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익스플로러 시리즈 1 (2011.3.24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프로그램: 드뷔시 목신의 오후 전주곡,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스트라빈스키 불새 모음곡(협연: 스베틀린 루세브, 지휘: 리오 후세인)
서울시향의 악장인 스베틀린 루세브가 이번에는 협연자로 나선다기에 약간의 의혹을 가지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동안 악장으로서 그가 보여준 연주 실력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예술의 전당으로 향했다. 지휘자는 주로 오페라 쪽에서 경력을 쌓은 젊은 지휘자라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으나 첫 곡인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 전주곡부터 예사롭지 않은 실력을 발휘했다. 물론 서울시향이 그동안 정명훈 마에스트로 하에 프랑스 음악에 대한 감각을 벼려왔던 것도 사실이지만, 마에스트로를 제외한 객원 지휘자들 중 이렇게 프랑스적인 섬세한 뉘앙스를 살려낸 지휘자는 드물어 보였다.
이어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이 시작되었고, 솔리스트로서 무대에 나선 스베틀린은 첫 활을 긋는 순간부터 관객들이 가지고 있던 독주자로서의 자질에 대한 의심을 말끔히 날렸다. 역동적인 보잉과 퍼포먼스로 대번에 청중을 사로잡은 스베틀린은 대가다운 위풍당당함이 보였으며, 보통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흔히 기대하는 섬세하고 여성적인 연주는 아니었지만 굉장히 남성적인 기백에 찬 드라마틱하며 정열적인 연주를 들려주었는데 자신만의 독자적인 음악관을 온전히 드러낸 연주였기에 더욱 인상적이었다. 고도의 테크닉을 구사해야 하는 부분에서도 너무나 쉽게, 말 그대로 ‘어린아이가 떡을 주무르듯이’ 바이올린을 다루는 그의 모습은 고전음악을 잘 모르는 관객이건, 아니면 수백번은 더 공연장을 찾았을 애호가 건간에 뇌리 속에 깊은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의 파트너는 다름 아닌 서울시향 아닌가! 서로를 너무 잘 알기에 가장 이상적인 파트너라고 할 수 있는 스베틀린과 서울시향은 그야말로 ‘찰떡궁합’을 자랑했다. 아마 지금까지 본 서울시향 연주회의 협주곡 중 단연 최고 아닌가 싶었다.
물론 2악장에서는 멘델스존 특유의 섬세한 감성을 살려낸다는 면에선 살짝 아쉽기도 했지만 의외로 3악장 초입 부분을 좋게 들어서 그 아쉬움은 곧 사라졌다. 보통 나는 3악장 초입 부분을 들을 땐 멘델스존이 이 부분에 살짝 명랑함을 넣은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스베틀린의 연주에는 명랑함은 없었지만 청년의 진지한 자기 성찰과 삶의 전진에 대한 기백이 엿보였고 그것은 작곡자가 만들어낸 악보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연주자 자신이 이 곡을 대하는 감정, 지금까지의 인생을 돌아보며 무대에 오르는 느낌, 앞으로 계속 될 연주활동에 대한 생각 등이 총체적으로 나타난 것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교롭게도 이번 연주회의 곡은 전부 정명훈 마에스트로의 ‘전매특허’인 곡들이고(더군다나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모음곡은 음반까지 있음), 마에스트로께서 관객으로 연주를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지휘자가 미리 알고 있었는지 몰랐는지는 모르겠지만 지휘자 리오 후세인은 시종일관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지휘를 했다. 사실 모음곡은 그 배경을 알아야 곡을 이해할 수 있고 더군다나 이 곡은 발레곡 중 일부를 발췌해서 다듬어 내놓은 곡이라 더욱 그렇기는 하지만, 배경지식이 없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즐길 만 했고 특히 호른 부수석인 미샤 에마노브스키의 연주는 그윽하고 아름다웠다.
첫댓글 오랜만에 마리솔님의 후기 잘읽었습니다 언제나처럼 예리하고 정확히 듣고 글솜씨또한 빼어나시어
감탄..... 힘드시더라도 자주 혹은 가끔 마리솔의 후기를 볼수있기를....
노고에 치하와 박수를 보냅니다 화팅....
루세브 악장이 있기에 서울시향의 현은 날로 발전하리라 뿌듯했습니다.
정말...스베틀린 연주는 너므 좋았어요.ㅎㅎ 언니 글 솜씨도...^^
멘델죤의 아름다운 선률이 가슴에 닫고 있습니다..어느 감상평보다 구수 하고 마음이 잔잔 합니다요...
전업으로 바꾸심이 어떠할런지^^
후후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