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 향기(香氣)♡ 제목 : 악마는 처음부터 악마가 아니었다. 메일 : l_love_you-_-v@hanmail.net 팬카페 : http://cafe.daum.net/rainNcat 팸카페 : http://cafe.daum.net/E771 - 프롤로그 . 날개가 부서진 천사 " 엄마 엄마 ! 아빠는 언제와 ? 응 ? " 커다란 방안 . 온통 핑크빛으로 물든 방 .. 딱 보기에도 여자아이의 방 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수 있다 . 커다란 방안에서 유일하게 작기만 한 여자아이 . 침대에 누워 동그란 눈을 깜박이며 9살 배기 꼬마아이가 엄마로 보이는 여자에게 투정을 부리고 있다 . " 아빠는 금방 오실꺼야 .. " " 거짓말 ! 어제도 안왔고 또 저번주에도 안왔잖아 ! 세경이랑 놀이동산가기로 약속했으면서 ..! " " 세경아 있잖아 .. 아빠가 무지무지 바쁘시대 . 아빠가 세경이랑 약속한거 안지키는거 본적있어 ? 없지 ? " 세경은 엄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 그런 세경을 보며 세경의 엄마는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 " 그러니까 세경이가 엄마말 잘 듣고 있으면 세경이랑 같이 놀이동산도 가고 .. 별장에도 같이 가 주실거야 . " " 착한 어린이 되면 ? " 커다란눈을 깜박이며 귀엽게 물어오는 세경을 보며 세경의 엄마는 또다시 미소짓는다 . 미소를 띄고 있기는 하지만 어딘가 쓸쓸해 보이기만 하는 그녀 .. " 그래 착한 어린이 되면 . 착한어린이는 일찍자는거야 .. 그러니까 빨리 자자 ? " " 응 ! " 밝게 대답하고는 눈을 꼬옥 감는 세경을 보며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자장가를 부르기 시작한다 . " 엄마가 섬그늘에 - 굴 따러어가면 -♪ 아기는 혼자남아 . 집을 보-다가 ♬ " 엄마의 잔잔한 자장가를 들으며 어느새 잠이 든 세경 . 그런 세경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그녀의 엄마는 자신도 모르는 새 눈물을 한방울 떨어뜨린다 . " 아빠는 꼭 돌아오실거야 .. " 세경의 엄마는 조용한 혼잣말을 마지막으로 혹여 누가 볼새라 황급히 눈물을 닦고는 방을 빠져나간다 . " 저기 .. 사모님 .. " 세경의 엄마가 조용조용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그녀의 집에서 일하는 가정부가 말을 건넨다 . " 저기 .. 회장님한테 전화가 왔어요 .. " " 그래요 ? " 가정부의 말에 얼굴에 화색을 띄며 전화기가 있는곳으로 달려가는 그녀 . " 저기 .. 사모님한테 말씀 전해드리라고 하셨는데요 .. " 그러자 그녀는 살짝 굳어진 얼굴로 가정부를 돌아본다 . " 오늘도 못 들어가시겠다고 .. 전해달라고 하시면서 .. " " 하시면서 ? " " 빨리 이혼서류에 도장 찍어 놓으라고 .. 그러면 들어가신다고 .. " 털썩 - 가정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털썩하고 그 자리에 주저 앉아 버리는 그녀 . 그런 그녀를 가정부는 달려가 부축한다 . " 괜찮으세요 ? " " 아 .. 괜찮아요 .. 뭐 또 다른말은 .. 없던가요 .. ? " 가정부에게 몸을 의지한채로 물어오는 그녀 . 자신이 결혼할때 함께 온 가정부였다 . 어릴적부터 자신의 집에 있던 . . 그래서 어머니 없이 자란 그녀에게는 어머니와도 같은 존재였기에 .. 그녀의 남편도 .. 그녀도 .. 가족과 다름없이 스스럼없이 말하곤 했었다 . " ...... 최희영씨가 ... 아이를 .. 가졌다고 .. " 다시한번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을 느끼며 세경의 엄마는 쓰러져 버리고 만다 .. " 사모님 ! 사모님 !! " 다급히 울려퍼지는 가정부의 목소리 . 곧이어 그녀는 침실로 옮겨진다 . 지금부터 반년전 .. 희영이 그녀의 인생에 끼어들기 시작했다 .. " 미안해 유민언니 .. 내가 폐를 많이 끼치지 .. 미안 .. " " 미안할게 뭐가 있어 .. 우리사이에 .. 걱정말고 편히 쉬다 가 .. " 유민이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유복했던 희영의 집이 부도가 나고 .. 희영은 절친한 친구였던 유민의 집으로 와서 지내게 되었다 . 그렇게 희영이 유민의 집에서 지내게 된지 얼마후 . . 유민의 남편인 한회장과 희영의 사이는 극도로 친밀해 졌다 .. 달칵 -. " 희영아 바쁘지 않으면 오늘 쇼핑 안갈래? ................. 여보 .. 당신이 .. 여긴 왜 .. " 우울해 있을것만 같은 희영을 위로해 주기 위해 함께 쇼핑이라도 가기로 결심한 유민이 희영의 방을 열었을때 .. 황급히 서로 떨어지는 한회장과 희영 .. 굉장히 묘한 분위기 였던 듯이 .. " 아 언니 .. 오빠가 잠깐 놀러왔는데 체한거 같다고 해서 .. 내가 손 따주고 잇었어 .. " 말도 되지 않는 핑계를 늘어놓는 희영 .. 그녀의 주위에는 바늘은 커녕 실 한올도 보이지 않았다 . " 큼큼 .. " 아무말 없이 헛기침을 해대는 한회장 .. 워낙에 착했던 유민은 ..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 그로부터 며칠 뒤 . " 희영이도 갖다주게 과일좀 넉넉하게 깍아줘요 .. " 부엌에서 과일을 깍고 있는 가정부를 보며 유민은 웃으며 말한다 . 그리곤 이미 깍여있는 과일 한접시를 들고 이층 희영의 방으로 올라간다 .. 계단 바로 옆에 위치해 있는 희영의 방 .. " 더이상은 안되겠어요 . 미안해서 언니 얼굴을 못보겠어 .. " 노크를 하기 위해 유민이 손을 희영의 방문으로 올린 순간 . . 방 안에서 희영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 희영의 목소리.. 그리고 뒤이어 들리는 한 목소리. . 그 목소리를 듣는순간 유민의 몸은 경직된다. " 미안할게 뭐가 있어 . 서로 사랑하는게 죄야 ? " " 우리 사이는 죄가 되잖아요 . 당신은 유부남이에요 . 나는 당신부인의 친한 동생이구요 . " " 이혼해버리면 돼 . 이혼하면 아무사이도 되지 않아 . 우리 사이도 죄가 안된다구 .! " " 어떻게 그래요 ! 언니가 나때문에 불행해 져야만 한다면 .. 난 더이상 못해요 . 아니 안할래요 . " " 그럼 나랑 당신은 ? 당신 . 당신감정 숨길수 있어 ? 나 유민이 옆에 두고 볼 자신있냐구 . " " ....... " " 그러니까 내 말대로 해 . 정 니가 불편하면 .. 이집에서 나가도록 해 . 내가 있을만한 곳을 구해줄께 . " " 그렇지만 .. " 쨍그랑 - 더이상 듣지 못한채 .. 손에 힘이 풀려버린 유민은 들고 있던 과일접시를 떨어뜨려 버린다 .. 날카롭게 들리는 접시 깨지는 소리에 유민은 당황한듯 .. 문이 열려있던 옆 방으로 들어가 숨어버린다 . 그리고 .. 유민의 방의 문이 닫히는 순간 열리는 희영의 방문 .. " ... 혹시 .. 언니가 들은게 아닐까요 ? " 산산이 깨어진 과일접시를 본 희영이 조심스레 말한다 . " ... 어차피 알거 .. 좀 이르긴 하지만 미리 안다고 해서 나쁠건 없지 .. 그리고 .. 그사람이라는 확신도 없잖아 .. " 이 말을 끝으로 그들은 방안으로 다시 들어가 버린다 . " 휴우 - " 유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 동시에 그 자리에 주저 앉아 버린다 . 그리고 눈물이 터지듯이 흘러내린다 . 그리고 그로부터 며칠뒤 .. 희영은 그녀의 집에서 나갔다 . 너무 신세를 오래졌다며 .. 미안하다는 말을 남긴채 .. 그리고 .. 한회장의 외도는 그날이후부터 지금까지 계속되어 왔다 .. 처음엔 은밀하게 만나는 듯 하던 한회장이 .. 이제는 당당하게 유민에게 이혼을 요구하고 있었다 . " 당신도 이렇게 사는거 구차할꺼야 . 이렇게 사는바에야 차라리 이혼하는게 낫지 않겠어 ? " " 뭐라구요 ?! 당신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수가 있어요 ! 어떻게 !! " 오열하며 눈믈을 흘리는 유민을 보며 한회장은 조금의 미동도 없이 계속해서 말했다 . " 세경이는 내가 맞지 . 위자료도 원하는 만큼 줄테니 이혼해 . " " 안돼요 . 우리 세경이 !! 아직 어리기만 한데 .. 세경이가 클때까지만 기다려 줘요 ..세경이가 커서 결혼도 하고.. 자리도 잡고 .. 그러고 나서 .. 그때까지 당신 마음대로 해도 되니까 제발 .. " " 희영이가 잘 돌봐줄꺼야 . 당신도 알잖아 . 희영이가 세경이 아기때 얼마나 아껴줬는지 .. " 눈물을 흘리는 유민을 보며 딱잘라 말하는 한회장 . 그런 한회장을 눈물을 흘리며 바라보던 유민이 벌떡 일어나 눈물을 쓱쓱 닦고는 단호하게 말한다 . " 안돼요 . 절대 안돼 .. 나도 더이상은 양보 못해 . 당신 마음대로 해요 ! 하지만 .. 이혼은 안돼 . 절대로 !! " " 엄마 .. 아빠 .. 뭐해 ? 싸워 ? " 갑작스런 세경의 등장에 놀란듯 .. 유민은 눈물을 쓰윽 닦으며 억지로 미소를 띄며 말한다 . " 아니야 .. 아니야 세경아 .. 세경아 세경이 방에 좀 가있을래 ? 아빠랑 엄마랑 할 얘기가 있어서 그래 .. " 그런 유민의 말에 한회장은 유민을 한번 처다보더니 이윽고 세경을 향해 말한다 . " 세경아 . 희영이 이모 알지 ? 희영이이모가 우리집에 와서 살면 어떨까 ? 너도 좋지 ? " " 희영이 이모 ? " 한회장의 말도 안되는 소리에 세경은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 당신 !! 지금 애한테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 " 분노에 가득찬 듯한 유민이 갈라진 ..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소리친다 . " 그래.! 희영이 이모 . 희영이 이모랑 .. 아빠랑 .. 세경이랑 .. 이렇게 셋이 사는거야 . " " 당신 정말 !! 애한테 뭐하는 짓이야 !!!!! " 필사적으로 한회장을 밀어내려는 유민의 발악에 한회장은 유민을 뿌리쳐 내고 .. 그 반동으로 인해 유민이 비명을 지르며 의자와 함께 쓰러진다 . " 엄마 ! 엄마 괜찮아 ?! 엄마 왜그래 !! " " 세경아 ..!! " 울음을 터트리는 세경을 보며 .. 울컥한 유민은 세경을 붙잡고 울음을 터트린다 . " 나 원참 .. . " 겉옷을 들고는 문을 쾅 소리가 나게 닫고 나가버리는 한 회장 .. 옛일을 회상하다가 어느새 감정이 북 받쳐 올라 울음을 터트려 버리는 세경의 엄마 .. 김유민 .. 어쩌다 자신의 신세가 이렇게 되어 버린건지 .. 희영이 자신의 집으로 오기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한없이 행복하기만 했었다 . " 윽 ! 우우욱 ! " 한참을 침대에 누운채 흐느끼던 그녀 .. 갑작스레 가슴을 움켜잡고 신음을 낸다 . 똑똑똑 - 노크소리와 함께 때마침 죽을 들고 들어오는 가정부 .. 고통스러워 하는 유민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놀랐는지 죽그릇을 한쪽에 내려놓은채 유민을 향해 뛰어간다. " 사모님 !! 사모님 !! " " 심장암입니다 . " 깨끗하게 정리되어있는 병원의 상담실 . 의사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꺼낸다 . " 심장암이라구요 ?! 저희 사모님이요 ?! " " 좀 오래되신거 같은데 .. 모르셨나 보네요 .. 얼마 안 남으셨어요 . " " ..........세상에 ..!! " " 마음의 .. 준비를 하시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 " 의사의 표정에 절망스런 표정을 짓는 가정부 .. " 엄마 ! 엄마 많이아파 ? " " 아니...안아파 ... " " 세경이가 하도 오겠다고 보채서 .. " 세경이와 유민을 번갈아 보며 가정부는 어쩔줄을 몰라하며 말한다 . 유민이 세경을 데려오지 말라고 당부해서 였을지도 모른다 . " 바깥사람한테서는 .. " " 그게 .. 요즘 회사일이 바쁘셔서 못 오신다고 .. " 가정부는 어설프게 거짓말을 둘러댄다 . 유민은 거짓말이라는 걸 눈치 챘지만 내색하지 않는다 . " 마지막으로 .. 얼굴이나 한번 보려고 했더니 .. " " 마지막이라뇨 ! 사모님 . 조금만 더 참으시면 되요 . 사실수 있다구요 ! " 가정부가 손사래를 치며 얼굴까지 붉혀가며 말한다 . " 엄마 있잖아 ! 집에 희영이이모도 왔다 ?! 엄마도 빨리 집으로 가자 ! " " 희영이가 .. 왔다구 ? " " 저기 그러니까 .. 회장님이.. 데리고 .. 오셔서.... " 천진난만한 세경의 말을 들은 유민의 얼굴이 굳어 지는걸 본 가정부는 황급히 변명을 해본다 . " 그랬구나 .. 희영이이모 말 잘 듣고 있어야 돼 세경아 .. 알았지 ? " " 응 .. 엄마는 언제와 ? " " 엄마도 곧 갈께 . 그러니까 가서 희영이 이모랑 아빠말 잘 듣는거다 ? " " 응 ! 알았어 " 씁쓸히 미소지으며 말하는 유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세경을 보며 .. 가정부는 남몰래 눈시울을 붉힌다 . 그리고 .. 그날 저녁 .. 유민은 병원 옥상에서 자살을 했다 . " 세경아 오늘부터 희영이 이모가 엄마 해줄꺼야 . 그리고 이 이쁜 애기가 니 동생이야 봐봐 이름이 세아란다 . 이쁘지 ? " " 말도안돼 ! 희영이 이모가 어떻게 우리 엄마야 ! 아빤 거짓말쟁이 ! " 엄마의 죽음이후 .. 세경은 한회장의 말에 .. 어린나이였지만 어렴풋이 알수있었다 .. 더 자세한 내용을 안건 그녀가 16살이 되던 해 였지만 .. 그녀도 어릴적부터 알고있었다 . 희영이 자신의 엄마의 자리를 빼앗았다는 걸 .. 그리고 언젠가 .. 그 아기가 .. 자신의 자리마저 빼앗을거라는 걸 .. 그리고 .. 자신의 엄마와 자신을 이지경으로 만들어 버린 한회장과 희영에게 .. 복수를 한다고 .. 다짐했다. " ... 언니 어디가 ?! 오늘은 세아랑 같이 자기로 했잖아 ! " " 언니 오늘 연습가야돼 ! 어우 귀찮게 굴지말고 절로 좀가 ! " 세경이 고 1이 된 어느날 .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세아는 유독 세경을 잘 따랐다 . 하지만 .. 세경은 희영에 대한 반감때문인지 . . 세아를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 어릴적부터 .. 세아를 잘 데리고 다니다가도 심하게 때려 세아는 온 몸에 상처를 달고 다녔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 세아는 세경을 심하다 싶을정도로 좋아했고 따랐다 . " 언니 연습실가 ?! 나도 가볼래 ! 오빠들이 나보고 또 오랬단말이야 . " " 오늘은 안된다니까 ! 집에서 얌전히 있어 ! " 그렇게 세경은 세아를 뿌리치고 연습실로 향했다 . 세경은 음악적인 면에서는 거의 천재라고 할만큼 엄청난 재능을 지니고 있었다 . 그중 부각되는 것이 피아노연주와 노래 .. 그런 세경은 밴드부의 메인보컬을 맡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 . 세아는 교통사고를 당해 죽고 말았다 . 연습실로 간 세경을 보러간다며 어른들 몰래 슬쩍 집을 나온 세아는 . . 마침 신호 위반을 하던 차에 치었고 .. 몸이 약했던 터라 그 자리에서 즉사를 했다고 한다 . 다음날 그 소식을 들은 세경은 .. 그 뒤로 노래를 포기해 버렸다 . 자신이 동생을 죽였다는 죄책감 때문에 .. 그렇게 미워하던 동생이었는데도 .. 그렇게 미워도 자신과 피가 섞여 있다는 이유이어서 였을까 . . 자신이 연습하러 갈때 데리러고만 가 줬다면 . . 아니 연습하러 안갔더라면 . . 아니 .. 자신이 어릴때부터 그렇게 심하게 때리지만 않았더라면 . . 어쩌면 수술이라도 해서 살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 동생이 죽은게 모두 자신때문이라는 생각에 .. 자신이 목숨과도 같게 여기던 노래때문이었다는 생각에 .. 그녀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 그 충격으로 노래를 포기해 버렸다. 그나마 그런 그녀를 위로할수 있는건 .. 자신의 엄마를 죽게만든 ..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복수를 했다는 것 .. 노래를 포기하면서도 .. 그녀를 버티게 한것은 .. 아직 피아노가 남아있다는 것 .. " 다시는 .. 노래따위는 하지 않아 .. " [1] 눈물이 한숨이 그대에게 흘러가길 저 바람이 저 달빛이 그대를 향하길 조금씩 그대에게 다가가 그 마음 흔들면 내가 머무를 수 있을까 하루라 해도 잠시라도 곁에 두고 싶은데 그대 두 눈가에는 슬픈 바램이 흐르고 내 모습 닮은 그대 하루가 슬퍼져 그대 사랑한 그녀에게 보내 줄께요 이제 울지마요 그대라도 조금씩 그대에게 다가가 그 마음 흔들면 내가 머무를 수 있을까 하루라 해도 잠시라도 곁에 두고 싶은데 그대 두 눈가에는 슬픈 바램이 흐르고 내 모습 닮은 그대 하루가 슬퍼져 그대 사랑한 그녀에게 보내 줄께요 이제 울지마요 그대라도 눈물겨운 그대의 기다림을 알고 있죠 어쩌면 내가 못된 욕심 부린거죠 그대 눈 속에 사랑하는 그녀에게로 가요 행복해야죠 나의 그대라도 바라보는 사랑이 익숙해진 나인걸요 무엇도 하나 바꿀 필요 없는거죠 그저 이렇게 어제처럼 바라볼께요 이젠 행복해진 그대 모습 눈물이 그 한숨이 내게 돌아오네 By. 이수영 - 우미공주 " 그대 사랑한~ 그녀에게~♪ 보내줄께요 이제- 울지말아요 . 그대라도 ---♬ " 약간은 어두컴컴한 노래방 . 아직 이른시간이라 그런지 .. 손님이라곤 한팀뿐이었다. 구석진 곳에 위치한 한 작은 방에서 노랫소리가 흘러나온다. 굉장히 맑고 투명하기만한 목소리 . . 세상에 이런소리가 있을까 ? 듣는 것 만으로도 감탄사가 나올법한 목소리 . . 그 방에선 꽤 예쁘장하게 생긴 소녀와 그녀의 친구로 보이는 소녀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자리에 앉아서 가만히 노래를 듣고 있는 웃고 잇는 옆 모습이 귀여운 소녀와 . . 천연인 듯한 갈색의 긴 생머리의 뒷모습의 소녀 . 봄이지만 아직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앙증맞은 노란 체크무늬 치마에 포켓 장식이 귀여운 노란 자켓을 입은 그 웨이브머리의 소녀 는 노래를 부르고 나서는 털썩 자리에 주저앉아 음료를 들이킨다. " 한세경 뭐야 ! 안부른다고 빼더니만 . . 잘부르잖아 ! " " 하하하 .. 잘부르긴 . . 아 ! 배고프다 ! 우리 밥 먹으러 갈까 ? " 세경은 희진의 칭찬의 약간은 멋쩍은지 .. 재빨리 화제를 돌려버린다. " 말돌리는 것 좀 봐! 아무튼 ! 빼는것들이 더 한다니까 ? " " 에이 ! 기분이다 ! 밥은 내가 살께 ! " 새침스레 째려보는 희진의 말에 세경은 못 들은척 딴소리를 해댄다. 그리곤 희진의 손을 이끌고 그 자그마한 방에서 나오는 세경 . " 저기요 . " 갑자기 어디선가 불쑥 나타난 한 사람 . 아직은 약간 미성의 목소리를 가진 남자 . 그 남자는 노래방을 나가려는 세경일행에게 약간은 조심스레 말을 걸어온다 . 지하에 있는 노래방 복도라 약간 어두워서 이기도 하겠지만 . . 까만 정장을 입은 턱에 그는 흡사 그림자처럼 보였다. 미성의 목소리에 맞게 약간은 앳된 모습의 남자 . 워낙 어두워 얼굴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상당한 미남임이 분명했다 . " 네 ? 저요 ? " 놀란 희진이 자신도 모르게 대답한다. " 아니요 . 그 옆에 친구분이요 . " 희진의 말에 고개를 살짝 저으며 세경을 쳐다보는 그 . 고개를 흔들자 그의 머리카락이 가볍게 흔들린다 . " 저 .. 저요 ? " 세경은 놀라 자신을 가르키며 커다란 눈을 좀더 동그랗게 뜨며 되 묻는다 . " 죄송하지만 어디 학교 다니세요 ? " 세경의 물음에는 대답할 생각이 없는지 세경의 물음에 대답도 하지 않는 채 다시 묻는다. " 서일고 .. 다니는데요 .. " 평소 이런 무례한 질문에 대답할 세경이 아니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떨결에 대답한 세경. 피식 . 서일고라는 말에 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 이름이 .. " 그리고는 또다시 묻는 그 . 도대체 뭐가 알고싶은걸까 . . 세경은 잠시 이 사람이 누굴까하는 의구심이 생기긴 했지만 . . 세경은 또다시 아무 의심없이 대답해버린다 . " 한.. 세경이요 . " " 그렇구나 .. 실례했습니다 . "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를 하고는 천천히 사라지는 그 남자. 세경과 희진은 그런 그의 뒷모습을 무언가에 홀린듯한 표정으로 잠시 바라보더니 곧이어 발걸음을 옮긴다. 재잘거리는 목소리가 멀어져감에 따라 그 어두컴컴한 복도는 다시금 조용해진다. 아침시간 . 아직은 조금 이른 시간이어서 일까 .. 교실에는 아직 아이들이 그다지 많지는 않다 . 그래서 아직은 조용하기만 한 교실안 . 평소에도 학교에 일찍 오는 버릇이 있는 세경은 자리에 앉아있다 . 무슨 노래를 듣고 있는지 귀에 이어폰을 꼿은 채 흥얼거리고 있다 . 새하얀 얼굴과 대조되는 갈색빛이 도는 기다란 머리카락에 .. 툭 치면 눈물이 툭 하고 떨어질것만 같은 커다란 눈망울 . . 도톰한 입술과 오똑한 코 .. 굉장히 청순하기만한 그녀의 외모가 교실 창에 비치는 햇살에 비춰 더욱 부각되어 보인다. " 세경아 안녕 ! " 마친 희진이 교실을 들어서며 세경에게 인사를 한다. 하지만 귀에 이어폰을 꼿고 있었고 이어폰너머로 들려오는 노래에 팔려 희진의 인사를 듣지못한듯 싶었다. 희진은 이젠 익숙하다는 듯.. 아무말 없이 웃으며 세경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 이어폰을 쏙 빼버린다 " 또 음악듣고 있었지 ?! " " 응 ? 으응 .. 희진이 구나 .. " 잠시 화들짝 놀랐는가 싶더니 희진의 얼굴을 본 세경은 금방 다시 웃을을 띈다 . 희진은 그런 세경을 보며 세경의 귀에서 뺏었던 이어폰을 자신의 귀에 꼿는다 . " ... 어 ? 이거 .. 니 목소리 아니야 ? " 한참을 듣는가 싶더니 놀라서 묻는 희진의 질문에 화들짝 놀라며 희진의 귀에 꼿힌 이어폰을 뺴내는 세경. " 아니야 ! 그냥 좀 비슷한거야 ! " " 그런가 ? " 희진은 의아해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세경을 보며 말한다 . " 그건 그렇고 .. 오늘도 일찍왔네 ? " 어색한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듯 희진이 화제를 돌린다. " 버릇이 되서 .. 아침에는 교실도 조용하잖아 . " 그제서야 환하게 웃으며 말하는 세경 . 그런 세경의 모습에 희진 또한 저절로 입가에 웃음이 돈다. " 아침은 먹었어 ? " " 아니 ! 그래서 말인데 - 우리 같이 매점가자 ! 내가 살께 ! " 희진의 질문에 세경은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희진의 손을 잡아끈다 . 그녀의 얼굴엔 장난끼 가득 어린 미소가 가득하다. " 정말 정말 ? 아싸 - 나 배고팠는데 ! " 희진은 웃으며 세경을 따라 나선다. 그리고 세경과 희진은 매점으로 향한다. " 왜 아침에 밥도 안먹고 오는거야 너 ? 이렇게 일찍 오면서 .. 무지무지 배고플텐데 . " " 너도 안먹고 오잖아 ! " 세경은 이렇게 말하며 씁쓸히 웃어 보인다. " 나야 .. 아침엔 바쁘니까 먹을 시간이 없는 것 뿐이지 뭐 .. " 희진은 피식 웃으며 말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웃는 그녀들의 얼굴에 따스한 봄날의 햇살이 비춘다. 재잘거리며 가던 희진이 갑자기 학교 게시판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 게시판에는 약간 화려한듯 하면서도 수수한 듯한 게시물 하나가 걸려있다. " 뭐야 ? 뭐 새로운 소식이라도 있어 ? " 걸음을 멈춘 희진을 보며 세경이 묻는다. " 저것좀봐 ! " 희진은 왠지 모르게 눈에 띄는 게시물 하나를 손가락으로 가르킨다. 세경의 시선이 희진의 손가락을 따라 그 게시물을 향한다. " ..밴드부 .. 여성.. 보컬모집 ? ... 이 학교에도 밴드부가 있었어 ? " 세경은 약간 놀란 듯한 표정이다. 이 학교엔 분명 밴드부가 없는걸로 알고 있었는데 .. 갑자기 밴드부라니 .. 세경은 게시물을 보는 순간 철렁 하고 가슴이 내려앉으며 곧이어 마구 뛰는 가슴을 주체할수가 없었다 그런 세경을 아는지 모르는지 피식 웃으며 희진이 말한다. " 너 몰랐구나 ? 하긴 .. 니가 전학올때쯤에는 거의 해체위기까지 갔었으니까 .. " " 해체 ? " " 응 . 우리학교 밴드부는 만들어 진지 얼마안됐거든 . 그러니까 .. 만들어 진지 겨우 이년밖에 안됬는데 .. 1년 전쯤인가 ? 사고로 밴드부 보컬이 죽었었어 . " " 죽었...다구 ..? " 죽었다는 말이 세경에게는 적잖은 충격이었나 보다. 그런 세경을 보며 희진은 조심스레 말을 꺼낸다. " 응 .. 처음 밴드부를 만들자고 나섰던 것도 그 애였기 떄문에 .. 모두들 많이 혼란스러웠던 모양이야 . 근데 .. 어떻게 다시 하네 ? " " 그렇구나 .. 밴드부가.. 잇었구나 .. 이학교 .. " " 어 ?! 이것봐 ! 보컬이 바뀌었네 ? 전에 베이스를 맡았던 애야 ! 얘가 노래도 하나 ? " 희진은 조금 놀란 표정으로 게시물의 한 모퉁이를 손가락으로 가르킨다. 그곳에는 밴드부의 명단이 적혀 있었다. - 밴드부원 명단 - 보컬 - 서현민. 베이스 - 공민혁. 드럼 - 이혜성 . 키보드 - 신진성 . 그 명단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 딱 네명뿐인 부원 . " 잘부르니까 .. 보컬하겠지 뭐 . " 세경은 관심없다는 듯이 흘려 말한다 . 하지만 그녀의 시선은 온통 그 게시물을 향해 쏠려 있었다 . 그리고 매점으로 향하는 그 짧은 시간동안 그녀의 머리속에는 온통 그 밴드부의 게시물 내용만이 가득했다. " 야 - 한세경 ! " " 으응 ?! " 희진의 목소리에 한참을 생각에 잠겨있던 세경이 깜짝 놀라며 희진을 바라본다. " 무슨생각을 그렇게 해?! 몇번씩 불러도 못듣고 ! " " 아 미안 .. 무슨 얘기 했어 ? " 토라진듯한 희진에게 세경은 미안한듯한 표정으로 말한다. 그런 세경을 보며 희진은 금세 표정을 풀고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말을 꺼낸다 . " 있잖아 - 어제 노래방에서 들은 노래도 그렇구 .. 너도 저거 한번 해보는게 어때 ? " " 저거..라니 ? " 세경도 대충 머리속으로 짐작은 했지만 짐짓 모르는 척 희진에게 물었다. " 아이 참 ! 밴드부 말이야 ! 너라면 당연히 뽑힐꺼야 ! 내가 장담한다니까 ! " 희진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한다. " 에이 ! 말도안돼 ! " " 왜 말이안돼 ! 응 ? 해봐 - ! " " 싫어 ! " 희진이 애처로운 시선으로 졸라댐에도 불구하고 세경은 딱 잘라 말해버린다 . " 왜에 - 거기 부원인 애들 디게디게 멋있는 애들이란말이야 ! " "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냐구우 ! 매점 다 왔다 ! 뭐 먹을래 ? " 어느새 도착한 매점은 .. 아직 이른 아침이라서 인지 평소와 다르게 한적했다 . " 그거야 ! 니가 밴드부 들어가면 나도 슬쩍 슬쩍 놀러가면서 걔네 얼굴도 보구 ! 좋잖아 . ! " " 어휴 싫다니까 그러네 . 말 안하면 그냥 내 맘대로 산다? 아줌마 - 초코우유 두개랑 크림빵 두개요 ! " 희진의 조름에도 불구하고 싫다는 표정으로 매점안의 아줌마를 부르는 세경 . 곧이어 빵과 우유를 건네는 매점 아줌마에게 천원짜리 두장을 건네고는 희진에게 내미는 세경 . " 어어 !! 난 딸기우유 !! " " 벌써 사 버렸는걸 ? " 세경은 뒤늦게 딸기우유를 외치는 희진에게 빙긋 웃으며 초코우유와 빵을 내민다 " 뭐야 ! 난 딸기우유 마실라구 했는데 ! 딸기우유를 먹지 않으면 하루가 우울하단 말이야 ! " " 그럼 가서 바꿔달라고 하면되지 ! "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어가며 토라져 버리는 희진을 보며 세경이 웃으며 말한다. 그리고 곧이어 희진은 기어코 고집을 부려 바꾼 딸기우유를 손에 든채 매점을 나섰다 . 기타며 드럼이며 .. 여러가지 악기가 가득 놓여 있는 곳 . 누가 봐도 볼것도 없이 밴드부실이라는 것을 바로 알수 있다 . 밴드부실에는 이미 네명의 남학생들이 모여있었다 . 그리고 그들사이에서 무언가를 쉴세없이 설명하는 한 남학생. " 여자보컬 할 만한 애를 구했다고 ? " " 그래! 내가 어제 애들이랑 노래방을 갔는데 !! 진짜 끝내주게 목소리 좋은 애를 봤다니깐 ! " 그 남학생은 자랑스레 말한다. 아까부터 그는 열심히 자신이 발견한 ( 어쩌면 그들의 새로운 밴드부원이 될수도 있는 ) 여자애의 자랑을 늘어놓는 중이다. " 도대체 누군데 그래 ? " 그의 말을 듣고는 피싯 웃으며 말하는 또 다른 남학생 . " 천상의 목소리고 뭐고 우린 왠만한애 아니면 안받는거 신진성 너도 알고있지 ? " 아까부터 쉴세없이 자랑을 늘여놓던 진성에게 따끔하게 한 마디 하는 한 남자. 쇼파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며 피싯 피싯 웃고있다 . " 걱정마 - 너희도 들어보면 완전 뿅 갈껄 ? " " 누군데 그래 ? 우리학교야 ? 우리학교 아니면 정식 밴드부원이 될수 없다는거 알지 ? 뭐 대회야 .. 나갈수 있겠지만 .. " " 우리학교야 ! 내가 벌써 이름도 물어봐놨지 ! " " 우리학교 ? 우리학교에 그런 여자애가 잇었나 ? "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그 남학생 . " 대체 이름이 뭔데 ? " " 한세경 . " [2] " 한세경 ? 처음들어 보는 이름이다 ? "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말하는 남학생 . 학교 안 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잊어버린건지 . .아님 당당한 건지 . . 담배를 입에 물고 있다 . " 그러게 .. 우리학교 애중 하나라면 모를리가 없는데 .. " " 애들 시켜서 알아내 볼까 ? " " 그래 그래야겠다 . " 그렇게 말하고는 곧바로 밴드부실을 나가버리는 한 남학생 . 밴드부실을 나가는 남학생의 뒷 모습을 보던 남은 세명은 그의 모습이 사라지자 다시 이야기를 시작한다. " 그럼 걔로 하기로 정한거다 ?! " 세경의 목소리가 얼마나 마음에 들었길래 . . 진성은 세경을 여자보컬로 삼기를 바라는 듯 싶었다 . 아니 이미 진성은 세경을 보컬로 결정해 버린듯 싶었다. " 신진성 니 멋대로 결정하는게 말이 되냐 ? " " 목소리나 한번 들어보게 데리고 와봐 . " " 쳇 . 알았어 ! 내가 데리고 올께 " 진성은 뾰롱퉁한 얼굴로 밴드부실을 나선다. " 맞다 ! 그러고 보니 몇학년인지도 모르잖아 ! " 막상 큰소리를 떵떵 치면서 나오기야 했지만 .. 학교랑 이름만 알뿐 .. 막상 세경의 반은 커녕 몇학년인지도 모르니 .. 진성은 난감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 " 쳇 .. 이럴줄 알았으면 몇학년 몇반인지도 물어볼껄 그랬잖아 . " 어느새 운동장 한쪽 구석에 쭈그리고 앉은 진성이 중얼거렸다 . 열심히 생각해 보지만 세경의 반을 알아낼 도리가 없다 . 할수없이 전 학년을 다 뒤져야 하나 .. 하는 생각에 걱정스런 마음뿐인 진성이었다. 앳된 얼굴에 삐쭉삐쭉 솟아있는 머리카락 . 한참을 입을 삐쭉이며 고민하던 진성의 눈에 세경이 들어왔다 . 운이 좋았던 걸까 .. 마침 매점을 다녀오던 세경과 희진의 웃는 모습을 발견한 진성은 세경이 있는 곳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 " 저기 !! 잠깐만 !! " 혹여라도 세경을 놓칠세라 뛰면서 마구 소리치는 진성의 목소리에 세경일행은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본다. 그리곤 뛰어오는 진성을 보여 의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 헤엑 헤엑 .. 저기 .. 헥헥 .. 잠깐.. 잠깐만 ! " 세경의 앞을 가로막고 서서는 헥헥 대며 숨을 고르는 진성을 보며 세경은 한층더 의아한 표정이다. 의문을 감추지 못하는 세경의 표정을 보며 어느새 숨을 고른 진성은 조심스레 말을 꺼낸다. " 나 알지 ? " 다짜고짜 자신을 아냐고 묻는 진성을 보며 세경은 황당하기 그지 없다는 표정이다 . " 누구 ? " 세경의 말에 진성이 살짝 미소지으며 말한다 . 그가 미소짓자 하얀 치아와 함께 귀여운 덧니가 드러난다 . 그래서 그가 더 어려 보이는 건지도 모르겠다 " 기억못하나 ? 얼마전에 만났었잖아 . 노래방에서 .. 내가 막 이것저것 물어봤었는데 .. " 진성은 빙그레 웃으며 말한다 . 등교시간이라 그런지 많은 학생이 등교하는 가운데 그들은 엄청난 시선을 받고 있었다. 진성은 그만큼 이 학교에서 유명하리 만큼 잘생기기로 소문이 나 있었던것 같다 . " 노래방 ..? 아 ... ! " 진성의 말에 세경은 한참을 생각하더니 곧 알아차린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 명찰보니까 2학년인가보네 .. 그럼 나보다 선배잖아 ? 말 놔서 죄송합니다 누님 " 꾸벅 인사를 하며 난처한 표정을 짓는 동시에 장난스런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진성을 보며 희진과 세경은 피싯 하고 웃어버린다. " 아 괜찮아 . 상관없으니까 편하게 대해도 되는데 .. 근데 ... " " 난 신진성이라고 해요 ! 잠깐만 같이 가 줬으면 좋겠는데 .. " 세경이 말을 잇기도 전에 세경의 말을 끊어버리고는 자신 멋대로 말해버리는 진성. 혹시나 세경이 싫다고 하면 어떻해야하나 하는 생각에 약간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 . 만약 안간다고 하더라도 강제로라도 끌고가야 겠다는 생각을 하는 진성이었다 . 세경의 목소리가 그만큼 진성의 마음에 쏙 들었고 진성은 그런 세경을 무슨일이 있어도 자신의 부로 데리고 가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 " .. 그.. 그래 .. " 세경은 잠시 망설이는 듯 하더니 선뜻 진성에게 말했다. 그러자 진성은 기다렸다는 듯이 세경의 손목을 잡은 채 학교 건물쪽으로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 진성은 자신이 쓸데없는 생각을 했따는 생각을 하며 기쁜마음으로 밴드부 실로 향한다. " 세경아 ! " 그런 세경을 부르는 희진 . 무언가 불길한 생각이라도 했던게 틀림없었다. " 먼저 들어가 있어 . 금방 갔다가 갈께 ! " 그런 희진을 돌아보며 밝게 웃는 세경 . 그리고는 뒤돌아 진성의 뒤를 따른다 . 왠지모르게 세경은 진성을 아무 의심도 없이 따라가버리게 되었다 . 예전같았음 택도 없는 일인데 .. 진성의 어떤점이 세경을 그렇게 아무 의심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을까 .. 그건 세경 자신마저도 모를듯 했다 . " 무슨일로 보자는건데 ? " 별다른 의심없이 진성의 뒤를 한참을 따라가던 세경 .. 결국 궁금증을 참지못하고 진성에게 묻는다 " 그냥 .. 할말이 좀 있어서요 .. 부탁할것도 잇구 . . " 그런 세경의 질문에 귀엽게 웃으며 대답하는 진성. 정말이지 별일 아니라는 말투였다 . 하지만 세경은 그런 진성의 말에 왠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 " 부탁할거 ? " " 일단 가보면 알아요 . " " 여기서 말하면 안되는 건가 .. ? " 문득 아까 본 게시물이 떠 오르는 세경이다 . . 그리고 가장 유심히 봣던 밴드부원들의 명단 .. 키보드 ... 신..진..성 ............... 설마 .. 동명이인이겠지 .. 라며 자신을 안심시켜 보려하지만 세경은 아무리해도 진정이 되지 않는다 . 하지만 겉으론 들어내지 않은채 침착하게 진성에게 물었다 . " 글쎄요. . 사실 난 밴드부를 하고있어요 . 우리 부원이랑 같이 얘기해야 하는 내용이라 여기서 하기는 좀 난감하네요 .. " " 밴드부라구 ?!! " 자신도 모르는 새 세경의 목소리는 한 옥타브 높아져 있었고 . . 짐작은 했던 말이지만 막상 이렇게 듣고나니 자신도 모르게 제자리에 우뚝 서버렸다 . 그런 세경을 이상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진성 . " 뭘 그렇게 놀라요 ? " " 근데 내가 왜 밴드부실엘 가야하는 지 말해줄래 ? " 차가워진 세경의 말투 . 이게 세경의 본모습이었고 세경의 말투였다 . " 아 그게 .. 그러니깐 말이죠 .. " 달라진 세경의 태도에 너무나도 놀란 나머지 진성은 진성답지 않게 말을 버벅거리고 있었다. " 그러니깐 뭐 ? " 너무나도 단호한 세경의 말투 . 하지만 진성도 마음을 굳게 먹은 듯 곧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짓는다 . " 누나가 우리 부에서 보컬을 좀 맡아줬으면 좋겠어요 . "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진성의 말에 세경은 약간 놀라는 표정이다 . 하지만 곧 그런 표정을 감추며 무표정이 되어버리는 세경 . " 사양하겠어 . " 이렇게 말하고는 뒤돌아 가 버리는 세경 . 그런 세경을 놓칠세라 황급히 뒤 쫓아가는 진성 .. " 잠깐만요 ! 그럼 한번만이라도 좋으니까 같이 가줘요 ! 가서 노래라도 한번 불러봐 주면 . . " " 싫어 . " 매달리는 진성에게 딱 잘라 말하고는 빠른걸음으로 사라져 버리는 세경 . 진성은 그런 세경을 한참을 넋을 놓고 보다가 .. 한숨을 푸욱 내쉬며 혼자 밴드부실로 향한다. 진성의 세경을 이해할수가 없었다 . 진성의 말 한번 들어보지 않고 .. 듣자마자 싫다니 . . 너무나도 단호한 세경의 태도에 놀라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했다 . 밴드부 .. 가장 인기있는 부서였고 누구나 들어오고 싶어하던 부서였다 . 물론 .. 들어오려는 이유는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 진성을 포함한 부원들의 외모때문이었다 . 진성도 그걸 알고있었다 . . 그래서 .. 어쩌면 진성은 세경이 당연히 오케이 할거라고 여겼었는지도 모른다 어찌됬건 .. 진성은 도무지 세경이 노래를 거부하는 이유를 알수가 없었다. 두근 두근 .. 아직도 두근거리며 미친듯이 뛰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는 세경 .. 밴드부라니 .. 노래라니 .. 그런것들은 1년전에 모두 정리해 버린 것들이었다 . 이 학교에 전학오면서 .. 노래를 포기했고 밴드부라는 걸 지워버렸다 . 세아의 죽음과 함께 죽어버린 세경의 목숨과도 같았던 것들 .. 불행했지만 .. 노래를 할때.. 그리고 피아노를 연주할떄 만은 행복했었다 . 노래를 하고 .. 피아노를 칠때만이 진짜 자신을 되찾은 기분이 들었었다 . 지금도 단호하게 거절을 하긴 했지만 . . 진성이 한 말이 머릿속에서 울리고 있었다 . ' 누나가 우리 부에서 보컬을 좀 맡아줬으면 좋겠어요 . ' 세경의 인생에서 .. 노래란 뗄수 없는 운명이었던걸까 . . 세경이 노래를 멀리하려고 하면 할수록 .. 미치도록 하고싶었고 .. 또 노래를 할수있는 기회또한 자주 왔었다 . 하지만 세경은 그 기회를 잡지 않았었다 . 세경의 노래는 .. 세아가 죽은 그 날 .. 죽어버렸으니까 .. 그나마 세경이 버틸수 있었던 것은 피아노 때문이었다 . 세경은 노래를 하고싶을때마다 미친듯이 피아노를 쳤다 . 아마 .. 세경에게 노래와 피아노를 선택하라고 하면 .. 피아노를 선택할 것이다 . 그랬기에 노래를 포기하고도 세경이 지금까지 버텨올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벌컥 - 밴드부실이 거칠게 열린다. 그리고 진성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 진성이 들어오자 모두의 시선이 진성에게로 쏠린다 . 진성은 그런 시선을 무시하고는 밴드부실 한켠에 있는 쇼파에 쓰러지듯 누워버리고는 담배를 꺼내 문다. " 왜 혼자야 ? " " 니가 말한 그 여자애는 ? " 진성의 뒤를 살펴보던 그들은 곧 불만스런 말투로 말하기 시작했다 . 말은 그렇게 했어도 모두들 진성의 말에 잔뜩 기대를 했던 모양이다 . " ............ " " 야 신진성 ! 뭐라고 말좀 해봐라 ! 야야 ! 선배말이 우습게 들리냐 ? 엉 ? " 드럼앞에 앉아서 스틱을 자연스럽게 돌려가며 진성을 부르는 혜성 . 혜성은 꼭 이럴때만 선배를 따지곤 했다 . 그런 혜성의 말은 들은 체도 안하고 눈을 꼬옥 감고 있는 진성. " 신진성 뭐야 ? 안하겠데 ? " 그런 진성을 보며 평소 말이 없던 민혁이 한마디 한다. 그러자 한쪽눈을 뜨고는 민혁을 곁눈질로 보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는다. " 형 쪽집게네 - " 담배에 불을 붙이며 퉁명스레 말하는 진성 " 왜 안하겠다는데 ? " 혜성은 여전히 스틱을 빙글빙글 돌리며 진성에게 물어온다 . " 몰라 처음엔 웃으며 잘 따라오더니 .. 밴드부 보컬해달라니까 바로 태도 바꿔서 가 버렸어 " " 혹시 니가 말한 애 .. 2학년에 한세경이라는 애야 ? " " 어 ?! 맞아 !! 형 . 어떻게 알았어 ? " 혜성이 조심스레 물어보자 진성이 놀란 표정으로 반문해 온다. " 그럼 걔 맞나보다 .. ? 유영고에서 한참 이름 날렸던 한세경이라는 애. " 혜성은 의외라는 듯이 그리고 한편은 역시나 .. 라는 표정으로 말한다 . " 유영고 ? " " 방금 2학년 애한테 물어봤더니 2학년에 한세경이라고 유영고에서 전학온애 한명 있다더라 . 왜 있잖아 .. 목소리 엄청 이쁘다고 소문 났었던 .. 대회에는 한번도 안나왔던 유영고 밴드부 보컬 . 거기다 .. 음악적으로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 " " 유영예술고등학교 말하는거야 ? " 혜성의 설명에 묻는 진성 . 그런 진성을 보며 현민이 말한다 . " 유영고가 거기밖에 더 있겠냐 ? " " 말도안돼 ! 설마 걔가 우리학교로 전학왔다면 왜 노래를 안한다고 하겠어 . 그리고 거기서 뭣하러 이 학교로 전학와 ! 거기가 얼마나 좋은학교라고 소문난덴데 ! " " 내가아냐 ? 니가 그렇게 한눈에 뻑 갈정도의 목소리라면 걔가 맞아 . " 말도안된다는 표정에 진성을 보며 현민이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말한다 . " 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 무슨 일이 있어서 노래를 그만 뒀다고 하던데 .. 목소리가 이상해 지거나 한지 알았더니 진성이 니 말들어보니 그건 아닌가보네 " 혜성은 뜻밖의 수확이라도 거뒀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한다 . 진성은 갑작스런 말에 아직도 상황 정리가 되지 않은듯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다 . " 그런거라면 당연히 우리 밴드로 넣어야지 . " 현민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한다 . 사실 이번에 밴드를 다시 시작하면서 그나마 노래에 소질이 좀 있었던 현민이 보컬을 맡긴 했지만 . . 현민이 혼자서 대회나 공연에서 모든 노래를 소화하기엔 아직 역 부족이었던 터라 .. 그들에게 또다른 보컬이 필요했다 . 잘만 되면 .. 현민은 보컬을 하지 않고 다시 베이스를 잡을수 있을지도 몰랐다 . " 걔가 무진장 싫어하는 표정이던데 ? 왠만해서는 우리부에 안들어올거 같았어 " 진성은 택도 없다는 말투로 말한다 . " 쿡 .. 부모님빽이야 이럴때 써 먹으라고 있는 거 아니겠어 ? " 혜성이 실실 웃으며말한다 . [3] 수업시간 . 수업이 시작한지 한참 됐음에도 불구하고 세경은 수업에 집중하지 못했다 . 계속해서 창밖만 내다보고 있는 세경을 한참을 보고 있던 희진은 세경에게 속닥거리기 시작한다. " 아까 무슨일 있었어 ? " 소곤거리며 묻는 희진의 질문에 세경을 고개를 설레설레 도리질을 치며 부정을 표한다. 그리곤 다시금 창가로 고개를 돌려버리는 세경 . 희진은 그런 세경의 시선이 향한곳을 열심히 살펴보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이상한 점은 없었다 . 곧 희진은 다시금 수업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 평소같았으면 수업을 듣지않고 딴짓을 하거나 잠이 들었을 희진이지만 .. 지금은 희진이 좋아하는 국어시간이었기에 희진은 수업을 열심히 듣기 시작했다 . 역시 노래방엘 가는게 아니었는데 .. 세경은 어제 노래방에 간 일을 후회하고 있었다 . 희진이가 하도 졸라대는 덕에 할수없이 따라가 딱 한곡 불렀을 뿐인데 .. 하필이면 그걸 진성이 들어버렸을 줄이야 .. " 휴우- "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푸욱 내 쉬는 세경 . 이렇게 머리속이 복잡할때면 피아노를 치곤 했는데 . . 수업이 끝나자 마자 음악실로 한번 가봐야 겠다고 생각하는 세경이었다 . 띵동거리며 조금 뒤 ..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리자 마자 황급히 교실밖으로 나가 버리는 세경 . 조금뒤 희진이 세경의 자리를 돌아보았을 때 세경은 이미 자리에 없었다 . " 뭐야 .. 어딜 간거야 .. " 희진은 작게 중얼거리며 말했다 . 희진이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는 동안 . . 세경은 어느새 음악실에 도착해 있었다 . 학교건물 구석에 있는 음악실 . 음악실은 문이 열려 있었고 그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 아무도 없는걸 확인하자 곧 입가에 미소가 피어오르는 세경 . 평범한 까만 피아노 하나가 놓여져 잇는 음악실 . 예전 세경이 다니던 학교 같았으면 하얀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있었을텐데 . . 하지만 세경은 개의치 않고 피아노가 있는 곳으로 서슴없이 다가간다 . 얼굴 가득 미소를 띄고 있는 세경 .. 뛰듯이 빠른 걸음 걸이로 피아노를 향해 가더니 곧 의자에 앉은 채 피아노 뚜껑을 조심스레 여는 세경. 도 - 세경이 조심스레 손가락으로 건반을 누르자 맑은 피아노 소리가 울린다 . 맑은 소리를 들으며 세경은 두 손을 피아노 건반위에 올린 채 심호흡을 한다 . 그리고 곧이어 부드럽게 움직이는 세경의 손과 함께 부드럽고 아름다운 선율이 들려온다. 피아노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선뜻 엄청난 실력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좋은 실력 . 가장좋아하는 곡인 멘델스존의 봄노래를 치는 세경의 표정이 굉장히 부드러워 보인다. 음악실 밖까지 울려퍼지는 음악소리 .. 음악실에서 가장 가까운 계단 위를 올라가던 민혁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 한참 밴드부실에서 논쟁을 벌이다가 잠시 교실로 올라가는 길이었다 굉장히 경쾌하면서 부드럽고 달콤하면서 어딘가 모르게 슬프기까지한 선율에 어느새 음악실이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는 민혁 . 드르륵 - 마찰음과 함께 열리는 음악실 문 . 하지만 세경은 문이 열리는 것도 . 누군가 들어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피아노에만 빠져있다 . 부드럽게 피아노를 치고 있는 세경을 민혁은 삐딱하게 서서는 가만히 쳐다보고 있다. 얼마나 지났을까 . 곡이 끝났는지 피아노 연주가 멈추고 . . 멈추고 나서도 멍하니 피아노 앞에 앉아있는 세경. " 대단한 솜씨네 . " 듣기좋은 낮은 저음의 목소리에 세경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살펴본다. 곧이어 민혁을 발견하고는 놀란 표정을 지어 보인다. " 완전 피아니스트인데 ? " 민혁은 쿡쿡 웃으며 장난스레 말한다 . " 맞아 . " " 뭐 ? " 세경이 단호하게 말하자 민혁은 조금 놀란 표정이 되어 묻는다 . " 여긴 어떻게 들어왔어 ? " 그런 민혁의 질문은 무시해 버린채 차가운 말투로 묻는 세경. 민혁은 잘못들었겠지 .. 하는 생각으로 세경의 질문에 대답한다. " 걸어서 왔지 . 당연한거 아닌가 ? " 세경은 민혁을 한번 쳐다보고는 곧 음악실을 나가기 위해 민혁을 지나쳐 간다. 그때 .. 민혁의 눈에 문득 들어온 파란명찰에 노란 글씨로 새겨진 세글자 . 한.세.경 무심결에 명찰을 봐 버린 민혁이 세경의 어깨를 덥썩 붙잡는다 " 이 손 좀 놔 줬으면 좋겠는데 . " 세경이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말한다 . 그런 세경의 어깨에서 손을 떼지 않은채 자신쪽으로 세경의 몸을 돌려버리는 민혁 그리곤 명찰을 다시한번 유심히 살펴본다 . 다시봐도 분명한 글씨 . " 니가 .. 한세경이냐 ? " " 뭐 ? " " 니가 한세경이냐고 . " " 맞는데 . 날 알아 ? " 차가운 말투도 대답하면서도 조금은 의아한 표정을 띄고 있는 세경. 그런 세경의 손목을 덥썩 잡더니 어디론가 마구잡이로 끌고 가는 민혁 . " 너 지금 뭐하는 짓이야 ! " " 너 납치하는 짓 . " 세경의 목소리에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듯한 목소리로 말하는 민혁 . 오늘따라 왠지 말이 많아져 버린 민혁이었다 . 평소같았으면 어림도 없는 일인데 .. " 뭐 ?! " 민혁의 말에 세경이 놀란 표정으로 반문하지만 민혁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채 세경을 어디론가 끌고간다 . 세경은 팔에 힘을 주며 끌려가지 않으려 발악해 보지만 . . 민혁의 힘을 당해낼수 있을리가 없다. " 너 미친놈이야 ?!! 대체 뭐하는 짓이야 !! 너 나 알아 ?! " " 어 알아 " 아무렇지도 않은듯 태연스럽기만 한 민혁의 말에 세경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 그렇게 한참을 어디론가 끌고가더니 . . 어떤 문 앞에 다다른다 . 드르륵 - 마찰음과 함께 열린 문 안으로 세경을 밀어넣고는 자신도 들어간다 .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은 놀라서 세경과 민혁을 번갈아 보고 있을 뿐이다 . 민혁이 세경을 데리고 간곳은 .. 다름아닌 밴드부실 . 세경은 민혁이 너무 세게 잡아 빨갛게 부어 오른 자신의 손목을 보며 울상을 짓는다 . 그리곤 곧 주위를 살피더니 . . 표정이 굳어진다 . " 공민혁 ! 얘 누구냐 ? " 놀란 표정을 하고 있는 진성 . 그리고 세경을 빤히 보며 묻는 현민 . 아무말도 없이 진성옆에 가서 쇼파에 털썩 주저 앉는 민혁 . " 니 깔따구냐 ? " 현민이이 진지한 말투로 말한다. " 한세경 . . " " 뭐 ? " 진성이 작게 읇조리는 말을 듣지 못했는지 혜성이 되 묻는다. " 쟤가 한세경이라고 . " 진성의 말과 함께 문고리를 돌리려는 세경 . 그리고 상황파악을 한 현민이 벌떡 일어나 문고리를 잡으려는 세경의 손을 쳐낸다 . " 공민혁 얘 어떻게 데려왔냐 ? " " 음악실 . . " " 뭐 ? " " 음악실에서 보고 납치해 왔어 " 민혁의 말에 잠깐이지만 놀란 표정을 짓던 그들은 곧 너 답다는 식의 표정을 지어 보이며 살짝 웃는다. 이들의 대화가 계속 되는 동안에도 여전히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세경과 그걸 저지하는 현민의 몸싸움은 계속되고 있었다 . " 어이 한세경 . 그거 안 힘들어 ? " 혜성이 장난스레 하는 말에 세경은 고개를 돌려 혜성을 휙 보고는 다시 밖으로 나가려는 시도를 한다. " 아 - 씨발 ! 이거 재밌냐 ?! 어차피 너 못 나갈꺼니까 그냥 가만히 좀 있어 !! " 드디어 현민이 폭팔했는 지 버럭 소리를 질러 버린다. 현민이 버럭 지르는 소리에 놀랐는 지 세경은 잠시 움찔하더니 곧 포기한 듯 문에 기대버린다 . " 유영고에서 전학온 한세경 . .너 맞지 ? " " 아닌데 . " 혜성의 질문에 이미 상황파악을 한 세경은 거짓말을 해버린다 사실 세경은 유영고에서 전학온 것이 확실했었다 . " 거짓말 해봐야 소용없어 . 이미 교무실 가서 다 확인해 봤거든 . " " .. ! " 혜성의 말에 세경은 놀란 표정을 지어보이지만 곧 다시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온다 . " 뭐 아니어도 상관은 없어 . 밴드부에 들어 와라 . " " 싫어 . " 세경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너무나도 단호하게 대답하는 세경 . 그런 세경의 말에 조금은 당황했을 법도 한데 . .혜성은 그런기색 하나없는 눈치였다. 오히려 이미 예상했다는 눈치였다. " 글쎄 이유를 한 천가지쯤 된다면 몰라도 .. 그렇지 않는 이상 넌 밴드부에 들어야 될텐데 . " " 어떤 이유로 ? " " 우리가 널 필요로 하니까 . " 혜성의 당돌하고 기차기만 한 말에 세경은 기가 막힌 듯 . . 더이상 혜성이 있는 쪽을 보지 않고 뒤돌아 문을 열려고 한다 . 그런 세경의 손을 현민이 툭 쳐 내 버리자 .. 혜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 " 그냥 보내줘 . 어차피 좀 있으면 또 보게 될테니까 . . " " 난 볼일이 없을것 같은데 . " 세경은 혜성의 말에 짧게 반박한 뒤 문을 열고 나가버린다 . " 이렇게 그냥 보내도 되 ? 이러다 우리부서로 못 데리고 오는거 아냐 ? " 세경의 뒷모습을 보던 현민이 걱정스럽다는 듯이 말한다 . " 걱정마 . 이따가 곧 보게 될꺼니까 . " 아무걱정없다는 듯이 혜성이 말한다 . " 휴우 . " 밴드부실에서 최대한 멀어져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걸어버린 세경 . 문득 정신을 차리고 나서는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고민하는 중이다 . 피아노를 치는 동안 시간이 흘러서 2교시는 시작해버렸고 .. 끝나려면 아직 삼십분이나 남아 있다 . 한참 고민하던 세경은 곧 어딘가가 떠오른 건지 ..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그녀가 도착한 곳은 학교 옥상 . " 하아 - " 답답한 곳에서 이제야 숨을 좀 쉰다는 듯 숨을 내 쉬는 세경 . 살랑거리며 부는 봄 바람에 세경의 긴 머리카락이 흩날린다. 지이잉 - 지이잉 - 한참을 바람을 맞으며 옥상에 앉아 있던 세경의 교복 안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요란스레 진동한다 . " .. 여보세요 . " " 세경아 나 수연이 - ! " 핸드폰에서 들리는 발랄한 목소리 . 그 목소리를 들은 세경의 표정이 이내 밝아진다. " 언니 ! 어쩐일이야 ? " 세경의 친한 언니이자 . . 세경의 집에 고용된 고용인 이자 . . 세경의 메이크업이며 의상이며 .. 모든걸 관리해주는 수연 . 원래는 어린나이에 세경의 집에 가정부 보조역활로 와 있었지만 .. 세경의 도움으로 그녀는 학교도 다닐수 있게 되었고 .. 그 덕에 대학까지 졸업할수 있었다. 그 덕에 이렇게 세경의 메이크업도 해주며 .. 편하게 지낼수 있었던 그녀 .. " 오늘 늦어 ? " " 아니 - 왜 ? " " 내일모레가 발표회 있는거 몰라 ? 내가 의상 몇개 뽑아놨는 데 니가 좀 봐야할거 같아서 .. " " 아 .. 이따 들어가서 보지 뭐 . 언니가 골라 놓은건데 당연히 이쁘겠지 - " 세경의 넉살에 핸드폰에서 여자의 가느다란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 " 어머 너도 참 .. 아! 그리고 이따가 선생님도 오시겠데 . 아직 발표회때 연주할 곡도 안정했다며? " " 아 .. 요즘 워낙 바빠야지 .. " 아직 발표회때 연주할 곡조차 정하지 않았지만 여유롭기만 한 그녀 . 그만큼 그녀는 실력이 있었던 게 분명했다 " 핑계는 - 아무튼 오늘 바쁠거 같으니까 일찍와 . " " 알았어 " 전화를 끊는 세경의 얼굴에 웃음이 잔뜩 피어오른다 . 세경의 집에 고용인으로 왔지만 .. 유난히 세경과 잘 통했던 수연 . 세경이 세경의 엄마가 죽은 이 후 .. 한회장에게 처음 부탁을 하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 수업끝남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모든 수업이 끝나고 종례를 받고잇는 세경과 희진 . 아까 세경이 혼자 어디를 갔다온걸 비밀로 하는 걸 가지고 아직도 삐져 있는 희진은 그다지 좋은 표정은 아니었다. " 자 그럼 오늘 종례는 여기까지 . 아 ! 세경이 너는 끝나고 교무실로 좀 따라오렴 . " 담임선생님의 말에 조금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세경 . " 네 - " " 차렷 ! 경례 . " 반장의 목소리와 함께 인사를 마친 학생들이 우르르 교실밖으로 나간다 . " 희진아 어떻하지 ? 오늘 밥 못 사겠다 너도 방금 봤다시피 선생님이 부르셔서 .. " 세경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희진에게 말한다 . " 됐어 ! 어차피 하루종일 혼자 논 주제에 . " 아직도 삐진듯 .. 희진은 세경을 흘기며 말한다 . " 진짜 미안 ! 대신에 내가! 흠 .. 내일모레까지는 바쁘고 .. 그 다음날 밥 살께 ! 엄청 근사하게 !! 응 ?! " 울상을 지으며 말하는 세경 . " 뭐야 너 또 학교 빠지는거야 ? " 세경의 말에 금새 표정이 풀려서 말하는 희진 . " 응 . 나 발표회있어 . " " 치이 - " " 진짜 미안 ! 대신에 내가 진짜 밥 살께 ! 응 ? 응? " " 알았어 ! 오늘 기다려 줄까 ? " 세경의 애처로운 말에 희진은 금새 풀려 말한다 . " 아니 - 그냥 먼저 가 . 늦을거 같애 . " " 알앗어 . 그럼 나중에 봐 ! " 희진은 웃는 얼굴로 세경에게 인사하고는 가방을 들고 나간다. 그런 희진의 뒷모습을 보다가 곧 교무실로 향하는 세경. " 저 ..선생님 .. 무슨 일로 .. " 교무실로 들어가 선생님을 부르며 말하는 세경 . 업무를 보고 있다 온 세경을 보고는 쓰고있던 안경을 벗으며 말을 꺼내는 선생님. " 아 . 세경이 니가 전학오기전에 유영고에 있었지 ? " " 네 .. " 세경은 선생님의 뜻밖의 말에 약간 놀란표정을 지으며 묻는다. " 네가 노래를 그렇게 잘 한다며 ? 유영고에서도 밴드부 였고 .. 밴드부에 한번 들어보는게 어떻겠니 ? " " 네 ? " 갑작스런 선생님의 말에 깜짝 놀란듯한 세경 . " 그런 재능을 썩히면 아깝지 않겠니 ? 니가 밴드부에 들어가서 대회라도 나가서 상이라도 타오면 학교이름도 더 알려질거구 .. " " 네 ? 저기 .. 죄송하지만요 .. " 거절하려고 하는 세경의 말을 끊어버린채 또다시 입을 여는 선생님 . " 물론 . 니가 피아노 대회도 나가야 하고 .. 발표회도 있고 .. 바쁜건 선생님이 잘 아는데 .. 그래도 한번 해보는게 좋지 않겠니 ? " 좋게 타이르는 말투로 말하는 선생님. " 하지만 저는 .. " " 교장선생님 특별 지시란다 . 니가 별로 하고싶어 하지 않는 건 선생님도 잘 알겠지만 .. 그래도 어쩌겠니 .. 그냥 눈 딱 감고 한번만 해보자 . 응 ? " 이제는 거의 부탁하다 시피 하는 선생님의 말투에 세경은 난감한 눈치였다 . " 그럼 지금 밴드부실로 가보렴 . 아마 사람이 있을거야 . " " 네 ? ... 네 .. " " 아! 그리고.. 내일모레가 발표회지 ? 열심히 해 . " " 네 .. " 이 대답을 마지막으로 꾸벅 인사를 하고 나온 세경 . 어쩌다 교장선생님까지 알게 됬는지 .. 그리고 어째서 대답을 해버렸는지 .. 참 난감하기만 한 세경이다 . 이런저런 생각에 사로잡힌 채 세경은 억지로 발걸음을 돌려 밴드부실로 향한다. [4] " 형! 그만 가면 안돼 ?! 대체 언제까지 있으라는거야 ! " " 한세경 올때까지 . " 진성의 투정에 혜성은 단호하게 말한다 . 그런 혜성의 말에 진성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다시 말한다 " 그게 말이돼 ?! 걔가 밴드부실을 왜와 ! " 진성의 투정을 들으며 조용히 악보를 보고 있는 혜성 . " 형 ! 진짜 안올거 같은데 ? 한시간이나 지났어 . " 진성과 혜성의 대화를 듣다 못해 현민이 한마디 한다 . 그런 현민의 말에 자신의 손목에 찬 시계를 보는 혜성 . "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됬나 ? 이제 곧 오겠다 . " " 걔가 온다는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니까 ? " 진성의 말에도 불구하고 입을 꾹 다물고 있는 혜성 . 그런 혜성을 보며 포기했다는 듯이 조용히 자기 할일을 하는 그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 드르륵 - 커다란 마찰음과 함께 밴드부실의 문이 열린다 . 열린 문으로 세경이 들어온다 . 밴드부실로 들어온 세경은 비어있는 쇼파에 털썩 주저 앉는다 . " 생각보다 좀 늦었네 ? " 혜성이 악보에서 눈을 세경에게로 돌리며 말한다 . " 어떻게 교장한테까지 말한거야 ? " 다짜고짜 묻는 세경의 말에 혜성이 빙긋 웃어보인다 . 그런 그들은 보며 남은 세명은 아직도 이해가 안간다는는 식의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본다. " 아직 몰랐었나 ? 우리 삼촌이야 . 여기 교장 " 태연스레 말하는 혜성. 그제야 조금 상황파악이 된 남은 세명들 . . " 그렇게까지해서 데리고오고 싶어? " " 물론. " 싱글싱글 웃으며 말하는 혜성. " 밴드부에 들어온다고 해도 난 노래 안할꺼야 . " 세경이 단단히 마음먹은 듯이 혜성을 째려보며 말한다 . " 그래 ? 어디 니 맘대로 해봐 . 곧 니 스스로 부르지 못해서 안달나게 해줄테니까 . " 혜성이 웃으며 말한다 . 그런 혜성의 말에 더 화가 치밀어 오르는 세경이었다 . " 아무튼 우리부서에 들어온걸 환영한다 . 뭐 니 의사가 아니었더라고 해도 . 우리부원이 된건 확실하니까 . " " ... " 능글맞은 혜성의 말에 세경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 " 난 이혜성이야 . 3학년이고 . 뭐 넌 2학년인거 같은데 .. 뭐 우리부원이니까 말은 까도돼 . 어차피 처음부터 존대는 안썼지만 .. " 그런 세경은 신경쓰지도 않은 채 혜성은 자기 소개를 한다 . " 그리고 저기 앉아서 담배물고 있는 놈이 공민혁 . 그리고 그 옆에 앉은 머리 밝은 갈색으로 염색한 놈이 서현민. 둘다 너랑 같은 2학년이야. 그리고 저기 머리 샛노란 저놈이 신진성 . 1학년이야 . " 혜성의 소개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세경 . " 뭐 오늘은 늦은거 같으니까 내일 다시 모이기로 하자 . 선생들한테 말해놀테니까 아침자습시간에 밴드부실로 와 . " " 나 내일 학교 안와 . " 표정하나 바꾸지 않은 채 말하는 세경 . " 뭐 ? " " 내일 일 있어서 학교 못온다고 . " " 아 .. 그래 ? 그럼 내일모레라도 와 " " 내일모레도 학교 안오는데 . " 세경은 혜성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한다 . 혜성은 세경의 말에 빙긋 웃으며 말을 잇는다 . " 그럼 할수없지 . 다음주 월요일부터 연습들어가지 뭐 . 그날은 아침일찍 와라 ? " " 할말다햇으면 가볼께 . " 혜성의 말에 벌떡 일어나 나가버리는 세경 . " 뭐야 형이 말하던게 이거였어 ? 미리 말이라도 좀 해주지 " 진성이 불평하듯 말한다 . 진성의 불평에도 아랑곳없이 싱글거리며 웃고있는 혜성 " 근데 쟤 노래안부른다잖아. 근데 들어와서 뭐해 . ? " 현민이 불만이 많은듯한 표정으로 말한다. " 걱정마 . 쟤도 노래가 싫어서 안부르겠다는건 아닐테니까 . " 아무걱정없다는 듯이 웃으며 말하는 혜성을 도무지 이해할수 없다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남은 세명 . " 집에 안가냐 ? 나 먼저 간다 ? " 혜성은 가방과 악보를 챙겨들고는 일어선다. 띵동 - 꽤 커다란 집 앞 . 외관상으로 봤을때도 굉장히 좋아보이는 집. 띠 - 하는 소리와 함께 대문이 철커덩 열리고 세경은 익숙하게 그런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간다 . 정원또한 워낙 넓어서 대문에서 현관까지 거리가 꽤 있는 집 . 정원을 걸어 집 안으로 들어선 세경을 가정부가 맞는다 . " 오셨어요 . " 공손히 인사를 하는 가정부 . 그런 가정부의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며 무언가를 찾는 듯 한 세경 . " 아 저기 ! 사모님은 방에 계세요 ! " 들어온지 얼마 안된 그 가정부는 세경이 세경의 엄마를 찾는 것이라 생각하고는 선수쳐 말한다 . 그리고는 곧 뿌듯해하는 표정을 지어보인다. " ... 수연이 언니는 .. ? " " 아 ! 위층에 있어요 . " 세경의 질문에 자신이 잘못 집었구나 하는 생각에 .. 조금 당황하면서도 얼른 대답하는 가정부. 가정부의 말에 윗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는 세경 .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가정부가 꼬박꼬박 존대말을 하는데도 세경은 전혀 거리낌이없는듯 했다. 그만큼 이런 생활이 세경에게는 익숙했는 지도 모른다. 2층 . 세경은 아무런 생각 없이 수연의 방을 노크도 없이 벌컥 열어 재낀다 . " 언니 - 나왔어 ! " 방문을 연 세경의 눈에 보이는건 . . 한 남자와 키스를 하고 있는 수연 .. 갑작스런 세경의 등장에 놀란 듯 . 황급히 닿아있던 입술을 떼며 말문을 여는 수연 . " 아 .. 세경아 ! " " 어 - 미안 . 이따가 볼일 다 보면 내방으로 와 . "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할말은 다 하고 문을 닫는 세경 . 그리고 세경은 곧 자신의 방으로 향한다. 온통 핑크빛인 방 . 뭐든지 다 큰 방 . 커다란 침대. 커다란 옷장 . 커다란 장식대 . 커다란 오디오 .. 커다란 의자 .. 어릴적에는 굉장히 커 보였는데 .. 이제는 그런 느낌조차 세경에겐 들지 않았다. 곧 옷을 갈아입기 시작하는 세경 . 그녀가 옷을 다 갈아입었을 즈음 .. 똑똑 거리는 노크소리가 들린다 . " 언니 들어와 ! " 당연히 수연일거라 생각하고 기분좋게 말하는 세경 . " 미안 . 좀 늦었지 ? " 수연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 " 아냐 - 방금 옷 갈아입었는데 뭘 . " " 여기 드레스랑 악세사리 갖고 왔어 . " 수연은 한 가득 안고있던 옷들과 상자들을 세경의 침대에 내려놓는다 . " 언니 그건 그렇구 .. " " 응 ? " 세경이 수연이 내려놓은 옷들을 한쪽으로 치우며 수연의 손을 잡아 끈다. " 언제부터야 ? " 흥미로운 표정으로 말하는 세경 . " 응 ? 뭐가 ? " " 진수씨랑말이야 . " 세경이 웃으며 말했다 . " 그게 .. 좀 됐어 . " 수연이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한다 . " 진수씨 좋은사람이지 . 아버지 운전수 라는 게 흠이긴하지만 .. " " 어머 운전수가 뭐가 어때서 - " "뭐야 - 언니 벌써부터 편드는거야 ? " " 어머 얘는 ! 그만해 -! " 수연이 부끄러워하자 세경은 깔깔 웃어댄다 . 집안에서 세경이 이렇게 소리내서 웃는 게 얼마만인지 .. " 드레스나 골라봐 . 어떤게 낫겠니 ? " " 글쎄 .. " " 이 핑크색 드레스 어때 ? 니 머리 갈색이니까 색도 괜찮구 잘 어울릴거 같다 . " " 그래 ? 그럼 그걸로 할까 ? .. " 똑똑 - 방안에서 울리는 노크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들어서는 한 중년의 여자 . 세경의 새엄마..아니 .. 희영.. 아직 아름답기만 한 희영은 세경을 보며 미소지으며 방 안으로 들어선다. 싸늘해진 방안 분위기 . " 오셨어요 . " 수연이 고개를 숙이며 간단히 인사를 한다. " 아 . 수연양이 수고가 많아요 정말. 드레스 고르는 중이었니 ? 뭐가 그렇게 재밌어? 웃음소리가 밑에까지 다 들리더구나 . " 수연양의 인사를 받으며 빙긋 웃으며 흐뭇한 표정으로 세경에게 말을 거는 그녀 . 무참히 그녀의 말을 무시해버리며 드레스로 시선을 돌리는 세경을 보고 미소를 띄며 드레스를 들어올려보인다. " 어디보자 .. 이 분홍색드레스 어떨까 ? 너한테 딱 어울릴거 같은데 . . " 핑크색 드레스를 들어올리며 세경에게 말하는 희영 . 그런 희영을 잠시 차가운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세경은 수연에게 말한다. " 언니 드레스는 이 하늘색으로 하자 . " 세경은 희영의 말은 무시해 버린채 핑크색 드레스 옆에 놓여 있떤 하늘빛 드레스를 집어든다. " 아 - 그럴래 ? " 수연은 조금 당황하는 듯 하며 하늘색 드레스를 세경에게서 받아들며 말한다. " 옷갈아입어야 하거든요 ? 좀 나가주시죠 " 세경은 희영을 보며 차가운 표정으로 말한다. 하지만 희영은 세경의 말에는 아랑곳없이 침대근처에 있던 의저 하나를 끌어다 앉아 버린다. " 수연양 . 미안하지만 잠깐 나가줄래요 ? " " 네 ? 아 .. 네 .. " 희영의 말에 나가려는 수연 . " 나갈필요 없어 언니 .그냥 있어 . 나가려면 당신이나 나가 . " 세경의 단호한 말에 수연은 어찌할바를 몰라 당황해 한다. " 수연양 우리끼리 할 얘기가 있어서 그래요 . " 희영의 말에 수연은 조금 당황해 하는 듯 하더니 곧 방을 나간다 . 수연이 나가고 이어지는 어색한 침묵 . " ... 아직도 .. 날 니 엄마로 인정하지 못하는거니 .. ? " " 엄마 ? " 이렇게 말한 세경은 미친듯이 웃는다 . 희영의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 " 당신이 내 엄마라구 ? 내 엄마를 죽인 살인자가 아니라 ? 하 . 웃겨. 가만히 있으니까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줄아나보지 ? " 세경의 말에 희영은 조금 흠칫 하더니 곧 어색하게 웃으며 말한다. " 세경이 니가 날 좀 이해해 주렴 .. 나도 그땐 어쩔수가 없었어.. 나도 후회하고 있단다 . " " 후회 ? 진짜 후회한다면 당신도 죽어 . " 세경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잔인한 말을 내뱉는다. " 네 엄마 일은 사고였어 . 너희 엄마한테 정말 미안해 하고 있어 . " " 말로만 미안해 하지 말고 죽어보라고 ! 못해 ? 그래 못하겠지 . 죽을수 있었으면 우리엄말 그지경까지 만들었을리가 없지. " 세경이 점점 언성을 높이며 이야기 하자 희영은 잠시 놀란 눈치다. 그리고 .. 똑똑 하는 노크소리가 다시한번 울린다 . " 들어와. " 세경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한다 . 그리고 곧이어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젊은 여자 . 세경의 피아노 선생님.. " 안녕하세요 . " 젊은 여자는 희영을 하게 인사한다. " 네.. 그럼 얘기들 해요 . 세경아 . 이따보자 .. " " 난 볼일 없어. " 희영은 그녀의 인사를 받으며 방을 빠져나간다 . 희영의 말엘 되받아 치는 세경의 표정이 차갑기만하다. 그런 희영이 간 자리를 한참동안 차가운 눈빛으로 보던 세경은 곧 젊은 여자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 " 언니 왔어 ? " " 그래 - 어떻게 곡은 정해 봤어 ? " " 아니 - 아직 ..진아언니는 뭐 생각해온거 없어 ? " 살짝 웃어보이며 말하는 세경 . 아까 희영에게 대할때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다 " 글쎄 .. 미뉴엣 제 6번 G장조는 어떨까 ? 베토벤꺼 말이야 . " 방긋 웃으며 악보를 내미는 진아. 그런 진아가 건네는 악보를 받아 열심히 보고있는 세경.. " 괜찮겠다 .그럼 이걸로 하지 뭐 . " " 이번 발표회만 성공적으로 끝내면 이제 너 혼자 연습해 . " " 응 ? 왜에 - " 세경은 진아의 말에 조금 놀란 표정으로 말한다 " 왜긴 - 이제 나도 슬슬 유학준비도 해야겠구 .. 이 정도면 혼자서도 충분할거 같구 .. " " 아- 언니 유학간댔었지 .. 알았어 . 할수없지 뭐그럼 .. " 세경은 방긋 웃으며 대답한다. " 강채은 !!!!!!!!!!!!!! " 한 호프집 . 술에 잔뜩 취한 듯 보이는 현민이 한 여자의 이름을 미친듯이 부르고 있다. 호프집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그를 향해 쏠린다. 그리고 그런 현민의 앞에 앉아 불안한 표정으로 .. 곧 울것만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희진. [5] " 서현민 ! 이제 그만해 . 강채은 .. 그 남자랑 약혼해서 호주가서 잘 살고있어 . 너만 왜이래 . " 희진이 현민을 보며 안타까운 눈빛으로 말한다 . " 맞다 .. 그랬지 .. 맞다 맞다 .. " 현민은 슬픈 눈으로 중얼거린다 그리곤 가득차있는 술잔을 들어 입안에 털어 넣는다. " 야 .. 이희진 .. 니가 보기엔 내가 그 남자에 비해서 많이 부족하냐 ? .. 그 남자보다 어려서 그런가 .. ? 그 남자보다 우리집이 덜 부자라 ? 쿡 .. 그런가 보다 .. 씨발 .. 기분 존나게 더럽네 .. " 잔을 테이블에 꽝 소리가 나게 내려놓고는 술에 취한채 중얼거리는 현민. " 서현민 .. 난 안돼..? 내가 .. 채은이 자리에 대신 들어가면 .. 그러면 안되 .. ? 안되는거야 .. ? " " 쿡.. 넌 안돼.. 안돼.. " 애처롭게 현민을 바라보며 말하는 희진을 보며 현민은 슬픈눈으로 술잔만 뚫어져라 보며 말한다. " 왜.. 왜 안돼 ? 내가 채은이 잊게 해줄께 .. 내가 .. 내가 채은이가 했던 것보다 더 잘할수 있어 . ." " .... 강채은이 아니니까 ..넌 .. 이희진이지 강채은이 아니니까 ... 그래서 안돼.. " " 너 왜그렇게 강채은 못잊는거야 .. 강채은은 너 뻥 차고 그 남자랑 아무미련없이 결혼했는데 .. 넌 왜이렇게 자꾸 미련갖는거냐구 .! " " 그러게.. 나 왜이러냐 .. 나 왜이렇게 병신됐냐 .. " 이렇게 말하는 현민의 눈에서는 눈물이 한방울 또르륵 떨어진다. 그리고 다시 현민은 술잔을 집어든다. " 그만 마셔 . 너 취햇어 .. 내가 .. 집까지 부축해 줄께 . " 현민의 술잔을 뺏어들고는 현민을 일으켜 세우는 희진. 이미 만취된 현민을 희진이 일으켜 세울수 있을리가 없다. 그러자 희진은 현민의 주머니를 뒤져 현민의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 여보세요 . ' 핸드폰 너머로 들리는 낮은 음성의 목소리 " 공민혁.. 나 희진인데.. 지금 여기로 좀 와.. 현민이가 너무 많이 취한거 같다 .. " ' .. 어딘데.. ' " ... 일번지호프. " ' 알았어 . ' 전화가 끊어지고 얼마후 .. 딸랑 - 경쾌한 소리와 함께 호프집 문이 열리고 편한 캐쥬얼차림의 민혁이 들어선다. " 얘 또 왜이래 . " " .. 그냥 좀 .. 많이 마셔서 .. " 말을 얼버무리는 희진을 잠시 보더니 .. 민혁은 현민을 부축해 세운다. " 얜 내가 알아서 데려다 줄테니까 넌 집에가 . " " 응 .. 응 .. " 어두운 표정으로 대답하는 희진은 곧 호프집밖으로 나가는 민혁과 현민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 나 기다릴께 .. 현민아 .. 니가 .. 채은이 잊는 날 .. 내가 채은이 대신할수 있을때까지 .. 나 기다릴께 .. " 슬픈 표정으로 중얼거리던 희진은 곧 계산을 하고 호프집을 나선다. " 너.. 아직도 강채은 못잊었냐 .. " 현민을 부축한 채 한참을 가던 민혁이 작게 말한다. " 그런가 보다 .. 강채은때문에.. 아직도 여기가 미칠듯이 아프다 .. 나 어떻하냐 .. " 길바닥에 가만히 멈춰서서 자신의 가슴을 쿡쿡 찌르며 말하는 현민. " 병신. . " 현민의 말에 .. 애처롭기만 한 현민의 모습에 민혁은 작게 욕을 읇조린다. " 그런가보다 . 나 병신인가 보다 . 존나게 병신이네 나. " 현민의 자책하는 듯한 말에 민혁은 아무말 없이 현민을 부축한 채 발걸음을 옮긴다. 피아노 발표회 연습으로 학교에 가지 않아 오랜만에 늦잠을 잔 세경 . 아침에 일어난 채 잠옷차림으로 자신의 방 바로 옆에 있는 방으로 들어간다 . 하얀 그랜드 피아노 하나가 떡 하니 놓여 있는 곳 . 그리고 그 방에 나있는 또 하나의 문으로 들어가면 .. 악기판매점인 듯한 느낌을 풍겨줄 정도로 여러가지 종류의 악기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 . 피아노를 제외하고는 모두 세경이 취미용으로 즐기던 것들 .. 음악에 천재적인 재능이라고 할 만큼 엄청난 재능을 보였던 세경은 악기라면 잠깐 배웠어도 금방 몇년정도 배운 사람처럼 연주해 내곤 했다. 곧 세경은 피아노앞에 앉는다 . 그리곤 어제 진아에게서 악보를 펼친다. 곧 이어 들리는 아름다운 선율. 약간 가벼운 듯 하면서도 부드럽게 울려퍼지는 피아노의 맑은 소리.. 피아노가 있는 방 .. 한쪽 벽이 완전히 다 유리로 되어있어 앞 마당이 훤히 보이는 방 .. 아침햇살이 쏟아지듯 비추는 방 안에서 .. 세경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연습에 몰두하기 시작한다. " 세경아 ! 빨리 준비해 밖에 차 대기 시켜 놨어! " 자꾸만 재촉하는 수연의 말에 세경이 문을 열고 나온다. 하늘색의 하늘하늘한 드레스를 입고 하얀색 구두를 신고 밖으로 나오는 세경 . 그런 세경을 보며 수연은 세경과 함께 차에 오른다 운전석에는 진수가 앉아있고 세경과 수연이 차에 오르자 차는 출발한다. 출발한 차 안에서 세경에게 메이크업을 해주고 있는 수연 . " 잘해 ! 뭐 너야 항상 잘 했으니까 걱정은 안 하지만 . ! 그래도 열심히 해! " " 응 . " 수연의 응원에 세경이 방그레 웃으며 말한다. 얼마 뒤 메이크업을 끝낸 수연이 세경에게 상자에 담긴 귀걸이와 목걸이 그리고 팔찌를 건네고 세경은 그것을 받아들어 귀에 걸고 목에 채우고 팔에 채우며 어느새 도착한 발표회 장. 곧이어 세경의 연주곡인 베토벤의 미뉴엣 제 6번 G장조가 연주된다. 객석에는 희영과 그녀의 아버지인 한회장 .. 그리고 수연과 진아의 모습도 보인다. 짝짝짝짝 - 곧이어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가 들린다 . 관객들은 세경에게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 세경은 이번 발표회도 성공적이었다는 흐뭇한 생각을 하며 웃는 얼굴로 무대 아래로 내려간다 . " 세경에 밖에 기자들 와있어 . 인터뷰 해야지 . " 어느새 대기실로 와 있는 수연이 세경에게 말한다 . " 어휴 .. 그거 생략하면 안돼 ? " 세경이 인터뷰라는 말에 몸서리를 치며 말한다. " 안.돼! 메이크업은 안고쳐도 되겠다 . 자 빨리 ! 끝나고 뒤풀이파티도 가야되잖아 . " " 어휴.. 알았어 알았어 . 잔소리좀 그만해 ! " 세경은 얼굴을 찡그리며 수연에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 밖으로 나가자 우르르 몰려와 있는 기자들 . 연예인도 아닌 세경에게 그들이 이렇게 집착하는 이유는 .. 아마도 .. 그녀가 대그룹의 외동딸이라는 사실과 .. 음악에 관해 그녀가 가지고 있는 천재적 재능 떄문일 것이다. " 안녕하세요 여성잡지 밀리오 입니다 . 이번 곡은 얼마정도 연습했나요 ? " " 하루요 . " 기자의 첫번째 질문에 조금 귀찮아 하는 기색을 보이면서도 웃으며 대답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한 세경의 대답에 모인 기자들은 모두 놀라는 눈치였다 . " 이번 발표회의 성과는 어떤것 같습니까 . 본인은 만족스러운가요 ? " " 취미는 뭐죠 ? "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들. 발표회에 관한것부터 .. 사생활에 관한것까지 .. 그런 기자들의 질문에 익숙하다는 듯이 대답하는 세경. " 지금의 엄마가 진짜 친 엄마가 아니라는 소문이 있는데 사실입니까 ? " 어떤 한 기자의 입에서 터져나온 말에 갑작스레 조용해지는 홀 안 . " 극히 사적인 질문은 삼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 " 수연이 세경의 옆에 서며 말한다 . 그런 수연의 말에 웅성거리며 다음 질문을 할 준비를 하는 듯 보이는 기자들 " 예 . 사실입니다. " 그때 터져나온 단호한 세경의 목소리에 더욱 소란스러워 지는 기자들. " 그럼 친 엄마는 돌아가셨나요 ? " 날카로운 여자 기자의 목소리에 .. 세경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어보인다. " 네 . " " 어떤 이유로 돌아가셨나요 . " 더욱더 강도가 높아져만 가는 기자들의 질문. 그런 기자들의 질문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세경. " 오늘 인터뷰는 여기까지 하죠 . 그럼 .. 안녕하들가세요 . " 이 말과 함께 목례를 하곤 세경은 대기실안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그런 세경을 뒤 따라 들어오는 수연. 들어오자 마자 문을 쾅 닫고는 세경을 향해 말을 꺼낸다 " 한세경 ! 어쩔려구 그런말까지 한거야 . 기자들 .. 그런거 한건 잡아서 부풀려서 터트리는게 일이라는거 몰라? " " 알아. " 수연의 말에 피곤한 듯 눈을 감으며 말하는 세경. " 곧 엄청나게 터트릴게 분명하다구 ! 니네 엄마가 어떻게 죽었느니 .. 하면서 ! " " 휴 .. 그땐 기자회견이라도 한번 하면 되지 . " 많이 피곤한듯 숨을 내쉬며 말하는 태연히 세경. 그런 세경을 수연은 불안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 그냥 피아니스트 일 뿐인데도 .. 아직 어리고 천재적인 재능을 지니고 있다는 것. 그리고 예쁘장한 외모때문에 언론에 많이 노출되어 있는 세경. 그만큼 대중에도 피아니스트 치고는 잘 알려진 편이었다. " 일어나 . 파티장가야되잖아 . " 세경을 한참동안이나 바라보던 수연은 이 말을 하며 세경을 재촉한다. " 휴- 그거 안가면 안되 ? " " 당연히 안되지 ! 니가 주인공인 자리야 . 빨리 일어서 . " 화려한 호텔의 커다란 홀 안 . 상류층으로 보이는 여자들이 비싸보이는 드레스자락을 끌며 와인잔을 들고 있다 . 물론 . 남자들도 꽤 많아 보이는 파티장. 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 있는 어느새 까만 드레스로 갈아입은 세경의 모습이 보인다. 파티장에 온 손님들에게 인사를 한 뒤 조금 숨을 돌린 듯 .. 손에 와인잔을 들고 서있다 . 답답하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한듯 .. 세경은 화장실로 가기위해 홀 밖으로 나선다. " 이번에 발표회 한 여자애 . 걔네 엄마가 새엄마라며 ? " " 글쎄 - 새엄마인게 문제가 아니라 . 그 새엄마가 그 여자애 친 엄마의 친한 동생이었대 . 뒤통수 맞은거지 뭐." 거울앞에 서서 화장을 고치며 말하는 두 여자 . 쾅 - 하는 소리와 함께 거칠게 화장실문이 열리고 화장실 안에 있던 세경이 밖으로 나온다. 아무말없이 손을 씻기 위해 거울앞에 서는 세경을 보며 두 여자는 서로 눈치를 보며 재빨리 화장실에서 나간다. " 어머 얘봐 - 대단하다 - 어휴 " 아담한 이층집 . 평범하기만 한 그냥 주택가에 위치한 주택 . " 누나 !! 나 배고파 ! 라면 끓여줘 ! " 침대 위에 누워 잡지책을 보며 감탄하고 있는 한 어려보이는 한 여자의 방문이 벌컥 열리며 진성이 투정부리며 말한다. " 야 - 너도 이것좀 봐라 ! 맨날 밴드부니 뭐니 설치고 다니지 말고 얘처럼 이렇게 좀 해봐 " " 잡지책이 뭐 좋은거라고 .. 배고프다니까 ! " 진성의 누나가 잡지책을 펴서 보여주는 걸 힐끗 쳐다 보고는 고개를 돌려버리는 진성. " 얘봐 - 음악에 천재적인 소질을 가졌는데 . 발표회때 칠 곡을 딱 하루 연습했단다 . 악기도 못다루는게 없을 정도래 . ! " 여전히 잡지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말하는 그녀 . 그때 진성의 눈에 들어오는 잡지책에 실린 사진한장 . " 누나 ! 그 잡지책 이리 줘봐 !! " [6] " 야 - 신진성 니가 왠일로 이렇게 일찍왔냐 ? " 교실에 들르지도 않고 가방을 맨 채 아침 일찍 밴드부실로 들어서는 진성을 보며 현민이 말한다. " 형 다들 이리로 좀 모여 앉아봐 . 보여줄꺼 있어 . " 인사도 하지 않고서 진성은 이렇게 말하곤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 그의 손에 들린 것은 여성 잡지책 . " 이런 미친새끼 .. 너 이런 거 보냐 ? " 현민이 진성을 보며 경멸하는 듯한 표정으로 보기 시작한다. " 우리 누나꺼야 ! 그건 그렇고 빨리빨리 ! " 머리를 헝크러뜨리며 자신의 누나꺼라며 현민의 눈빛을 외면하고는 재빨리 잡지책의 장을 넘긴다. " 이거 ! 이번에 우리부 들어온 한세경맞지 ?! 이름도 똑같고 ! 얼굴도 똑같고! " 잡지책을 쳐다 보지도 않고 있다가 진성의 말에 그제서야 잡지책을 쳐다 보는 현민과 민혁 그리고 혜성 그리고 곧 혜성이 잡지책의 내용을 소리내 읽는다. " 어린나이에 데뷔한 천재적 피아니스트 한세경양 . 어제 그녀는 발표회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 그녀는 이번에 연주할 곡을 단 하루밖에 연습하지 않았다고 한다 . 하지만 그녀의 피아노 실력은 거의 천상의 소리라고 할만큼이나 아름다웠다 ... " 앞부분부터 천천히 읽어내려가는 혜성 . " 어휴 . 거기가 아니야 거기가 ! 여기 뒤에 ! " 진성이 가르친 곳 . 그곳에는 커다란 글자로 ... ' 천재적 피아니스트 한세경의 엄마는 친엄마가 아니었다?! '라고 적혀 있었다 . 세경이네 집안정도의 대 기업 사람이라면 새엄마가 들어와 있는 정도는 어쩌면 조금은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 하지만 .. 언론에서는 그걸 이렇게 크게 다뤄냈다 . 진성이 가르키는 부분의 내용을 천천히 읽어보는 현민. " .. 어제 인터뷰 도중 세경양의 엄마가 친 엄마가 아니냐는 질문에 세경양은 담담한 표정으로 긍정을 표했다 . 그럼 그녀의 친엄마는 어떻게 된 것일까 . 일부 측근에 의하면 쉬쉬되고 있는 소리이긴 하지만 세경의 친 엄마는 현재 세경의 새 엄마에게 배신을 당했다고 한다 . 그녀가 아홉살 때 자살을 했다고 알려지는 그녀의 친모는 원래 세경양의 새엄마와 굉장히 친한 언니 동생 사이였다고 ... " " 얘도 인생 엄청 불쌍하네 . " 기사를 읽는 현민의 목소리를 듣다 말고 태연스런 목소리로 말하곤 담배를 입에 베어 물며 벽에 기대는 혜성 . " 어쩐지 .. 애가 성격이 장난이 아니더라 .. " 현민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한다 . 농담을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하는 현민을 보며 진성을 쿡 하고 웃음을 터트려 버린다. " 이거랑 관련된거 아닐까 ? 얘 노래 안하는거 . " " 글쎄 그건 아닌거같다 . 엄마 죽은게 얘 아홉살때라는데 . 얘는 작년가지만해도 노래 잘만 하던 애니까 .. " 민혁의 말에 혜성이 고개를 설레 설레 저으며 말한다. 곧이어 담배 연기를 내 뿜으며 혜성이말을 잇는다. " 이거 한세경앞에선 내색하지 마라 . 사람한테는 누구나 하나쯤은 숨기고 싶은 과거가 있는 법이야 . " 혜성의 말에 알았다는 듯 .. 웃다말고 고개를 끄덕이는 진성. " 근데 얘 짱이다 ! 우와 피아니스트래 피아니스트 !! " 신이 나서 떠들어 대는 진성. 잡지책을 보는 민혁의 머리속을 맴도는 얼마전 세경과의 대화 . ' 완전 피아니스트인데 ? ' ' 맞아 ' " 진짜였네 .. " 생각에 잠긴 채 자신도 모르는 새 작게 중얼거리는 민혁 . " 뭐 ? " 그런 민혁의 목소리를 들은 현민이 묻는다 . " 응 ? " 현민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묻는 민혁 . " 뭐가 진짜야 ? " " 아 - 그냥. " 현민의 질문에 민혁은 말을 얼버무리며 담배를 베어문다. 드르륵 - 마침 세경이 밴드부실로 들어섰다 . 현민은 그런 세경의 모습을 보자마자 읽고 있던 잡지책을 덮어 쇼파밑으로 깊숙이 밀어 넣어 버린다. 담배에 불을 붙이던 혜성은 세경이 들어오자 옆에 있던 악보를 집어들어 모두에게 나눠준다. " 뭐야 형 ? 새로 연습할 곡 ? " 진성이 악보를 보며 말한다 . " 어 . 이번 지역대회 두달뒤야 . 열심히 해보자 . " 악보를 받아들고는 흥미롭게 보고 있는 세경 . " 이거 선배가 쓴거에요 ? " 세경의 선배라는 말에 혜성이 조금 놀라며 말한다 . 그리고 조금은 긴장한 표정의 혜성 . 아무래도 천재 피아니스트에게 악보를 평가받는 거나 다름없어서 떨렸는지도 모른다 " 응 ? 아 어 . " " 제법이네 .. " 냉랑하기만 했던 세경이 피싯 웃더니 긍정적인 반응으로 나오자 다들 놀란표정으로 세경을 쳐다본다. " 그럼 노래 할꺼냐 ? " 혜성이 피싯웃는 세경을 보며 말한다. " 아니요 . " 세경은 곧 표정이 차가워 지더니 말한다. " 그럼 뭐 우리끼리라도 연습시작하자 . 한시간뒤에 연습할거니까 악보좀 대충봐놔 . 거기 노란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한세경 니 부분이다. " 이렇게 말하곤 벗어놓은 교복마이를 집어들고는 일어서는 혜성 . " 어 ! 형 어디가 !! 연습안해 ? " 현민이 나가는 혜성을 보더니 말한다 . " 임마 난 벌써 다 외웠어 . 니들이나 잘해 . " 씨익 웃으며 밴드부실을 나가버리는 혜성 . 그런 혜성의 뒷모습을 보며 진성이 불만스런표정을 짓는다. " 에이 뭐야 - 현민이형 ! 매점가자 ! 나 배고프다 ! " " 싫어 임마 - 야 니가 가사 내 대신 외워 줄꺼냐 ? " 악보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진성을 보고 말하는 현민. " 치사하게 .. 그럼 민혁이형은 ? 형은 갈꺼지 ? " " 혼자가 " 민혁의 말에 진성은 한참을 꿍얼거리더니 결국은 혼자 매점으로 가는지 횡하니 나가버린다. 그런 진성이 나간 자릴 보며 세경은 자신도 모르는 새 튀어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고생하고 있다 . " 너 원래 그런 성격이냐 ? " 민혁이 악보를 보다 말고 세경을 보며 묻는다. " 뭐가 ? " 세경은 민혁의 질문에 세경이 웃다 말고 말한다 . " 틱틱 거리면서 말투도 그지같이 하다가 . 갑자기 피싯피싯거리고 - 니 맘에 내키는데로 . 니 꼴리는대로 하는 그런 성격이냐고 " 민혁이 시비거는 말투로 말한다 . " 낯선사람을 경계하는 것 뿐이야 . 세상에 착한 사람이란건 없으니까 . 믿을사람이라곤 나 뿐이거든 ." 세경은 다시 냉랑해진 표정을 지어보이며 말한다 . " 세상에 나쁜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지 . " " 그런 착각에 빠져사는 사람들이 종종 있더라구 . " 쏘아붙이는 현민의 말에 한마디도 지지 않는 세경 . " 악마도 .. 처음엔 천사였어 .. 나쁜사람도 .. 처음엔 다 착한법이야 . 그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 악마로 변하는것 뿐이야. "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는 현민 . 그런 현민을 한참동안 쳐다보다가 말하는 세경 . " 그렇다하더라도 .. 그렇게 변하는 것 자체가 착한사람은 없다는 소리야 . " 세경은 냉랑한 목소리로 쏘아 붙였다 . " ... 분명 .. 어쩔수 없는 상황이 있었으니까 그런거야 . . " 마지막으로 힘없는 목소리로 말을 내뱉는 현민. 그런 현민을 세경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 " 그건 .. 니가 그런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믿는 망상이야 . " 현민의 힘없는 목소리에 세경이 한숨을 푸욱 내쉬더니 딱 잘라 말한다 . 현민은 그런 세경의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뭔가 할말을 찾는 듯 싶더니 곧 밴드부실 문을 커다란 소리와 함께 닫고는 나가버린다 . " 그냥 그렇다고 해주지 그랬냐. " 현민이 나가고 이어지는 조용한 침묵을 민혁이 먼저 깨버렸다 . "사실은 아는건 중요한거야 . 그 사람이 상처받는다고 해서 그 사실을 숨겨준다면.. 그 사람은 더 상처받는거야. " 세경이 또다시 한숨을 내쉬면서 민혁을 향해 말한다 . 말이 없는 민혁을 보며 세경은 또다시 말을 꺼낸다 " 그리고 .. 그 사실을 숨긴 사실에 대해 그 사람은 더 증오하고 미워하게 되 . " " 잘 아네 . " " 겪어봤으니까 . " 민혁의 말에 세경은 슬픈 눈동자를 감추지 못한 채 대답한다 . 그런 세경의 말에 민혁은 아까 본 그 기사를 떠올린다 . " 그래도 거짓말이라도 좀 해주지 그랬냐 . 저 새끼도 많이 힘들텐데 . " " 배신이라도 당했나봐 . " " 존나게 사랑했던 년한테 " " 믿었던 애인에게서 배신당한 기분이라 .. 겪어보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 " 한참을 골똘이 생각하는 듯 하던 세경이 무심한 듯한 말투로 말한다 . 그런 세경을 잠깐 쳐다보고는 다시 악보를 향해 눈을 돌리더니 기타를 들고 코드를 맞춰보는 듯 하다. " 어떻게 배신당했는데 . " " 약혼해서 유학갔어 . " " 흠 .. 유학이라 .. 진짜 사랑하면 약혼식장가서 다 엎어야 하는거 아닌가 . 여자친구도 그걸 바랬을지도 모르지 . " 세경이 덤덤하게 말한다 . 그런 세경의 말에 하던 일을 멈추고 세경을 빤히 보는 민혁. " 했어 . " " 했어 ? 남자가 돈이 많은가 보네 . 그거 막을라면 사람 꽤나 썼어야 했을텐데 . " " .. 그 년이 뺨 때리더라 . 그리고 끝났어 " " 뺨 떄렸다고 ? 지 약혼식 방해한다고 ? " 세경은 믿기지 않는 눈으로 민혁에게 묻는다 . " 돈때문에 한 약혼이었으니까 . " " 그런 년을 아직도 못잊어서 저런말을 한거야 ? " 세경의 대답에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침묵을 지키고만 있는 민혁 . 민혁이 다시 악보로 눈을 돌리더니 .. 세경에게 조심스레 묻는다 . " 너는 .. 왜 노래가 싫냐 .. 왜 노래를 안 부르냐 .." [7] " ......... " " 말하기 싫냐 ? " " .... " 민혁의 질문에 세경은 표정이 굳어 버린채 아무말도 하지 않앗다 . " 싫으면 안해도 된다 . 근데 .. " 여전히 아무런 높낮이도 없는 목소리로 말하고 있는 민혁 . 아까부터 기계처럼 말하고 있는 민혁은 말끝을 흐리더니 .. 숨을 몰아 쉬며 다시 말을 꺼낸다. " 그런거 속에 담아 두는게 .. 더 힘들지 않냐 ? " 민혁의 마지막 말에 세경은 조금 놀란 듯한 눈치였다 . " 누구한테 털어놓는거 .. 그게 더 가볍지 않냐 ? " 민혁은 이 말을 한 뒤 더이상 말이 없었다 . 세경은 한참을 무언가를 생각하는 눈치였다 . 하지만 민혁은 세경은 이젠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자신의 일에만 몰두하는 듯 싶었다 " 동생이 .. 죽었어 .. " 세경의 낮은 말에 민혁은 고개를 들어 세경을 바라본다. " 내가 .. 죽였어 .. 새엄마랑 .. 아빠사이에서 태어난 이복동생인데 .. 내가 .. 내가 죽였어 .. " " .... " 민혁이 믿기지 않는 다는 눈으로.. 약간 놀라는듯 한 표정으로 세경을 본다 . " 잘해주지도 않았는 데 .. 맨날 미워했는데 .. 그 꼬맹이가 .. 노래연습하러 자기 두고 간 나 보러간다고 .. 혼자 오다가 .. 죽어버렸어 .. 뺑소니래 .. " 세경이 힘없는 목소리로 말한다 . 이미 초점을 잃어버린 듯한 눈빛 .. " 그날 .. 내가 노래하러만 안갔어도 .. 아니 .. 어릴때부터 내가 그렇게 몰아세우고 때리지만 않았어도 건강해서 .. 수술할수 있었을 텐데 .. " " ... " " 즉사해 버렸어 .. 내가 죽였는데 .. 그 아인 .. 죽으면서도 날 찾았데 .. 차에 치인다음에 .. 내 이름 부르다가 .. 그 자리에서 죽어버렸데 .. " " ... " " 싫어했는데 .. 엄마자리 빼앗은 여자 아이라 .. 미워했는데 .. 맨날 때렸는데 .. 그런 내가 뭐가좋다고 .. " " ... 너 .. 우냐 .. " 어느새 눈물을 흘리고 있던 세경 . 초점잃은 눈에서 비오듯 흘러내리는 눈물을 본 민혁이 조심스레 말했고 . . 세경은 이미 그런말은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는 듯 .. 민혁의 물음은 듣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 " 죽었으면 좋겠다고 .. 하루에 열번도 넘게 .. 제발 저 아이좀 죽었으면 좋겠다고 .. 생각했는데 .. 막상 죽으니까 가슴이 아팠어 .. " " .... " " 열번도 넘게 .. 그 아이도 크면 내 자릴 뺐겠지 .. 자신의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 그러니까 저 아이한테 정 주지말자 . 다짐하고 또 다짐했는데 .. 그게 힘들었나봐 .. " " ... 너 울어 .. ? " 다시한번 똑같은 질문을 하는 민혁 .. 난생처음으로 남에게 할수 있었다 .. 이런말 .. 평생 가슴에 담아두고 .. 혼자 아파해야 할줄알았는데 .. 아니 .. 말할 사람이 없었는데 .. 민혁의 말에 .. 세경은 자신도 모르는 새에 이런말을 지껄이게 되어버렸다 . 민혁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미친듯이 눈물만 퐁퐁 쏫아내고 있는 세경앞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 그리곤 세경을 조심스레 자신의 품에 넣는다 . 그냥 .. 세경이 우는 모습에 .. 가슴이 아팠다 .. 이렇게 큰 상처 가지고 있을줄 몰랐는 데 .. 혼자 가슴에 담아두고 .. 아파했을 세경을 생각하니 민혁은 왠지모르게 가슴이 아려왔다 . 세경은 아무런 생각도 없이 민혁에게 안겨 울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 드르륵 - 커다란 마찰음과 함께 .. 한참을 민혁에게 안겨있던 세경이 황급히 민혁을 밀어낸다 . 민혁또한 멋쩍은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원래 있던 자리로 가 베이스를 집어든다 문을 열고 들어온 진성과 혜성이 그들을 보며 이상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 세경은 진성과 혜성이 밴드부실안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고 앉을 때까지 고개를 푹 숙인 채 눈물을 닦느라 정신이 없다. " ... 형 뭐했어 ? " 진성이 민혁을 보며 의아한 표정으로 물어온다 . " 뭘 ? " 민혁은 약간은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면서도 시치미를 뚝 떼며 말한다 . " 방금 둘이 껴안고 있던거 아니었어 ? " " 아니야 ! "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는 진성에게 세경과 민혁이 동시에 말한다 . 민혁은 약간은 발끈하며 .. 세경은 힘이 빠진 목소리로 .. 서로 같은 말을 했지만 너무나도 다른 두사람의 말. " ... 서현민 이 녀석은 " 그런 둘을 빤히 쳐다보고 있던 혜성이 묻는다 . " 아까 나갔어 . " 민혁이 악보에 눈을 돌리며 말한다 . " 이 놈은 악보보고 있으라니까 어딜 간거야 . 신진성 . 너는 연습하라니까 어딜갔다왔어 ! " " 배고파서 매점간거야 !! " 혜성의 말에 아직도 세경과 민혁을 의심스런 눈초리로 바라보던 진성이 말한다. " 됐고 연주나 한번 맞춰보자 . " 혜성은 스틱을 집어들며 드럼앞에 앉으며 말한다 . " 현민이 형도 없는데 .. " " 없으면 어때 . 연주나 맞춰보자는거지 . 시작한다 ? " " 아악 잠깐만 !!! " 혜성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혜성은 스틱을 집어올렸고 .. 그런 혜성의 모습에 진성은 놀라며 재빨리 키보드 앞으로 달려간다 . 혜성의 드럼연주와 함께 시작되는 연주 . 고교 밴드 치고는 상당히 좋은 실력이라고 보이는 실력이다 . 세경은 어느새 그친 눈물을 닦으며 그들의 연주하는 모습을 빤히본다 . 약간 멍해 보이는 세경의 표정 . 가사가 없는 멜로디가 어딘가 허전해 보이기만하다 . 자신도 모르는 새 .. 세경은 가사를 읋기 시작한다 . 아니 .. 작게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한다 . 얼마 본거 같지도 않으면서 .. 이미 가사를 다 외운 세경 . 노래를 흥얼거리며 조금씩 커져가는 노래소리 . . 그 노래소리를 들은 그들은 놀란 표정으로 세경을 바라본다 . 혜성은 곧 피식 웃으며 드럼연주에 몰두해 버리고 . . 민혁은 세경을 잠시 보더니 이내 시선을 돌려버린다 . 그리고 진성은 .. 너무 놀란 나머지 키보드에서 잠시 손을 멈췄다가 이내 다시 연주를 시작한다 . 얼마뒤 노래의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며 끝난 연주 . " 봐 . 너 노래 아직 하고싶지 ? " 혜성이 세경을 보며 빙긋 웃으며 말한다 . " .... " 혜성의 말에 세경은 조용히 있다가 밴드부실을 나가 버린다. 그와 동시에 밴드부실로 들어오던 현민. " 뭐야 . 벌써 연습 시작한거야 ? " 아까 나갔을 때와는 다른 표정으로 들어오는 현민 . " 이 자식아 - ! 넌 어디서 농땡이 까고 왔어 ! " " 농떙이는 무슨 ! 근데 쟨 어디가 ? " 혜성의 잔소리에 화제를 돌리려는 듯 세경의 이야기를 꺼내는 현민 " 방금 노래한거 쟤 맞지 ? " 아무런 대답도 해 주지 않는 그들을 보며 현민이 다시 묻는다 . " 맞아 . 야 연습이나 하자 . 너 가사는 다 외웠겠지 ? " 이렇게 말하고는 다시 드럼소리가 울린다 . " 한세경 ! 너 아침부터 어디갔다온거야 ! " 세경이 약간은 침울한 표정으로 교실로 들어오자 희진이 말한다 " 아 .. 밴드부실 .. " " 밴드부실 ? 너 밴드부 든거야 ? " " 응 . " " 진짜 ? 그럼 나도 놀러가도 되지 ? " " 나중에 . " 세경이 자신의 자리에 철푸덕 앉으며 희진의 말에 대답한다 . " 근데 너 밴드부에 너무 집착하는거 알아 ? " 세경의 말에 희진이 화들짝 놀란다 . " 지..집착은 ! 너야말로 안든다고 빡빡 우길땐 언제고 !! " " ..그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버렸어 .. " 희진의 말에 세경은 힘 빠진 목소리로 대답한다 . " 세경아 있잖아 .. " " 응 ? " " 나 말이야 .. 사실 .. " [8] " 응 ? " " 나 있지 .. " " 한세경 ! " 희진이 무언가 말을 꺼내려 할때 들리는 반 아이의 목소리 . 세경이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공을 본다 . 반장인 그 아이는 세경의 앞에 서며 다시 말을 꺼낸다 " 너 담임이 불러 . " " 응 ? 나 ? " " 어 . 지금 빨리 오라더라 . " 이렇게 말하곤 곧 자신의 자리로 가 책을 펴는 반장 . " 희진아 그 말 이따가 하면 안될까 ? 나 교무실좀 갔다올께 " " 으..응 .." 희진의 대답을 뒤로 한 채 세경은 교무실로 향한다. 교무실. " 아 세경아 . 왔니 ? " " 아 ..네 . " 세경이 교무실 안으로 들어서자 세경의 담임이 세경에게 말을 건넨다. 그리곤 곧 자신의 책상위에 있는 엄청난 양의 서류들을 가르키며 말한다 " 이거 어제 애들 설문조사한거거든 . 이거 통계좀 내줄래 ? " " 네 ? " " 여기 종이에다가 통계낸거 적어오면 돼 . 교무실은 복잡하구 ..상담실도 .. 안되는데 ... 그래 . 너희 밴드부실가서 하면 되겠다 . " 한참을 혼자 곰곰히 고민하더니 세경에게 말하는 그녀의 담임선생님. " 밴드부실에서요 ?" 세경이 놀란 표정으로 말한다 . " 애들한테 좀 도와달라고 해 . 삼십분있다가 확인하러갈테니까 하고 있어 . " " 네 ? 네 .. " 세경은 곧 자신의 얼굴까지 가려버리는 서류한무더기를 안고 교무실을 나선다. ' 어휴 . 이걸 들고 언제 밴드부실까지 가라는거야 . ' 속으로 투덜거리며 위태위태한 포즈로 한걸음씩 앞으로가는 세경 . 앞에서 오고있던 한 남자아이를 보지 못하고 그대로 세경의 어깨에 스치듯 박는다 . 작은 충돌로 인해 흔들거리던 서류더미는 드디어 바닥으로 흘러버린다. " 어 !! " 세경은 떨어진 서류 더미를 잠시 보더니 주저앉아 줍기 시작한다 " 어 ? 나땜에 그런거야 ? 미안 . " 세경의 어깨를 친걸로 추정되는 한 남자아이가 세경에게 말하며 함께 주저 앉아 서류를 줍기 시작한다 . " 아 .. 고마워 .. " 세경은 잠시 그 남자아이를 보고는 다시 종이를 줍기 시작한다. " 어!! 너 .. 한세경 ? " 종이를 줍다말고 갑작스레 그 남자아이는 세경을 손가락질하며 말한다. " 누구 ..? " 세경이 종이를 줍던 손놀림을 멈추고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 남자애를 본다 . " 맞네 ! 야 나잖아 ! 존나 실망이다 ? 날 기억 못 한단 말이야 ? " 세경의 어깨를 툭 치며 말하는 그 남자아이 . " ... " " 나 정민규.! 기억안나 ? 어릴적에 우리 되게 친해잖아 임마 ! " 민규라는 아이의 말에 세경은 한참을 생각하더니 무언가가 생각난 듯한 표정을 짓는다. " 아 ... 너 ! " 정민규 .. 세경과 어린시절을 함께 보낸 .. 남들이 말하는 소위 소꿉친구였던 그였다 . 행복했던 시절의 어린 세경 .. 그런 세경의 추억의 일부분인 민규. " 여전히 바보같냐 . " 세경의 머리에 꿀밤을 놓는 시늉을 하며 밝게 웃어보이는 민규 . " 너 언제 한국으로 들어온거야 . 이학교 다녔어 ? " 세경이 놀란 눈으로 민규에게 묻는다. " 들어온지가 언젠데 . 니네 아버지는 몇번 뵜었는데 .. 너는 한번도 못봤다 . " " 아 .. " 아버지와 가족들이 참가해야 하는 모든 행사 . 세경은 그런 행사들에 이런 저런 핑계를 대가며 빠지는 덕택에 아직까지 민규를 만날수 없었던것 같다. " 너도 좀 행사도 그렇고 참석 좀 해 . 다들 너 찾더라 . " " .. 됐어 . " " 그건 그렇고 얼마전에 발표회 했다며 ? 갈려고 했는데 .. 회사에 일이 생겨서 못 갔어 " " 회사 ? 너 벌써 아버지 회사 다녀 ? " " 다니긴 .. 그냥 쫓아다니면서 배우는거지 . " 조금은 쑥수러운듯 민규는 머리를 긁으며 말한다. " 아 저기 .. 근데 나 이제 그만 가야겠다 . 심부름하는중이라 . " 세경이 어느새 다 챙긴 종이를 품안 가득 안고는 걷기시작한다 . " 아 .. 저기 내가 도와줄까 ? " " 응 ? 아니 됐어 . " 그러곤 뒤뚱거리며 힘겹게 걷는 세경 . 민규는 그런 세경의 뒷모습을 보더니 곧 뒤돌아 걷는다 . 드르륵 - 연주소리와 함께 현민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밴드부실 . 세경은 힘겹게 문을 열고 밴드부실로 들어가 종이를 바닥위에 살짝 내려놓는다 . 세경의 등장에 뚝 끊어진 음악소리 . " 어 ? 뭐야 그거 ? " " 심부름 . " 세경은 이렇게 말하며 종이 앞에 털썩 주저 앉는다 . 진성이 종이 앞으로 오더니 종이를 들춰보고 있는다 . " 그렇게 보지만 말고 좀 도와줘 . " " 으..응 ! " 세경의 말에 진성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떠보이더니 말한다 그러고보면 . . 세경이 처음 밴드부실에 들어왔던 그 날이 바로 며칠 전 일인데도 . 세경은 많이 변해있었다 . 조금이지만 웃기도 했고 .. 단 한번뿐이지만 노래도 불렀고 .. 난생 처음 .. 가슴속에 품고 있기만 했던 .. 이야기도 할수 있었다 .. 무엇이 이렇게 세경을 변하게 했는지 .. 세경 자신마저도 .. 영영 모를지도 모른다 . [9] 어둑해진 골목실 . 세경과 현민이 나란히 걷고 있다 . 저녁 늦게나 끝나버린 밴드부 연습 . 물론 세경은 노래를 하지 않았지만 .. 아무튼 어둑해진 밤 하늘을 보며 혜성은 방향이 비슷한 현민에게 세경을 꼭 데려다 주라며 다짐을 받아놓고는 자신은 데이트를 한다며 사라졌다 혜성의 말에 투덜투덜 거리다가 결국 세경과 함께 가게된 현민 . 어색하기만 한 둘은 한마디 말도 없이 걷기만 했다 . 오늘따라 유달리 멀기만 한 집으로 향하는 길 .. " ... 여자친구가 .. 호주로 갔다며 ..? " 어색한 상황을 조금 면해보려는 듯 말을 꺼내는 세경 . " ... " 그런 세경의 말에 조금 놀란 듯 했지만 현민은 조용히 앞만 보며 걷고 있었다 . " .. 난 잘 모르지만 그런거 .. 깨끗히 잊어주는 게 .. 그 여자애 돕는거야 . " " 씨발 .. 모르면 그냥 입닥치고 있어 . " " 난 너에 대해 잘 모르지만 .. 적어도 내가 너라면 .. 너처럼 병신같이 굴진 않을꺼니까 . " 세경은 특유의 차가운 목소리로 말한다 . " 씨발 .. 요즘 다들 병신이라냐 .. 내가 병신같냐 .. " " 응 . "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응 이라고 대답해 버리는 세경 . " 병신 . " 세경의 대답에 힘없는 목소리로 말하는 현민 . " 누구더러 병신이래 .." 세경은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은채 말한다 . 그리고 곧 그들은 또다시 어색하기만 한 침묵을 유지하며 공원으로 가는 계단을 오른다 . " 아 .!! " 곧이어 들리는 세경의 비명 . 계단에서 발을 헛 디뎠는지 세경의 몸이 휘청거린다 . 세경의 비명에 현민이 세경을 돌아본다 휘청거리며 곧 계단아래로 떨어지려 하는 세경의 몸을 현민이 감싸 앉는다 . 곧 우당탕 하는 소리와 함께 굴러떨어져 버린 둘 . 한참뒤 . 계단 밑 바닥에 굴러떨어진 채로 누워있는 세경과 현민 . 조금 묘한 자세로 있는 그 둘 . 굳이 설명하자면 .. 세경의 몸을 껴 안은 채 세경의 아래에 현민이 누워있다는 정도 .. ? " .. 괜찮냐 ? .. " 숨을 몰아쉬며 현민은 세경의 몸에 둘러있는 자신의 팔에 힘을 풀지않은 채 세경을 보며 말한다 불과 십센티도 안되는 거리에서 얼굴을 맞대고 있던 둘 .. 세경이 곧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며 현민을 밀어내며 일어나자 현민은 조금 뻘쭘듯 누운채로 세경의 모습을 보더니 옷을 탁탁 털며 일어나고는 머리를 긁적인다 " .. 나보고 병신이라더니 .. 구를대가 없어서 계단에서 구르냐 .. " 세경에게 뒷모습을 보인 채 이렇게 중얼거리고는 다시 계단위로 절뚝거리며 올라가는 현민 . 정작 세경은 말짱한데 .. 현민은 몸에 여기저기 작은 상처가 보이는 듯했다 . 세경은 그런 현민의 뒷모습을 한참을 바라보더니.. 곧 현민의 뒤를 따라 발걸음을 떼려는데 .. 세경의 발에 밟힌 사진 한장 . 곧 세경은 그 사진를 발견하고는 곧 허리를 굽혀 사진를 주워 사진에 묻은 발자국모양을 털어낸다 . 사진속에서 밝게 웃고 있는 한 여자아이 . " 어 .. 이 애 ..! " 사진을 보던 세경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한마디가 튀어나온다 . " 야 . 안와 ? " 절뚝거리며 앞서가던 현민이 곧 뒤 돌아 세경을 본다 . 그리곤 세경의 손에 들린 사진을 보고는 곧 눈이 커다래지며 계단을 내려와 세경의 손에 들린 사진을 채가듯 뺐으려하지만 . 세경의 재빠른 손놀림으로 인해 실패한다 . " 내놔 그거 . " 순식간에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하는 현민 . " 얘가 니가 차였다는 그 애 ? " 세경은 현민이 들으면 상처될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며 사진을 머리위쪽으로 올려 보며 묻는다 . " 내 놓으라고 했어 . " 현민은 그리고는 곧 세경의 손에 든 사진을 뺏어든다 . 사진은 주머니에 집어 넣고는 절뚝거리며 다시 계단을 오른다 . " 그 여자애 이름 .. 강채은 .. 맞지 .. ? " 세경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에 현민은 놀라며 뒤를 돌아 세경을 본다 . " 니가 .. 그걸 어떻게 아냐 .." " 나 얘 알아 . " " 뭐 ? " " 강채은 .. 우리 사촌오빠랑 약혼한 애야 . " 세경의 말에 빠른 걸음으로 세경의 앞에 서는 현민 . " 그 미친새끼가 니 사촌오빠란 소리냐 ? 그 돈 많다는 놈이 ?" " 좋아하진 않지만 착한오빠야. 돈 많은거 죄 아니야. 그렇게 욕하지마 . 니 여자 니가 뺏긴거야 . " " 뭐 ? " " 뺏긴것도 아니지 . 그 여자가 자기발로 온거니까 .. " 찰싹 - 작은 마찰음과 함께 현민의 손이 세경의 뺨을 스친다 . " ................... " 맞은 뺨을 부여잡은 채 아무말도 없는 세경 . " ...........미안하다 ." 이내 자신도 놀란 듯 현민은 세경의 뺨에 조심스레 자신의 손을 가져다 대며 말한다 . 탁 - " 손.치.워 " 세경이 더욱 차가워진 목소리로 현민의 손을 쳐 내고는 계단을 오른다 . "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해줄까 . 약혼 서두른거 .. 강채은네 집이었고 .. 약혼한다고 좋아서 드레스 고르러 다닌 것도 강채은이고 .. 유학가고 싶어서 우리 오빠 꼬신 거 .. 그것도 강채은이었어 . " 세경은 계단을 오르다 말고 멈춰서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말한다 . 그리곤 다시 빠르게 계단을 오르더니 이내 사라져버리는 세경 . 이미 보이지 않는 세경의 뒷모습을 .. 힘이 빠진 듯 가만히 보기만 하고 있는 현민 .. 세상에 인연도 이런 인연이 있을까 .. 세경의 왠수같은 새엄마라는 희영의 동생의 아들 .. 그 아들의 약혼녀가 강채은이었다 . 그리고 그 약혼녀 강채은과 서현민은 한때 연인사이 . 세경은 아직 모르지만 .. 희진도 .. 현민과 친구사이 . 인연이라고 하기엔 조금 악연같은 그런 인연들 .. " 아 ! 오셨어요 ? " 집안으로 들어오는 세경을 보며 가정부는 청소를 하고 있었던 듯 손에 걸레를 든 채 말한다. 세경은 가정부의 인사에 대강 고개를 까딱이고는 이층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 . 세경은 방안에 들어서자 마자 침대에 털썩 주저앉아 조금은 빨개진 자신의 볼을 문지른다 . " ... 짜증나 .. " 그러더니 작게 중얼거린다 . 짜증이 나는 듯 인상을 팍 쓰더니 곧 가방을 던져버린 채 옷도 갈아입지 않고 그대로 침대에 누워버리는 세경 그리곤 곧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든다 .. 시내 한 구석에 위치한 조용한 호프집 . 민혁은 친구들과 함께 놀러온 듯 자신의 또래의 남자아이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 그 중에는 .. 진성과 혜성 .. 그리고 현민도 보였다 . 오늘따라 미친듯이 술을 먹어대는 현민 . " 흐아아아아앙 " 혜성의 옆에서 술에 많이 취한 듯 볼이 빨개진 진성이 큰 소리를 내며 운다 " 이번엔 또 뭐야 !! " 옆에 있던 혜성이 진성의 울음소리에 잔뜩 인상을 쓰며 말한다 . " 땅콩이 .............!!!!!!!!! 으어엉 " 말을 하다 말고 다시 울음을 터트리는 진성 . " 뭐뭐 !! 땅콩이 또 왜! " 혜성은 귀찮다는 표정으로 건성으로 소리를 질른다. " 땅콩이 !! 맥주에 빠져 죽었어어엉 !! 흐엉 " 이렇게 말하곤 또다시 울음을 터뜨리는 진성 . " 그러냐 ? 좀 건져주지그래 ? " 술잔에 술을 부우며 말하는 혜성 . 익숙한 듯.. 별 동요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 벌써 .. 땅콩은 술에 빠져 버렸어 ! 이미 죽어버렸다구 !! 손을 쓸수 없어 어엉엉 " 울음을 멈추지 않은 채 말하는 진성 . " 아 이 미친놈 . 누가 술먹였어 !! " 혜성이 짜증나하는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말한다 " 이 살인자 ! 맥주는 살인자야 ! 그러니까 내가 먹어버릴꺼야 !! 으엉 ! " 그 와중에도 울먹이며 계속 큰소리로 중얼대는 진성 . " 지가 지 손으로 먹었는데요 .. " 진성의 옆에 있던 진성과 같은 나이로 보이는 남학생이 말한다 " 아씨 !! " 버럭 승질을 내고는 혜성은 술잔을 들이킨다 그때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 . 벨이 울리자 민혁이 자신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받는다 . " 어 . " ( 지금 어디냐 . ) " 누구야 . " ( 니 에비다 . 지금 어디냐 . ) " 밖에 . " ( 누가 밖인거 몰라 ? 지금 당장 집으로 와 . ) " 또 왜 ! " ( 오라면 와 중요하니까 . 십분안으로 와라. ) " ... 안가면 . " ( 안오면 카드 다 압수 . ) " 누가 준데 ? " ( 그럼 정지 . ) " ... 알았어 . "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고는 시계를 보는 민혁 . 지금 시간이 8시 반 .. 지금 집에 가서 준비해도 조금 모자를 듯 하다 . " 어디가 . " 벌떡 일어나는 민혁을 보며 현민이 묻는다 . " 집 . " " 무슨일 있어 ? " " 아니. " 이렇게 말하곤 민혁은 곧 호프집 밖으로 뛰쳐나간다 " 저 자식 .. 하여튼 무슨 인간이 말하는걸 싫어하냐 말하는걸 " 혜성의 투덜거리는 목소리를 들으며 현민은 조용히 술잔을 입으로 가져간다 . [10] 시끌벅쩍거리는 소리 .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풍기는 맛있는 냄새 .. " 세경아 !! 한세경 !! " 그리고 시끄럽게 쫑알대는 수연의 목소리에 세경은 잠에서 깬다 " 무슨일 있어 ? " 잠에서 꺤 세경이 귀엽게 눈을 부비대며 일어난다 . " 어휴 ! 너 지금 이렇게 잘 시간이 어딨어 ! 빨리 일어나서 이거 입어 ! " 수연이 침대에 누워있는 세경을 황급히 일으켜 세우고는 세경의 품에 드레스 하나를 안겨준다 . 길이가 무릅까지오는 귀여운 레이스가 달린 핑크빛 드레스 . " 이건 또 뭐야 ? " 세경이 수연을 보며 묻는다 . " 몰라서 물어 ? 오늘 가든파티 있는 날이야 바보야 ! " " 가든파티라니 ? 어디서 . ? " " 어디서는 바로 여기 ! 집에서 ! " " 나 이거 안입어 . " 세경이 자신의 손에 있던 드레스를 수연에게 떠 넘긴다 . " 왜 ! " " 파티 안가 . 방에 있을꺼야 " " 말도안돼 ! 오늘은 아무리 뭐래도 안돼 ! 집주인이 빠지는게 말이돼 ? " " 이 집주인 행세는 내가 아니어도 그 여자가 알아서 하겟지 . 평소에도 그랬잖아 . " " 한세경 ! 오늘은 나도 양보 못해 ! 빨리빨리 ! " 수연이 얼굴을 찌푸려가며 말한다 . " 언니까지 왜이래 ! " 세경이 소리를 꽥 질러버린다 . " 한세경 ! 너 어리광 그만 부려 ! 너 아직까지 아홉살먹은 애 아니잖아 . 공과 사는 구별해 . 니가 이런식으로 공식적인 자리 빠지게 되면 .. 그 여자만 유리해져 몰라 ?! " 수연이 딱딱히 굳은 얼굴로 세경에게 말한다 . 수연의 단호한 말에 세경은 한참을 수연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 .... 알았어 .. " 그리곤 세경은 수연의 손에 있는 드레스를 들고 갈아입기 시작한다 굉장히 고풍스런 커다란 저택 . 곧 그 저택앞에 고급스러운 승용차들이 하나둘 도착하고 .. 화려하고 기품있는 드레스 차림의 여자들과 잘 차려입은 남자들이 대문안으로 들어선다. 그리고 곧 부드럽게 미끄러지듯 저택앞에 까만 자동차가 서더니 .. 그 안에서 정장을 말끔히 뺴 입은 민혁이 자신의 아버지와 함께 자에서 내려 대문안으로 들어선다 . 이미 사람들이 북적대는 정원 .. 민혁의 아버지 .. 공회장은 사람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해가며 안으로 들어서고 .. 민혁은 그 옆에서 무표정으로 가만히 서있다 고개만 까딱이며 인사에 답할 뿐이었다 . " 표정안푸냐 ? 아 안녕하십니까 " 한 사람과 인사를 마친 공회장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민혁에게 말하고는 웃는 얼굴로 옆에 여자에게 인사를 건넨다 공회장의 말은 들은 채도 안하고 민혁은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는다. " 어머 세경아 ! " 조금은 굳은 얼굴로 .. 천천히 1층으로 내려오는 세경을 보며 희영은 웃으며 세경을 부른다 . " 너무 예쁘구나 ! 마침 손님들도 오셨으니 나가자꾸나 . " " .. 꺼 .. " " 응 ? 뭐라고 했니 ? " 한회장의 옆에서 밝게 웃으며 물어오는 희영 .. " 신경꺼 . 나 당신이랑 같이 나가서 하하호호 웃을 마음 없으니까 . " " 한세경 ! 너 엄마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 ?! " " 뭐라구요 ? 엄마 ? 하하하 .. 엄마라구 ? 누가 ? " 피싯피싯 비웃듯 웃음을 터트리며 한회장을 향해 묻는 세경 . " 휴 . 그만하자 . 오늘 손님오신 날이니까 신경 거슬리는 짓은 그만둬라 . " " 왜 ? 신경 거슬리게 하면 나도 버리게 ? 우리엄마처럼 나도 버리게 ? " " 너! 말이면 단줄 아느냐 !! " 한회장이 화가 난 듯 빨개진 얼굴로 세경을 향해 소리친다 . 밖은 이미 시끌벅적 .. 음악소리가 들려오고 사람들의 웃음소리도 함께 들려온다 " 그만해요 여보 .. 오늘같은 날 .. 이러지 말아요 .. " 소리치는 한회장의 팔에 매달리며 말하는 희영 .. " 너 엄마덕분에 그냥 넘어가는 지 알어 .. 오늘 내 얼굴에 먹칠 하지 않게 잘해 ! " 이러고는 밖으로 횡 하고 나가버리는 한회장 . " 세경아 니가 좀 참지 그러니 .. 너희 아버지 성격 뻔히 잘 알면서 .. " 희영이 세경을 보며 타이르듯이 말한다 . " 이게 다 누구 덕택인데 . 당신만 아니면 우리집 이럴일 없어 . 당신 때문이야 !! 당신때문에 모든게 엉망진창이라구 !! " 세경이 희영을 쳐다보며 분을 이기지 못한 듯 소리를 꽥 지른다 . 마침 아래층에 있던 수연이 이를 보고는 달려온다 . " 세경아 !! " 수연의 목소리에도 아랑곳없이 눈물섞인 외침을 질러대는 세경 . " 당신같은거 .. 당신같은거 !!!! 진짜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 ! 당신같은거 ! 정말이지 혐오스러워 !!! " 세경의 말에 희영은 두 눈 가득 그렁그렁한 눈물을 참으려 애쓰는 듯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며 세경의 앞에서 안절부절 못한다 " 할수만 있다면 !! 당신도 겪게 해주고 싶어 !! 사랑하는 사람 잃는 고통이 뭔지 !!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서 힘들어하는거 지켜볼수밖에 없는 기분이 어떤지 !! 당신은 모르잖아 !! " 세경의 더욱더 커진 눈물섞인 고함에 희영은 그대로 집 밖으로 나가버린다 . 수연은 그런 희영의 뒷 모습을 잠시 보다가 울고 있는 세경과 마주선다 " 세경아 ! 너 왜그래 !! " " 나 너무 화나 !! 너무너무 화난단말이야 !! " 세경이 소리를 꽥 지르며 말한다 . " 너 왜그래 갑자기 ! 잘 참았잖아 ! 여태까지 잘 참았잖아 ! " " 언니 .. 나 .. 너무 서러워 .. 저깟년이 뭐라고 .. 저까짓게 .. 뭔데 .. " 울음을 터트리며 수연의 품에 안겨버리는 세경을 보듬어 안고 달래는 수연 . 수연은 안고있던 세경을 품에서 떼어내고는 눈가에 눈물을 닦아준다 " 바보야 그만 울어 .. 너 화장 다 지워지잖아 . 나 또 화장해줘야 돼잖아 . 나 귀찮단말이야 . " " 응 .. 응 언니 .. "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하는 세경의 눈에서는 여전히 눈물이 흘러내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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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실 : 퍼온완결소설♡
※퍼온완결※
[향기(香氣)♡]악마는 처음부터 악마가 아니었다 프롤~10
지기♡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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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11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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