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ww.freecolumn.co.kr 에 기고하시는 [김영환 싸에라]의 글 입니다. ...................................................................................................
여의도 한강 둔치에 봄이 오고 있습니다. 부지런한 아주머니는 호미를 들고 나물 캐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가뭄으로 땅에 달라붙은 냉이가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선유도 다리 밑에서 꽥꽥거리는 거위 떼들도 선유도와 둔치를 오가면서 봄을 맞고 있습니다. 한겨울에 움츠러들었던 인라인 스케이트, 미니 바이크, 엔진 보드도 다시 등장했습니다.
어느 조사기관이 몇 년 전 외국인들에게 물어본 결과 서울에서 한강 둔치가 가장 인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둔치는 복작거리고 좁아 터진 골목길, 담배와 배기가스 냄새에 진력나는 도심과 달리 입장료도 없고 평일에는 한유(閒遊)하기 이를 데 없는 곳입니다. 둔치의 광경으로 자전거를 빼놓을 수 없지요. 멋진 색색의 유니폼을 입은 수십 명의 자전거 대열은 장관입니다.
한강 둔치의 자전거 도로 길이만 강․남북을 합쳐서 80여 킬로미터라고 합니다. 강남지역이 강동구 암사동 광나루지구에서 강서구 개화동까지 41.4 킬로미터, 강북지역이 광진교북단에서 마포구 망원동 난지 지구까지 39.3킬로미터랍니다. 자전거 타기는 자전거만 마련하면 가외 돈이 거의 들지 않으니 외국인들도 즐깁니다. 국적을 알 수 없는 장발 미녀들이 호루라기를 불며 '아이 패스(지나갑니다)'하는 경쾌한 소리도 간간이 들을 수 있습니다. 눈이 내리지 않는 한 한강 둔치에서 자전거는 4계절 스포츠입니다. 유아에서 80대 노인까지 즐기는 생활 스포츠이자 이동, 운송수단이고 레저입니다. 한강 둔치에서는 매일 아침 일정한 시간대에 물건을 나르는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출근하는 샐러리맨들을 볼 수 있습니다. 국회 근처라서 인지 정당인들도 만납니다.
자전거 가격은 중국산 10만원대 미만에서 자동차보다 비싼 수천만원대의 외국산까지 가지가지입니다. 거의 누워서 타는 자전거, 페달 겸용 전기자전거, 접이식 자전거, 흔들면서 가는 삼각형 자전거, 체인이 아니라 벨트로 이어진 휴대형 자전거, 연인 혹은 부부가 정겹게 타고 가는 2인 자전거, 앞바퀴가 더 큰 자전거 등, 여의도는 신종 자전거의 경연장입니다. 때문에 자전거 만으로도 한강 둔치는 파리의 블로뉴 숲이나, 베르사이유 공원, 런던의 하이드 파크 만큼이나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서울시가 자전거 도로를 확장하고 출퇴근용 자전거를 빌려주며 자전거를 갖고 지하철을 탈수 있도록 한다니 ? 穗諛?큽니다. 지금도 간간이 자전거를 갖고 지하철에 탑승하는 시민은 보입니다. 그러나 자전거 도시하면 떠오르는 중국 베이징(北京)이나 경북 상주 수준까지 가려는지 기대됩니다. 사흘에 한번은 비가 내리는 일본의 수도 도쿄(東京), 그것도 가장 번화한 긴자(銀座) 거리에서 정장한 채로 한 손에 우산을 들고 한 손으로 자전거 핸들을 조종하며 출퇴근하는 모습은 드문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20여 년 전의 풍경이 그랬습니다.
서울의 공해를 줄이려면 대체 교통수단이 필요한데 몇 킬로미터 정도는 사실 자전거가 가장 편리합니다. 유난히 지하도가 긴 서울지하철의 청담역에선 가끔 지하도를 자전거로 순찰하는 사람을 볼 수 있습니다. 무공해이니 저항감도 없고 환경친화적이라서 아름답기까지 한 풍경입니다. 거리에서 자전거를 대중화하려 한다면 과감하게 자전거 전용차로를 만들어야합니다. 배기가스가 문제니 방독면은 써야겠지요.
오늘날 페달 자전거의 원형은 1861년 피에르 미쇼라는 프랑스 파리의 한 만물 수리상이 벨트가 없는 자전거 수리를 맡으면서 아들이 타보고 불편하다고 하자 1주일만에 고안해낸 것이라고 합니다. 앞서 독일의 드라이스 백작이 1817년에 페달 없이 땅을 발로 차야 앞으로 가는 자전거를 발명했습니다. 그러나 미쇼는 자전거에 기계적인 동력을 부여하여 근대적인 자전거의 기업화와 대량보급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박찬석 의원은 자전거로 국회에 출근하고 소설가 김 훈은 자전거로 삶의 풍경을 관찰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약 3주일간 프랑스 전역 3,000여 킬로미터를 사이클로 주파하는 뚜르 드 프랑스에서 1999년이래 7연속 우승했고 오는 9월 방한 예정인 랜스 암스트롱은 사이클로 고환암을 극복했습니다. 페달을 밟으면 터지는 상쾌함은 스트레스를 날리고 건강을 북돋아주는 엔돌핀입니다. 한강변에서 페달을 밟고 달리면 가슴이 탁 트입니다.
자전거는 건강 외에도 화석에너지에 의존하지 않는 노마드(유목민) 성으로도 그 가치를 재평가 받아야 합니다. 미국의 저명한 환경학자인 존 라이언은 '지구를 살리는 불가사의한 7가지 물건들'에서 자전거를 첫 손가락에 꼽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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