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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안토니오 가르시아 구티에레스의 <엘 트로바도르>
대본 살바토레 캄마리노
초연 1853년 로마 아폴로 극장
배경 1409년 내전 중인 스페인의 비스케이 지방과 아라곤 지방
<2013 베를린 슈타츠오퍼 / 145분 / 한글자막>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 합창단 연주 / 다니엘 바렌보임 지휘 / 필립 슈퇼츨 연출
루나 백작.....아라곤의 젊은 귀족으로 공작 군대의 지휘관.......플라시도 도밍고(바리톤)
레오노라......아라곤 공작부인의 젊은 시녀...........................안나 네트렙코(소프라노)
만리코.........음유시인. 우르젤 공작 군대의 젊은 지휘관.........가스통 리베로(테너)
아주체나......만리코를 양육한 집시 여인..............................마리나 프루덴스카야(메조소프라노)
페란도.........루나 백작 군대의 장교....................................아드리안 젬페트레안(베이스)
이네스.........아라곤 공작부인의 시녀이자 레오노라의 친구.....안나 라프코프스카야(소프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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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 <오페라에센스 55 / 박종호>
중세 에스파냐의 아라곤 지방이 무대다. 이 지역에서 정치적 분쟁이 한창일 때, 왕위 계승 문제를 둘러싸고 내전이 벌어졌다. 정부군은 루나 백작이, 반대편의 용병인 집시 군대는 음유시인이자 젊은 지휘관인 만리코가 이끌고 있다. 지금 정부군과 집시 군대는 대치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백작 진영에 있는 여관女官인 귀족 처녀 레오노라는 적장인 만리코와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그러나 루나 백작 역시 레오노라를 연모하고 있다.
이런 삼각관계 위에서 애정과 전투의 스토리가 펼쳐진다. 사실 만리코는 어려서 죽은 줄 알았던 루나 백작의 동생이다. 집시 여인 아주체나는 과거에 자신의 어머니를 지금 백작의 부친인 선대 백작이 죽이자 복수를 한답시고 선대 백작의 어린 아들을 죽이려 하였다. 그런데 그만 잘못해서 자기 아들을 불속에 던지고 말았다. 놀란 그녀는 하는 수 없이 자기 아이 대신에 백작의 아이를 데리고 산속으로 도망가서 자신의 아들처럼 정성껏 키운 것이다. 그 아이가 바로 만리코다. 이제 아주체나는 자신의 아들로 키운 만리코가 선대백작을 계승한 백작에게 대신 복수해 주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사실은 형제인 두 영웅이 각기 다른 군대의 사령관으로, 그리고 같은 여인에 대한 구애자로서 정면으로 대치하게 된 것이다. 이렇듯 <일 트로바토레>는 뜨거운 사랑의 대결과 동시에 정치적인 대결이 있고, 그 위에 대를 잇는 복수와 복수, 그리고 전투와 반전이 거듭되는 멋진 대형 드라마다. 여기에다 무엇보다도 이 오페라는 아름답고 뛰어난 음악이 있어, 관객을 중세의 에스파냐로 끌고 들어간다.
밤에 잠이 오지 않아서 정원에 나온 루나 백작은 레오노라를 만나러 온 만리코와 마주친다. 두 사람은 결투를 벌이고 만리코는 부상을 입고 산으로 달아난다. 하지만 레오노라는 만리코가 죽은 줄로 알고, 연인이 없는 세상을 버리고 수녀원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이에 루나 백작은 수녀원에 막 들어서려는 그녀를 납치하려고 하지만, 같은 목적으로 등장한 만리코와 그의 병사들 때문에 놓치고 만다.
레오노라를 데리고 산으로 간 만리코는 그녀와 결혼식을 올리려고 한다. 하지만 그때 백작이 자신의 어머니 아주체나를 붙잡아 화형에 처하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백작의 성으로 달려간다. 그러나 그것은 백작의 함정이었다. 만리코는 투옥되어 처형을 기다리는 신세가 된다. 이곳에 레오노라가 등장하여 백작에게 자신의 몸을 줄 테니 만리코를 풀어 달라고 제의한다. 이에 루나 백작은 그녀의 제의를 수락하지만, 그녀는 백작에게 안기기 전에 이미 독약을 먹었다…….
=== 프로덕션 노트 === <내지 해설 / 피터 크라우스 / 스튜어트 스펜서 영어번역 / 최정은 번역>
새로운 오페라 무대 위의 커플들
유명한 카바티나와 카발레타로 아주 오랫동안 명성을 이어오고 있는 <일 트로바토레>의 애호가라면 성악가들이 작품에서 노래할 때 그들의 성악적 역량의 최고치에 도전하는 것을 매우 기대하고 바랄 것이다. 특히 노래가 마지막에 접어들면서 빠르기를 더하여 긴박감이 고조되는 만리코의 스트레타(stretta) 끝 부분에 나오는 가장 높은 C 음을 크게 기대할 것이다. 성악가는 이 부분에서 진정한 도 디 페토(do di petto)로 노래하는데, 즉 두성이 아닌 가슴으로부터 나오는 소리로 노래한다. 하지만 2013년 말에 베를린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다니엘 바렌보임과 위르겐 플림이 공동으로 올렸던 무대에서는 이러한 기대가 의도적으로 무너졌다. 이는 관객들이 흔히 기대하였던 친숙함을 크나큰 놀라움으로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반응은 비단 이번 무대에서 처음으로 역을 맡아 열연한 우리 시대에 가장 유명한 두 명의 성악가뿐만 아니라, 단지 관객의 귀를 즐겁게 해주고 쉬운 리듬으로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는 경쾌한 리듬(rum-ti-tum rhythm) 그 이상으로, 아주 분명하게 다른 음악을 만든 오페라 극장의 음악감독의 노력 때문이었다. 오히려 바렌보임은 전례가 없다고 말은 할 수 없지만, 이번 작품에서 베르디의 음악에 더욱 과감하게 접근하여, 더욱 정교하고 그리고 우리가 과거에 들어왔던 것보다 더욱 어두운 색채를 이끌어내려고 하였다. 예를 들면, 레오노라의 첫 아리아인 "밤은 고요히 잠들어 있고(Tacea la notte placida)"에서는 노래가 너무나 느리게 진행되어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가 아니었다면, 누구나 노래를 들으면서 가수가 노래하다 호흡이 부족해 자칫 중간에 잠기지나 않을지 불안해했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러시아 스타는 대단한 호흡 조절력을 지니고 있기에 국립 관현악단이 끝까지 그녀를 잘 받쳐주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바로 메사 디 보체(messa di voce) 기법을 특별히 대담하게 사용함으로써 명확하게 표현되는데, 특히 4부에서 레오노라의 최고의 아리아인 "사랑의 장밋빛 날개를 타고(D'amor sull'ali rosee)"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우리는 여기서 마술적인 후기 벨 칸토 양식을 발견할 수 있는데, 베르디는 그러한 진솔한 감정의 깊이를 끄집어내 성악적으로 아슬아슬한 줄타기 곡예와 다를 바 없는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그 누구도 흉내내지 못하도록 하였다. 단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영혼을 직접 울려주는 예술에 응답하는 것뿐일 것이다.
안나 네트렙코는 2005년 오페라계 최고의 위치에 그녀의 특출한 입지를 확고히 하였고, 그해 여름 잘츠부르크 음악제에서 롤란도 비야손과 함께 베르디의 비올레타를 노래했다. 이번 레오노라 역으로 그녀는 더욱 드라마틱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성공적으로 대담한 자리 이동을 하였다. 그녀의 소리는 언제나 고상한 둥근 소리였으나, 하지만 이제는 노래와 성량에서 더욱 풍성하고 더 어두운 음색을 띠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부신 콜로라투라가 두드러진 비올레타와 푸치니의 서정적이고 가녀린 색채의 미미는 기존의 모든 낡은 오페라와 형식을 뒤엎고 초월한 감정적인 깊이를 더하여 완전한 오페라 여왕으로 발전하였다. 대개 이러한 역할들이 흔히 어떤 식으로 연주되어야 한다는 고정된 기존의 선입견에서 벗어나기를 원하는 청중들은 이번 작품에서는 더욱더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아주체나 역의 마리나 푸르덴스카야는 그녀의 역할에 젊은 민첩함과 에로틱한 메조의 재능을 최대한 발휘하여 최면에 걸린 히스테리 성의 사람으로, 반 미친 집시 역을 훌륭히 소화하고 있다. 이제 만리코 역의 가스톤 리베로를 살펴보자. 그는 전통적인 영웅적 자질이 부족한 주인공으로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있고, 누래의 무게 중심이 상대적으로 고성부에 있는 밝은 테너의 소리를 내는 음유시인에 비하면 록스타다. 결과적으로 리베로의 노래 색채는 지난 50년간 주역을 맡았던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의 소리에 비해서 매우 독특하다. 도밍고는 이번 루나 백작을 맡음으로 앞으로 바리톤 레퍼토리를 더 늘려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그의 나이 80세에도, 도밍고는 여전히 무대 위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카리스마와 매우 지적인 음악가의 면모를 발산하고 있다. 맡은 역할이 심지어 바리톤에게조차 높은 음역이지만, 그러나 도밍고는 그가 전에 맡았던 오텔로를 우리가 연상할 수 있도록, 그의 언제나 변함없는 강력한 중성부와 윤기있는 음색으로 그의 장기를 최대한 잘 활용한다. 그리고 그의 노래가 단순히 아름답거나 연극적으로도 신뢰성이 있기 때문에, 그는 이 이상한 오페라에서 구식의 벨 칸토 스타일과 정확하게 역할을 표현하는 데 더욱 현대적인 시도를 하는 양 극단을 훌륭하게 소화한다.
이러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일 트로바토레>는 오페라 전 역사에서 여전히 가장 부조리한 플롯을 자랑한다. 오페라의 이야기는 매우 엉성하게 풀려나가며, 실수로 증오하는 왕자의 아들이 아닌, 자기 아들을 불 속에 던진 한 집시 여인에 대한 것이다. 그간 장편영화, 비디오 클립, 그리고 진흥영화를 만들었던 연출가 필립 슈퇼츨은 엉성한 이야기의 틈을 메우려고 노력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끊임없이 각 장면을 이동시키며 베르디의 만화경을 연출했는데, 이는 부딪히는 문제를 정면으로 해결하며 이 하나의 오페라를 오늘날 만화의 전조로서 무대화하였고, 포스트모더니즘 이미지를 사용하여 이야기의 기초가 되는 논리 이해가 부족한 관중들을 극 안으로 끌어들이려 하였다. 슈퇼츨은 현재는 영화와 이번 <일 트로바토레> 연출을 통해 확실한 자리매김을 한 오페라 세계에서 공히 활약을 하고 있는데, 그는 특히 독일 록 그룹인 람슈타인과 미국 팝 아이콘인 마돈나, 그리고 노아 고든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기초로 한 <피지션>과 같은 다수의 성공적인 영화로 매우 잘 알려진 인물이었다.
무대는 목조 육각 큐브로 되어 있고, 그 벽에 슈퇼츨은 초현실주의의 그림, 바니타스 양식의 정물화, 그리고 주인공들의 이미지들을 프로젝트로 투사한다. 그리고 무대 위에서 합창단이 관중을 향해 대포를 발사할 때, 그 세트의 벽들은 무너진다. 오페라는 실제 삶을 그대로 모방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이번 작품의 경우, 마치 16세기에서 17세기 사이에 이탈리아에서 유행한 가면 희극인 코메디아 델라르테의 근원으로 되돌아가는 것과 같고, 또한 서커스와 우스꽝스러운 펀치와 주디 인형극, 그리고 재의 수요일 전 3일간 행해지는 카니발을 재현하는 것과 같다. 아무런 조짐없이 인물들이 바로 등장하기에 인물들을 기괴한 형상으로 그려내는 것이 매우 타당해 보인다. 그 결과로 성악가들은 정통 벨 칸토 인물과 심리학자 베르디의 전형인 진실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는 성악 선율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곡예를 한다. 그리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비디오 연출은 마찬가지로 인간이 노래를 통해 소통하고자 하는 하나의 예술 장르인 오페라의 기묘하고 놀라운 모습을 탐구한다.
=== 작품 해설 === <다음 클래식 백과 / 이진경 글>
일 트로바토레
주세페 베르디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는 4부 드라마로 구성되었으며, 1409년 스페인의 비스케이 지방과 아라곤 지방의 내전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베르디의 오페라 중 가장 박력 있고 열정이 넘치는 작품으로 〈리골레토〉, 〈라 트라비아타〉와 함께 베르디의 빅3로 꼽히는 작품이다. 특히 몇 개의 멜로디가 미국과 유럽에서 잘 알려진 대중적인 오페라이다.
누가 만든 비극인가
〈리골레토〉의 성공 이후, 베르디는 캄마라노에게 가르시아 구티에레스의 극을 다음 오페라 대본으로 써 줄 것을 제안한다. 베르디가 리골레토의 연속선상에서 이 새로운 오페라를 구상한 것으로 보인다. 베르디는 집시 아수세나에 대한 많은 애착을 보이는데, 이 등장인물은 리골레토와 마찬가지로 자식에 대한 사랑과 복수에 대한 갈망이라는 두 가지 상반되는 욕망을 가진 극의 중심인물이다.
오페라의 비극은 아수세나의 상반된 욕망에서 시작된다. 자신의 어머니를 처형한 백작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의 아들을 자신의 아들로 키운다. 이 사실을 모르는 루나 백작이 잃어버린 동생을 죽이는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또한 아수세나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만리코는 마마보이로 성장하게 되고, 그러한 만리코는 헌신적인 레오노라와의 사랑에도 자주적이지 못한 면모를 보인다.
오페라는 아수세나의 복수와 자식에 대한 사랑으로 비극의 핵심을 긋지만, 이들 4명의 인물의 비극을 아수세나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모두가 오페라에서 피해자이다. 그래서 〈일 트로바토레〉는 처음의 어두운 분위기에서 그 마지막까지 어둠으로 점철된 비극적 오페라이다. 오페라의 비극은 마지막에 백작의 손에 죽는 만리코로, 아수세나의 오랜 복수에의 염원이 이루어짐과 동시에 아들을 잃어버린 어머니의 슬픔이 동시에 표현되면서 절정을 이룬다.
완벽한 균형과 조화
베르디는 아수세나 역에 많은 기대를 걸었다. 리골레토만큼 독창적인 하나의 여성 저음 주인공을 창조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리골레토처럼 숙명적으로 양면의 인생을 살아야만 하는 메조소프라노가 탄생하게 되었다. 베르디의 의도는 아니었던 듯하지만, 작곡 과정 중에 레오노라의 역할이 커지면서 아수세나와 쌍을 이루는 소프라노가 탄생하였다. 여성 역할과 마찬가지로 남성 역할은 만리코와 백작의 대비로 전체 오페라를 끌어가는 구도를 가지게 된다. 그래서 〈일 트로바토레〉는 극에서 주요 역을 맡은 네 명의 주연이 소프라노-메조소프라노-테너-바리톤의 4개의 음역의 조화를 가지게 되었다. 오페라에서는 일부 음역이 중심을 이루는 것과 달리, 〈일 트로바토레〉는 이들 모두가 동일한 비중을 차지하면서 극을 이끈다.
메조소프라노인 아수세나는 다양하고 감정을 호소할 수 있어야 한다. 프리마 돈나인 레오노라는 드라마틱 소프라노이면서 아질리타 기법을 동시에 소화할 수 있어야 하며, 만리코는 하이 C음을 부를 수 있는 테너, 루나 백작은 베르디의 전형적인 바리톤 역으로 영웅적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렇게 4개의 음역이 각각의 특징적인 성격이 어우러진 오페라가 〈일 트로바토레〉이다.
형과 동생의 운명비극
페란도 대장이 루나 백작의 동생에 관한 비극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오페라가 시작된다. 집시 아수세나의 어머니는 루나 백작의 아버지에게 처형당한다. 어머니의 복수를 위해 아수세나는 루나 백작의 동생을 불에 던진다. 하지만 그녀가 던진 아이는 아수세나의 아이이다. 이를 알게 된 아수세나는 할 수 없이 루나백작의 동생을 납치하여 자신의 아들로 키운다.
한편, 만리코의 연인 레오노라는 백작을 만리코로 착각하여 포옹하는데, 이 장면을 목격하고 오해한 만리코가 백작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레오노라는 만리코가 죽었다고 생각하며 수녀원에 들어가고 레오노라에게 반한 백작은 그녀를 납치하려 한다. 이 때 만리코가 나타나 그녀를 구출한다. 백작은 만리코가 레오노라를 데리고 있는 카스텔로르 성을 공격하고 야영지 근처에서 집시를 붙잡아서 자신이 잃은 동생에 대해 묻는다. 아수세나는 모른다고 일관하지만 페란도는 그녀를 알아본다. 백작은 아수세나를 화형시키려 하고 아수세나는 만리코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만리코는 아수세나의 화형 소식을 듣고 레오노라의 결혼준비 중에 어머니를 구하러 간다. 그러나 만리코는 백작에게 잡혀 감옥에 갇히고 이를 안 레오노라는 만리코를 구하려고 백작에게 자신을 바치겠다고 말한다. 사실 그녀는 만리코를 구한 후 자살할 생각으로 독을 마신다. 몸속에 독이 퍼지기 시작하고 그녀는 만리코를 구하러 가지만, 오히려 만리코는 그녀를 힐난한다.
레오노라에게 속았음을 안 백작은 분노로 만리코를 처형하라고 명령한다. 만리코를 찾는 아수세나에게 그가 죽었음을 알리자, 아수세나는 “저 아이가 당신의 동생이야! 어머니, 어머니의 복수를 했어요.”라고 외친다.
2막 ‘집시’ 1장, 아수세나의 칸초네 ‘불꽃은 타오르고(Stride la vampa)’
2부의 막이 오르면, 집시들이 ‘집시들의 합창’으로 유명한 ‘집시의 날은 누가 밝히나’를 부르며 일하러 나간다. 합창에 이어 아수세나는 비극의 실마리가 담겨 있는 아리아 ‘불꽃은 타오르고’를 부른다. 백작에게 화형 당했던 죽은 어머니의 이야기와 복수를 위해 백작의 아이를 화형대의 불 속에 던졌지만, 그 아이가 자신의 아이였다는 내용이다.
2막 2장, 백작의 카바티나와 카발레타 ‘그대의 미소는 아름답고... 운명의 시간은 다가오고(Il balen del suo sorriso...Per me ora fatale)’
루나 백작은 수녀원으로 들어가려는 레오노라를 납치하려고 한다. 그녀를 기다리는 백작은 베르디 아리아 최고의 연가로 여겨지는 카바티나를 부른다. 이어 신도 그녀를 빼앗아 갈 수 없다는 내용의 카발레타 ‘운명의 시간은 다가오고’를 부른다. 이 카발레타는 남성합창과 어우러지며 이어 나오는 수녀들의 합창과 어울리며 끝맺는다.
3막 ‘집시의 아들’ 2장, 만리코의 카발레타, ‘타오르는 저 불꽃을 보라(Di quellapira)’
이 노래에는 사랑하는 연인 레오노라와 어머니 아수세나 사이에서 고민하는 만리코의 심정이 표현되어 있다. 화형에 처해질 아수세나에 대해 레오노라가 만리코에게 묻자 그는 분노하며 “나는 당신의 연인이기 전부터 어머니의 아들이었다”라고 노래한다. 어머니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만리코의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다. 〈일 트로바토레〉에서 테너의 정수를 보여주는 아리아이다.
4막 1장, 레오노라의 카바티나 ‘사랑은 장밋빛 날개를 타고(D’amor sull'ali rosee)’
드라마틱 소프라노를 위한 아리아로 느린 카바티나와 빠른 카발레타로 이루어져 있다. 만리코가 갇혀 있는 상황에 대한 레오노라의 괴로운 심정이 구체적으로 표현되며 빠른 카발레타에서는 만리코의 구출에 대한 계획이 나온다. 두 부분 사이에는 미제레레의 기도가 합창으로 나와 엄숙함을 더한다. 절박한 레오노라의 감정을 표현해야 하며 어려운 기교로 이루어진 드라마틱 소프라노를 위한 아리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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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해설 === <2011년 2월 7일 네이버캐스트 / 이용숙 글>
명곡 명연주
베르디, 일 트로바토레
스페인의 작가 안토니오 가르시아 구티에레스 <엘 트로바도르>를 토대로 한 작품
1853년에 로마에서 초연
트루바두르(Troubadour). 중세에 봉건 제후들의 궁정을 돌아다니며 자작시와 음악을 읊고 연주하던 음유시인을 뜻하는 말입니다. 무예와 예술창작에 두루 능한 기사(騎士)를 칭하는 단어이기도 하죠. 베르디의 중기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는 스페인 낭만주의 작가 안토니오 가르시아 구티에레스(1813-1884)가 1836년에 발표한 [엘 트로바도르]를 토대로 한 작품인데요, 트로바토레(이탈리아어), 트로바도르(스페인어), 트루바두르(프랑스어)는 모두 같은 의미입니다.
중세 기사들의 삶을 소재로 다루는 것 역시 낭만주의 문학의 유행이었습니다. 소설이나 오페라가 중세를 배경으로 하면 ‘황당무계한 창작’일 거라고 짐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 오페라는 스페인에서 카스틸랴와 우르헬 두 가문의 아라곤 왕위계승 전쟁이 있었던 1411년을 역사적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역사 속의 실명(實名)이 무대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형제간이면서 각각의 군대를 이끌고 싸우는 루나 백작 진영과 만리코의 진영이 역사상의 양쪽 세력을 대표하고 있죠.
집시가 스페인 귀족에 안겨준 멸문지화
1막에는 ‘결투’라는 부제가 붙어 있습니다. 어두운 밤, 장교 페란도는 야간 경비병들에게 루나 백작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원래 루나 백작에게는 가르시아라는 남동생이 있었는데, 아직 아기였을 때 어느 집시 노파가 유심히 들여다보고 간 뒤로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답니다. 루나 백작의 아버지는 그것이 집시의 저주라 믿고 그 노파를 붙잡아다 화형에 처했지요. 그런데 그날 밤 아기가 없어지고 불에 탄 아기의 백골이 발견되었다는군요.
한편 궁중에서 왕비의 비서로 일하는 귀족 처녀 레오노라는 다른 시녀 이네스와 함께 궁전 발코니에서 연인 만리코를 기다리며 그를 사랑하게 된 경위를 이네스에게 들려줍니다. 그때 레오노라를 사랑하는 루나 백작이 어둠 속에 나타나자 레오노라는 그의 품에 안겼다가 만리코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놀랍니다. 뒤늦게 찾아온 만리코는 이런 오해에 불같이 화를 내고, 루나 백작과 결투를 벌입니다.
2막의 제목은 ‘집시 여인’입니다. 새벽에 집시들이 숲 속에서 장작불을 피워놓고 모루를 두드리며 ‘대장간의 합창’을 노래합니다. 그때 만리코의 어머니 아추체나는 ‘불길이 솟구치네’라는 노래와 함께 자신의 어머니가 화형 당하던 당시의 일을 회상합니다. 만리코에게 그때 일을 자세히 들려주자 만리코는 자신이 아추체나의 아들이 아닌 것 같다는 의심을 품게 됩니다. 그러면서 자기가 전쟁터에서 백작을 죽일 수 있었는데 차마 죽이지 못한 사연을 이야기합니다. 이때 만리코의 부관인 루이스가 편지를 가져옵니다. 만리코가 전투에서 죽은 줄 아는 레오노라가 수녀원에 들어간다는 보고입니다. 만리코는 어머니의 만류를 뿌리치고 수녀원으로 달려가 루나 백작과 싸워서 레오노라를 구해냅니다.
3막은 ‘집시의 아들’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습니다. 루나 백작 진영의 병사들이 다음날 전투를 기다리며 ‘전투의 나팔을 불어라’라는 합창을 노래합니다. 이 자리에 페란도가 적의 첩자로 보이는 집시 여인을 잡았다며 데려오지요. 아추체나가 옛날 자기 동생을 불 속에 던진 집시라는 걸 알고 루나 백작은 그녀를 감옥에 가둡니다. 한편 결혼식을 앞둔 만리코와 레오노라는 사랑의 기쁨에 취해 있습니다. 이때 루이스가 와서 어머니가 적진에 붙잡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자 만리코는 ‘타오르는 저 불길을 보라’를 노래하며 어머니를 구하러 달려갑니다. 이 오페라 최고의 이 인기 아리아에서 “당신을 사랑하기 전부터 나는 내 어머니의 아들이었으니, 당신이 괴롭더라도 그 고통으로 나를 붙잡아둘 수는 없다"고 남자 주인공은 말합니다.
4부는 ‘처형’입니다. 어머니를 구하려고 적의 진영으로 돌진했던 만리코는 포로가 되어 아추체나가 있는 감옥에 갇힙니다. 레오노라는 사랑하는 만리코를 살리려고 루나 백작에게 거짓으로 결혼을 약속하고는 자신은 독약을 마신 채 만리코를 도망시키려고 감옥으로 가지요. 그러나 상황을 모르는 만리코는 레오노라에게 배신했다며 저주를 퍼붓고, 그러는 사이 몸에 독이 퍼진 레오노라는 그에게 진실을 고백하고 나서 쓰러져 죽고 맙니다.
레오노라에게 속았음을 알고 곧장 만리코를 처형하는 루나 백작. 그때 만리코가 죽은 것을 알게 된 아추체나가 백작에게 ‘만리코가 너의 동생’이라고 밝히자 루나는 그 자리에서 충격을 받아 무너져 내립니다. 아추체나가 “어머니, 드디어 복수가 이루어졌군요!”라고 외치는 것으로 이 처절한 비극은 막을 내립니다. 서남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흘러들어온 유랑민으로 유럽에서 어느 민족보다도 천대받으며 늘 생존의 위협 속에서 살았던 집시들. 그 힘없는 집시 여인이 죄없는 자신들을 박해한 스페인의 권력자에게 멸문지화(滅門之禍)를 안겨준 통렬한 복수극입니다.
열정과 깊은 힘을 지닌 두 여주인공
1853년에 로마에서 초연된 [일 트로바토레]는 큰 성공을 거뒀고 그 인기는 10년이 다 되어서도 사그러들지 않았습니다. 작곡가 베르디는 1862년에 친구에게 쓴 편지에서 “아프리카에 가든 인도에 가든 요즘은 세상 어디서든 ‘트로바토레’가 들리지 않는 곳이 없다네”라고 말했고, 평생 이 작품에 가장 큰 애착을 느꼈다고 합니다. 이 오페라에 나오는 ‘대장간의 합창’이나 ‘병사들의 합창’처럼 우리 귀에 익숙한 멜로디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전 세계에서 사랑 받고 있습니다.
이 오페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레오노라와 아추체나라는 대조적인 여성상입니다. 레오노라는 젊고 아름다운 귀족 처녀로 모두에게 사랑 받는 여성, 그리고 아추체나는 하층민 집시인데다 나이가 들었고 분노와 복수심을 동력으로 살아가는 여성으로 얼핏 보기엔 공통점이 없어 보이지만, 두 여성은 운명을 거스르는 강렬한 열정과 힘을 지녔다는 점에서 통하기도 합니다. 레오노라가 만리코의 구출을 결심하며 4막에서 부르는 아리아 ‘가라, 괴로운 한숨이여, 사랑의 장밋빛 날개를 타고 D'amor sull'ali rosee’는 ‘지상에서 더 강한 사랑은’이라는 그녀의 결의에 찬 노래로 이어집니다.
지상에서 내 사랑보다 더 강한 사랑은 없다는 걸
당신은 보게 될 거에요.
그 사랑은 사정없는 운명의 폭력을 이겨내고
죽음 그 자체를 무너뜨릴 거에요.
내 생명을 바쳐 당신을 구하겠어요.
그리고 그게 안 된다면, 무덤 속으로 걸어내려가
영원히 당신과 결합하겠어요.
추천 음반 및 영상물
(만리코-루나 백작-레오노라-아주체나 순)
[음반] 주세페 디 스테파노 / 롤란도 파네라이 / 마리아 칼라스 / 페도라 바르비에리 등, 라 스칼라 가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지휘, 1956년 녹음, EMI
[음반] 카를로 베르곤치 / 에토레 바스티아니니 / 안토니에타 스텔라 / 피오렌차 코소토 등, 라 스칼라 가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툴리오 세라핀 지휘, 1962년 녹음, DG
[DVD] 플라시도 도밍고 / 피에로 카푸칠리 / 라이나 카바이반스카 / 피오렌차 코소토 등, 빈 국립오페라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지휘 및 연출, 1978년 공연 실황, TDK
[DVD] 루치아노 파바로티 / 셰릴 밀른즈 / 에바 마르톤 / 돌로라 자지크 등,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제임스 레바인 지휘, 파브리치오 멜라노 연출, 1988년 공연 실황, DG(한글자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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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2010년 9월 8일 네이버캐스트 / 고 안동림 교수 글>
내 마음의 아리아
사랑은 장밋빛 날개를 타고
베르디 <일 트로바토레>
스페인의 작가 구티에레스(Antonio Garcia Gutiérrez)의 원작, 캄마라노(Salvatore Cammarano)와 바르다레(Leone Emanuel Bardare)의 대본을 베르디가 전4막으로 작곡한 중기(中期)의 3대 걸작(‘리골레토’ ‘라트라비아타’ ‘일트로바토레’) 중 하나이다. 이야기 줄거리가 복잡하며 이해하기 어렵고 처음에서 끝까지 어두운 분위기에 감싸인 채 좀 무겁고 따분하다는 결점이 있다. 그러나 매우 발랄한 아름다운 음악이 계속 뒤이어 솟구쳐 오르는 이 오페라는, 그가 쓴 전 26개 중에서도 특히 인기가 있는 작품의 하나로 손꼽힌다. 더구나 이 오페라 주역 4명의 음색(音色)이 소프라노, 메조 소프라노, 테너, 바리톤으로 되어 있으며 서로 균형이 잘 맞고 각기 강렬한 개성을 드러낸 아리아를 한두 곡씩 가지고 있으므로 앞에서 말한 몇 가지 결점을 뛰어 넘어 전 세계에서 가장 빈번하게 공연되는 오페라 중의 하나라고 해도 별로 이상할 것이 없다. ‘일트로바토레(Il Trovatore)’는 중세의 민간 예술의 기수(旗手)였던 음유시인(吟遊詩人)을 말한다.
루나 백작 가문의 비극을 다룬 <일 트로바토레>
15세기의 스페인이다. 루나 백작의 위병대장 훼란도가 밝힌 루나 백작 가(家)의 전해 내려오는 비화(秘話)에 의하면, 백작의 아버지 때 한 짚시(집시, gipsy) 노파를 화형(火刑)시켰다고 한다. 그 후, 잿더미 속에서 어린 아기의 뼈가 나왔고 백작(현재 백작의 아버지)의 두 아들 중 동생이 사라졌다. 형인 현재의 백작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그 행방을 찾고 있다. 백작은 여관(女官) 레오노레를 사랑하고 있으나 그녀는 음유시인 만리코를 사랑하고 있다. 만리코의 어머니이며 짚시인 아주체나는 화형 당한 어머니의 복수를 노리고 있으나 백작 군(軍)에 붙잡혀 만리코를 이끌어낼 볼모가 되고 만다. 결국 만리코도 사로잡히지만 레오노라가 백작에게 살려줄 것을 간청하고 독약을 먹고 죽는다. 배반당했다고 생각한 백작은 만리코를 당장 처형해 버린다. 감옥 속에서 그 사실을 안 짚시 여자 아주체나는 그만 소리를 지른다. “그건 네 동생이다. 어머니! 원수를 갚았습니다!” 놀라 망연(茫然)히 서 있는 루나 백작! 지난날 잿더미 속에서 발견한 아기의 백골은 짚시 여인이 잘못 불 속에 던진 자기 자식이며, 훔친 백작가의 아기를 만리코로 키웠던 것이다.
'사랑은 장밋빛 날개를 타고'
사랑은 장밋빛 날개를 타고
탄식(歎息)의 한숨은 하늘을 달려,
가련한 죄수의
불행한 마음을 위로한다.
희망의 산들바람처럼
그 방안에 나부끼고,
갖가지 추억이 그를,
사랑의 그리움으로 일으켜 세운다.
허나 함부로 알리지는 않는다,
내 가슴의 고통을.
당장 알 수 있겠지요, 이 세상에서 나만큼
깊이 사랑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운명은 치열한 싸움에 이겼지만,
같은 죽음으로 극복해 갑니다.
내 목숨 대신
당신 목숨을 구하든가, 아니면,
당신과 영원히 맺어지기 위해
무덤 속으로 내려갑시다.
드라마틱 소프라노를 위한 아리아
가사는 앞단의 느린 카바티나 부분과 뒷단의 템포가 빠른 카발레타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앞부분에서는 만리코가 갇혀 있는 고통스러운 상태에 대한 레오노레의 괴로운 심정을 구체적으로 말하고, 뒷부분에서는 앞으로 그녀가 사랑하는 만리코를 구출하기 위해 루나 백작에게 정조를 바치겠다고 거짓으로 속인 뒤 자살하려는 속셈을 밝힌다. 그 절박한 감정 표현을 나타내듯 지극히 어려운 기교가 필요하다. 콘서트나 아리아집에서는 카바티나 부분만 부르는 경우가 많으나, 오페라에서는 중간 공백 부분에 ‘미제레’의 기도가 합창으로 들리며 담 넘어 탑(塔)에 갇혀 있는 만리코가 레오노레를 향한 사랑의 맹세를 노래한다는 효과적인 장면이 들어간다. ‘사랑은 장밋빛 날개를 타고’는 드라마틱 소프라노를 위한 아리아이며 높은 극적 감동이 요구된다.
추천 음반과 DVD
[CD] 카라얀 지휘, 밀라노 스칼라 극장 관현악단/합창단(1956) 마리아 칼라스(S) EMI
일체의 드라마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선율 위에 이루어지고 있는 이 오페라의 특성을 가장 화려하게 표현한 지휘자는 카라얀이다. 그는 이탈리아인 지휘자가 빚어내는 음악이라고 착각할 만큼 순 이탈리아 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탈리아인이 따를 수 없는 찬란한 노래의 향연을 펼친다. 스칼라 극장의 오케스트라와 합창의 완벽하리만큼 놀라운 실력은 더 말할 것 없고 여기에 칼라스와 디 스테화노의 노래가 금상첨화(錦上添花)로 추가된다. 비록 모노럴(monoral) 녹음이 아쉽지만, 아직 발랄했던 시절의 두 가수가 내뿜는 목소리의 매력은 오페라 음반에 불가결한 웅장감(雄壯感)의 부족을 메우고도 남는다. 리리코 스핀토인 동시에 드라마티코 역을 다채롭게 소화해 나가는 칼라스의 폭넓은 역량은 경탄을 금할 수 없다.
[CD] 알베르토 에레데 지휘, 쥬네브 대극장 관현악단/휘렌체 5월 음악제 합창단(1959) 레나타 테발디(S) Dec
아직 전성기를 누리고 있던 델 모나코와 테발디의 풍성한 음성을 만끽하는 기쁨 한 가지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음반이다. 테발디의 노래는 폭 넓고 풍부한 감정의 진폭과 실루에트를 지녔고 델 모나코의 목소리는 폭발하는 힘과 빛을 간직하고 있다. 이들의 노래가 시미오나토의 노련한 기교와 어울려 이 오페라의 중요한 요소인 ‘노래의 드라마’를 빚어내고 있다. 위의 세 명 가수가 함께 녹음한 경우는 여러 번 있으나, 음악이 요구하는 조건과 성격을 이토록 완벽하게 충족시킨 예는 일찍이 없었다. 이들에 비해 사바레제(U해 Savarese)의 루나 백작이 너무 빈약하다. 바스티아니니가 맡았다면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앙상블을 이루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에레데(Alberto Erede)의 지휘와 쥬네브 대극장 관현악단의 연주도나무랄 데가 없다.
[CD] 툴라오 세라휜(세라핀, Serafin) 지휘, 밀라노 스칼라 극장 관현악단/합창단(1962) 안토니에타 스텔라(S) DG
갖가지 명반 중에서 순수하게 이탈리아적인 명연으로 평가된다. 세라휜은 철저히 육성(肉聲)을 중심에 두고 그 목소리와 관현악을 하나로 묶으면서 음악의 드라마를 엮어 나가는 전통적인 연주양식을 추구하고 있다. 목소리와 관현악에서 동질(同質)의 노래를 이끌어 내어 그것을 혼연일체의 음악에 융합시킨다는 뜻에서 이 연주는 베르디의 모든 작품 중 가장 독특한 의의를 지님을 뚜렷이 밝혀준다. 무엇보다도 4명의 주역이 이상 바랄 수 없을 만큼 뛰어나다. 그 중 코소토와 바스티아니니는 최고의 적역이다. 코소토의 개성적인 깊이 있는 음성, 바스티아니니의 낭랑한 양식적인 노래는 깊은 감동을 준다. 베르곤찌의 만리코 역은 선이 좀 가는 편이기는 하지만 명확한 양식감과 신선한 힘이 매력적이다.
[DVD] 제임즈 레바인 지휘, 메트로폴리탄 가극장 관현악단/힙칭딘(1988) 화부리찌오 멜리노 연출, 에바 마르톤(S) DG
베르디의 오페라 중에서도 아름다운 멜로디와 목소리의 풍성한 향연이 눈에 띄게 돋보이는 작품이다. 무엇보다도 주역 2명의 역량에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 오페라지만 만리코와 루나 백작 형제 역을 맡은 파바로티와 밀른즈가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여 이 드라마의 틀을 확고하게 다져 놓고 있다. 메트로폴리탄 가극장의 수석 연출가인 멜라노(Frank Melano)는 간소한 장치 속에 중후함을 교묘하게 살려내고 있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무대 속에 은연 중 비극의 싹이 움트면서 속절없이 자라다가 이윽고 폭발하듯 극적인 종말을 맞이하는 과정이 깊은 감동과 인상을 심어준다.
[네이버 지식백과] 사랑은 장밋빛 날개를 타고 - 베르디, [일트로바토레] (내 마음의 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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