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그 어떤 집에서나 생활의 편의를 위한 아쉬움을 느끼게 마련. 하지만 이사 후 1년여간의 꼼꼼한 조사 기간을 거쳐 개조된 이 집엔 그 어떤 미련도 없다. 그야말로 생활을 위한 계산이 철저하게 반영된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혜원 씨의 집을 소개한다.
1 티크 테이블은 두오모, 한스 J. 베그너의 Y 체어는 에이후스, 조지 넬슨의 버블 램프는 와츠, 주방에 놓인 두 개의 의자는 무지에서 구입한 것.
2 재스퍼 모리슨이 디자인한 그레이 울 소재의 소파는 비트라 제품으로 제인 인터내셔날, 3구 플로어 램프는 와츠, 커피 테이블은 일본에서 구입한 것. 레드 컬러 유화는 김기린 화백의 작품.
3 사이드 보드는 일본에서 구입한 것이며, 그 위에 놓인 오디오는 뱅앤올룹슨 제품이다.
1 중문을 사이에 두고 거실로부터 완벽하게 차단되는 마스터 베드룸.
2 마스터 존에 놓인 가족실. 바깥 거실과는 별도로 TV시청 등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장소로 활용된다.
3 3m가 넘는 커다란 아일랜드 테이블을 사이에 둔 주방과 서재.
4 주방을 마주한 오픈 서재는 가족들이 간단한 식사를 해결하거나 노트북 작업, 독서 장소로 활용된다.
1 토드 분체가 디자인한 아테치카(Artechica)의 실루엣 펜던트가 놓인 딸의 방. 슬라이딩 도어를 끝까지 오픈시키면 이곳은 하나의 복도를 이루며 주방과 연결된다.
2 복도처럼 이루어진 붙박이장 너머로 딸의 방이 보인다. 본래 두 개였던 방을 하나로 터서 공간을 확보한 후, 방 하나만큼의 면적을 붙박이장으로 할애했다. 그 결과 집 안의 거의 모든 수납을 해결할 수 있을 만큼 여유로운 수납공간을 얻었다.
3 디자인적 간결함과 기능성을 강조한 아들의 방. 침구는 이케아에서 구입한 것이며, 침대는 무지에서 구입해 진회색으로 우레탄 도장한 것이다. 사이드 테이블로 활용하는 서랍장은 일본 중고매장에서 구입했다.
1) 아들 방 , 2) 신발장, 3) 현관, 4) 붙박이장, 5) 붙박이장, 6) 붙박이장, 7) 샤워부스, 8) 다이닝 테이블, 9) 오븐·냉장고 및 캐비닛, 10) 냉장고Ⅱ, 11) 키친, 12) 보조주방, 13) 아일랜드, 14) 서재, 15) 에어컨, 16) 책장, 17) 붙박이장, 18) 가족실, 19) 욕조, 20) 붙박이장, 21) 부부 침실
생활에 대해 충분히 고민한 결과일수록 살기 좋은 집이 탄생한다는 것은 지당한 논리. 게다가 집주인 본인이 실제 오랜 기간 살아본 후 편의에 맞게 개조한 결과라면 그 만족감이 얼마나 클지는 묻지 않아도 알 만하다. 김혜원 씨는 가족과 함께 5년간의 일본 생활을 마치고 이곳으로 이사한 후에 꼬박 1년 동안 커튼도, 마땅한 가구도 없이, 구조도 갖춰지지 못한 미완성 공간 속에서 생활했다. 일본으로 떠나기 전까지 본인이 인테리어 디자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이런 고생을 감수했던 건 물론 이유가 있다. 두 아이, 남편과 그녀 네 식구가 함께 살 이 집이 여러 사람의 편의를 충분히 고려한 후 완성되기를 원했기 때문.
생활하면서 느낀 가장 큰 부분이 한창 성장기인 두 아이를 어떻게 하면 잘 관리할 수 있을까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방과 방, 공간과 공간을 새롭게 연결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공간을 시원하고 유기적으로 재배치하기 위해 그녀는 6개였던 방을 4개로 줄이는 과감한 개조를 시도했고, 그것이 1년간 충분히 심사 숙고한 후의 결정이었기에 결과는 예상보다도 더 만족스러웠다. 김혜원 씨는 우선 자신의 지도 하에 아이들이 집 안의 오픈된 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놀고, 공부할 수 있도록 주방을 중심으로 하여 아이들의 공간을 재배치했다. 작은 딸의 방은 주방과 간단한 슬라이딩 도어를 통해 구분되며, 문을 열어두면 하나의 복도처럼 연결된다. 그리고 딸의 방은 다른 방향의 문을 통해 현관을 복도 삼고 아들 방과 다시 한 번 이어진다.
주방에는 누구나 꿈꿀 만한 3미터가 넘는 기다란 아일랜드 식탁이 놓여 있다. 중앙에 놓인 이 아일랜드 식탁 너머엔 간이테이블, 벽 한 면이 책장으로 채워진 오픈 서재가 자리한다. 이곳은 네 식구가 아침 시간에 간단히 식사를 하거나, 혼자서 책을 보거나, 노트북으로 작업하는 등 시간대별로 편리하게 사용된다. 생활의 메인 공간이나 다름 없는 주방과 서재가 오픈된 구조를 취한 덕분에 가족 구성원들은 각자의 일을 하면서도 서로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 이 두 공간, 주방과 서재는 커다란 이동식 파티션을 통해 거실로부터 부분적으로 오픈되기도 하고 차단되기도 한다. 푹신한 3인용 소파 두 개가 나란히 마주보고 있는 공간 외에도 거실의 메인 장소는 하나 더 있다. 바로 소파 옆에 놓인 커다란 티크 다이닝 테이블. 주방에 놓인 테이블이 식사를 위한 간이용도라면 여기 거실에 놓인 테이블은 제대로다. 이곳은 가족이 다 같이 식사를 할 때에 사용되고, 평소에는 손님을 맞거나 혼자서 여유롭게 음악을 들으며 신문을 보는 용도로 활용된다. 다소 밋밋한 컬러감의 거실에서는 벽에 걸린 모던한 예술 작품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데, 실제로 김혜원 씨는 거실의 컬러감을 다운시키는 대신 가치 있는 아트워크를 공간 곳곳에 걸어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었다고 말한다. 메인 거실이 TV 없이 손님을 맞는 용도로 활용된다면 가족끼리 좀 더 릴랙스한 시간을 보내고, 좀 어질러져 있어도 편안한 공간은 사실 마스터 존에 딸린 패밀리 룸이다. 부부 침실, 욕실, 패밀리 룸으로 구성된 마스터 존은 거실로부터 중문을 통해 역시 차단되기도하고 오픈되기도 한다. 두 개였던 방을 하나로 트는가 하면, 방 하나의 면적을 붙박이장으로 커다랗게 할애하고, 모든 문의 프레임과 몰딩을 없애고 슬라이딩 도어로 교체하는 등 크고 시원스럽게 공간을 구획하고 배려한 결과, 모든 공간이 순환하는 이 집의 솔직한 오픈 시스템은 더없이 빛을 발하게 되었다. 인테리어 디자인 김혜원(010-6413-95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