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동구리호수공원에 벚꽃이 만발했다는 소문이 들렸다. 한 번 놓치면 일 년을 기다려야 하는 만큼, 농장일을 서둘러 마치고 둘째의 퇴근 시간에 맞춰 둘째를 데리고 길을 나섰다.
내가 알기로 화순 인근의 벚꽃 명소는 세량지, 능주교, 영벽정, 동구리호수공원이다. 농장 가는 길에 모두 볼 수 있는 행운아라서 4월 2일 기준, 주관적인 육안으로 추정컨데, 능주교와 영벽정은 80%, 세량지 85%, 동구리호수공원은 100% 만개율로 보였다.
이맘때 주말이면 심하게 붐비기 때문에 평일을 택했다. 넓은 호수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긴장이 풀리고 탁 트인 느낌이다. 벚꽃이 도열한 산책로를 걷는 마음은 꽃길, 꽃구름... 더 말해 무엇하리. 어느 해에는 가족들과 어느 해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또는 둘째랑 해마다 벚꽃맞이를 했던 고향의 꽃길이다.
동구리호수공원 주변은 2021년에 전남 군 단위 두 번째로 입점한 스벅을 비롯해 호수가 보이는 카페와 식당 등 맛집이 포진되어 있다. 호수공원 위쪽으로는 고려후기 1208년에 창건된 만연사가 있고, 화순과 광주에 걸쳐 있는 만연산(668m)은 호남 정맥의 주봉인 무등산으로 연결되어 있다. 둘레길을 잇는 오감연결길과 만연산 등산로 초입에 산림치유의 숲(편백숲)과 산림욕장도 인기다.
밤에는 동구리호수공원 중앙 반달 조형물에 불이 켜진다. 반달이 물에 비치면 아름다운 보름달이 호수에 뜬다. 낮에는 만연산과 벚꽃이 맑은 물에 비치고, 밤에는 달을 품은 호수공원은 그만한 선경이 따로 없다. 호수공원은 봄철이면 화순군민은 물론, 인근 광주시민들과 전국의 관광객들에게 건강과 휴식을 주는 벚꽃 명소가 되었다.
어떤 운 좋은 날에는 수달을 만날 수도 있다.
평일인데도 주차하기 어려울 정도였고, 사람들을 피해서 사진을 찍기가 쉽지 않았다. 천천히 구경하면서 한 바퀴 도는데 20분, 1800보였다. 세 바퀴를 돌면 운동효과가 있으려나 싶었는데, 주차장에 푸드트럭을 놓칠 수 없는 둘째가 슬러시를 먹고 싶다고 해서 가격에 비해 귀엽도록 작은 컵의 얼음 슬러시를 사 먹었다. 더워진 날씨 탓인지 가격이 비싼 탓인지 달콤하고 시원해서 맛이 좋았다.
호수공원은 밤에도 산책로에 조명이 설치되어 있어서 사시사철 운동하는 사람이 많다. 여름밤에 산책을 하면 호수 중앙에 뜬 보름달과 시원한 바람, 색색의 조명 덕분에 아름다운 밤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오늘도 벚꽃이 만발한 사이사이로 아름다운 풍경사진을 찍느라 분주한 사람들의 함박웃음이 꽃처럼 아름답게 보였다. 맑은 물에 비친 만연산과 벚꽃들이 훌륭한 배경이 되어 주었다.
꽃과 산과 달을 품고, 좋은 것들을 모두 품은 동구리호수공원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나는 무엇을 품을 수 있을까? 아니, 무엇을 품었을까? 밝은 것, 선한 것, 사람을 품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좋은 것을 품은 좋은 터에서 부지런히 풍경을 찍어 놓고 보니 동구리호수공원 갤러리를 방불케 한다. 예쁜 사진들이 많아서 스마트폰 갤러리에도 내 마음에도 벚꽃 만발이다.
동구리호수공원
전남 화순군 화순읍 동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