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파도가 밤에 놀라며 바람 비가 느닷없이 들이닥치는 듯 하니 그것이 물건에 닿으매 칼소리며 무딘 쇠붙이 맞부딪치는 소리를 하여 금과 철이 다 운다. 또 마치 적을 향하는 병사가 재갈을 물고 질주하는 것과 같아서 호령도 들리지 아니하고 다만 사람과 말의 가는 소리만 들린다.
내 동자에게 말하기를 ; "이것이 무슨 소리인가? 너 나가서 이를 보고 오너라."
동자가 대답하길; "별과 달은 희고 맑고 은하수 하늘에 있는데, 사방에 사람 소리는 없고, 소리는 나무가지 사이에 있습니다."
나는 말하였다. "아! 슬프도다! 이것이 가을 소리로다. 어찌하여 왔는가?"
하늘이 만물에 있어서 봄에는 생장하고 가을에는 열매 맺는다. 그러므로 그것이 음악에 있어서는 商聲이 서쪽의 음악을 주관하고, 이칙(夷則)은 칠월의 음률이 되니, 商(상)은 傷(상)이라, 만물이 이미 늙어서 슬퍼하고 상심하는 것이다. 夷(이)는 살육이라, 만물이 한창 때를 지나면 마땅히 죽게 되는 것이다.
동자는 대답도 아니하고 머리를 떨군 채 잠자고 다만 들리느니 사방 벽에서 벌레 소리만이 직직 나의 탄식하는 소리를 더해주는 듯하여라.
※ 해제
이 글은 추성(秋聲)에 대한 부(賦)이다. 만물을 말려 죽이는 쓸쓸한 가을 소리를 빌어 가을의 슬픔을 유감없이 나타낸 문장이다.
※ 작가
구양수 (歐陽修) 1007-1072
중국 송(宋)나라 때의 정치가·문인. 자 영숙(永叔) 호는 취옹(醉翁)·육일거사(六一居士),시호(諡號)문충(文忠). 지금의 장시성(江西省) 지안시(吉安市)인 길주(吉州) 노릉현(盧陵縣) 사람이다.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 4세때에 아버지를 여의었으며, 문구(文具)를 살 돈이 없어서 어머니가 모래 위에 갈대로 글씨를 써서 가르쳤다고 한다. 10세 때 당나라 한 유(韓愈)의 전집을 읽은 것이 문학으로의 길로 들어선 계기가 되었다. 1030년에 진사(進士)가 되었으며, 한림원학사(翰林院學士)·참지정사(參知政事)등의 관직을 거쳐 태자소사(太子少師)가 되었다. 인종(仁宗)과 영종(英宗)때에 범중엄(范仲淹)을 중심으로 한 새 관료파에 속하여 활약하였으나, 신종(神宗)때에 동향 후배인 왕안석(王安石)의 新法에 반대하여 관에서 물러났다. 그가 시험 위원장이 되어 채용한 인물은 허다하였으며, 그 대표적 인물이 소동파(蘇東坡)였다. 송초(宋初)의 서곤체(西崑體)의 미문조(美文調) 시문을 개혁하고, 당나라의 한 유를 모범으로 하는 시문을 지었다. 시로는 매요신(梅堯臣)과 겨루었고, 文으로는 唐宋八代家의 한 사람이었으며, 후배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특히 , 송대의 고문의 위치를 확고부동한 것으로 만든 공적은 크다. 전집으로 《구양문충공집》153권이 있다.《신당서(新唐書)》《오대사기(五代史記)》의 편자(編子)이기도 하며, 《오대사령관전지서(五代史伶官傳之序)》를 비롯하여 유명한 문장들이 많다.
※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 : 중국 당 송 시대의 뛰어난 문장가 8인.
중국 당(唐)나라의 한유(韓愈)·유종원(柳宗元), 송(宋)나라의 구양 수(歐陽修)·소순(蘇洵)·소식(蘇軾)·소철(蘇轍)·증공(曾鞏)·왕안석(王安石) 등 8명의 산문작가의 총칭. 한유·유종원은 육조 이후 산문의 내용이 공소(空疎)하며 화려한 사륙변려체(四六驪體)의 문장인 데 대하여, 진한(秦漢) 이전의 고문으로 돌아가, 유교적 정신을 바탕으로 간결하며 뜻의 전달을 지향하는 새로운 산문운동을 전개하였다. 이것이 이른바 고문운동(古文運動)이다. 이 운동은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었지만 두 사람이 죽은 후에는 점차 기세가 약해졌다. 그것은 새로운 표현과 착상의 연구가 뜻의 전달성을 희박하게 하였고, 또한 도덕지향(道德指向)의 면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도학 냄새가 짙은 것이 원인이었으며, 그 반동으로 당나라 말기에서 5대에 걸쳐 육조식(六朝式) 탐미적 산문(耽美的散文)이 부활하였고, 북송(北宋)의 천성기(天聖期)가 되자 구양 수가 한유의 문집을 규범으로 하여, 알기 쉽고 유창한 산문을 만드는 혁신운동에 앞장서, 이 운동으로부터 소순·소식·소철·증공·왕안석 등 우수한 문학자가 배출되었다. 당송팔대가라는 병칭(竝稱)은 송나라의 진서산(眞西山)이 처음으로 주창하였고, 뒤이어 당순지(唐順之)가 당나라·송나라의 우수한 작가를 이 8명으로 묶어 산문선집 《문편(文編)》에 수록하였으며, 다시 명(明)나라의 모곤(茅坤)이 《당송팔대가문초(唐宋八大家文)》(160권)를 편집하여 보급하였다.
첫댓글 좋은 자료와 친절하신 해제를 잘보았읍니다. 많은 공부가 되었읍니다. 가을 바람에 놀란 가슴 좋은 한시와 책으로 달래어 보라는 뜻으로 읽고 가겠읍니다. 늘 좋은날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