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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ng memories - 움직이는 기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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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소정 |
| 사진술 발명 이후 사진과 회화는 상호작용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특히 회화는 기록의 역할을 사진에 넘겨주고서 표현양식이 다양 해졌다. 사진과 회화는 반목과 협력을 거듭하면서 발전을 해왔다. 사진예술 초기에는 사진이 회화의 영향을 받아 회화의 주제와 표현양식을 모방하였지만, 1960년대 후반에는 회화와 조각이 사진의 영향을 받아 포토리얼리즘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1960년대 이후에는 개념미술가들이 사진을 이용하면서 사진의 표현 영역이 확장되었고 전통적인 사진의 개념에 변화가 생겼다. 자연물이나 현실에 존재하는 것만 사진으로 표현하는 것에서 탈피하여 인공물이나 꿈과 상상력의 산물을 사진가가 직접 만들어서 찍기도 한다. 특히 1980년대에 포스터 모더니즘과 페미니즘 같은 사회과학 이론에 영향을 받으면서 미술과의 경계가 허물어지게 되었다.
미술에서 다루는 주제가 사진의 주제가 되기도 하고 사진적인 표현을 이용하는 미술가들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미술전공자들이 사진을 표현매체로 이용하여 사진가들의 표현양식에 큰 영향을 끼치기도 하였다. 대표적인 작가가 신디 셔먼. 바바라 크루거. 샌디 스코글런드 이다. 미술에 기반을 둔 작가들이 사진을 표현매체로 사용하면서 사진이 현대미술에서 주목 받기 시작 하였다.
1990년대부터 현대사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독일의 유형학적 사진도 베허 부부의 객관적인 시각에 의한 기록에서 탈피하여 1980년대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의 중요한 사조인 신 표현주의와 결합하여 컬러를 강조하였다. 그리고 사진의 크기도 대형화 되고 표현대상도 전통적인 회화에서 다루어온 것을 새롭게 재구성하였다.
칸디다 회퍼. 토마스 루프. 앙드레아스 거르스키. 토마스 스트루스. 악셀 휘테의 사진작품들은 회화의 주제와 표현양식을 사진적인 표현방법으로 계승하였다. 미술가들도 자신들의 주제와 부합되는 경우에는 사진을 표현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특히 디지털 사진의 발달로 사진 기술로부터 자유로워지면서 누구나 부담 없이 사진을 이용하게 되었다.
1990년대 이후 사진이 현대미술에서 중요한 매체로 부각되면서 사진과 미술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진부하게 되었다. 미술시장에서 사진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현대미술이 사진이고, 사진이 바로 현대미술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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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ng memories - 움직이는 기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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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소정 |
| @전소정의 ‘움직이는 기억’
지난 3월 20일부터 강남에 있는 Gallery with white에서 ‘움직이는 기억’ 이라는 주제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전소정은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대학원서 미디어아트를 전공하고 있는 작가 이다.
이번에 사진을 표현매체로 전시하는 작품들은 특정한 사물들을 촬영한 이후에 포토샵의 후 처리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개입시켜 이미지를 변형시킨 최종 결과물들이다. 작가는 자신의 의식 속에 내재되어 있는 특정한 경험이나 이미지들을 재현해서 보여 주는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작가가 보여 주는 이미지들이 지극히 개인적인 사유의 결과물들이므로 난해하고 모호하게 보인다. 하지만 영상이미지에 익숙하고 자유롭게 다루는 젊은 20대 작가답게 감각적이고 세련된 컬러와 표현양식이 상호 의미작용 하여 작가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다음과 같이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무작위 적으로 파편처럼 튀어 오르는 삶의 소소한 사건들은 실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비록 겉보기에 서로 개연성이 없는 짧은 순간들의 연속처럼 보일지라도 그것은 은밀한 내부를 웅크리고 정체를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거대한 코끼리와도 같이 느껴지곤 한다. 부분을 두들겨 전체를 추측해 볼 뿐이겠지만 때때로 음흉한 그것은 순간을 통해 자신의 정체를 살며시 내 비치기도 하는 것이다. 이 모든 사건들은, 사소한 일렁임은 나를 통과하여 지나간다.
그것들은 얇은 레이어가 되어 내안에 차곡히 쌓여 나를 만들어간다. 그 찰나와 같았던 순간들은 기록되어지지도 어떠한 형태의 흔적으로도 남아있지 않지만 일정한 형태의 움직임을 가지고 기억 속에 저장되어지곤 한다. 스스로 에너지를 가지고 있던 사물이나 사람들이 움직임을 가지고 나에게 전해져 일종의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러한 기억 속에 내재된 지극히 개인적 감정들을 불러내와 이미지로 재구성 해보는 것이 이번 작업이었다.'
전소정이 이번에 발표하는 작품들은 사진을 표현매체로 사용한 결과물들이기는 하지만 사진적인 개념의 표현이라기보다는 자유로운 느낌의 비 구상화와 같이 느껴진다. 탈장르적이고 탈 매체적인 현대미술의 특정한 경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전소정이 이번 전시회에서 보여주는 이미지들은 단순히 기법적인 것에만 의존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미적 주관과 경험을 반영한 결과물이므로 그 울림이 보는 이들을 자극한다. 이번 전시회는 동 시대 미술의 경향과 20대 젊은 세대들의 자유로운 사고체계를 잘 반영 하는 컨템포러리 (contemporary)한 전시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