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무료비치까지 걸어왔다.
그런데 왠걸
파라솔도 있고, 안전요원도 있고, 각종 편의시설이 화려하다
아까 그사람
동양인 처자들이라고 깔보고 바가지 씌우렸던 거 아냐?
왜 금방 탄로 날 거짓말을 하는 거지?
딸들이 사무실로 가
파라솔 2개, 선배드 2개를 빌리기로 했다.
여기도 시간으로 계산하지 않고 하루이용료를 받는다.
우린 시간 이용료가 유리한데..
파라솔 없이 요 그늘에서 앉아있거나
태양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어디서나 비치타올을 펼친다.
휴가철이 지나서
파라솔들은 심심하다
주인이 옷까지 입혀놔 펼치지도 못하고
햇살을 그대로 받고 서 있다.
여름내 수고했으니 이제 쉬렴.
딸들은 선배드에 가방을 던져놓고
바다로 달려나간다.
이쁘다, 청춘이.
부럽다, 즐길 줄 아는 너희들이.
리도섬에 오면 해변에서의 시간을 갖겠다고
비치타올까지 캐리어에 챙겨온 큰 딸
짠딸과 둘이서 신나게 뛰어다닌다.
수영복도 가져오지 그랬냐는 아빠의 말에
이정도면 좋아요.
여보야, 우린 선배드에 누워 하늘보며 잠이나 잘까?
바람솔솔 좋으네.
비치타올 사라며 계속 펼쳐보이는 장사꾼들이
고요함을 방해한다.
그런데 그들이 갖고다니는 타올 문양이 아주 멋지다.
하나쯤 갖고 싶을 만큼.
점심을 테이크아웃 해와
이곳 해변에서 먹기로 한다.
점심 구하러 갔던 딸들 빈 손으로 터덜터덜 돌아온다.
스낵종류밖에 없다며
할 수없이 나가서 먹자고.
이 멋진 바다, 너무 일찍 떠나야하는 아쉬움.....
여행은 늘 아쉬움을 남기게 되지.
점심 먹으러 슬슬 걸어 가다보면
곳곳에 베니스영화제를 알리는 표식이
바닥에도 건물에서도 발견된다.
오늘 점심은 깔끔하고 넓은 도로변의 인도음식점이다.
햇살, 바람이 좋아 야외테이블에서 먹기로 한다.
야외테이블, 노천카페 이런거 나 좋아하잖아.
이곳 리도섬은 관광객으로 넘쳐나는 본섬과는 다른
깔끔함과 고급스러움이 느껴진다.
우선 거리가 조용하다.
모두가 휴양을 즐기는 리조트분위기가 강하다.
베니스에 다시오게 되면
이 리도섬에서 묵는 것도 좋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올 수 있을까?
이제 다시 수상버스인 바포레토를 타고
발칙한 조각가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을 보러 간다.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은
'폰타델라 도가나' 와 '그라씨궁전' 두 군데에서 전시중이다.
1인 18 유로 티켓으로 두 전시장을 모두 볼 수 있다.
'데미안 허스트' 이 뻔뻔한 예술가를 어쩌란 말인가
전시회 제목이
'믿을 수 없는 난파선의 보물'이다.
믿으란 말인가 믿지 말라는 말인가.
제목에서부터 뭔가 풍기는 게 있죠?
-보물선의 조각품을 발굴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주기까지한다-
전시 개요는 인도양에서 난파된 보물선을
2000년이 지난 2008년에 발견하게 된다.
그 후 10년 동안의 발굴과정을 거쳐
건져올린 보물을 전시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는 모두 거짓말이다.
3년전에 제작한 조각품을 바다에 던져넣고
일정시간이 지난 뒤 꺼내
산호나, 따개비,지렁이 등이 붙어있는 것 처럼 꾸몄다.
그런데 붙어있는 걸 보면 너무 인위적이라서
이것도 붙여놓은 거 아닐까? 했더니 역시나.
다 알고 보는 전시지만
긴가민가하던 사람도
이 모글리가 등장하는 걸 보곤
이 사기꾼! 하며 그의 위트에 웃음을 터뜨리고 말겠지.
하물며 미키마우스까지 등장한다.
이젠 19미터가 넘는 대형 청동조각 등을 전시한 '그라씨' 궁으로 간다.
궁전이었던 전시장은 건물자체가 아름답다.
궁전이니까.
이 동상의 발보다 작은 사람들.
발가락은 아이들 미끄럼틀로 이용해도 될듯하다
한 층을 오르면 허벅지
또 한 층을 오르면 엉덩이
또 한층을 오르면 어깨가 보인다.
헉헉대면 걸어올라가야
조금씩조금씩 몸을 보여주는
이 건장한 남자.
나중엔 엘리베이터가 보여서 쉽게 오르락내리락
도대체 이 작품을 어떻게 옮겨와
이 궁전 안으로 사뿐히 내려놓았을까?
지붕까지 뚫린 이런 구조가 아니면
전시할 수도 없는 크기다.
우리가 자꾸 궁금해하면서 천정을 보니
천정이 유리구조다.
아무래도 저 천정을 통해 이 청년이 들어온것 같애.
벽에 닿을 듯한 팔이 위태로웠겠다.
궁전의 맨 위층까지 올라가야
겨우 어깨를 볼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 비용이 총 750억원 이상이라고 한다.
.
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실현할 수 있는 작가의 능력도,
데미안허스트를 믿고 투자하는 큰 손들도 모두 대단하다.
천안 야우리 앞에도 그의 작품이 2점이나 전시되어있다.
천안출신의 김창일 작가는 세계 100대 콜렉터로 뽑히는 사람이다.
그이 안목과 재력 덕분에 우린
'키스히링'의 작품이나
'데미안허스트'의 작품을
쉽게 관람할 수 있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그것도 오다가다 아무때나 무료로......
전시장인 그라씨 궁은
이렇게 아름다운 창으로
아름다운 운하를 보여준다.
궁 안의 모든 창은 액자가 되어
아름다운 베니스 풍광을 담고 있다.
두 군데의 전시장을 둘러보고
바포레토를 기다리는데 바람이 일기 시작한다.
이런 기다리는 시간도 참 좋은 여정이 되어준다 .
운하를 바라보며 앉아있는 시간이 또 아름다운 한 페이지네요.
우리동네 승선장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는 길
골목 끝으로 운하가 보이면
난 또 뛰어가본다.
골목 끝에서 만나는 운하는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궁금한게 끝이 없다.
가족들은 얼떨결에 날 따라오며
뭐 특별한 거 있어? 하는 눈치다.
그러면서 거기 서봐봐~~~ 하며
셔터를 누른다.
집에서 잠시 쉬었다가 근처 중국음식점에서 저녁을 먹고
산마르코광장의 야경을 즐기기로 한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저녁먹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비가 온다.
어제도 그랬는데 오늘도 저녁식사하는 음식점에서 비를 만났다.
어어~~
오늘은 광장의 카페에서 와인 한잔씩 하면서
베네치아의 마지막 밤을 불태우기로 했는데.
어제도 비가와서 오늘로 미루었는데.
식사 끝내는 시간에 맞춰 비도 그친다.
가자, 산마르코광장으로!
가는 길
리알토 다리 위에 사람이 별로 없다
가장 아름다운 운하의 모습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늘 가득했었는데.
리알토다리는 베네치아 여행의 시작점인듯 장소다.
내가 저녁이면 앉아있던 대 운하앞의 계단에도
물이 넘쳐들고 있다.
만조 때라서 물이 밀려들어오는 것 같다.
어머나!
고 잠깐의 비로 광장의 카페도 다 철수했고
광장엔 물이 차서 이렇게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놓았다.
짠딸은 이 모습을 보고 싶었다며 좋아라한다.
연신 카메라를 들리대며 찰방찰방 돌아다닌다.
악사들도 음악을 멈추고.
비 맞은 광장 테이블이 약간 쓸쓸한 풍광을 만든다.
이 테이블에서의 와인 한잔은 또 실패다.
바람도 차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힘이 빠져 걷기가 힘들다.
바포레토를 또 이용하기로 한다.
1일권 티켓으로 사길 잘 했다며
기우뚱 거리는 배의 리듬에 온 몸을 맏기고
베네치아의 마지막 밤을 총총 거둔다.
짠딸은 배에서 내려도 계속 흔들리는 것 같다고 한다.
우리가 내리려는 역 이름을 외치는 크루의 목소리가
아직도 힘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