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짱님의 연재수필 <자아를 찾아서...>중에서
어제.
고모님의 구순 잔치에 가기 위해서 지하철 경복궁 역에서 내렸다.
어느 쪽으로 가야하나 망설이다가 팻말에 경복궁이라고 적힌 방향으로 나갔다.
길을 따라 가니 경복궁 안으로 나를 안내했다.
눈이 쌓인 경복궁안을 걸으니 기분이 좋았다.
시간도 좀 남은지라 경복궁안을 걸어다녔다.
고궁을 걸어본지가 얼마만인가...
수문장의 의상이 신기해서 한참을 발길을 멈추고 구경을 했다.
마음의 여유로움을 느낀다.
왜 작은 일에 매달려 잠을 설치곤 하는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차가운 공기가 폐속으로 깊숙히 들어온다.
정문으로 나와서 택시를 타고 삼청각으로 올라갔다.
고불 고불한 길이 생각보다 많이 오른다.
삼청각 역시 고궁같은 느낌을 주었다.
예전에 요정이었다는 삼청각...
이곳에서 또 많은 역사가 이루어졌겠지.
구순을 맞으신 고모님이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오甄?
이화여대 음대를 정년퇴직하신 고모님...
피아노와 함께 살아오신 고모님은 참으로 곱게도 늙으셨다.
칠십대의 제자들이 스승의 은혜를 노래 불렀다.
칠십대에 스승을 찾아뵙는 제자들도 참 곱게 늙었다.
육십대의 제자인 수녀님은 나와 친구사이다.
'난 네가 수녀된것도 몰랐었단다.
수녀는 너같은 왈가닥이 성공하나봐..'
대구에서 올라온 수녀님은 고모님의 생신때마다 모습을 나타내었다.
고모님의 딸보다 내가 더 고모를 닮았다고 사람들이 말한다.
처?적에 고모와 다닐때면 사람들이 나를 딸인줄 오해하던 일이 생각났다.
나도 저렇게 곱게 늙어갈수 있었으면 좋겠다.
곱게 늙어간다는것은 참 많은 조건이 따른다.
교양과 경제적 여유와 품위있는 생활과 사랑받는 환경이 갖추어져야함을 안다.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가야 할것인가...
나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준비.
곤지암으로 이사를 가려던 계획이 무산되었다.
다시 오산으로 알아보기 위해서 몇명의 회원들과 동분서주했다.
다행히 작은 빌라가 싼가격으로 나와있어서 그곳으로 정했다.
오산대학교 앞이다.
성당도 옆에 있어서 마음이 놓인다.
회원들이 도배와 칠과 청소를 맡아주겠다고 한다.
그 집에서 앞으로 꼼짝말고 글만 쓰라고 하니 그리 할 예정이다.
얼마나 그리워하던 혼자만의 공간인가...
자유를 누리려면 고독과 친해져야한다.
외로움을 사랑할 준비를 또다시 한다.
오늘은 에어콘 기사를 불러서 에어콘을 분리했다.
이삿짐센타에 전화를 해서 3월1일로 예약도 했다.
이제 떠날 준비는 완료된 셈이다.
가는 날까지의 전기세 가스요금도 충분히 계산을 해주니 양주댁이 미안타며
낮에 짬뽕을 시켰다.
설에 먹다 남은 차례주를 한잔 하기로 했다.
떠나갈 사람을 위해서 건배!
다시는 못볼 사람을 위해서 건배!
아쉬움이 남는 건배를 양주댁이 한다.
술은 짝수로 마시는것이 아니라고 우기니 석잔씩 마셨다.
낮술 석잔에 알딸딸해졌다.
술김에 긴 메일을 적어보았다.
술은 사람을 용감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리움은 그리움으로 남을뿐이다.
사랑이 아픈 이유는 욕심때문이라는 글을 쓰다보니 나의 욕심을 돌아보게 된다.
살아가기로 한다.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며 혼자만의 길을 걸어갈 준비를 한다.
소망.
신기한 일이다.
나는 이제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바라는것이 없다.
빈손이 되고 나니 욕심이 없어졌다.
자식들이 잘 살고 있는지도 궁금하지 않고 사십년 가까이 살았던 남자의 소식도
궁금하지 않다.
혈연의 무의미함도 알게되었다.
천륜이라는 말도 사실은 인간이 지어낸 말일것이다.
천륜이란 없다.
인간의 마음 먹기에따라서 천륜도 있고 인연도 있으리라.
내게서 떼어내기까지 참으로 힘든 과정이 있었지만 그또한 내게 주어진
과정이었으리라 생각할뿐이다.
세상이 나한테 턱하니 행운 한자락을 떠 안겨주리라는 기대도 하지 않는다.
내가 살아온 세월에대한 허망함도 없어졌고 하루 하루 평화롭게 살아가기를 소망할뿐이다.
이곳에서 나는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보았고 나보다 웃고 사는 사람을 보며 겸손을 배웠다.
그 사람은 내게 철학을 가르쳐주었다.
그동안 꿈꾸었던 기대가 얼마나 헛된것인가도 알았으니 남은것은 평화일것이다.
쓸쓸한 평화일지언정 나는 받아들인다.
진실로 혼자임을 알게되기까지 참으로 힘든 길을 걸어왔다.
이제 받아들인다.
내가 사랑해야 할것은 천륜이 아님을 배운다.
고독의 자유를 사랑하리라.
이제 진실로 혼자가 되어서 기도하듯이 살아갈것을 나는 소망한다.
이기우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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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자유를 누릴려면 고독과 친해져야 한다는 말..공감합니다...감사드려요..늘 말없이 게시물을 졸졸 따라다니며 읽고만 가던 박계현 새해인사 드립니다,(--)(__)너업죽~~
박계현님, 정말이지요.. 고독속에 자유가 있다는것.. 나이가 들어가면서 실감하게 되는군요.
인생이 그리 숭고하지만은 아닌거.. 그러나 그속에서 인내로 자신의 자유를 지켜봅니다.
마침 모모짱의 새 수필이 있기에 첨부했습니다. 음악도 바꾸고요.
계현님의 새해에는 더 많은 꿈이 펼쳐지시기를 소망합니다.
저도 인사드려요.
사진은 Ricardo Maximo Lopez D'Angelo 의 작품중에서 골라 보았습니다. 음악은 '시크릳 가든'의 '봄의 세레나드' 이구요.
창이 있는 공간에서 외등의 불빛에 보이는 평화로움을 소원해봅니다. 종달새지저귐도 들리고 살랑거리는 바람에 묻어오는 자연의 향내도 맡으시리라 기대합니다.들꽃의 순수함에 감격해서 흘리는 눈물도 기대해집니다.햇볕의 따스함에 미소지을것도.....
순수하다는 것 자체가 바로 예술의 극치라고 믿고 있습니다.
우리가 순수성을 잃어버리면.. 아무리 미사여구로 장식하여도 허구에 불과하지 않을까요?
눈물을 흘릴수 있다는것은 순수함을 지니고 있다는것일테구요.
봄의 즐거움이 홍지복님에게 넘쳐나기를 바랍니다.
진실로 혼자임을 알게 되기까지 참으로 힘든 길을 걸어왔다는 ....모모짱 님
주어진 인생이 자기 자신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가를 시시로 자각하고. 비슬비슬 끌려가는 삶이 아닌
당당하게 자기 몫을 이끌고 가는 인생으로의 자아 의식...나도 짱! 입니다.
<그가 다만 그러헀을뿐... 그로 인해 상처 받고 아프지 않았으면...>
그래서 스스로 혼자서도 행복 할수 있었으면 ......
따뜻한 글 많이 올려주셔서 핳상 감사 합니다. 기우님!
날이 날마다 좋은 날을 맞으려면 모순과 갈등 속에서 삶의 의미를 캐내야 한다는 말처럼 ...화이팅!
얼마전에 예린님의 댓글에 댓글을 달았는데.. 어찌된 일인지 등록이 안됐나봐요.
미안합니다.
그런가봅니다. 좋은 날이 거저 생기지 않는다고요. 모순과 갈등 속에서.. 나름대로의 의미를 캐내야 겠지요?
묵묵히 말압니다.
저나, 예린님이나, 모모짱님의 생활이 윤기가 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제가 쓴 글들이 아닙니다. 허나 제가 마음에 닿는 글들만을 가지고 들어와서 여러 회원들께 드릴뿐입니다.
강진아님도 좋은 글 올려주세요.
부산이 아름답지요? 전 솔직히 말씀드려서 부산에를 아직 못 가보았답니다.
그래서 상상의 날개를 핍니다.
한국에 있을때.. 왜 그리도 바쁘기만 했는지요.
그리고 훌적 떠나 버렸지요.
미국생활 오래 됐습니다.
제가 쓴글이 몇개 있는데.. ㅎ ㅎ 언제 한번 보여드리겠어요~~ ㅎ ㅎ
알겠습니다. 옛거 하나 올려드리겠어요. 이번 주말쯤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