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당시 윈도우 1.0으로 돌릴 수 있던 그림판(Paint)은 상당히 큰 인기를 얻었는데요. 그림판을 정확히 정의하면 래스터 그래픽스 편집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래스터 그래픽스’는 수많은 정사각형 픽셀들이 모여 전체 이미지를 구성하는 방식의 그래픽 표현방법을 의미합니다. 그림판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처음으로 만든 래스터 그래픽스 편집기인데요. 당시에는 획기적인 기능을 획기적으로 이용하는 프로그램이었기에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마우스를 이용해서 몇 번 클릭과 드래그만 해도 선, 원, 붓질 등이 가능했기 때문이었죠. MS-DOS에 익숙했던 사용자들에게는 상당히 놀라운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도 그래픽 전문 프로그램들은 있었지만, 그림판은 윈도우 1.0만 구입하면 사용할 수 있었기에 편리성 까지 갖춘 프로그램이었죠.그림판의 기본 포맷은 BMP입니다. BMP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래스터 이미지 저장 포맷인데요. 윈도우의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BMP는 한동안 그림파일 저장 방식의 표준 포맷이 되었습니다. 이 BMP를 만들고 수정할 수 있는 툴로써 그림판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었죠. 컴퓨터 기술이 발전해 가면서 다양한 그래픽 편집 전문 프로그램들이 등장하면서 그 위상을 잃긴 했지만, 윈도우 사용자들에게 그림판은 가장 친숙한 편집툴이었습니다. 윈도우 3.x버전 사용자들 사이에선 ‘윈도우를 설치한 뒤 그림판만 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죠.
그림판의 변화
윈도우 1.0 이후 꾸준히 기본 그래픽 편집기 프로그램으로 딸려왔던 그림판. 각 운영체제에 맞게 프로그램 실행 화면이 조금씩 바뀌어 온 것을 제외하면 윈도우 XP이전까진 기능상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윈도우 XP로 넘어오면서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는데요. 바로 JPEG, GIF, PNG, TIFF 파일 포맷 저장 지원입니다. 그전까지 그림판으로 작업한 그림파일은 BMP로만 저장할 수 있었는데요. BMP파일은 원본 그림의 퀄리티 그대로 저장할 수 있는 좋은 포맷이었지만, 그러다 보니 용량이 만만치 않아 서로 주고받기 어려운 파일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다양한 형식의 그래픽 파일 포맷이 등장하게 되었는데요. 그림 파일의 압축률을 조절하여 화질과 용량을 조절 가능한 JPEG형태, 최대 256색까지 지원하는 비손실 압축형식의 포맷인 GIF, 8비트 알파채널을 이용한 다양한 투명층을 지원하는 비손실 압축형식의 포맷인 PNG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나 그림판이 그 파일 포맷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았기에 사용자들의 불편 또한 컸습니다. 그렇기에 XP용 그림판에서는 그 점이 개선된 것이지요.
이런 파일 포맷 변화는 XP이후 등장한 VISTA에서도 이뤄집니다. VISTA용 그림판에서는 기본 저장 포맷을 BMP에서 JPG로 바꾸었는데요. 막상 JPG의 품질을 선택할 수 없게 되어 기존 그림판에 비해 상당히 화질이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막상 이런 단점은 크게 부각되지 못했는데요. 윈도우 VISTA가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으면서 그림판의 단점 또한 별로 알려질 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가장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된 시기는 윈도우 VISTA의 실패를 교훈삼아 만든 새로운 윈도우인 ‘윈도우 7’때입니다. 지금은 모든 윈도우 프로그램의 표준이 된 리본메뉴 형태가 적용되었고, 그와 함께 수많은 기능들이 추가되었습니다. 브러시 등 사용할 수 있는 도구도 다양해졌고, 낮은 화질의 원인이었던 JPG 대신 PNG형태를 기본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되었습니다. 이런 변화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평가를 받았는데요. 새로운 변화에 환호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기존 그림판과는 사실상 다른 형태의 프로그램이 되었다며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윈도우 10과 그림판 3D의 등장
윈도우는 7 이후 8, 8.1 등 새로운 신 버전을 선보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림판은 7때 보여준 변화 이후엔 큰 변화 없이 꾸준히 기본프로그램으로써 포함되어 왔는데요. 윈도우 10에 들어서면서,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림판을 단순히 보완하는 정도의 프로그램이 아닌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게 됩니다. 바로 그림판3D(Pain 3D)입니다.
윈도우 1.0 시절부터 윈도우 8.1까지 그림판은 2D환경에서 픽셀을 이용하여 그림파일을 만드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러나 새롭게 등장한 그림판 3D는 2D환경뿐만 아니라 3D환경의 그림파일도 만들 수 있는 획기적인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전문 3D 그래픽 편집툴처럼 매우 복잡한 3D그래픽을 구현할 순 없지만, 일반 사용자들 입장에선 상당히 간편한 방법으로 3D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죠. 이 프로그램은 그림판과 함께 윈도우 10에 설치되었습니다. 기존 그림판이 있고, 아예 새로운 프로그램인 그림판 3D가 동시에 기본 프로그램으로 존재하게 된 것이죠.
그리고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7월 24일 윈도우 그림판은 사용되지 않는 기능으로 분류되어 올해 가을 업데이트에서 기본프로그램에서 빠지게 될 예정입니다. 다행히도 그림판 프로그램은 윈도우 스토어를 통해 다운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1985년 획기적인 래스터 그래픽스 편집기로 등장하여 32년 동안 윈도우의 기본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던 그림판. 그 기간은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변천사가 함께해온 시간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