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전성시대입니다. ‘아저씨술’이라며 외면하던 20대 여성들까지 ‘막걸리 사랑’에 합류했습니다. 음식점 메뉴판에서 막걸리는 필수 항목이 됐습니다. 막걸리는 삼성경제연구소가 선정한 지난해 국내 최고 히트 상품이었습니다. 지난해 막걸리 수출액은 630만 달러(약 73억원)로 2008년보다 41.9% 증가했습니다. 대한민국 대표 전통주인 막걸리는 이제 수출 효자 상품입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현재 국내 533개 업체가 막걸리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개성을 내세우는 막걸리가 전국 곳곳에서 선보이고 있습니다.
김방현 기자
막걸리 대중화의 일등 공신 서울 막걸리
서울 막걸리의 대표주자는 ‘서울 장수막걸리’다. 지난해 서울 막걸리 시장의 90%를 차지했다. 매출액은 800억원.
장수 막걸리의 원료는 쌀이 90%다. 나머지 10%는 옥수수로 만든 올리고당 성분이다. 장수막걸리는 저온장기발효공법으로 만든다. 장수막걸리를 만드는 서울탁주제조협회 성기욱 연구소장은 “이 공법으로 막걸리 특유의 텁텁하고 시큼한 맛을 없앴다”고 말했다. 저온장기발효공법은 누룩을 섭씨 24~25도에서 보름간 발효시키는 기술이다. 소맥분(밀가루)이 원료인 누룩은 30도에서 5일 정도면 발효된다. 고온에서 짧은 기간에 발효되기 때문에 시큼하고 텁텁하다. 마시면 트림이 나오고 쉽게 변질된다. 하지만 저온장기발효공법을 사용하면 맛이 담백해지고 보존 기간도 길어져 10도에서 열흘이 지나도 변질되지 않는다.
2008년에는 숙성 기간을 늘리고 효소를 살균 처리해 보존 기간을 8개월까지 늘린 ‘월매 쌀막걸리’를 출시했다. 박상태 영업부장은 “월매 쌀막걸리는 탄산을 첨가해 시원한 맛이 난다”고 말했다.
전국 대표 브랜드 포천 막걸리
일동막걸리, 이동막걸리, 포천막걸리…. 경기도 포천시는 대표적인 막걸리 고장이다. 포천 막걸리 업체는 보통 40~5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데 1932년 시작된 내천막걸리가 가장 오래됐다.
포천 막걸리가 유명해진 것은 64년 포천에 주둔한 군부대에 일동막걸리와 이동막걸리가 납품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당시 양조장에서 막걸리를 탱크차에 싣고 영내 PX(매점)에 마련된 항아리에 담아주면 그곳에서 장병들에게 막걸리를 팔았다. 고된 훈련을 마치고 막걸리로 목을 축인 장병들은 제대 후에도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찾았다. 이 덕분에 포천 막걸리는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군대 마케팅’으로 성공한 사례다. 포천에서 막걸리를 생산하는 9개 주조회사는 지난해 말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내촌주조, 배상면주가, 백운주조, 상신주가, 조술당, 이동주조, 일동주조, 포천막걸리, 포천명가 등이 모두 참여했다.
조합은 앞으로 포천시가 추진하는 전통술 특구 사업을 주도하게 된다. 포천막걸리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 등록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포천막걸리사업협동조합 성운(42) 사무국장은 “중소 막걸리 생산업체가 조합을 설립함에 따라 막걸리 경쟁력 강화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청주 맛 내는 ㈜초가 막걸리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 김화농공단지에 있는 막걸리 제조업체 ㈜초가. 이 업체는 전통적인 막걸리와는 다른 막걸리를 생산한다. 이창규 관리이사는 “누룩 맛을 죽인 막걸리”로 표현한다. 그는 “막걸리와 청주의 중간쯤 된다”고 말했다. 걸쭉한 막걸리와 달리 깔끔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 회사 막걸리는 대부분 일본에 수출된다. 지난해 수출액은 50만 달러 정도. 올해 목표는 100만 달러다. 이 회사는 2005년 ‘청정지역에서 생산되는 막걸리’란 이미지를 심기 위해 철원에 공장을 세웠다.
국내에서는 신세계백화점과 고급 한정식집 등에서 만날 수 있다. 가격은 300mL 1병에 1760원으로 비싼 편이다. 회사 측은 “철원 오대쌀로 술을 빚어 품질을 높였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온도제어기 등 자동화 설비를 갖춰 깨끗하고 균일한 품질의 막걸리를 생산한다고 설명한다. 일본인 이외의 외국인 입맛에 맞는 막걸리를 개발해 수출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대통령이 마신 대강막걸리, 백련막걸리
2005년 5월 고 노무현 대통령이 충북 단양군 가곡면에 있는 한드미 마을을 찾았다. 농촌 체험마을을 둘러보고 주민을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노 전 대통령은 대강면 장림리 대강양조장에서 만든 막걸리를 시음했다. 노 전 대통령은 “참 맛있다”며 연거푸 6잔을 마셨다. 노 전 대통령은 대강막걸리 중 다섯 가지 곡물로 만든 ‘오곡막걸리’를 특히 좋아했다. 오곡은 쌀·밀·보리·옥수수·조를 말한다.
지하 암반 500m에서 뽑아 올린 탄산수와 오곡의 조화는 걸쭉하고 진한 막걸리 특유의 풍미를 더한다. 대강양조장은 1918년에 시작해 4대째 내려오고 있다. 한 해에 200만∼300만 병을 팔아 3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검은 콩 막걸리를 새로 내놓았다. 올해부터 1L짜리 막걸리(출고가 2000원)를 매달 2만 병씩 5년 동안 일본에 수출한다.
대강양조장의 발효실에는 술을 담아놓은 큰 옹기 10여 개가 있다. 그 옹기에는 소화(昭和) 원년(1926.12.25)이라는 제작 일시가 적혀 있다. 조재구 사장은 “외조부 때부터 사용해온 양조비법을 그대로 물려받아 90년 된 항아리 30개를 이용해 막걸리를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 당진의 신평양조장에서 만든 백련막걸리는 지난해 8월 청와대 만찬장 시음용으로 선정됐다. 신평양조장은 75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이 막걸리는 당진평야에서 생산되는 질 좋은 쌀과 연잎을 주원료로 만든다. 김용세 대표는 “연잎으로 만든 막걸리는 전국에서 유일하다”며 “연잎은 노폐물을 제거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백련막걸리는 연간 5만L를 생산한다.
전통방식 고집하는 청도막걸리
경북 청도 운문사 인근에 자리 잡은 동곡양조. 김한방씨가 1929년 설립한 동곡양조는 아들 영식(73)씨가 대를 잇고 있다. 양조장(660㎡)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막걸리 붐이 일어나도 시설을 확장하지 않았다. 직원 두 사람이 전부다.
동곡양조는 농협마트나 일반 식당 등에 막걸리를 판다. 하지만 직접 들러 한 박스나 반 말씩 사가는 애호가들이 많다. 김영식 대표는 “한번 먹어 보고 맛을 잊지 못하는 단골”이라고 귀띔했다. 대구는 물론 부산·마산·진해·창원 등 자동차로 1∼2시간 거리에서 손님들이 찾는다. 이들은 막걸리 맛만큼 양조장의 옛 정취를 즐긴다.
동곡막걸리는 100% 국산 쌀로 빚는다. 국(효모를 배양한 것)을 만드는 과정도 옛날 방식대로 대부분 수작업으로 한다. 쌀의 비율은 35∼45%. 동창천 상류의 맑은 물을 원료로 하기 때문에 시원하고 뒤끝이 없다는 평을 듣는다. 직원 유진하(40)씨는 “주질을 유지하기 위해 생산량을 철저히 조절하고 있다”며 “밀가루는 1등급만 쓴다”고 말했다. 연간 매출은 1억5000만원.
해외에서 알아주는 전주막걸리
전주막걸리는 7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18개 주조장이 제각각 활동하다 70년대 초반 ‘전주주조공사’로 통합했다. 지난해 ㈜전주주조로 이름을 바꿨다.
전주막걸리는 감칠맛과 청량감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물은 지하 150m에서 끌어올린 암반수를 사용한다. 최근에는 자동세척주입기, 자동관리시스템 보관탱크 등 첨단 시설을 갖췄다.
전주막걸리는 지난해 16억원어치를 팔았다. 3년 전만 해도 매출이 10억원 안팎이었으나 지난해 급성장했다. 전체 생산량 중 효모가 살아 있는 생막걸리가 90%를 차지하고, 나머지 10%가 살균주다.
전주막걸리는 해외에서도 명성이 자자하다. 지난해 일본·오스트레일리아에 진출했다. 올해는 미국·영국 등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재일동포 유통업자들이 공장 신설에 10%의 지분 투자를 했다. 하호수 사장은 “전주막걸리는 역사가 깊은 데다 우리 쌀, 우리 밀을 원료로 사용해 소비자들의 신뢰도와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며 “해마다 20~30%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첫댓글 저도 부산 생탁 한잔씩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