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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들] 09
S#1. 주희 집 앞.
타미가 베란다 앞에서 자신있게 부른다.
타미 : 세희....세희....
S#2. 주희 집 거실.
휠체어도 세희도 없다
S#3. 집 앞..
타미 : 어어?...(더 크게) 세희...화장실 갔어?...세수해?...
윗층에서 상체 내미는 여자
여자 : (짜증) 이 집에 아무두 없어요.
타미 : 왜 없어?
여자 : 뭐야?!
타미 : 왜 없는데?
여자 : (어이없어) 너 몇살이나 먹었니?
타미 : (답답) 남이사 그게 무슨 상관이야..세희, 어디 갔냐고...
여자 : 아니 이 총각이,
타미 : 없다구 하니까 왜 없냐구 물어보잖아.
여자 : 뭐?
타미 : 기분 나쁘지 말구 말해 줘.
여자 : (기가 막혀 웃고는) 즈이 언니가 데리구 나가더라, 됐냐?
타미 : 언니?...어디로?
S#4. 이령의 집 거실.
이령은 다시 나가는 길이고 주희가 배웅한다.
세희(긴 치마나 바지 차림)는 휠체어에. 한켠에 세희의 외출 용품이 담긴 큼직한 가방.
이령 : 주희씨 다시 나가봐야 하거든. 사무실엔 내가 알아서 얘기할게. 아! 냉장고에 과일이랑 다 있으니까, 꺼내 먹구.
주희 : 네.
이령 : (세희에게) 이유두 모르구 남의 집에 피난와서 불안하지?
세희 : 뭔지 알 때까진 걱정 안할게요.
이령 : 그럼 됐구, (주희를 본다. 착잡한 웃음) 서변이 날 뭘 믿구 주희씰 맡기는지 모르겠네.
주희 : 여러 가지, 폐가 많아요.
이령 : 근데 또 여기 말구 다른 데 가 있으라구 했다면, 나 무척 서운 했을 거야.
주희 : 감사합니다...
이령 : 아, 참, (신발장 문을 연다) 이거,
주희 : (보면)
신발장 안에 가스총 전자총.
이령 : (웃음) 호신용이야. 혼자 살다보니까. 써 본 적은 없어.
주희 : 무슨 연락이 있으면 즉시 전화 드릴게요.
이령 : 그러자구
세희 : 안녕히 다녀 오세요.
이령, 웃으주고 나간다.
주희, 새삼 불안해지고, 세희, 주희를 올려다보는.
주희의 전화벨 울린다.
급히 전화기 꺼내는 주희.
S#5. 주희 집앞.
타미, 화분들 들여다보며 전화 중.
타미 : (전화) 언니?...나 타미야...나 세희 만나러 왔는데, 도대체 어디를 갔어?...언니가 데리구 나간 거 맞아?...
(웃음) 그러면 됐어... 그런데 언니 오늘 일 안 해?..어디 있어?...
S#6. 이령 거실.
주희 : (전화. 그 천진난만 앞에서 달리 할 말이 없는. 가라앉은 음성)... 잠깐 기다려. 세희 바꿔 줄게.
(송화구 막고 세희에게) 윤석기 물어봐.
세희 : (건네 받자 마자) 얘, 윤석기씨 지금 어딨니?
S#7. 주희 집 앞.
타미 : (전화) 회사에 없나?...화난 거처럼 말하지 마...그건 모르겠어. 그런데 아까 나한테 전화 했어. 세희랑 소풍 가두 좋다구...
S#8. 골목 어귀.
타미가 시무룩 오고 있다.
큰 길가에 봉고차가 한 대 서 있고,
운전석에 남자1(평소에는 별장 인근 농장에서 일하고 일이 있으면 움직이는 홍인기의 수하 중 한 명).
저만치 혼자 오는 타미를 보며 의아.
봉고차를 향하는 타미 얼굴 위로.
석기 소리 : 너, 세희랑 소풍 가구 싶다 그랬지...차, 보내줄까?...
타미가 봉고차에 오른다.
남자1 : 왜, 여자친구가 소풍 싫대?
타미 : 언니랑 어디 갔어. 나 그냥 호텔에 데려다 줘.
떠나는 봉고차.
S#9. 외곽 도로.
달리는 석기의 차.
몇 대 지나 혁중의 차.
또 그 뒤, 정호의 차 옆모습이나 앞모습.
S#10. 정호의 집 앞. 오후.
정호 차가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간다.
S#11. 주차장.
혜수, 운전석에 앉아 벨트를 매려다 보면, 정호의 차가 들어온다.
혜수, 벨트를 다시 풀고, 차에서 내린다.
저만치 선 정호의 차.
혜수, 의아하게 보며 다가가는. (운전석 반대편이라, 내리는 사람이 안 보인다)
혜수 : 들른 거야? 아예 들어 온 거야? (하다가 흠칫)
차에서 내린 남자2(홍인기의 수하)가 멋쩍은 듯 웃으며 인사.
혜수 : 누,누구세요?
남자2 : 대리 기삽니다. 급히 지방에 가실 일이 생기셨다구.
혜수 : ???
S#12. 거리. 혜수 차 안.
혜수 : (전화. 화난) 대리 기사 시켜서 전하면 기분이 좀 낫니? 직접 전화 한 통 해주면 안돼? 우리 같이 사는 거 맞아?
나 꼭 할 얘기 있으니까, 언제 들어올 건지 알려 줘. (음성 확인 버튼)
혜수, 화를 누르다가 다시 전화.
혜수 : (가라앉은 음성) 어, 이령언니?...나 혜수...서정호, 요즘 왜 그렇게 바빠?...
S#13. 어느 식당 밀실.
이령과 호식.
호식 : 뭐?...
이령 : (떫은) 혜수가 나오다가 봤는데, 지방 간다면서 차를 들어보녔더래.
호식 : 멀쩡은 한가보네.
이령 : (벌컥) 그럼 왜 연락이 안 돼?!
호식 : (본다)
이령 : 김주희 자매 피신씩이나 시키라는 건, 윤석기 쪽에서 뭔가 액션을 취하구 있다는 얘긴데, 그 자는 아침에 잠깐 나왔다가
사라져서 여태 안나타난대. 어디선가 단둘이 한판 붙는 거라면 그러다 말라 그러겠는데, 지금 그게 아니잖아!
호식 : 흥분하지 마.
이령 : (작게 한숨) 미안하다...어제 서정호 간 담에, 김주희 관련 서류 다섯 번쯤 보구 또 봤는데,
서정호 혼자 저런다구 될 일이 아닌거, 너무 알겠더라구...
호식 : 알아...
S#14. 송현 데스크. 오후.
이령이 굳은 표정으로 온다. 하영, 생각에 잠겨 있다가 일어선다.
이령 : (사무적) 알렉스 들어왔어?
하영 : 아니요,
이령 : 오면 좀 알려 주구, 저 방 친구들 회의 소집 해 줘. (가려는데)
하영 : 저, 김주희 어디 있어요?
이령 : (본다)
하영 : 저, 서정호 변호사님이랑 알렉스, 김주희 건에 대한 협상이 끝난 걸루 알구 있는데, 아닌가보죠?
어느 쪽이 반칙이예요? 아, 아니 본질이 뭐예요? 사건이예요, 아니면 감정이예요?
이령 : 하영씨 재밌어. (가려는데)
하영 : (웃음) 그리 믿을 만한 애는 못되지만, 주희한테 나쁘게는 안 해요. 저한테 나쁘지 않는 이상.
이령 : 그래, 그럼 뭐 하나 물어봅시다. 혹시, 알렉스 핸드폰 다른 번호 몰라?
하영 : (에?)
이령 : 원래 번호는 꺼져 있던데.
하영 : (멋쩍은) 죄송합니다...제가 별루 쓸모가 없네요...
이령 : 됐어. 고마워.
S#15. 이령 거실. 오후.
세희, 소파에 길게 앉아 큰 가방 뒤적이고, 주희는 세희 발치에 앉아.
주희 : (눈 앞을 보는채로) 화장실 안 가두 돼?..
세희 : (짐짓 웃음) 어, 불편할까봐 변기랑 다 챙겨왔어...(가방을 닫아 바닥에 내려놓는다)
주희 : ...
세희 : (살피는) 서변호사님한테 우리 일 부탁했어?
주희 : ..부탁한 건 아니야. 나 대신 알아보시는 중이었어. 윤석기 모르게.
세희 : (불안 감추려 외면)
주희 : (본다) 타미랑 다시 한번 통화 좀 해 볼래? 윤석기씨 지금 어디서 뭘 하는지, 자세히 좀 알아보라구
세희 : 걘 안되지...
주희 : ?
세희 : 걘 아마, 내가 물어보더란 말까지 다 할 거야. 그런 애야. 눈치 정말 없어.
주희, 일어서서 서성이는...막막하다.
세희 : 인제 슬슬 불안해...우린 느닷없이 피신해 있구, 윤석기씬 느닷없이 타미한테 나 데리구 소풍 가랬대구,
서변호사님은 몇시간째 통화가 안되는 게,
주희 : 뭔지 알 때까진 걱정하지 않기루 했잖아!
세희 : (벙, 놀라는)
주희 : (돌아선다) 미안하다...
세희 : ...
주희, 한숨조차 시원하게 못 토하는.
정호 소리 : 그거 니가 할려구 하면 안돼...니가 움직이면 표적이 된단 뜻이야...
S#16. 송현 이령 방.
이령과 재서, 기순, 유리, 이령의 사무적인 말투에 주눅들어 눈치 보는 분위기.
이령 : 그럼 본론은 대강 그렇게 끝내구,
재서 : 저, 서선배, 무슨 일 있어요?
이령 : 독립운동 하나봐. (둘러본다) 장기순.
기순 : (눈치 보며) 도영주씨 이혼 및 위자료 청구 소송은 내일 서류송달 할 끼고요,
이령 : 송달?
기순 : ?
이령 : 누가 벌써 하래? 몇 가지 사실 관계 확인 사항, 추가해야 한다구 했잖아.
기순 : 아이고,
이령 : (핸드폰 집으며) 왜 그래, 한창 나이에...(전화 받기를 기다리는)
기순 : 죄송합니다.
재서, 유리 : (눈치)
이령 : (전화) 어, (이름 말하지 않으려 조심하는) 송이령인데,
S#17. 이령 거실.
주희 : (전화. 황황히) 네, 무슨 연락, 아, 아니, 저, 윤석기씨 사무실에 들어 왔나요?
S#18. 송현 이령 방.
이령 : 아니...그게 아니라, 부탁 하나 하자...1층 오른쪽 방이 서재거든? 거기 책상 위에 A4 용지 한 장 있을 거야.
메모 잔뜩 해놓은 거...그거 좀 팩스루 보내줄래?...부탁해...어, 참 그리구, 나 일찍 들어갈 거야. (끊는다)
기순 : 댁에 누가 있습니까?
이령 : 응,
S#19. 이령 서재.
메모가 가득 쓰여진 A4 용지가 복합기에서 빠져나오고,
주희, 지켜보다가 문득 책상 위를 보면, 한켠에 큼직한 서류 봉투. 겉에 '김주희 관련' 이라고 써 있다.
주희, 자기도 모르게 손을 대려는데, 전송 완료 신호음.
주희, 급히 전화를 한다.
주희 : (시선은 봉투에 가 있는채 전화. 떨리는 내색 않으려..) 네, 김주흰데요, 방금 전송 됐어요...예....아무 일 없어요. 편해요. 네,
서둘러 끊고, 봉투에서 서류들 꺼낸다.
사고 기록. 권혁중의 지문 복사. 사진 등....눈이 커지는 주희.
덜덜 떨며 들여다보는 주희...숨죽인 채 천천히 시선이 움직이면서, 한 장, 또 한 장... 그렇게 한참...
바닥에 주저 앉으며 서류들 떨구는 주희...
S#20. 8부 #6 중에서
정호 : (나직) 숨 죽이구 가만 있어... 트럭 운전자, 신원 파악 하는중이야. 주민등록이 말소 돼서 지문 조회 부탁해 놨어.
S#21. 5부 #38 중에서.
타미 : 알렉스 너한테 나쁘게 했어. 너한테 돈 줬어. 어카운트 찾아서...그러니까 화내지 마.
S#22. 이령 거실
멍한 주희...
S#23. 5부 #54 중에서.
형사 : 김주희씨 계좌에 삼천만원이 입금 돼 있답니다. 긴급 체포 명령입니다.
S#24. 6부 #67 중에서.
주희 : 그 돈부터 돌려 줘야 하지 않나요?
정호 : (시동을 건다)
정호 : 날랐어.
주희 : (네?...)
정호 : 입금자 주민증은 가짜였어.
주희 : (멍하니 보는)
S#25. 이령 서재.
주희, 소리없이 눈물 흘리며 주저 앉는다...사실이 아니기를 바랬던 것들,
통장에 돈을 넣은 권혁중이 윤석기와 무관하지 않을 뿐 아니라, 사고 당시 트럭 기사였다는 것, 그건 정말이다.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용서하나...
게다가 혼자 애쓰는 정호, 연락조차 안된다. 위험할 수도 있다.
S#26. 6부 #78 중에서.
주희 : 나한테 돈 부친 그 사람, 아주 잘 아는 사이지?...
석기 : (표정없이) 아니.
주희 : (무시) 어떻게 아는 사람이야?
석기 : 누명을 벗게돼서 다행이야.
주희 : 석기씨지?...누명을 씌운 것두, 벗겨 준 것두...날 생각해서 벗겨 준 건 아니겠지만...근데 왜 하필 우리 부모님을 팔았어?
석기 : 서정호가 그러데?
S#27. 이령 거실.
멍한 주희...
S#28. 8부 #6중에서
정호 : (나직) 숨 죽이구 가만있어... 트럭 운전자, 신원 파악 하는 중이야. 주민등록이 말소 돼서 지문 조회 부탁해 놨어.
정호 : 다시 말하지만, 너, 절대루 가만 있어야 돼.
S#29. 6부 #78중에서
석기 : (나직히 내뱉는) 더 조용히, 죽은 듯이.
S#30. 8부 #34중에서
주희 : 어떻게 됐어요?...
정호 : (본다)
주희 : 트럭 운전자, 지문 조회...
정호 : (잠깐 머뭇)
S#31. 6부 #78중에서
석기 : 목숨이 붙어 있는 걸 감사하게 생각하라구! 알아 듣니?...
S#32. 이령 서재.
주희, 결국 흐느낌이 터진다. 소리내지 않으려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8부 #91 정호 소리 : 동생 데리구 송변 집에 가 빨리.
세희 소리 : 언니........
S#33. 이령 거실.
세희 : ??? 언니?....
사이.
주희가 종이 한장을 보이지 않게 대강 말아들고 내려온다. 침착하게 가라앉은.
세희 : 뭐가 그렇게 오래 걸렸어?
주희 : (차분) 세희야...
세희 : (주희 손에 말아들린 종이와 주희 얼굴을 불안하게 보는...)
주희 : 언니는, 니가 먼저 생각나서 말하기 전에는 물어보지 않을려구 헀어...
세희 : ?
주희 : 너, 그 사고, 어디까지 기억나?....
세희 : (시선 떨구는...)
주희 : 애쓰지 말구, 그냥 생각나는 데까지만,
세희 : ...
주희 : (안타깝게 보고)
세희 : (떨리지만 애써 참는) 무서운 게 있어...사람 얼굴인지, 뭔지 분간이 잘 안되지만, 무지 무서운 게...
주희 : (앉는다.정색) 세희야, 언니 봐봐...
세희 : (떨군 채)
주희 : ...너 머리 모양만이 아니라, 머릿속두 바꾸구 싶다 그랬지...
세희 : (입 꼭 다문 채 끄덕인다)
주희, 권혁중의 사진 카피를 보인다.
세희 : ???
권혁중의 얼굴. 사고 나기 얼마 전, 폭행혐의로 구속 됐을 때 찍은.
세희 : (촛점을 모으듯...)
주희 : (세희 표정 놓치지 않으련느)
세희 : (보다가...찌푸리며 고개 돌리는)
주희 : 정신 차리구...그냥 넘어가면 너 평생 못 벗어나.
세희 : (외면한 채 마구 끄덕인다. 떨리는) 알어...알어...
주희 : 잘 봐...
세희 : (본다)
주희 : 이게 그 무서운 거니?...
세희 : (멍해지는...)
굉음과 함께,
S#34. 회상. 사고현장.
차 안. 세희는 핸들에 엎드려 있고 주희모는 주희부 무릎에 고개 파묻은 자세, 주희부, 주희모의 머리 안은 채,
주희부 : 괜찮아! 세희는,
세희 : (숙인 채) 아, 아빠 나 정신있어.
주희부 : 자, 일단 내리자,
하는 순간, 트럭이 주희네 차를 향해 돌진.
차 안의 세식구, 경악하고,
트럭은 주희네 차를 덮친다.
다시 한번 후진하는 트럭. 덜덜 떨면서도 이를 악문 권혁중의 얼굴.
권의 얼굴 거대하게.
S#35. 이령 거실.
세희, 입 꽉 다물고 떨리는 것 참는.
주희, 가슴이 아프지만 침착하게 보는...
탁자 위의 권혁중 사진.
세희 : (안보려 애쓰며 간신히 침착) 저 사람, 살아 있어?...
주희 : (짧게) 응.
세희 : 어디 있어?...
주희 : 윤석기 가까이에.
세희 : (뭐?...)
주희 : ...
세희 : (눈물 후두둑)
세희, 소리없이 눈물 흘리며 끄덕이고, 주희, 눈 앞을 보며 서서히 결연해지는.
S#36. 서울 어느 지하실. 오후.
석기가 팔짱 낀 채 서서 물그러미 내려다 본다.
손 발 묶이고 테이프로 입 봉해진 채 모로 누워 있는 정호. 잠이든.
좀 떨어져 서 있는 권혁중과 남자 1,2.
석기 : 밤에 들릴게요.
혁중 : 예.
석기, 정호를 한번 보고 나간다.
혁중, 모자를 벗는다. 붕대 감은 머리.
혁중, 바케쓰로 물탱크의 물 퍼서 정호에게 들이 붓는다.
물벼락에 반응이 없는 정호, 혁중, 정호의 코끝에 손을 대보고, 고갯짓 하면,
다시 한번 물 퍼붓는 두 남자.
정호, 흡, 눈을 뜬다.
혁중 : 잘 잤냐?
정호 : (고개를 쳐든다. 이거 뭐야?, 여기 어디야...)
혁중 : 자 준비해.
남자1,2 : 예
S#37. 송현 안내 데스크.
석기가 들어오면, 은애와 민지,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석기, 웃어주며 지나가면,
은애 : (얼른 전화기 든다. 작게) 언니, 알렉스 떴어요.
S#38. 비서실 데스크.
하영 : (전화) 어, 땡큐 (끊고 내선번호) 양하영인데요,
S#39. 이령 방.
이령 : (전화) 고마워.
S#40. 데스크
석기가 온다.
하영, 재빨리 전화 끊고 머리를 귀 뒤로 넘긴다. 귀고리 잘 보이도록.
하영 : 선물 정말 감사합니다.
석기 : (짐짓 웃음) 잘 어울리네요.
하영 : 네, 정말 맘에 들어요...약혼녀께서는 언제 가시나요?
석기 : (소리 좀 낮추어 위협적으로) 김주흰 아직 안들어왔나?
하영 : (작게) 김주희가 나간 줄은 어떻게 알아? 이 안에 나 말구 정보원이 또 있나?
석기 : 지금 어딨지?
하영 : 오늘 저녁 어때? (귀고리 가리키며) 이거, 답례루 저녁 사구 싶은데, 물론 비싼 건 못사지만.
석기 : 시간 없어. 빨리 말해.
하영 : 전화긴 여러 갤 바꿔가며 쓰나보지?
저만치 이령이 방에서 나온다.
하영과 석기. 사무적 모드.
석기 : 대표님 방에 계세요?
하영 : 아니요.
이령 : 윤석기씨, 많이 바쁜가봐요?
석기 : 네, 좀...검찰에서 보충 자료를 원합니다.
이령 : 저녁 같이 할래요? 바빠두 밥은 먹을 거 아냐.
석기 : 이거 정말 뜻밖이네요. 그런 제안, 저한테 처음이시죠?
이령 : (새삼 웃음) 그동안 내가 너무 무심했죠?
석기 : 영광이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죠. 다른 약속이 있어서...
이령 : 아쉽네요...
하영 : (둘 사이 살피는)
석기 : 그럼.
목례하고 돌아서는 석기.
이령, 좀 보다가 간다.
하영, 답답증이 극에 달해 가슴을 치는.
S#41. 석기 방.
블라인드 틈으로 이령이 다시 방에 들어가는 것을 보다가, 전화기 집는.
S#42. 이령 방.
이령 : (전화. 나직) 준비 해 줘... 저번에 움직였던 사람들은 뺐지?
S#43. 석기 방.
석기 : (전화) 대기해 줘요...
S#44. 거리. 밤.
석기 차안. 석기, 운전하면서 백미러 힐끗.
수사관차 수사관1이 운전하고, 수사관2.
석기 차 안. 석기, 웃음.
그 뒤 모범택시 한 대.
S#45. 석기 호텔 방. 밤.
석기가 다른 방에서 나오고, 타미, 탁자 위 석기의 핸드폰 두 개 중 하나를 닫으며 딴전...노트북 컴퓨터와 가방.
석기, 책상 앞에 서서 가방을 챙긴다.
석기 : 세희랑 소풍 못가서 우울하냐?
타미 : (영어) 기분 나빴지...어디 있냐구 하는데두 어어, 그렇게만 대답하구...나를 못 믿는 거야.
석기 : 당연하지...실수하구, 잡혀가구...그런 앨 어떻게 믿겠니.
타미 : (영어) 그건 내가 실수한 게 아니라 여기 사이버 수사대가 실력이 좋아서야. 그리구, 경찰청 디비 크랙킹, 니가 시켰잖아
석기 : 어쨌든.
타미 : (영어) 너, 총 가져서 무섭지만, 그래두 이 말은 꼭 하구 싶어. 주희랑 세희한테 잘못한 거 있으면 사과해.
그리구 평화롭게 살자.
석기 : 무섭다면서 왜 이렇게 말이 많지?
타미 : (입다물며 눈치)
석기 : (가방을 닫으며) 타미,
타미 : (볼 멘) 왜,
석기 : 할 일이 있어
타미 : (불만에 찬 표정)
S#46. 동 현관 앞. 밤.
주차장에서 나온 석기의 차가 마당을 빠져 나가는 것이 보인다.
한켠에 서 있던 검찰차1이 뒤따라 나간다.
조금 후, 석기가 나오며 날카롭게 살피는데, 모범택시 다가간다.
S#47. 밤거리. 달리는 모범 택시 안.
뒷자리, 석기가 앉아 있고, 수사관3 운전 중.
수사관3 : (운전하며. 마누라와 통화하는 것처럼. 느릿느릿 태평하게 들리는 사투리) 저녁은 먹었어?..나 지금 손님 모시는 중여..
석촌호수 사거리...
석기 : (창밖 보다가 힐끗)
수사관3 : 아이고 가봐서 손님 없으믄 기냥 들어가께...밥 점 채려 놔...아, 왜 또...이만 끊어...(이어폰 빼며 웃음) 이거 죄송합니다.
석기 : 아니요, 괜찮습니다.
S#48. 다른 거리.
석기의 차 달리고, 운전 중인 타미.
그 뒤 수사관차. 수사관 1,2.
모범택시 안의 대화와 워키토키 잡음 들리는.
수사관3 : 그 동네 사시먼 부자기겄네요.
석기 : 그런가요?
호식 소리 : 즉시 이동 하세요, 번개 7호 지원, 이상.
수사관2 : (무전기) 즉시 이동. 번개 7호 지원, 이상.
수사관1 왼쪽 깜빡이 켜고, 수사관2, 차창밖으로 손 내밀어 경광등 올려놓는다.
경광등 번쩍이며 유턴, 맹렬히 달리는.
S#49. 이령 서재.
이령 : 눈치 챈거야?
호식 : 그렇지
이령 : 택시두?
호식 : 그건 아직 모르겠어요. 내려서 움직이는 걸 봐야지.
S#50. 잠실 선촌호수 부근 큰 길가.
모범 택시 다가온다.
석기 : 여기 세워 주세요
수사관3 : 어디...저기 은행 앞이요.
석기 : 네
택시 서고, 석기가 내린다. 가방을 든.
저만치 상가 건물 앞에 서있던 수사관2, 슬쩍 눈이 빛나고,
S#51. 불야성 유흥가.
석기, 사람들 사이를 빠르게 지니간다... 좀 떨어져 수사관2.
전화 끊으며 더욱 빨라지는 석기 발걸음...수사관2, 거리 유지하면서
석기, 옆골목으로 사라지자, 수사관2, 달려가 모퉁이에 몸을 숨기고 골목 안을 살핀 다음 들어간다.
S#52. 골목.
술집 가득.
수사관, 좌우를 살피며 간다. 석기 모습 보이지 않는다.
S#53. 어느 건물 지하 주차장.
지하주차장에 들어선 석기, 헤드라이트로 석기에게 신호를 보내고 석기가 타자 붕 떠나는....
S#54. 이령 서재.
호식 : (전화 끊으며 낭패스러운) 아, 증말,
이령 : (이마를 짚으며 낙담하는)
S#55. 이령 침실.
세희 : 전화기 줘봐.
주희 : 타미한테?
S#56. 석기 호텔 방.
타미가 전화 하면 들어온다. 쇼핑백 같은 것 들고 있다.
타미 : 아직두 집이 아니야?...언니랑 그렇게 많이 놀아?...도대체 어디서 놀아?...나 방금전에 알렉스 심부름 갔다 왔어...
응?...(반색하며 선다) 어어, 그거 가르쳐 줄 수 있어. 좀 전에 석기 다른 쎌폰 봤어. 번호도 알아.
S#57. 이령 침실
세희 : (전화) 말해 봐.
주희 : (급히 침대 옆 탁자의 볼펜 집어들고)
세희 : 010...(한 자리씩 부른다) 7941..7772.
주희 : (떨리는 손으로 적는다)
주희는 나가고 세희는 계속 통화.
세희 : (짐짓 웃음) 으응, 언니가 통화 하구 싶대서...별일은 아닌가 봐...고마워...
S#58. 이령 서재.
노크 소리.
이령, 책상 한 켠 '김주희 관련' 서류 봉투 급히 엎어 놓으며 대답.
이령 : 어, 들어와.
주희가 들어오면,
이령 : (황황히 웃음) 어, 걱정 많이 되지? 동생, 집에 가구 싶어 하지 않어?
주희 : (메모 내밀며) 윤석기씨, 다른 번호를 알았어요.
이령이 얼른 메모지 받아 들고, 호식이 같이 본다. 주희, 서류 봉투 얼핏 보고는,
주희 : 제가 먼저 윤석기랑 통화를 하구 싶었지만, 그래서 일이 잘못되면 안될 거 같아서요.
이령 : (본다)
호식 : 위치 추적부터 해야지. (전화. 단축번호 누르고 받기 기다리며) 만에 하나 대치 상황이면, (전화) 어 난데요,
윤석기 사용중인 번호, 010 7941에
이령, 주희 : (외면)
S#59. 지하실.
가방을 든 석기가 들어와 선다...퍽 퍽 소리 들린다...
권혁중이, 이불 덮어씌운 정호를 쇠파이프로 내리치는 중. 이불 틈으로 테이프로 봉해진 정호의 입. 묶인 손 발.
비명소리 안나지만 심하게 일그러지는 미간과 고통스러운 눈. 땀에 젖은 머리.
한 쪽 구석에는 큼직한 마대자루 같은 것이 짠뜩 쌓여 있다,
석기, 다가온다...권혁중, 멈추고 이불을 벗기며 발로 정호를 민다. 정호, 모로 누워 버린다.
석기, 탈진한 정호를 내려다 본다...정호, 눈을 들 힘도 없다...
석기, 홱 돌면서 권혁중을 찬다.
석기 : 누가 이 따위루 모시래
혁중 : (고꾸라졌다가 얼른 일어서서) 상처 안나게 신경 쓰고 있습니다.
석기, 정호 보란 듯이 더욱 야비하게 패고 차고, 혁중 역시 고스란히 맞아준다. 제스처다.
바닥의 정호, 그 소리 들어며, 미친 놈 하는 듯...
잠시 후.
정호, 의자에 앉아(라기보다는 걸쳐져)있고, 책상 맞은 편에는 빈 의자.
석기는 서 있다. 혁중과 남자 1, 2는 없다.
책상 위에는 석기의 가방.
석기 : (본다...) 김주희, 민첩하게 피신시키셨던데요...정말...정말 잘하셨습니다...
안그랬으면 선배님, 그 두 자매, 여기서 대면할 뻔 했는데...역시 선배님 다우세요...실은 저두 이게 좋습니다.
선배님 하구만 둘이서 얘길 하는 게 더 편하니까요.
정호 : (눈앞만 물끄럼...)
석기 : (서성이며) 한데, 정말 큰 실수를 하셨어요...제가 그토록 여러번, 제 진심을 담아서, 간곡하게, 제발 가만히 계셔달라고
부탁했는데...이런 일은 없기를 바랬는데...(멈춰선다) 인젠 더 이상 아무것두 감출 필요가 없죠?...
정호 : (간신히 보면)
석기 : 제 방식대루 하겠습니다...그게 아니구서는, 선배님을 이렇게 모셔올 수두 없었겠죠...(손을 뻗어 테이프 홱 잡아 떼고)
정호 : (따가운 듯 미간 찌푸렸다가,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터는)
석기 : 고생하셨어요...
정호 : (힘들게 눈 앞을 보는) 개소리 집어치우고, 이제부터 내 말 좀 들어봐...
석기 : (본다...)
정호 : 김주흰 그거 아직 다 몰라...
석기 : (멈칫...)
정호 : 내가 아는 거의 십분지 일두 몰라...
석기 : (굳어진 채 본다...)
정호 : (통증 참느라 고개 반쯤 떨구며 심하게 찌푸리는) 어으 (인상 쓴채 고개 들며, 약이 바짝 올라 버럭) 아퍼 죽겠잖아, 임마...
좀 작작 패라구 하지! 패서 죽일 거 아니믄!
석기 : (무표정 쏘아보며) 말씀 계속 하세요.
정호 : (쏘아보는) 내가 주희한테 왜 말 못했는지 알아?...너 권혁중이랑 그렇게 얽혀 있는 거 확인하면,
그 맹추 확 미쳐버릴까봐! 차마! 말 못한거야 알어?...
석기 : (휙 돌아서고)
정호 : 그 새끼가 총질만 안했으믄, 나, 주희더러 피하란 소리 안했을거야...
그렇게 무식하게 나올 정도면 주희나 주희 동생 어쩌는 건 일두 아니겠다 싶어서 피하라구 한 거지...
석기 : (돌아선 채) 어쨌든, 잘 하셨어요...
정호 : ...윤석기...너, 무지하게 두렵구, 외롭지?...
석기 : ....
정호 : 물론, 권혁중이란 놈 신상을 파악한 정도루 뭘 다 알았다구 할 수는 없겠지...
근데, 불행히두 지금까지 니가 보여준 여러 가지가, 사람 의심 많이 하게 만들어...그런 게 다 사실루 확인되면,
그리구 김주희가 그걸 알아버리면, 넌 아마 니 손으루 니 목숨 끊어야 될거다... 쪽 팔리구 슬퍼서...
석기 : ...
정호 : 그렇게 되면 또, 그 맹추는 평생토록 가슴이 찢어지겠지...
석기 : (혼자 냉소)...저, 아주 불쾌합니다....왜냐...선배님 말씀, 다 맞으니까요....
정호 : 그렇다면 뭔가 결정을 해라...
석기 : ....
정호 : ..우선, 주희한테 다 털어놔...
석기 : ....
정호 : 내가 그애한테, 내가 알구 있는 만큼을 다 말하지 못하는 거랑, 니가 못하는 거랑은 비교 할수 없어...
난 주희가 그 사고에 대해서 뭘 알아내겠다구 하다가 지금 나처럼 당하는게 두렵구,
또 너에 대한 미움을 감당 못하는 게 걱정이 되는 정도지만, 넌 달라...
석기 : ....
정호 : 이 문제 관한한 주희도 벗어나고 너도 벗어나는 건 그 방법뿐이야
석기 : ....
정호 : 잘 생각해봐...내가 도울수도 있어...
석기 : ....
정호 : ....
석기 : ...선배님은 행운아예요...무슨 말을 해두 다 그럴 듯하게 들리구, 무슨 짓을 해두 늘 알리바이가 있죠...
넘치는 것두, 부족한 것두 없이, 와이프 적당히 아프구, 선배님 양심 적당히 괴롭구... 그런거 감사한 줄 안다면,
이것두 적당선에서 멈췄어야 했어요...김주희 안전을 보장하는 선에서.
정호 : 너 살 길 딱 하나야...
석기 : ...
정호 : 다 놔버리는 거...불가항력이었다, 어쩔 수 없다, 그러면서 너무 한참 가버린 모양인데, 그래서 더 막가는 모양인데,
그렇지 않아...놔버리면, 없던 길두 보여...숨겨야만 하기 때문에 틀어잡구 있는 거, 한 번 놔 봐....
석기 : ...
정호 : 주희네 교통사고, 너, 윤석기, 권혁중...그 위루 정우석의 비자금...그 위루는 모르겠어...헌데 관계도는 대충 그러져...
니가 권혁중과의 관계를 밝히는 게, 그 관계도에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지는 모르지만, 그거 두려워 하지 마...
치를 값을 치르구, 달게 받는다 생각하구,
석기 : 됐습니다
정호 : .....
석기, 천천히 돌아서서 책상 위 가방을 연다.
석기 : 그거 역시 그럴 듯하게 들려요...한데 좀 비경제적이네요....
정호 : (보다가 멈칫. 심하게 미간 좁히는)
방아쇠 당기는 석기 손. 매끈한 금속성 음향과 함꼐 마대 자루에 푹 꽂히는 총알.
정호, 잠깐 눈을 감았다 뜨면,
석기, 정호 향해 정조준, 소음기 장착된 권총.
정호 : (눈앞을 물끄러미 본다) 사실을 알구 있거나, 알아야 하는 사람들, 다 그런식으루 지우구 다닐래?...김주희까지두?...
석기, 겨눈 채 다가선다...정호 관자놀이에 총구를 대는...
석기 : (빙긋) 아실지 모르지만, 저 선배님 좋아합니다...(겨눈 채) 제가 한국에 계속 있었다면,
기꺼이 선배님 추종자가 됐을 겁니다...
정호 : ...총 앞이라 웃음이 안나는데, 너 지금 무지하게 웃겨...아니, 불쌍해...
S#60. 초고층 건물 꼭대기. 밤.
비현실적인 실루엣.
정호와 석기가 가장자리에서 아슬아슬 격투를 벌이다가 둘 다 떨어지는...
S#61. 이령 거실.
어둑하다. 주희, 흐득흐득 울음 삼키며 잠꼬대. 소파 한구석 쿠션을 베고 오그려 누운 채.
주희 : (서럽게) 안 돼...안 돼...
정호 소리 : 김주희...
주희, 얼핏 눈을 뜬다. 깜짝 놀라 몸을 세우면,
정호가 거실 어귀 벽에 손을 짚고 기대 서서 보고 있다...후줄근한 차림, 탈진한 모습...
주희, 어리둥절 눈물을 닦으며 일어나서는...꿈인가?...
정호, 무거운 몸 끌고 천천히 다가와 선다.
정호 : 하루 종일 여깄었니?...
주희 : (여전히 놀란) 네...
정호 : 동생은...
주희 : (놀란 눈은 정호를 향한 채 말이 안나와) 자, 잠들었어요...
정호 : 왜 그렇게 보니...
주희 : (진짜구나...꿈 아니구나...새삼 눈물 핑) 꿈인 줄 알았어요...
정호 : (본다...)
주희 : 근데 왜 아프신 거 같죠?
정호 : (얼핏 웃음)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니구, 땀 많이 흘리구...그래서 그럴 거야...
주희 : (보다가, 황황히) 마실 거라두 내 올게요. (가는데)
정호 : 괜찮아, 안 마실래.
주희 : (돌아서서 정호의 등을 본다...)
정호 : 걱정했어?...
주희 : (숨을 깊게 들이쉬고는)...한 번...안아봐두 돼요?...
정호 : (멈칫...얼핏 웃음) 그럴 줄두 아네?...
주희, 등 뒤로 다가선다...
정호 : ...
주희 : (머뭇머뭇 손을 들어 머뭇머뭇 안는다. 등에 뺨을 대는)
정호 : (주희 손 잡는다)...
주희 : (숨 죽인)
정호 : 별거 아니었어...
주희 : 오늘은 아무것두 안 물어볼게요...왜 저희더러 여기 와 있으라구 하셨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호 : 그래 줘....
주희 : 제 얘기두 안할게요...
정호 : (멈칫...) 니 얘기...
주희 : 그냥 여기 서 계신거만 확인할게요...
정호 : (혼란, 불안)
주희 : (막막한 심정. 눈을 감는데 눈물 굴러 내린다)
한참동안 미동없이...각자 깊은 두려움.
주희는 이미 알아버린 사실을 말하기 두렵고, 정호는 석기와 주희, 둘 다에 대한 연민이 두렵다.
S#62. 어느 동네. 밤.
이령 : (전화. 빽 소리지는) 야, 이 또라이야!
저만치 수사차량들 옆에서 수사관들과 얘기 중이던 호식이 돌아본다.
S#63. 거리. 밤. 달리는 택시 안.
뒷자리엔 주희와 세희. 정호는 앞자리에 기대앉아 전화 중.
정호 : (전화. 아프고 탈진한 와중에도 히죽 웃음) 동네 탐문 중이냐?...위치 추적까지 했으면 찾아야지...아, 왜 화를 내고 그래...
오늘만 날이야? 내일 만나 얘기하면 되지...집에 가는 중이야..같이 나왔어...중간에 들러서 내려 줄려구...
주희는 좀 굳은 표정이고, 세희는 주희 기색을 살피는.
S#64. 어는 동네. 밤.
이령 : (전화. 이가 갈리는) 그래...잘 들어가구, 내일 보자?...(확 끊는다)
호식 : (기가 막혀 보다가 수사관들 향해) 철수합니다.....
이령 : (화를 누르는)
S#65. 정호 거실. 밤.
어둑하다.
정호, 바닥에 댓자로 누워 있고, 혜수, 베개로 이불을 들고 나와 정호 위에 휙 던지고 들어간다.
S#66. 지하실.
석기 : 인제 그만 입 다무시구...(총부리로 정호 이마를 지그시 만다...웃음) 이거, 선배님에 대한 제 애정표현입니다....
정호 : ...
석기 : ...눈 감으시죠...
정호 : ...그래.....(눈을 감는)
석기 : ....
석기의 상상, 총을 자신의 관자놀이에 대고 방아쇠를 당긴다.
권혁중이 다가온다. 열려있는 전화기를 들고 있다. 석기, 정호를 한번 보고는 총을 내린다...
혁중에게서 전화기 건네받는 석기
석기 : 뭐지?....
정호 : (눈 앞만 볼 뿐인데)
석기 : (전화. 나직) 접니다.... 알겠습니다...(끊으면)
혁중, 석기 손의 총과 전화기를 빼낸다. 석기, 선선히 내주는.
혁중이 나가면,
정호 : ...뭐지?...니 윗선이냐...
석기 : ....
정호 : ...
석기 : (자조) 아셨죠?...저란 놈, 별 거 아니라는 거...
정호 : ...미안하군...다 봐버려서....
석기 : (웃는데, 입꼬리 떨리는)
정호 : ..나 내일부터 너 어떻게 보냐...
석기 : 전 괜찮습니다.
정호 : 한겨울에 벌거벗구 다니면서 안춥다구 히히 거리는 건, 미친놈 아니면 환자야.
석기 : (돌아선다) 모셔다 드릴게요...
정호 : (본다...)
석기 : ...
정호 : 이거나 좀 풀어주지?...
묵묵히 풀어주고 풀리는 두 남자...
S#67. 정호 거실.
정호, 모로 누우며 이불을 감싸안는다...
S#68. 안가. 밤.
어둑한 실내.
소파에 깊숙이 파묻혀 앉아있는 석기. 하영이 좀 떨어져서 술을 따르며.
하영 : (아무렇지도 않게) 이 시간에 나오래서 좀 놀랬어...게다가 여기, 나로서는 좀 떫은 데잖아?...
너 용도폐기다, 열쇠 바꿨으니까 딴 데 가서 놀아라...그날, 무척 슬프더라구...
석기 : ...양하영....
하영 : (본다...)
석기 : 미안한데, 나 좀 재밌게 해줄래?
하영 : ?...(조금 자세히 보는)
석기 : (얼핏 눈물 번뜩)
하영 : (본다...일부러 퉁명) 간지럼 태워 주까? 재미있는 얘기해줄까?
석기 : ...
하영, 곁에 앉는다. 석기, 꼼짝도 않고, 하영은, 눈 앞을 물끄러미 본다...
하영 : 왜 까불구 싶지두 않구, 땡기구 싶지두 않을까?...뭐가 싸아하네?...
석기 : ....
하영 : 이게 윤석기 매력인가?...핏대내다 제풀에 지치게 만다는거?...당신 약혼녀두, 거기 사로잡혔나?
...나같음 무슨 말을 들었든 간에, 김주흴 절대 만나구 싶지 않을텐데...(본다) 재밌어?
석기 : ...응...무슨 얘기든 계속 해 봐....
하영 : (본다...)
석기 : ....
하영 : (이런 느낌...이거 뭘까...)
S#69. 석기 호텔 레스토랑. 다음 날 아침.
석기와 데비가 아침 식사 중. 데비, 쉴 새없이 재잘재잘.
데비 : 나 기분 좋아...만약에 김주희씨가, 그 나한테 전화해준 여자처럼 이상했다면, 정말 속상할 뻔 했어...
저런 여자랑 사랑을 했을까, 나두 그 수준 밖에 안되겠구나, 그런 생각 들 뻔 했다구...
석기 : 이럴 때 뭐라구 해야하지?
데비 : 그냥 듣기만 해.
석기 : 아무튼, 잠깐이라두 화나게 해서 미안해.
데비 : 아니야 오빠가 잘못 아니니까 괜찮아...근데 오빠 쪼끔 조심은 해. 그 이상한 여자, 자기 혼자 오빠를 좋아하는지두 몰라.
석기 : 그 친군 짝사랑 타입이 아닌데?
데비 : 그럼 순전히 심술인가? 그렇담 진짜 이상한 거다, 그치?
석기 : (웃음)
데비 : 아 맞다. (가방에서 뭔가 꺼낸다. 조그만 상자) 이거 김주희씨한테 좀 전해 줄래?
석기 : (내심 당혹) 어어, 뭔데...
데비 : 비행기 시간만 아니면 한번 더 만나구 싶었는데 그냥 가서 서운하다구, 미국 오면 연락하라구.
석기 : 한국에선 그거 좀 어색하지...
데비 : 어우 아니야...(상자를 석기 앞으로 밀어주며) 꼭 전해 줘....
석기 : 알았어...
S#70. 동 현관 앞.
데비와 석기가 작별의 포옹. 석기 손에는 주희에게 전해주라는 선물.
석기 : 공항에 못나가서 미안해...
데비 : 괜찮아. 아저씨가 오빠 힘들게 하지 말래. 바쁜 사람이라구.
석기 : 건강해.
데비 : 오빠두...
차가 서 있고, 석기 문을 열어준다.
데비가 차에 오른다.
데비, 뒷좌석에 앉아 차장을 내린다.
데비 : 그거 김주희씨 꼭 전해 줘?
석기 : 그럴께...
데비, 손바닥 키수를 후 불어보이고, 석기 웃어준다. 차 떠난다...
석기, 잠시 바라 보다가, 손에 든 상자를 본다...
휴지통에 버리고 가는 석기.
S#71. 이령 방.
정호는 책상에 놓인 커피잔 바라보고, 이령은 서서 커피잔을 든.
주희 : (빈 쟁반 든 채 차분) 어젠 정말, 여러가지 감사했습니다.
이령 : (짐짓 웃음) 뭐가?
주희 : 안심시켜 주시고, 편히 쉬게 해주셨어요.
이령 : 그랬다면 나두 좋지.
주희 : ....그랬어요....
이령 : 서변 밉지않니? 하루 종일 속깨나 탔을텐데.
주희 : (얼핏 정호를 보는)
정호 : (찻잔을 든다)
이령 : (힐끗 보고는) 주희씨한테두 암말 안했어? 어제 무슨 일 있었는지?
정호 : 됐어...
주희 : 저, 그럼.
주희,나가면.
이령 : (본다)
정호 : (차 또 한모금)
이령 : 만약에 그 서류 김주희가 봤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
정호 : (뭐?)
이령 : 고백할게. 어제 나, 김주희네 두 자매 우리 집에 데려다 놓구 다시 나왔거든..근데 내가 회의 중에 팩스 좀 보내달라구 했어..
정호 : (그런데?)
이령 : 근데 나중에 생각하니까 그 서류가 김주희 코앞에 있었더라구...
정호 : (뭐?!!!!) 야 넛
이령 : (한숨) 봤냐구 물어 볼 수두 없구.
정호 : (멍...)
주희 소리 : 아무것도 안 물어볼게요... 제 얘기두 안할게요...
S#72. 지원실 앞 복도
주희, 들어가려는데 석기가 온다. 멈칫 서는 둘. 마주 본다...
2층에서 정호 이 모습을 본다.
S#73. 비서실 데스크
석기 계단 올라오고, 하영 인사를 건넨다.
하영 : 굿모닝 알렉스.
석기가 온다.
석기 : (작게) 어젠 고마웠어. (가려)
하영 : 김주희 나왔던데.
석기 : 봤어.
석기, 간다
하영 소리 : 이거 뭐지?...왜 약혼녀보다 김주희가 더 신경이 쓰이나...
S#74. 정호 방.
정호, 착잡하게 서 있는데. 노크 소리.
정호 : 네.
석기가 들어온다...정호, 본다...
석기 : (담담하게 보는) 몸은 괜찮으세요...
정호 : 죽겠어...
석기 : (얼핏 시선 피하는)
정호 : 나한테 완전히 무장해제 할 거 아니면, 말두 꺼내지두 마...
석기 : ...
정호 :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석기 : 있을 수 없는 일은 이 세상에 없죠.
정호 : 나 너희, 둘다 불쌍해. 그래서 기분이 뭣 같애.
석기 : 선배님은 저란 인간, 다 보신 거나 다름이 없어요...주희는 그렇게 되지 않게 해주세요...
주희가 저에 대한 증오루 망가지지 않게, 가려주세요...
정호 : (본다...)
석기 : (돌아서는)
S#75. 비서실 데스크.
하영, 주희, 일손 놀리며 잠시 말이 없다가,
하영 : 어제 어디 갔었어?
주희 : 놀았어. 세희랑. 하루 종일.
하영 : 세희가 놀아달라 어리광이라두 부리데?
주희 : 응.
하영 : 우리 바터제루 하자. 나 어제 간만에 윤석기랑 데이트 했어. 심사가 울적하대서.
주희 : (잠깐 손 멈췄다가 다시 움직이는) 그 착한 약혼녀는 어떡하구.
하영 : 심하게 울적했던 게지. 나두 왠지 그렇더라구...근데 그것두 괜찮더라...암말 안하구 가만 있는 거...
뭔지 모르는 우정 같은게 생기는 거 같기두 하구...
주희 : ...
하영 : 인제 니 차례야, 말해봐.
주희 : (서류를 들고 일어선다) 미안하다. 할 게 없어, 난.
하영 : 그럼 내가 밑지잖아. 김주희.. 아우 기집애.
주희 간다.
S#76. 동 정호 방.
정호와 주희.
정호 : 니 얘기, 해봐...
주희 : (본다) 어제, 윤석기 만나셨어요?...
정호 : (본다...)
주희 : 저보다 더 위험하신 거 같애요...
정호 : 무슨 뜻이야...
주희 : 인제 제가 할 수 있게 내버려 둬 주세요...
정호 : (멈칫)
주희 : 저 서류다 봤어요...
정호 : (멍...)
주희 : 어떤 식으루든 정리 되지 않으면
정호 : (자른다) 김주희.
주희 : (본다)
정호 : 윤석기한테, 시간을 좀 주는게 어때...
주희 : (네에?...)
정호 : 니가 헤집어서 다 들여다보기 전에, 윤석기가 너한테 필요한 걸 스스로 말하게 해줘.
주희 : 그 사람 그거 안되는 사람이잖아요. 제가 뭐때문에 그 사람한테 시간을 줘야 하죠?
정호 : 니가 상처받는 게 겁나니까....
주희 : (본다)
정호 : 사나워지구, 차가워지는 게 겁나니까...
주희 : (똑바로 보는) 그래두 지켜봐 주세요...확인하구 싶을 때 언제든 확인 할 수 있게요. (돌아선다)
정호 : (본다...막막해지는) 그렇게 못해.
주희 : 저도 못해요. 밤새 생각했어요. 어제 무슨일이 있었는지 잘 모르지만 심하게 위험했구 심하게 힘드셨다는거 알아요.
정호 : 별거아니라구 했잖아.
주희 : 변호사님이 잘못되면 전 어떻해요. 제발 저 때문에 다치지 말아주세요. 저를 위해서 제가 힘들면 기댈 수 있게요.
정호 : 너 그거 잘못생각한거야
주희 : 아니에요.
정호 : 아니긴 뭐가 아니야 맹추야.
주희 : 저 맹추아니라고 했잖아요.
주희 나가고, 정호 불안해 한다.
S#77. 어느 동사무소 앞. 낮.
주희, 굳은 표정으로 나온다...선다...
직원 소리 : 없는데요 기록이 없습니다. 이제 마지막 주소진데요...
S#78. 어느 레스토랑
정호와 헤수,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혜수 : 밥 먹구 만날 걸 그랬나봐.
정호 : 왜,
혜수 : 할 얘기 있는데 밥까지 먹기는 부담스러워.
정호 : 먹구, 천천히 해...
혜수 : 주희 좀 어때?
정호 : 뭐,
혜수 : 하긴, 당장 살아야 하니까...어떨 땐 주희가 부럽더라. 매맞을 소리겠지만...
정호 : 무슨 소리야...
혜수 : 난 절박한 게 없잖아....아픈 동생두 없구, 돈을 벌어야 하는 처지두 아니구...
정호 : 할 얘기라는 거, 주희 얘긴가?
혜수 : 실은 나 연주회 갔었어.
정호 : (뭐?)
혜수 전화 벨, 전화기 꺼내면, '김주희'
혜수, 선다. 전화 받으며 가는 혜수, 정호, 불안하게 보는.
혜수 : (전화) 어...웬일이야?...잘 지내?...
S#79. 동사무소 앞.
주희 : 죄송합니다. 이런 전화 안드릴려구 했는데, 저희 부모님 빈소에 오셨을 떄, 혹시 명함 주신 직원 기억하세요?...
S#80. 레스토랑 일각.
혜수 : (전화. 당혹스러운) 얼굴은 기억안나...근데 왜?...(눈이 커지는)
S#81. 동사무소 앞.
주희 : (전화) 그럼 그 직원이랑 무슨 얘기 하셨는지 기억나세요...
S#82. 레스토랑 일각.
혜수 : 그래 그 아가씨 어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는 말 꼭 좀 전해달라고 했지 얼굴은 기억안나.
S#83. 홍인기 거실.
홍 : 어제 내가 자넬 막은 것은, 아직은 자네가 필요해서야...
석기 : ...
홍 : 자네 손에 피묻히면 곤란하지..
석기 : ...
홍 : 인제는 내가 직접 관리하겠네...김주희, 서정호.
석기 : (철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