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하고 첫번째 맞는 등반. 전체일정은 목요일 야간부터 시작해서 일요일 오후까지다.
처음에는 목요일 야간부터 토요일 오후까지 있을 예정이었다.
와이프가 월요일 부터 목요일까지 해외출장이라서 문자로 캠핑 간다는 통보만 하고 배낭을 싸고 집을 나섰다.
오랜만에 박배낭 아니 텐트까지 챙겨 넣은건 이번이 처음이다.
등반장비에 이번에 새로 마련한 텐트(힐레베르크 알락), 매트리스, 코펠, 버너와 일용할 양식 조금(훈제오리, 라면, 쌀, 통조림 등등)을 배낭에 넣었다.
거기에 카메라, 렌즈도 넣고 했더니, 90리터 배낭이 꽉 차버렸다. 무게는 그리 무겁지 않은데 90리터짜리 배낭이 꽉 차버렸다는 건 배낭싸기의 기술이 부족하다는 거
좀더 연구가 필요할듯 싶다.
8시 암장에 도착해서 선생님과 장환선배와 함께 차를 타고 북한산으로 향한다. 도선사 입구에 도착 야영장으로 가려는데
와이프의 전화.. "지금 어디서 뭐해?" - "여기 북한산인데.. 조금 있다 야영장 가서 전화할께.."
출발하기 전에 체중게에 달아본 배낭의 무게가 22kg이었는데, 거기에 자일 2동을 얹었으니 약 28kg 정도..
헉 만만치 않다. 오르막길에는 좀 허리에도 부담이 되는 거 같고.. 하지만 야영장이 멀지 않다는 게 참 다행으로 생각된다.
약 30분정도 걸려 야영장에 도착했다. 미준선배, 똘배 형님이 야영장을 지키고 계셨다.
와이프 한테 전화하려고 보니 헉~ 안테나가 안뜬다... 인수 야영장에서 야영이 처음이라 전화가 안되는지 몰랐다.
그래서 다시 하루재까지 갔더니 거기서야 안테나가 뜬다. 야영하고 암벽이 아닌 릿지 산행한다고 얼버무리고 전화를 끊었더니 영 마음이 편치 않다.
다시 야영장에 가서 준비해간 오리 좀 굽고 맥주, 막걸리 한잔 기울여 본다. 올라오는 중에
마중나갔다가 길이 잠시 엇갈린 윤명선배님과 뒤늦게 오신 경필선배님이 자리를 함께하신다.
한참 먹는데 갑자기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져 급히 타프를 치고 텐트를 치고 취침~ 텐트가 덥기도 하고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런지 자는 둥 마는 둥~
아침 6시 일어나서 빵과 과일로 간단히 아침을 먹고 6시 30분 출발이다.
오늘의 코스는 양지.. 선생님 - 장환선배 - 나 - 미준선배님 - 경필선배님 - 똘배형님 - 윤명선배님 순서다.
일단 0피치는 취나드 B의 1피치(5.7) 이다. 잡기 좋은 우향 크랙을 잡고 쭉 올라서면 오아시스를 왼쪽에 두게 된다.
이제서야 양지길 1피치 시작~ 취나드B가 크랙을 잡고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것에 비해 양지길은 그냥 위로 슬랩을 타면 된다.
그 다음부터는 어떻게 갔는지 잘 생각이 안난다. 볼트따기도 하고 단지 볼트따는걸로도 부족해 퀵에 슬링을 걸어 밟고 올라서기도 하고
그냥 어려웠던 장면이 뜨믄 뜨믄 생각날 뿐이다. 졸업등반때 했던 비둘기 코스는 피치 하나 하나 처음부터 끝까지 다 떠오르는데
이번 양지길은 1피치 시작하면서 거의 필름이 끊기고, 양지길을 마치고 옆으로 조금 이동하여 취나드B의 마지막 피치에서 정신이 돌아온거 같다.
그만큼 여유 없이 정신없이 올랐다는 말이리라..
마지막 피치도 5.6의 크랙 코스인데.. 피치가 길기도 하고(거의 45미터 정도?) 배도 고프고 힘이 빠져서인지 5.6이라는 숫자보다는 어렵게 느껴진다.
선생님께서는 미준선배님이랑 인덕 하러 가시고.. 우리는 귀바위에서 자유(!)를 만끽~
경필선배님은 그 높은데까지 아이스박스를 매시고 올라오셨다. 얼음 동동 녹차 한모금에 정신이 바짝 난다.
선생님은 아직 시간이 이르니 내려가면서 의대길을 하라고 하시는데.. 올라오면서 너무 고생을 해서인지 만사가 귀찮다.
후딱 내려가서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하강 준비를 하고 막 내려서는데 후두득 빗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혹시나 몇방울 떨어지고 말려나 했는데 왕창 쏟아진다.
바위로 쏟아지는 비는 스며드는 게 아니기 때문에 콸콸콸~ 계곡이 되어 흐른다. 아니 폭포가 되어 떨어진다. 정말 장관이다!
이번에도 자일에 물기 쫙쫙 짜며 하강!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찝찝하다는 느낌보다는 상쾌하다는 느낌이 앞선다.
야영장으로 돌아가 라면으로 배를 채우고 선생님께서 가져오신 마가목주와 막걸리.. 소주 한잔..
원래대로라면 하루 더 있어야 겠지만 와이프의 화난 목소리가 마음에 걸리기도 하고, 암벽화를 비롯해서 장비들이 다 젖은것도 있고..
양지길~ 올라가기 전에 5.9라고 선생님께서 그러셔서 그리 걱정은 안하고 올라갔는데.. 올라가면서 힘이 쪽빠져서 더 바위를 타고 싶은 생각도 없고 해서
하산하기로 결정.. 윤명 선배님 차를 타고~ 잠실로~!
산에서 마신 술이 조금 부족한거 같아 똘배 형님이랑 암장 앞 훌랄라 치킨집에서 맥주 한잔 하고 집으로~
집에 갔더니 허락도 없이 산에 갔다고.. 당분간 입산 금지 명령이 내려졌다..
아~ 참 산에 댕기기 참 힘들구나~!
첫댓글 잘해.
잘 해야 하는데~ 집에서도 벽에서도 그게 쉽지가 않네요~
폰트를 부디 바꾸어 주길......ㅋㅋ
제가 보기엔 괜찮은 가독성을 가진 폰트인데.. 나이드신(?) 분들에게는 잘 안 보였나 보네요.. ㅋㅋ
수정 완료!
양지길 피치는 실력이 일천함을 일깨워주었습니다...
5.9가 아니라 위에 개념도처럼 5.11a임이 분명해요!!
위의 개념도 정확함에 한표요. 정말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코스였습니다. 하지만 양지길 3피치 확보지점에서 아래를 내려봤을때 발밑으로 구름이 흘러가는 광경은 정말 짜릿한 감동이었습니다.
동원씨도 경계선상에서 어렵게 사시네요 동병상련입니다.
암벽이 아무리 안전하다고 해도 믿지를 않아요.
(네이버에서 '인수봉'을 치면 바로 밑 연관 검색어가 '인수봉 사고'라고 뜨니.. 보통 사람들 머리엔 암벽=위험 이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거 같아요)
사고라는게 극히 일부분인데.. 사고 한번 나면 크게 보도되니.. 문제에요.
그래서 집사람한테 차도 교통사고때문에 위험하니 걸어다니라고 했다가 한대 맞기만 했네요!
역시 벽에 붙기 싫어서 집에 돌아가신 게 아니라 형수님의 압박이 컸군요!
ㅎㅎ
그나저나 20기 때는 교육생으로 위장 전입하셔서 나오셔야 할텐데...
뭐 그날은 둘다였지.. ㅋㅋ
아무래도 현재 상황으로 봐선 20기 참가는 힘들듯 하네..
다친덴 좀 괜찮아? - 이야기 들어보니 암벽타다 다친 것두 아니구 밤에 걸어가다 다쳤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