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을 보면서 난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이 생각났다. 여러모로 비슷하다.
사람의 아들은 1980년대 후반에 출간됐고, 이 소설 재수사는 그때쯤 신촌 연대 여대생 살인사건을 지금 재수사하는 이야기다. 재수사에서 민주화의 꽃이자 자본주의의 꽃이었던 그시절 대학가 거리를 구체적 실명으로 묘사할때마다, 난 그 거리에서 읽었던 사람의 아들이 자꾸 생각났다
사람의 아들도 이 소설처럼 살인사건이나고 형사가 쫓는데, 살인자의 반사회적 세계관이 상세히 묘사되면서, 독자는 점점 살인자의 세계관에 감정이입된다. 당황~. 예를들면 '하나님이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줬지만, 인간에게 도움이 되기는 커녕 자유는 허울일뿐 무질서속에서 다투며 고통받는게 현실. 하느님은 손놓고 방종하고있다'는 식의 살인자의 철학은 꽤 심오하게 숍인숍처럼 소설속에 또 다른 소설책이 있듯이 그려져 재밌던 기억이 난다.
재수사도 같은 형식이다. 소설속에는 살인자의 소설이 따로 존재하는데
도스토예프스키의 말을 빌려 "신이 없다면 모든게 허용된다" 전쟁때 살인에 죄책감 느끼지 않으면서, 개인의 살인은 죄책감을 왜 느낄까? 살인이 죄가 아닐 수도 있다는 내가 점점 살인자에 공감하게되어. 당황~
사람의 아들의 주인공은 신에게 대항하고 사회에 대항하다가 결국 자기 한몸 건사못하는 실패한 인생이 된다. 386 운동권에 대한 저주랄까. 역시 이문열이다. 재수사는 이보다는 5년-10년쯤 뒤의 이야기다. 이문열의 예상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재수사 주인공들이 대학 신입생이 됐을 때는 운동권이 진짜 없어졌다. 1990년 중반 한총련 연세대종합관 화재사건이후 대학가에 사회이슈는 저물었는데, 때마침 계열입학제도가 생겨서 전공까지 없어졌다. 1학년 인문계열이 500명, 1반 60명은 전부 김씨, 2반 60명은 전부 박씨, 자연히 선후배의 끈끈함도 끊어졌다. 80년대는 신입동기생이 나중에 동지도 돼고, 가족도 돼었는데, 이들 90년후반생들은 동기조차 없다니, 주인공 6명앞에 하얀 백지상태같은 개인주의 시대가 열린 셈. 거기 맨앞줄에 서서 40세중반까지 살아온 얘기를 듣다보니, 무척 힘들었겠단 생각이 들었다. 지금2030들은 검은종이 위에 서있는 느낌은 아닐까? 역시나 80년대가 주머니는 가난해도 말은 풍년이었던 것같다.
영화 <헌트>
이정재 배우겸 감독이 클린트이스트우드와 비슷할까?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밀리언달러 베이비와 비교하면
여자권투로 귀엽게 플레이하던 여주민공, 사고로 식물인간 몇년째, "이러다간 내가 한때는 권투선수였다는 기억마저 잊겠어요. 그 기억이 남아있을 때 죽고싶어요" 클린트는 소프트에서 스트롱으로 직진하는 스타일
또는 <그랜 토리노>아시아인종 슬럼가. 가난하면서 애만 주렁주렁 낳고, 돈생기면 배터지도록 먹기만하는 상종하기 싫은 아시아인종들. 하지만 마을이 위기에 처하자 목숨을 내어주는 늙었어도 용기가득한 백인 주인공. 이역시 소프트로 시작해 스트롱한 고속도로같은 직진
<헌트>는 주인공이 두명이다. 한명은 독재에 눈감을 수없는 양심적 반역자이고, 다른한명은 간첩으로서 스파이짓을하다, 일이 너무 커질까봐 다시 떠나온 조국에 반역한다. 결국 둘다 자기 조국에 버림받음. 주인공이 2명이라 좀 헤깔리고, 영화는
총소리에서 시작해 마지막까지 총소리.
간첩 리철진같은 생계형 간첩의 웃음코드나 강철비의 오늘밤은 삐닥하게~같은 소프트한 장면이 없어 아쉽다.
통일은 불가능한 것처럼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 그래서 블랙코미디라도 소프트한 게 보고싶다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윤흥길의 1장 하루는 이런일이
1974년 단편, 어느날 교수인 주인공에게 협박전화가 걸려옴. 난 당신이 지난 여름에 한 짓을 알고있다? 사진까지 찍었다. 그러니 1천만원 내놓으라. 내일 당신집으로 쳐들어 가겠다. 교수는 당연히 잠을 못잔다. 내가 잘못한게 뭘까? 평소 착하게 살았는데, 과연 뭐가 들킨거지? 심장이 벌렁벌렁, 드디어 그놈이 집으로 찾아왔다. 근데 협박법치고 외모는 말끔하네? 비밀과 사진은 서류봉투안에 있다. 현금은 준비했겠지? 당신의 죄를 알렸다~ 그때 나오는 교수의 자조적 읍소.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잘못한것은 밤길에 노인이 취객에게 얻어맞고 있었는데 그냥 지나친거랑, 지난번 학술회의로 스위스 갔을때 사실 온종일 호텔에만 있었는데, 언론인터뷰 때 융프라우 등산했다고 거짓말한것 뿐인데요. 그래? 자신있단 말이지. 그럼 이 서류봉투는 당장 황색주간지에 팔아넘기겠소. 그럼 이만. 이때 협박범을 붙잡은건 교수였다. 자기도 인간인데 뭔가 찔끔. 돈을 건네고 받은 봉투를 안방에서 몰래 열어보니~ 달력에 나올 법한 경치사진 몇장과 한편의 글 "저는 사회심리학 전공하는 고학생입니다. 이번 조사결과 조금도 양심에 찔리는게 없는 사람은 없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모두들 선생님처럼 이 서류를 구매하셨습니다. 하지만 제가 오늘 상담한 결과 선생님은 정말 양심적으로 사셨습니다. 존경합니다. 이상 고학생 드림
조국장관이 생각났다. 인간은 누구나 찔끔한다. 과학실 증류수보다 깨끗한 한강물을 찾아 헤메는 고학력 빙신들의 대한민국. 고학력 빙신들~나의 아저씨에서 가장 마음에 꽂혔던 대사다.
<수학은 우주로 흐른다> 송용진 22.6.6
이 책은 재미없지도 않고 재밌지도 않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위원장을 20년간 수행하면서 한국수학영재들을 해외대회에 참여시킨 분이 쓴 책인데, 수학이론,공식은 전혀 언급없어서 어렵진않다. 그보다 (좋은 직업으로서가 아니라~)수학과 과학에 진심인?학자끼리 맥주마실때 나올법한 화두로 두꺼운 책을 채웠다. 그중 제일 흥미로운건, 선친이 나에게 하셨던 질문인데, 왜 서양은 잘살고 한국은 못사냐고? ㅎ
명나라때까진 중국의 과학이 세계 탑, 2등없는 1등이었단다. 종이,화약,나침반 등등. 근데 왜? 저자의 대답은 중국은 실용과학 성과물에 집중했고, 서양은 (유일신 종교탓 그리스 유클리드전통으로) 과학에서도 진리와 추상적 이념, 이론을 추구, 순수과학 기초가 탄탄해진후, 이를 기반으로 응용과학이 급성장. 진리를 추구하는 과학 - 교황청과 충돌 - 그래도 지구는 둥글다 - 콜롬버스 세계일주 - 식민지건설...이렇다는거다. 한편 갈릴레오 뉴튼 데카르트 이런 수학자 과학자들이 당대엔 인기스타였다고 한다. 그러니 교황청이 억압했겠지. 하긴 지금도 스티븐호킹은 세계적 스타이군
그리고 재밌는 에피소드 한개더~ 학문 학과 이름은 일본에서 왔다. 일본의 번역을 한국, 중국이 사용. 근데, 당시 유럽유학생은 중국인이 제일 많았음. 그럼 중국이 번역한 학문이름도 있을텐데, 몇가지 소개, 사회학을 군학(群学)이라고, 꽤 좋은번역 같다. 사회학의 이름만큼 오해사기 쉬운것도 없을듯. 저거 배우면 사회성이 좋아지나? ㅎ 군학, 집단-단체-국가..즉, 어떻게 무리짓고, 해체되고, 갈등, 합의되는가를 배우는 학문..군학 ㅎ
<서른의 반격> 손원평
제주4.3문학상 수상작인데, 내용은 현실 직장인이 퇴근후 노가리씹으며 상사욕하는 내용이다. 욕의 대상은 사무실에서 트림하며, 방꾸끼는 부장님. ~ 그래서 반격을 한다. 왕따와 배신을 일삼은 동창에게도 반격하고, 자기가 쓴 시나리오 훔쳐간 영화사에도 반격. 하지만 반격이라고 해봐야 겨우 계란던지기~ 벽에 낙서하기 수준. 효과가 있는지? 주인공도 잘 못느끼니 무기력을 느끼며 서른을 맞이하는 내용
계란던지기라~ 일제, 4.3 한국내전, 군사독자 시절에 비하면 계란던지기가 무슨 반격이냐?하겠지만, 지금 시대에선 최저가 아닌 반격의 최대치일 수도 있다는 생긱이 든다.
생각해보니 지난 10년간 나의 최대한의 반격은 <전화안받기> 였다. 그에 비하면 계란던지기는 무척 폭력적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