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정체성 확보 일환으로 역사박물관 건립이 절실하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특히, 충남 홍성·예산으로 이전이 확정된 충남도청의 활용 방안으로 역사박물관의 건립은 타당성을 더하고 있다.
대전은 근현대사 짧은 시일 내 괄목할 만한 외적 성장을 일궜으나 역사가 짧고 문화 전통이 빈약하다는 잘못된 인식 또한 적잖다.
그러나 우암 송시열 등 기라성 같은 대학자들이 우리 고장에서 배출됐고, 보물 29호인 동춘당과 우암사적공원 등 유·무형의 탁월한 역사가 맥을 이어온 것이 바로 대전이다.
이 같은 문화 자산이 후대에 체계적으로 대물림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문화적 자긍심을 멸실하는 돌이킬 수 없는 과오란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견해다.
최근 충남도청의 현 선화동 청사 부지 활용안에 대한 각계의 관심도가 높아지며 박물관 건립 여론이 탄력을 받는 것은 주목할 일이다.
특히 전문가와 지역민심이 충남도청 선화동 부지가 박물관 건립을 통한 시민문화공간의 최적지임을 확인한 만큼 지금부터라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물관 건립은 단시일 내 이뤄질 수 없다.
또 원도심 활성화 방안과 호흡하는 문화관광인프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박물관 건립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빠른 시일 내 매듭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는 인근 타 시·도가 역사박물관에 대한 중요성을 각인하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건립에 발벗고 나선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과거와 현재를 투영해 정체성을 확보하자는 것이지만 궁극적으로 도시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
서울시는 지난 1985년 설립계획을 수립한 후 10여 년 후인 지난 2002년 서울 신문로변 경희궁터 2만 9786평 중 경희궁 유적이 발굴되지 않은 6900평 부지에 서울역사박물관을 개관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조선시대를 중심으로 역사와 문화를 널리 알리고 문화유산을 수집, 보존, 연구, 전시하는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영남은 퇴계 선생 탄신 500주년을 기념해 무려 400억 원을 투입해 국학진흥원을 만들었다.
서애 류성룡(西厓 柳成龍) 선생의 문집과 징비록(국보 132호)의 목판 2000여 장은 물론 퇴계 이황(退溪 李滉) 선생의 문집 등 각 문중들이 굵직한 자료들을 이곳에 기탁하며 경북 일원의 국학자료를 집대성하는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기범 한남대 사학과 교수(대전시 정책자문위원)은 "대전은 조선시대 대학자들을 배출하고 탁월한 역사 유적이 많으나 이를 수렴할 공간이 없다"며 "대전의 오랜 역사성을 대물림하고 정체성을 곧추세우기 위해 역사, 선비, 유교박물관 등이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