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의 맛] 바다가 차린 성찬
입력 : 2005.04.07 15:18 41' / 수정 : 2005.04.08 08:32 47'
▲ 만개한 동백꽃이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해 떨어지듯, 태양이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섬 너머 바다로 돌아가고 있다. 미륵도 산양일주도로 달아공원에서 본 일몰은 그 자태가 빼어나기로 이름 높다. | |
통영은 음식으로도 유명한 도시. 전혁림미술관을 운영하는 전영근 관장은 “통영은 옛날부터 수산업을 하면서 돈을 모은 부자들이 많았고 음식재료가 유달리 풍부해 음식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눈만큼이나 입도 즐거웠던 이번 통영여행에서 맛본 별미 베스트 5!
◆시락국밥
오전 6시, 서호시장 뒷골목 ‘원조시락국집’은 생선 경매를 마친 뱃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들은 ㄱ자로 꺽인 길고 좁은 탁자에 줄지어 앉아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국그릇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시락국은 시래깃국의 통영 사투리. 국물은 생선으로 낸다. 원조시락국에서는 장어 머리를 푹 곤 국물에 무청과 된장을 넣어 끓인다.
펄펄 끓는 시락국에 산초와 비슷한 재피(초피) 가루와 김가루, 청양고추, 부추무침을 입맛대로 넣어 먹는다. 구수하면서도 시원하다. 말이국밥 3000원, 따로국밥 4000원.
막걸리 한 잔(1000원)을 곁들이면 기막히다.
반찬이 듬뿍 담긴 그릇들이 좁다란 테이블에 가득하다. 원하는 만큼 덜어 먹는다. 원조시락국(055-646-5973) 옆으로 ‘하동시래기국’(055-642-0762), ‘골목집’(055-645-0777), ‘가마솥’(055-646-8843) 등 다섯 집 정도가 가지런히 붙어있다.
◆도다리쑥국
도다리쑥국은 통영에서, 그것도 봄에만 먹을 수 있는 별미다. 과연 대단했다! 봄향기가 입안을 가득 채우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국물을 한 숟갈 퍼서 입에 넣으니 코끝이 아릴 만큼 쑥향이 진했고, 하얀 도다리 살은 눈처럼 부드럽게 혀 위에서 녹아내렸다.
납작하게 썬 무를 넣고 팔팔 끓인 육수에 도다리를 넣고 소금과 마늘, 후추로 간을 했다. 여기에 쑥을 뜯어 넣고 그릇에 담아 낸다. 제철 도다리와 어린 야생 쑥을 써야만 제맛이 난다고 한다.
통영회식당 김석임씨는 “원래 3월 말이면 쑥을 구하기 어려우나, 올해는 늦추위 덕분에 5월까지 도다리쑥국을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도다리쑥국을 따로 하는 집은 없고,
통영시 곳곳에 있는 횟집이라면 대개 맛볼 수 있다.
한 그릇 7000원~8000원. 통영회식당(055-641-3500), 터미널회식당(055-641-0711) 등 여객선터미널 앞에 여럿 있다.
◆다찌
통영에만 있는 독특한 술문화 ‘다찌’를 아시는지. ‘한바다회실비’집 주인 김미숙씨가 알려준 다찌는 이러하다. 우선 술은 3만원이 기본. 소주와 백세주는 1병에 1만원, 맥주는 1병에 6000원으로 친다. 소주는 최소 3병, 맥주라면 5병은 마셔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3000원이면 마시는 소주를 1만원씩이나 내야 한다니 비싼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술만 시키면
안주가 푸짐하게 딸려 나온다.
전어회, 쥐치회, 멸치회 등 각종 생선회에 바다달팽이, 굴, 문어, 바닷가재, 게다리, 미역, 조갯살 등 각종 안주 열댓 개는 기본. 미수동 해저터널 가는 길목에 있는 ‘울산다찌집’(055-645-1350)과 무전동 베스트마트 옆 한바다회실비(055-643-7010)를 추천하는 통영사람들이 많았다.
◆오미사꿀빵
통영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오미사꿀빵’(055-645-3230)을 그리워한단다.
통영 어머니들은 군대간 아들 면회갈 때 이 집 꿀빵을 꼭 싸가고. 적십자병원 뒷골목에 있다.
꿀빵이 떨어지면 가게 문을 닫는데, 워낙 인기가 많아 일찍 문을 닫는다고 했다.
과연 오후 3시쯤 찾았더니 닫혀 있다.
다음날 아침을 먹고 바로 가게로 달려갔다.
손님이 앉을 만한 자리도 없는 허름한 가게 안에 동그랗고
반짝반짝한 ‘꿀빵’이 네모난 쇠접시 위에 가득 쌓여 있다.
도넛처럼 노랗고 폭신한 빵반죽으로 팥고물을 얇게 감싸 튀긴 다음 시럽을 뿌리고 깨를 묻혔다. 달콤한 팥고물과 구수한 빵이 아주 잘 어울렸다. 어린아이 주먹만 한 1개 500원.
◆충무김밥
설명이 필요 없는 통영의 명물.
여객선터미널에서 김밥을 팔던 어두리 할머니가 밥이 쉬는 것을 막기 위해 밥과 반찬을 분리해 팔면서 김밥의 역사를 새로 썼다.
맨밥을 넣은 손가락만한 김밥 8개에 시원한 깍두기와 매콤고소한 오징어무침을 곁들인 1인분이 3000원.
항남동 통영문화마당 부근에 있는 뚱보할매김밥본점(055-645-2619)이나 한일김밥(055-645-2467)이 훌륭하다고들 하나 어디나 맛은 평균 이상이다.
첫댓글 난 식도락도 아닌데..도다리 쑥국이라...입맛이 당기네.ㅎㅎㅎ.물론 충무김밥도...
5월네번째 주말 , 휴일 계획된 망산 산행. 거제-통영 맛과 멋- 미리 맛봅니다
소문에 듣던 다찌집을 꼭 가고 싶은 데......낮이라 곤란 하겠지요.
시간이 무슨 문제겠소? 통영가면 가 볼 수 있겠지요.
맛있는거 마니 묵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