삭기’라고도 하고 ‘굴착기’라고도 하는데 지금 현재로서는 둘 다 표준어입니다. 참고로 한자의 뜻만 놓고 본다면 ‘굴삭기’는 ‘파고 깍는다’는 뜻이 강한데 반해 ‘굴착기’는 ‘파고 뚫는다’는 뜻이 강합니다. 게다가 ‘굴삭기(掘削機)’의 경우 일본에서 통용되는 일본식 한자어라는 이유로 1997년에 ‘굴착기(掘鑿機)’로 순화된 바 있다. 따라서 가급적 ‘굴착기’라는 순화어를 사용할 것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