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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마이 쓰고 싶었다.
해서 제주도 자전거길에도 노트북을 갖고 다녔다. 하지만 예상대로 시간이 나지 않아 한줄도 쓰지 못했다. 2주가 훌쩍 지나가고 호국의 영령들이 기회를 주셔서 6월 6일 연휴에 지리산 반야봉이 코 앞에 보이는 지리산 게스트 하우스에서 컴퓨터를 마주 하고 앉았다.
제주환상자전거길 여행의 기록은 2월 29일부터 시작된다. 카톡방을 만들고 참가자를 결정하고 3월8일 군산, 제주 항공 여행권을 예약하였다. 약 3개월 전임에도 항공권이 부족하고 가격은 만만치 않았다. 저가항공이 생겨 얼마나 싸질지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았다.
마음의 준비는 되었지만 200 km가 넘는 제주 일주를 위해서는 몸을 만들어야 한다. 도전을 3주 앞둔 5월 1일 고산자연휴양림 왕복 79km 훈련을 하였다. 회원들의 컨디션은 모두 양호.
<트랭글 훈련 사항>
하지만 80 km로는 아직 충분치 않다. 결전을 5일 앞둔 5월 15일 만경강을 따라 심포항까지 왕복 121km를 맞바람이 강하게 부는 상황에서도 성공적으로 훈련을 마쳤다. 제주 이틀째가 140 km인데 하루종일 20km만 더 타면 되니 제주도 가서도 끄떡없겠다. 제주일주를 향한 몸과 마음 준비 끝.
<심포항 자전거 사진>
<트랭글 훈련 사항>
5월말이 제주 여행으로는 성수기라 숙소 예약도 서둘렀다. 마침 윤진 아우가 고급진 제주서귀포호텔을 예약하여 첫째날은 거기에서 머물기로 하였고 둘째날은 제주시의 숨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하였다. 인연이란 중요한 것이다. 서귀포호텔은 윤진아우가 신혼여행을 즐겼던 장소고 숨게스트하우스는 작년 상반기 농진마 국토순례 때에 지리산숨게스트하우스에서 유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가지고 있어 연장선상에서 택하게 되었다.
자전거는 군산공항까지의 이동, 비행기에 싣기 등의 골치아픈 부분을 피하기 위하여 제주도에서 임대를 선택하였다. 인터넷에서 그리고 지인 몇사람에게 수소문 하여 여러군데를 알아 보았으나 처음 접촉한 바이크트립을 선택하였다. 공항접근성, 자전거의 성능을 우선으로 고려하였다. 키를 고려하여 170cm이상은 17인치를 그리고 미만은 15인치로 하였으며 남성은 MTB로 여성은 로드용을 선택하였다. 등짐을 줄이기 위하여 패니어를 1인만 추가하였다. 바이크트립은 반일 임대가 가능하여 1.5일 이용하였고 하루 23000원 34500원에 임대하였다.
목요일이 되자 일이 손에 잡히지가 않는다. 벌써 마음은 모두 제주도에 가 있었다. 특히 ‘2016 농진마 상반기 국토순례 -제주 환상자전거길 일주’ 라는 현수막을 만들고는 가슴이 마구마구 뛰었다.
<현수막 사진>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서 계획을 해도 실제는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바이크트립에서 13시에 출발하기로 했는데 웬걸 15시가 되어서야 출발준비가 되었다. 이국적인 풍광, 낯선 자전거, 다소 늦어진 출발 시간, 기대에 대한 설렘과 미지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슴이 쿵쾅 거렸다.
<바이크트립 현수막 들고 파이팅 사진>
제주도 환상자전거길은 1132번 제주 일주길과 해안도로를 적절히 혼합하여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234 km 구간이다. 이를 10구간으로 나누는데 관광꺼리가 많은 제주시 일대와 서귀포 일대는 구간이 짧은 편이나 제주도 서해변과 동해변은 대부분 20-30km로 구성이 된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 전 구간은 바닥에 청색 선이 있어 이를 따라가면 초보자들도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다.
<제주환상자전거길 개념도>
용두암- 다락쉼터(21km): 2016. 05. 20. 15:00-16:10
두근대는 가슴으로 자전거에 올랐다. 제주도 지리에 익숙한 것도 아니고 자전거를 타면서 이동하는 거라 지도를 볼 수도 없고 길을 찾는 것이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우선 바이크트립에서 안내하는 대로 두 개의 신호등을 지나고 현대 블루 정비센터를 지나 공항을 왼쪽으로 끼고 돌아 바다가 나올 때까지 내려갔다. 출발하고 10여분이나 갔을까? 와 바다다! 제주 바다다! 제주 바다는 특별하다. 파란 바닷물이 특별히 인상적이다. 그리고 워낙 맑아서 바다안이 다 들여다 보인다. 하지만 그건 과거의 경험이고 아직은 즐길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다. 환상자전거길임을 알리는 파란색 선이 반긴다. 이 파란색 줄만을 따라 오른쪽으로 바다를 두고 무작정 따라간다. 속도에 대한 감도 없다. 다만 뒤에 오는 회원들을 바라보며 속도를 맞춘다. 용담이호 해안도로, 하귀애월 해안도로를 따라 1시간 10여분이 지나자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의 다락쉼터에 도달한다. 아! 감 잡았다. 경치도 참 좋네. 조금씩 경치가 눈에 들어온다.
<다락쉼터 기념사진>
다락쉼터-해거름마을 공원(21 km): 16:10-17:50
자신감이 생긴다. 대오를 다시 한번 정비하고 여유롭게 출발한다. 1132번 도로를 만나 달리다가 귀덕리에서 다시 해안도로를 향한다. 바다와 숨바꼭질 하면서 차량이 드문 도로를 달리자니 신나기 그지없다. 아직은 체력도 좋고. 속도를 내어 나아가 본다.
그런데 ‘선두 stop’이라는 윤진아우의 고함이 들린다. 아뿔싸 무슨 일이 생겼구나. 회장님 자전거가 빵구가 났다. 유일한 로드형인데 결국 말썽이다. 바이크트립에서 이동써비스를 한다기에 우린 아무 준비도 하지 않았는데. 예상보다 두시간 늦게 출발하여 시간이 너무 늦은데.
할 수 없이 두 팀으로 나누어 진행한다. 회장님은 어쩔 수 없고 주력이 좋은 윤진, 정상님이 후발로 하여 수선을 하고 오고 둘이, 용환, 경용님 그리고 나는 그대로 진행한다. 안정된 마음에 다시 동요가 생기고 언제 어디서 후발대를 만나서 오늘 일정을 잘 마무리할까로 머리가 복잡하다. 언뜻언뜻 보이는 제주도 바다가 그래도 너무 멋지다. 협재해수욕장, 한림공원을 지난다. 해변도로 좌우의 선인장이 인상적이다. 뱀이나 쥐로부터 피해를 막기 위하여 민가주변에 심었던 선인장이 확대되어 이렇게 넓은 선인장 자생지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관광상품화 한 것이 백년초 초콜릿이다. 해안도로가 끝이 나고 다시 1132도로를 만난다. 해거름마을공원 인증센터가 나와야 하는데 나오지를 않는다. 할 수 없이 잠시 쉬며 지도를 보며 인증센터를 찾는다. 아직은 좀 더 가야하는 구나. 다시 승차하여 500여 미터나 갔을까 근사한 카페가 나오고 해거름마을공원인증센터가 나온다. 2시간 반쯤 달려왔더니 배도 슬슬 고파온다. 김용환님이 준비해온 초코릿을 먹으며 허기를 달랜다. 다행히 빵구를 일찍 떼우고 후발대도 곧 출발하였다는 소식이 온다.
<해거름마을공원 인증센터 휴식 사진>
해거름마을공원-송악산(35km): 18:00- 19:50
예기치 않은 빵구로 시간이 지체되기는 하였지만 뭐가 문제냐. 모든 팀원이 다시 모였겠다, 라이트가 준비되었고 후방깜박이도 있고 체력도 문제 없으니. 그러나 여유를 부릴 상황은 아니었다. 해서 해안도로를 모두 버리고 1132번 도로로 목적지까지 가는데 주력하였다. 대오를 정비하였다. 차량이 많은 도로를 가야하니 대오가 흩뜨려 질 경우 위험에 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1132번 일주도로가 대부분 자전거 길을 따로 가지고 있으나 어떤 경우에는 인도와 겹쳐서 노면이 불규칙하고 아스팔트일지라도 모래와 작은돌들이 있어 아무래도 속도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다소 위험성이 있더라도 빨리 힘을 덜 들이고 목표를 완수해야 하였기에 찻길을 선택하였다. 다행히 차량이 많지 않아 큰 문제는 없었다. 속도와 달리는 길에 대하여 회원들간의 이견도 많았다. 하지만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 길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였기에. 그리고 제주환상자전거길 완주 스티커를 받는다는 목표를 완수해야 하였기에.
해안도로의 유혹을 뿌리치고 1132도로를 빠른 속도로 진행하여 비교적 빨리 대정읍에 도착하였다. 송악산 인증센터를 가기 위하여 이번에는 1132도로를 버리고 해안도로로 들어오니 마음에 여유도 생기고 허기도 느껴진다. 정상님이 겨우 찾은 하모리의 편의점 앞에 늘부러져 아이스크림과 초코렛을 먹는다. 다른 사람의 시선 같은 것은 별로 게의치가 않았다. 하모리에서 송악산인증센터가 8 km 정도 남았다는데 풍광은 좋으나 계속 오르막이고 송악산은 좀처럼 다가오지 않는다. 힘들게 힘들게 지리한 송악산 오르막을 달린다.
그때다. 우와!
송악산 고갯마루에서 보는 산방산, 제주바다, 형제섬이 그려내는 풍광은 예술이다. 긴 오르막을 오르면서 쌓인 피로가 한방에 사라지는 기분이다. 제주도가 정말로 멋있다는 것은 여러번 느끼지만 그 중 최고가 아닌가 한다. 게다가 인증센터가 있는 송악산휴게소까지 긴 내리막이다. 야호!
<산방산, 바다, 형제섬 사진>
송악산 - 서귀포 호텔(17km):(19:50- 22:30)
송악산 인증센터까지 잘 그어져있던 파란 선이 갑자기 사라졌다. 이미 사방은 어두워지고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지수네펜션 삼거리에서 서북방향으로 길을 잘못들어 꽤나 시간을 소비하다가 결국 유턴하여 원점회귀하고 민가로 들어가 골목길로 하여 형제 해안도로로 다시 접어 들었다. 시간은 20시가 훌쩍 넘었고 예정된 숙소인 서귀포호텔 주변에는 식사할 곳도 만만치 않단다. 아직 갈길이 남아 있지만 산방산 아래 사계항에서 식사를 하고 들어가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용환님이 주도하고 손님이 많은 집을 찍어서 들어갔다. 사계바다라는 식당이고 주문한 고등어조림은 맛이 매우 훌륭하였다. 하기는 90여km를 달려왔는데 무엇인들 맛이 없으랴.
식사와 한시간여의 휴식으로 재충천하고 안전을 외치며 다시 출발하였다. 산방산을 왼쪽에 끼고 도는데 오르막이 만만치 않다. 고개에 올라 잠시 급경사 내리막길을 즐긴다. 음력 보름경이고 라이트의 성능이 괜챦아 야간 주행도 할만하다. 다시 1132도로를 만나고 파란선이 반긴다. 서귀포 호텔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지리한 오르막이 계속된다. 10시가 지나 1132도로에서 서귀포 호텔 이정표를 만나 호텔을 향한다. 도로에서 호텔까지는 얼마되지는 않으나 급경사의 오르막이라 말 그대로 피나레를 장식한다.
쉽지 않은 하루였다. 제주도 환상자건거길 88km를 평균속도 17.8km로 4시간 51분 총 7시간 34분만에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5월20일자 트랭글>
서구포호텔 - 법환바당(17km): 08:00 - 09:10
한라산 남사면에 위치한 서귀포 호텔은 훌륭한 시설을 갖춘 조용한 호텔이다. 읽고 싶은 책을 싸들고 와서 조용히 일주일 묵고 가기에 좋겠다. 하지만 우리에겐 여유를 부릴 상황이 되지 않았다 어제 약 90km를 7시간 반만에 왔는데 오늘은 18시까지 10시간만에 약 145 km를 가야한다. 서귀포호텔의 뷔페식으로 속을 든든히 하고 다시 한번 전열을 가다듬고 자건거에 오른다. 어제 오후 내내 안장위에서 시달린 엉덩이를 다시 안장에 올리니 곡소리가 날 정도로 고통이 전해지지만 어쩌랴, 감내하는 수밖에. 호텔에서 1132도로까지는 급경사 내리막이다. 어제 고생고생하면서 올라왔는데 오늘은 눈물날 만큼 속도를 내며 쾌감을 즐긴다. 어제의 고생의 댓가다.
법환바당까지의 코스는 여미지식물원을 시작으로 중문관광단지를 지나고 해군기지 건립으로 시끄러운 강정항을 지난다. 그 이후로 법환바당까지는 제주 최고의 올레길 중의 하나인 올레 7코스와 함께하는데 오밀조밀한 제주 바다를 느낄 수 있는 가히 최고의 코스가 아닌가 한다. 아니다. 최고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좋은 곳이 너무 많다. 서귀포칼호텔을 지나고 쇠소깍까지 코스도 백미 중의 하나다. 그 부분은 다음코스에 이야기하자.
바당은 바다의 제주도 방언이다. 법환바당은 법환마을의 나룻배들이 정박하는 자그만 포구인데 폭 안겼다는 느낌이 드는 바람도 잔잔한 평안한 느낌을 주는 항구였다. 항구라니 쫌 그렇고 그냥 배가 몇 대 될 수 있는 폭안긴 아늑한 바다였다.
<현수막 들고 찍은 사진>
법환바당-쇠소깍(14 km): 09:10- 10:30
이 코스는 서귀포 구시가지를 지난다.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아까운 관광지가 많은 곳인데..., 이중섭 화백이 6.25시절 피난하여 살았던 집과 박물관, 서귀포 사람들의 삶이 녹아 있는 서귀포 매일시장(아마 지금은 올레 시장). 골목골목이 예술이고 인생을 느낄 수 있는 곳인데 우린 환상자전거길 목표 달성이 우선이다. 삶도 그런 것 같다. 목표가 뭔데 그것 때문에 밤낮없이 주변을 둘러보지도 않고 앞만 보고 달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벌써 50이 눈앞이고 그렇다고 뭐 특별히 해 놓은 것도 없다. 아니다 나름 해 놓은 것은 있다. 하지만 그게 최선이었을까? 옆도 좀 보고 좀 더 여유롭게 하여도 충분히 해 낼 수 있었을 것을, 너무 본능적으로 연구실, 실험실에서만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 모든 것을 걸고 조바심 낼 것이 아니라 80%만하고 이게 내 능력이다 그게 맞는 댓가만 줘라! 이렇게 살아야 할 것 같다. 타인이 보는 내모습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내가 보는 내모습에 집중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칼호텔에서 쇠소깍까지의 코스도 백미중의 백미다. 차가 다니지 않는 마을길, 오른쪽으로 탁트인 바다를 내려다 보며, 감귤나무 등의 이국적인 식물상, 특히 해지기오름부터 하효항까지는 식구들을 데리고 와서 다시 한번 천천히 즐기고 싶다. 짧은 표현력이 한스러울 뿐이다. 아니 이걸 쓰면서까지도 시간에 쫓기고 있다^-^.
쇠소깍-표선해변(28 km): 10:30-12:00
쇠소깍인증센터에서 간식도 먹고 여유를 누렸다. 여기까지가 관광코스라면 이제부터 진도를 빼야 한다. 성산일출봉에서 점심을 먹어야 오후 일정이 가능하겠기에 쭉쭉 진도를 빼야 했다. 그리고 중문, 서귀포를 지나면서 너무 좋은 것을 많이 봐서 감흥이 무뎌 진 것 같기도 하다. 한라산 뒷통수만 보면서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두 군데 해안도로 갈림길이 있었지만 표선해비치해변으로 직행. 비교적 빨리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해비치 해변에 도착하였다. 인증센터는 환상자전거길을 따라 역행하니 약 2km 지점에 있었다.
<표선비치 해변 정상님이 찍은 사진들>
표선해변-성산일출봉(22km): 11:50- 14:30
표선해비치해변에서 식사를 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일정 때문에 서둘러 출발하였다. 코스도 빠른 진행을 위하여 1132로 무조건 붙였다. 나름 속도를 내어 봤으나 후미와의 간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12시가 지나고 4시간째 달리고 있으며 아침 식사 후 5시간이 지났으니 허기가 질만하다. 하지만 성산일출봉까지는 번듯한 식사장소가 없을된테! 어쨌든 식사 할 만한데만 나오면 무조건 식사를 하는 것이 좋겠다. 신풍목장을 지나고 내리막을 내려가는데 바닷가로 멋진 레스토랑이 나온다. 의견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핸들을 돌려 세웠다. 예정은 성산일출봉까지였지만 먹자는 데는 누구하나 반대하지 않았다.
궁여지책으로 들어온 음식점이 베스트였다. 해물두부찌개와 제육볶음을 주문하였는데 (맞지요? 2주가 더 지났는데 그 음식점 실내가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무대도 그렇고) 맛이 훌륭했다. 게다가 실내 인테리어도 인상적이었다. 다만 한가지 아쉬웠던 것이 습관적으로 맥주를 시키는 바람에 제주도 막걸리 맛을 제대로 볼 기회를 갖지 못했다는 것. 막걸리는 노동의 댓가로 즐길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술이다. 모든 술이 식사를 돕는 반주인데 막걸리는 이 자체가 음식이니(쌀이니) 노동에는 제격이다. 서귀포호텔에서 표선까지 먼 거리를 두다리의 힘만으로 왔으니 제주도의 효모가 살아있는 생막걸리로 수고한 몸을 위로해 주었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오전의 노동으로 소진된 체력의 복귀를 위해서는 급유도 중요하지만 충분한 휴식이 필요할 걸로 생각되었다. 일정이 빡시지만 13시 30분까지 의자에 기대어 휴식을 취한다.
<점심식사 사진>
다시 출발을 앞 두고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다. 점심 전에 기진맥진하였는데 밥을 먹고 나니 다시 할만하다. 밥이라는 것이 참으로 차량의 기름과 같은 것이다. 하긴 차나 사람이나 뭐가 다른가? 똑 같이 탄수화물을 먹고 차는 이것에 불을 붙혀서 탈 때에 나오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이고 사람은 포도당으로 분해한 다음에 이것을 에너지가 필요한 곳으로 옮기고 거기에서 태워서 에너지를 이용한다. 점심 때에 먹은 밥이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십이지장에서 핏속으로 들어가고 이것들이 피를 타고 허벅지로 가서 미토콘드리아에서 타면서 그 에너지로 열심히 페달질을 하고 있다.
참으로 사람은 훌륭한 기계다. 이런 훌륭한 기계를 만들어준 부모님께 새삼 감사하고 싶다. 그간 이 기계를 참 많이도 쓰고 함부로도 썼다. 마라톤 기록에 관심을 가져서는 매 주말 40km를 몇 주 동안 뛰기도 하였고 등산 기록을 세운다고 지리산, 설악산을 세네시간 만에 올랐다가 내려오기도 하였다. 아무리 차가 잘 만들어졌어도 제대로 정비도 않고 내달리기만 하니 결국 고장이 나고 작년과 올해에 오른쪽무릎과 왼쪽 무릎의 수리를 받았다. 반월상 연골판이라는 부품은 원체 정교하여 아직 교체할 수 있는 부품이 없고 수리 후에도 아껴쓰는 방법 밖에 없단다. 재작년에 오른쪽 무릎을 수리하고 아물기도 전에 사용하여 경과가 좋지 않았었다. 이번에 왼쪽 무릅은 신경을 많이 써서 돌 봤다. 올 3월에 반월판연골판을 보링하고, 모악산에서 한번 등산 시험주행하고, 고산휴양림 자전거 시험주행하고, 이번에 수술후 두달 반만에 제주환상 종주길에 왔는데 문제가 없다. 고맙다. 하지만 교만하지 말고 아껴 쓰야지!
급유를 하고 나니 달리는데 문제가 없다. 신선신양 해안도로를 마다하고 1132번 도로를 통해 성산읍내에 도달한다. 다음은 일출봉으로. 일출봉을 제일 잘 보기 위해서는 일출봉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광치기해변으로 가야한다. 일출봉이 제일 잘 보이는 광치기 해변에서 사진도 찢고 여유를 가져본다. 인증센터는 일출봉을 지나 성산리 다리 지나 있었다.
<일출봉 현수막 사진 및 개인 사진>
성산일출봉-김녕성세기 해변(29km): 14:30 - 16:30
성산일출봉 인증센터는 쉬지도 않고 통과하였다. 나만 스템프를 찍고 따라 가자니 일행이 벌써 저어만치 앞서 가고 있다. 여기서 그냥 1132로 붙여야 경용성 따님이 기다리는 세화리로 직행할 수 있는 데 선두가 이미 하도해변의 해변도로로 접어 들었다. 우도를 보면서 달리는 길이라 경광도 좋고 한데 오늘 목표를 제시간에 끝내야 한다는 욕심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다. 힐링을 할려고 제주도에 왔고 멋진 자전거길을 달리고 있는데도 그 놈의 욕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우도가 눈앞에 아니 코 앞에 보인다. 정윤진님이 우도에 갔다오자고 몇 번이나 주장했는데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일단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였고 다녀오게 되면 일요일 오전까지 자전거를 타야 했으며 토요일 저녁마저 여유로운 식사 없이 보내야 했다. 부답(不答)으로 의견을 반영하지 않아 마음이 몹시 미안하였다. 그럼에도 윤진아우는 1박2일 내도록 팀전체 페니어를 메고 다니며 굳은 일을 도맡아 하였다. 체력도 대단하다. 고맙다.
하도해변에서 해안도로를 버리고 다시 1132로 붙이고는 경용성 따님이 기다리는 세화리로 쏘았다. 모두가 힘도 들 텐데 정말로 잘 온다. 특히 김둘이 님은 어제는 좀 힘들어 하는 것 같았는데 오늘은 선두그룹에서 힘든 기색없이 잘 달린다. 힘이 안드는 건지, 아니면 힘이 들어도 내색을 하지 않는 건지, 정신력이 좋은건지, 체력이 좋은 건지, 아뭏튼 대단하다.
<둘이님 주행 사진>
구좌농협사거리를 지나는데 경용성이 세운다. 곧 이어 자전거를 타고 멜빵 청바지에 단발머리를 한 발랄한 경용성 딸이 등장한다. 딸을 따라서 탱자싸롱으로. 제주 전통가옥을 일부 개조한 민박집이다. 새로 지은 말끔한 건물보다는 제주도를 느끼기에 훨씬 좋다. 혼자 제주도에 온다면 이런 집에서 자고 싶다. 젊은 주인장과 활기찬 경용성 따님 그리고 왠지 자유분방한 분위기로 맘이 편하다. 힐링이 된다.
경용성과 따님은 기분이 어떨까? 딸을 해외에 보내고 잘 지내고 있나 늘 노심초사하다가 몇 개월 만에 만나는 아버지, 해외에서 고달프게 생활하며 마음 고생을 하다가 오랜 만에 만나는 딸. 마음 같아서는 드라마에서처럼 부둥켜안고 눈물 흘리며 수개월만의 회포를 풀고 싶겠지만 감정표현이 부족한 우리네 50대 아저씨와 딸 ㅎㅎㅎ.
얼음 동동 뛰운 오렌지쥬스를 마시며 정작 경용성은 조용한데 우리는 재잘거리며 즐겁다. 더 앉아 있고 싶은데 더 앉아 있어도 되는데 둘이님이 갈길이 멀다며 재촉한다.
<탱자싸롱 현수막 사진>
다시 1132도로. 이제 끝이 보이는 것 같다. 제주 이정표가 나타나고 30km, 28km.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는 거리다. 오전에는 볕이 없었는데 햇빛이 강하다. 좌측으로는 한라산이 보이고 오른 쪽으로는 제주도 특유의 구릉. 어쨌든 Go! Go! 차도로 달리고 이젠 이력도 붙고 하여 잘 나간다. 김녕성세기 해변까지 20여 km는 될 건데 후딱 가버린다. 아니 김녕성세기 해변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지나쳐서 김녕항까지 가버렸다. 결국 함덕 서우봉해변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김녕성세기 해변의 인증센터로 약 2 km 돌아왔다.
김녕성세기해변-함덕서우봉 해변(9km): 16:30 - 17:00
혼자 뒤쳐져서 따라 가는 길이라 빨리 본대에 합쳐야 겠다는 생각만으로 열심히 페달질을 하였다.
<함덕서우봉 해변 사진>
함덕서우봉해변 - 용두암(25 km): 17:00 - 18:30
제주도 유일의 유인 인증센터인 용두암에 18시까지 가야 환상자전거길 종주 인증 스티커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시간적으로 쉽지가 않다. 애당초 오늘은 19시까지 제 시간에 자전거 반납을 목표했지 스티커 인증 목표는 버렸다. 바이크트립까지 빨리 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였으나 다소 힘이 들더라도 해안도로로 다같이 함께하자는 쪽으로 뜻을 모았다. 서우봉 해변에서 용두암까지의 길은 다시 중문과 서귀포의 길처럼 아기자기한 제주도의 바다와 어촌을 구경할 수 있는 인상적인 길이었다. 마지막 구간이므로 모두가 신이 났다. 정상님과 윤진님이 선두로 나아갔다. 곧이어 회장님과 경용님 그리고 내가 선두로 나아간다. 경용님은 역시 울트라맨이다. 갈수록 힘이난다. 더구나 딸과 상봉까지 하였으니. 결국은 앞으로 치고 나간다.
< 경용님 주행 사진>
다시 1132와 만나고, 이제 마지막으로 1132와 결별하는 국립제주박물관에서 이제 6여km남은 제주환상자전거길을 함께 종료하고자 후미를 기다리기로 하였다. 앞뒤 안가리고 왔기에 많이 처져있을 것으로 생각하였는데 둘이님, 윤진님, 정상님, 용환님 순으로 바로 도착한다. 우리 둘이님 정말로 대단타. 제주박물관을 오른쪽으로 끼고 도니 사라봉 공원이다. 산림속의 가파른 오르막을 만나고 다시 가파른 내리막을 내리니 제주항이다. 부둣길을 바다와 숨바꼭질 하며 지나니 라마다프라자 호텔 그리고 드디어 용두암!!!
용두암인증센터를 잧는다. 의견이 분분하다. 용연구름다리를 건너면서 용환님이 용두암쪽을 권하였으나 나는 용두암인증센터라는 이정표를 잘못 해석하여 용연교쪽으로 하여 라마다호텔 길로 접어 들고 말았다. 회장님이 돌아가자고 하였으나 이정표만 믿고 고집하여 결국 길을 잘 못 들었고 결국 두팀으로 나눠지고 말았다. 결국 이 방향이 아님을 깨 닫고 다시 용연구름다리로 왔을 때에는 회장님과도 헤어져 혼자가 되었다. 용두암까지 와서 이리저리 인증센터를 찾았으나 쉽게 발견되지는 않고 중국인 관광객만 득실된다. 용두암기념품 휴게소를 몇바퀴 돌다가 주차장 입구에서 인증센터를 찾고 스템프를 찍고 동료들을 찾았으나 찾을 수가 없다. 연락을 하고자 핸드폰을 여니 바이크트립으로 먼저 출발하였다는 메시지가 남아 있다.
아-뿔-싸. 힘든 230km 자전거 종주길을 끝내고 기쁨을 나누며 농진청 마라톤동호회가 새겨진 현수막을 펼쳐서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동료님들의 권유를 듣지 않고 고집부리는 바람에 서로 헤어져 멋진 마무리를 하지 못했다. 동료들과 헤어져 혼자 힘없이 바이크트립을 향했다. 길도 불명확하고 하여 주변사람들에게 공항가는 길을 묻는데 회장님이 다가온다. 반가웠다. 왜 이리 늦었냐니까 나 따라오다가 늦어졌다고. 나는 여러 가지로 낙담이 컸었는데 회장님은 덤덤하다. 역시 회장님이다. 김녕성세기 해변에서도 혼자 되어 함덕서우봉해변까지도 혼자 오고, 용두암에서도 혼자되어 바이크트립으로 가는 상황인데도 감정에 동요가 없다. 자존감이 대단하신 분이다. 큰 위로를 받는다.
<회장님 사진>
행복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불행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진실로 그 행복과 불행
다른사람이 만드는 것 아니네
<법륜 스님의 행복 중에서>
예정된 19시에 1분 못미쳐 바이크트립에 도착한다. 먼저 와 있던 동료들이 반긴다.
아! 제주환상자전거길 230km 드디어 마쳤다.
빠듯한 일정 땜에 멋진 제주 풍광을 가슴에 많이 담지 못하여 아쉬움이 남지만 목표했던 바대로 모든 대원이 함께 정해진 코스를 완수하였고 당당히 제주환상자전거길 완료 인증을 받았다.
<제주환상종주자전거길 스템프>
<2일차 주행 트랭글>
농촌진흥청마라톤동호회 2016년 상반기 국토순례 역시 또 하나의 작은 추억의 탑을 쌓았다. 아니 자전거 쪽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코스를 마쳤으니 꽤나 큰 탑을 쌓았다. 이는 동료 간의 화합과 희생 없이는 이루어 질 수 없는 일이다.
회원들을 늘 믿어주고 후원해 주는 회장님!
해박한 지식으로 어려울 때마다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부장님
묵묵히 지원하다가 촌철살인의 유머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경용님, 특별히 제주도 안내 버프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여성 홀로의 몸으로 부담스러웠을 텐데 오히려 홍일점으로 분위기를 밝히고 무엇보다도 남정네들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 주력으로 놀라움을 준 둘이님!
차량지원에, 항공권 예매에, 돈관리에 그리고 식사 등의 일정관리. 누군가는 맡아야 하는 궂은 일을 잘 처리해 준 정상님!
다른 사람보다 페니어를 하나 더 차고 막내로서 궂은 일을 도맡아 한 윤진님! 늘 고마운 맘입니다. 이번에는 윤진님 덕분에 고급진 서귀포호텔을 즐겼습니다.
함께 하려다가 완쾌되지 않은 무릎 때문에 함께 하지 못한 형주님, 다음에는 함께 해요.
<용환님, 정상님, 승범님 사진>
모든 님들 덕분에 농진마 2016년 상반기 국토 순례, 제주환상자전거길 230km의 장정을 완수하였슴다.
다음에도 흥미로운 종목으로 더 좋은 추억을 만들어요. 사랑합니다!
<
인증 스티커>
첫댓글 사진은 시간 될 때에 붙일게요.
아니면 누가 사진좀 올려줘요.
이제야 읽었네요. 리얼타임으로 느낌이 되살아 나네요. 엉덩이 통증이....^^
참고로 포도당 한분자가 분해되어 38개의 ATP가 생성되는데 2분자는 시스템 가동하는데 사용하고 36개 ATP분자를 에너지로 사용한다는.... 고등학교 때 시험문제...ㅎㅎㅎㅎ
지금 읽으니 감회가 새롭네여
역시 홍박의 세세하고 리얼한 글 솜씨는 여전해요
담엔 선유도쪽으로 추진 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