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맥문학 6월호에 수필"헛발질한 꼼수"가 게재되었기에 보내드리오니 일독하신 뒤 소감을 피력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헛발질 한 꼼수 일송 한 길 수
서울시 종합건설본부에서 경리과장일을 보는데 하루는 서울시 가로수 교체공사 입찰이 있었다. 입찰 전날 저녁에 본부장실에 가서 입찰 예정가를 써 받아 그 자리에서 밀봉을 하여 사무실내의 금고에 보관한 뒤 다음날 아침에 입찰을 실시하였는데 어떤 조경업자의 낙찰가가 우연의 일치로 입찰 예정가와 거의 동일 한 수준으로 낙찰 되었다. 낙찰가액 다음으로 근접하게 투찰한 다른 조경업자가 문제를 제기했다. 입찰예정가가 누설되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아니고 우연의 일치다. 이런 경우가 더러 있다고 해명을 해도 막무가내로 떠들더니 본부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본부장과는 일면식도 없는 자이나 경기고의 선후배사이라고 나팔을 불어대더니 본부장실에 가서도 나팔을 계속 불어 댄 모양이다. 본부장이 일반 행정직 같았으면 “나는 내 부하직원을 믿는다, 내방에서 밀봉을 했는데 그것을 개봉하여 그런 엄청난 일을 할 리가 없다. 이것은 오해다”라고 타일러서 돌려보냈으면 모든 것이 해결이 되었으련만 이 분은 부하 직원을 불신하는지 나를 부르더니 3일의 시간여유를 줄 터이니 자체적으로 해결하라고 한다. 그래서 낙찰자와 방방 뛰고 다니는 자를 불러서 타협한 결과 식수공사의 한 부분을 방방 뛰는 자에게 하청을 주는 방안을 제시하여 이를 해결한 뒤에 異意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받아서 본부장에게 보고를 하였다, 말끔하게 해결을 하였는데도 며칠 후 본부장이 시장에게 쫓아가서 무슨 이야기를 하였는지 갑자기 내가 종로구청으로 발령이 났다.
종로구청에 부임을 하고 보니 창신동 고지대의 게딱지같은 판자 집을 철거하고 쌍용건설에서 아파트공사를 시공 중에 있었다. 아파트공사는 1구역과 2구역으로 나누어 진행하고 있었는데 1구역은 터다지기 공사가 끝나고 기초공사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었는데 2구역은 일부만 택지조성공사를 한 뒤에 공사가 중단되었다. 내용을 알고 보니 단 한사람, 나무를 구슬모양으로 깎아서 택시 운전기사 들이 애용하는 의자 등받이를 만드는 가내 수공업을 하는 H모라고 하는 자가 보상을 더 달라고 떼를 쓰고 있어서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남들은 이삿짐을 밖으로 내가는데 이 사람은 밖에 있는 물건을 집안으로 끌어드리고 있었으니 이사 간 빈집에 밤에 몰래가서 나무를 캐다가 자기 마당에 심고 주인이 없는 집의 기와를 벗겨다가 루핑으로 덮은 자기 집 지붕을 씌우기도 하는 등 날마다 빈집에 가서 버리고 간 물건들을 주어다가 자기 집안으로 끌어다 놓고 그것에 대한 보상까지 달라고 꼼수를 부리고 있었다. 토지보상, 건물보상, 영업보상, 나무보상, 기계 기구보상, 세간살이 등 보상 개체수를 늘리며 추가보상 대상을 찾는 작업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더구나 대지 정지공사가 그 집 때문에 중단되었는데 그 집은 약 3m정도 깊이에 묻혀있어서 장마철에 빗물이 낮은 그곳으로 몰릴 경우 인사사고도 날 수 있는 급박한 사정이었다. 그러면서 관할동장을 통하여 한다는 말이 왜 과장이 바뀌었다는데 한 번도 볼 수 가 없느냐고 한다기에 할 말이 있으면 사무실로 나와서 하라고 했더니 하루는 이 사람이 까만 안경을 끼고 거만하게 사무실로 찾아왔다. 그래서 “왜 내가 보고 싶으냐?” 고 물었더니 “장마가 곧 닥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 달라“ ”오늘이라도 집을 비우는 것이 대책이다“ ”집을 비우겠으니 보상비를 감정가보다 1억을 더 주고 아파트 내에 상가를 짓는다고 하는데 1층의 점포를 하나 달라“ ”그렇게 욕심을 부리려면 평생 그곳에 살아야 할 것 같다. “고 했더니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휑하니 나가버렸다.
며칠이 지나 얼굴도 모르는 서대문 로터리 근처에 사무실이 있는 현경대 국회의원이 나를 보자는 전갈이 왔다. 찾아가 보니 문제의 H꼼수에 대한 이야기 이었다. 지금까지의 경과를 자세히 이야기하니 자기는 잘 알지도 못하는데 일가라고 찾아왔기에 내용을 알아보는 것이라고 하기에 도리어 협조를 부탁하고 나왔다. 국회의원에게 부탁했는데도 아무 성과가 없자 이번에는 구의회에 진정을 냈다, 구의회에서 나를 보자고 하여 구의회 복지건설위원회로 찾아갔더니 또 무조건 버티고 보자며 꼼수부리는 자의 이야기다. 저간의 경위를 자세히 설명하고 장마철을 앞두고 인사사고의 우려가 있어서 대집행을 하여 강제철거 할 계획이라고 하니 그래도 그 집은 그 사람의 재산인데 강제철거를 하면 되겠느냐 주택조합과 시공사인 쌍용과 이마를 맞대고 타협을 해야지 강제 철거를 하면 주민여론이 나빠져서 안 된다 고 한다. 그러더니 분과위원 3명이 현장에 가겠으니 나보고 안내를 하라고 하여 구청 공용차를 내어 내가 앞에 타고 현장을 안내하게 되었다. 뒷좌석에 탄 구의원 세 사람은 기분 좋은 무엇이 있었는지 너털웃음을 웃으며 자기들끼리 하는 이야기가 내 귀에 까지 들어왔다. 한 사람이 말을 꺼냈다, “이제 우리도 학생부군은 면 했지?” “맞아 그렇지 않으면 백면서생에 학생부군이 될 번했지” “그래 그런데 말이야 지방에 학생부군이 아니면 뭐라고 쓰지?” “글쎄 종로구 의원 부군이라고 써야하나?” “골치 아프니 내버려 둬 자식들이 알아서 쓰겠지” “아니야 사전에 교육을 시켜야지 그 놈들이 뭘 알아, 지난번에 000의원 영안실에 갔더니 학생부군이라고 썼더라구” 참! 나 혼자 보고 듣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가관이었다.
자! 여기에서 독자들에게 퀴즈를 하나 내야겠다. 이 분들 구의원들의 걱정을 덜어주는 문제인데 구의원이 귀천했을 때 비석이나 지방에 직함을 뭐라고 표기해야 하는지 고견을 들어보려고 다음 3개 안을 제시하니 택일하여 주시기 바란다. 1) 성동구 양곡조합장 겸 구의원이 주장하기를 구청장과 맞먹는다고 하였으니 구청장급 구의원 부군신위 2) 강북지역 구의원이 세미나에서 부구청장급이라고 하였다고 하니 부구청장급 구의원 부군신위 * 위 1)과 2)항은 한맥문학 5월호에 필자의 수필“풀뿌리 의원님”을 참고하시기 바람 3) 종로구 구의원은 그래도 소박하고 욕심을 내지 않고 학생부군은 면 했다고 하였으니 구의원 부군신위
의원들이 현장에 나가봤으나 뭐 뾰족하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는 못하고 우리들 구의원이 왔다고 요란만 떨고 다녔지 진정을 받은 그 문제는 해결이 안 된 채 그대로 있었다. 장마철은 다가오는데 자칫 인사사고라도 나면 그때에는 수습할 수 없는 큰 폭풍우가 불어 닥칠 것 같아서 미리 대집행계고를 하고 대집행 영장을 발부하려고 구청장의 결재를 받으려고 청장 실에 갔더니 청장이 무슨 말을 들었는지“없는 사람을 이렇게 함부로 해서야 되겠는가? 한번 다시 구청, 조합, 시공사, 거주하고 있는 사람 등 4자가 협의를 해서 좋은 안을 도출 해 보라“ 좋은 말씀이기에 대상자 모두를 구청으로 불러서 의논을 해 봤다. 최종적으로 보상가보다 1억을 더 달라는 안과 상가점포 1개를 달라는 안중에 뭐가 됐던 한 가지만 선택해서 요구하라고 하니 지금까지의 완강하던 구청과 조합의 방침이 바뀐 것으로 착각을 했는지 아니면 이 기회에 좀 더 밀면 밀릴 줄 알고 그랬는지 한 발짝도 양보를 하지 않고 고집을 부리며 2가지 모두를 끝까지 주장하기에 원점으로 되돌아가고 말아 호기를 놓쳤다.
그러자 우리구청장이 시청의 국장으로 발령이 났기에 4자가 모여 의논한 결과보고서와 대집행영장 발부 결재서류를 가지고 가서 간단히 설명을 하고 우기에 발생 할 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다른 방안이 없다고 설명을 하니 마지못해서 결재를 하기에 받아 들고 사무실로 내려와서 날을 잡아 현장에서 인부를 동원하고 우리 과의 철거반원을 동원하는 등 모든 준비를 갖춘 뒤 강제철거를 단행하려고 영장을 제시하니 그때서야 사태가 불리해 졌음을 깨닫고 후회하며 가슴을 쳤으나 이미 물 건너 간 꼼수! 이렇게 해서 꼼수부리는 재주꾼의 욕심을 깨 부쉈더니 헛발질을 한 이 자는 얼간이 신세가 되어 어디로 인가 소리 없이 흘러가버렸다.
그러는 사이에 2지구는 1지구보다도 입주시기가 6개월이나 늦어져 입주 시기에 맞춰 세 살던 어려운 사람들에게 이 자의 꼼수가 어려움을 더 가중시켜 주었다. 이 6개월 늦은데 따른 손해를 꼼수에게서 받아내는 것이 마땅한 처사이나 그러다가 또 꼼수를 부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아닐지 몰라 접었다. 한편 생각하니 더 큰놈을 잡으려고 과도한 술수를 부리다가 제 꾀에 넘어가서 게도 구럭도 다 놓쳐버리고 쪽박까지 깨지고 만 H씨에게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첫댓글 정말 이 세상에는 다양한 사건과 사람들이 있군요. 참어려운 일을 하셨습니다. 이 세상에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 주세요.
내가 공무원 생활 안 하기 천만다행이군요. 잘못하는 꼴을 보면 욱하며 성질 내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참으로 다행입니다.
어디 그런 꼴을 당해서 전근 발령, 참으로 한심한 행정체제로군요. 속된말로 억울하면 출세해라 하는 세상? 정의앞에는 국회의원도 인정 하는군요.
구청장은 학생부군을 면하나 구의원은 아니겠지요.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