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22412주택
건축가 : 권문성-아뜰리에17/02-589-1025
위 치 : 경기도 일산신도시 22블럭 41-02
규 모 : 지하 1층, 지상 2층 / 방6개
면 적 : 대지 82평, 건축 40평, 연 75평
외부재료 : 점토벽돌, 드라이비트
건축연도 : 1997년 10월
일산에서 두 번째로 완성한 단독주택이다. 여러 부분에서 첫 번째 작업과 연결되어 있다. 정발산 남쪽기슭 경사지에 위치한 평화로운 단독주택단지로, 남쪽으로 넓은 도로와 공공의 녹지를 직접 마주하고있는 대지이다. 외부의 여유있는 녹지는 집안 가운데 마당으로 연속되어 들어오고 대청마루와 같은 거실로 연결된다. 또한 거실은 마당으로, 마당은 외부녹지로 확장된다. 마당은 `ㄱ'자형의 본 건물과 별채가 엮여져 `ㄷ'자 모양으로 감싸진다.
서쪽으로 건물을 파고 들어온 작은 안뜰과 주차장에 연결된 뒷뜰, 현관 앞의 작은 마당은 집 가운데 마당, 건물 밖 남쪽의 녹지공간과 함께 외부공간끼리 건물을 관통하여 교류한다. 마당마다 심어진 나무도 건물을 가로질러 마주 보며 녹색의 축으로 공간의 질서를 보여준다. 외부공간을 입체적으로 가로지르는 2층 브리지는 본채와 사랑방을 연결시키고, 최상층의 정자로 이어진다. 브리지는 감나무가 기대있고, 안마당이 내려다 보이며, 지붕에 둘러싸여있는 하늘과 맞닿아있다 .
주인부부에게 침실에서 눈을 뜨면 마당을 건너 브리지와 바깥 벽을 통해 보이는 좋은 풍경을 선사하고 싶었다. 한참 커가는 딸아이가 언제든지 거침없이 마당으로 뛰어나가 놀고 또 그대로 할머니방으로 건너갈수 있도록 하였다. 건물외관은 협소한 대지끼리의 프라이버시를 고려하여 인접한 집을 향해 배경이 되는 벽으로 느껴지도록 하였고, 바람에 날리는 책갈피 같은 모양의 지붕들은 하나하나 그 아래에 지붕모양 그대로의 형태를 갖춘 독립된 공간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좋은 공간과 건축을 이해하는 건축주의 의지에 힘을 얻어 집이 완성되었다.
글 - 건축가 권문성, 사진 - 건축사진가 김재경
POAR 9901 / 제2회 CRI-ARC AWARD 리뷰
"왜 그 프라이버시 전혀 없는 집 있지"로 말을 꺼내며, "그런데 건축주가 아무 말 안 합니까?"하며 은근히 비추는 반대의견은 나에게도 궁금한 부분이다. 그간 서넛의 예비 건축주에게 이 집을 보여주고 나서 다음 소식을 듣지 못한 까닭이 그 답의 일부가 아닌가도 싶다. 얼마 전, 작년에 내 수업을 들은 한 학생이 찾아와 몇 가지 물으며 흥미 있는 건축주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는다. 이미 지어진 집인데, 집을 지을 때까지의 생각이 이제 와서 무슨 소용 있을까. 이젠 건축주의 목소리에서 그 의미를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그 글을 가감 없이 옮긴다.
중앙대 대학원에서 건축계획을 전공하는 김○○이라는 학생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학기말 보고서에서 `일산22412주택'에 대한 비평의 글을 쓰고자 하는데, 그 보고서의 일부 중 거주 후 평가에 대한 내용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실례를 무릅쓰고, 몇 가지 질문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건축주께서는 다음 설문에 답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주택은 전통주거의 공간개념을 사용하였다고 건축가는 말하고 있는데, 살아가시면서 그러한 전통주거의 공간에 대해서 공감을 하시는지요? 예를 들면, 안마당과 바깥마당의 관계라든지, 대청의 느낌, 옥상의 정자라든지, 각 실의 연계 등.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 주거의 공간은 전통주거 개념이라고 생각하고 실제 느끼면서 살고 있습니다. 이 집에서 살기 전에는 아파트에서 살았는데 방, 부엌, 거실 등 각각의 공간은 꼭 같지만 공간과 공간이 연결되어 지는 것이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군요. 전통주거공간이 현대생활에서 많이 활용되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가끔씩 활용하면서 우리 가족은 행복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전에 한옥에 거주하신 경험을 가지고 계시다면, 현재의 주택과 비교해서 무엇이 같은 지,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고, 한옥이 아닌 아파트나 서양식 주택에 거주하셨다면 같은 점과 다른 점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 아파트는 아시다시피 거실을 중심으로 각 공간을 문 하나로 바로 연결되지만 이 집은 거실의 중심에서 각 공간에 도달하기까지 길이 있죠, 길을 걸어가면서 새로운 느낌을 받습니다.
개방성이라는 측면에서 이 주택은 상당히 많은 부분을 열어두었는데, 겨울을 지내고, 봄, 여름을맞이하시는 가운데, 프라이버시의 측면(사생활 침해), 또는 환기나 채광, 보온의 차원에서 어떠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까?
- 이 부분에서 사실 주택을 계획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외부의 자연을 내부에서 직접적으로 느끼면서 살아야겠다는 결정을 할 때 그에 대하여 단점을 충분히 감수해야겠다고 생각을 사실은 굳혔습니다. 난방비가 좀 많이 나오는 것. 소복이 쌓이는 눈이 보노라면 난방비가 문제겠습니까. 돈으로 못 바꾸죠.
2층에는 동선의 움직임이 침실을 거쳐 지나가야 하는 평면구성을 취하고 있는데, 이러한 점에서 동선의 불편함을 없었습니까?
- 2층 서재방으로 갈 때 침실을 통해야 되는데 침실을 거쳐가는 것은 그리 문제는 없는데, 잠옷으로 갈 수 없으니 좀 불편하네요.
2층부에서 사랑방과 옥상정자로 통하는 브리지가 연결되어 있는데, 상당히 폭이 좁고, 외부에 노출되어 있는데, 이용하시는데 불편함은 없는지, 아니면 이러한 연결부의 쓰임새가 좋은 점이 있다고 생각되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 이 브리지는 외부 손님이 서재를 가야 될 때라든지, 옥상정자를 갈 때 통행하는 것으로 다녀보니까 폭은 좁은 편이 아니고, 그리 사용은 많이 안 합니다.
주변에는 일반 건축업자의 외국 풍의 목조건축이 많이 시공되어 있는데, 굳이 건축가에게 의뢰를 하신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러한 외국 풍의 목조건축과 다른 점이 있다면 비교 설명해 주십시오.
- 제가 생각하고 있는 주변의 목조주택은 공간계획이 유리하지 않고 설계의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랑방이나 옥상의 정자가 원래의 의도만큼 빈번하게 사용이 되는지요?
- 옥상정자는 원래 계획시에도 가끔 사용하기로 되어 있지요. 빈번하게 사용하는 편은 아닙니다.
안마당에서 외부공간의 활동이 이루어지시는지요? 단지, 바라보는 대상으로서 인식되시는지요?
- 우리 딸아이가 집에 있으면 안마당에 놀다가 바로 거실 안으로 들어 왔다 갔다 하고 놀지요. 아이들이 좋아하고 저는 공간으로 만족합니다.
이밖에, 이 주택에 거주하시면서, 주택에 대해 느끼신 점에 대해서 적어주십시오.
- 밖에서 훤히 보여 프라이버시에 좀 걸리는데 창은 커튼으로 가려 보려합니다. 2층 거실에서 소음이 문제여서 창문을 2중으로 설치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