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후보 사퇴를 보고 밤을 뒤척이다 시간을 보니 자정을 좀 넘은 2시다 웬일인지 잠이 올 것 같지 않아 컴퓨터에 마주 앉았다 기자회견장의 상기된 그의 표정이 자꾸 떠올려진다 고뇌의 표정이 역력히 그의 마음에서 묻어나는 듯 내 마음 또한 그의 마음 못지않게 우울함은 왜 그런지 모르겠다
어쩌면 그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가슴을 열어젖히고 차라리 내가 울고 싶은 생각도 드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그의 회견하는 모습을 보고 착잡한 심경을 내내 추스리기가 힘들었지만 그의 고뇌에 찬 모습과 그의 결단을 내리는 순간은 예측만큼이나 인간 정의의 본색을 그답게 그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다소 위안이 되는 것도 같다
정치인으로서의 대선 경험을 그는 무슨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구태의 고리를 결국 끊어내지 못하는 자신의 한계를 절감할까 아니면 자신이 생각하는 현실의 이데올로기를 실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짧은 시간 속에서 많은 것을 보았으리라 생각되지만 그가 평소 몸으로 실천하던 보편적 가치의 실현을 위한 국민의 열망을 그는 잊지는 못할 것이다
그옛날 필리핀 국민의 희망 라몬 막사이사이가 생각난다 우리 역사의 단면에서 잘 드러나 있듯 국민의 정서상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드러내게 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휘둘리어 살아온 애달픈 민족의 역사가 말해주듯 자기중심적이지 못한 환경에 익숙하다 보니 무엇엔가 자꾸만 이끌려간다
옛 조선을 통치하던 무능한 임금들 아니 영악한 임금이라고 해야 될 것 같다 말로는 백성을 위한 어진임금 운운 하지만 당시 백성들에게는 가혹하리만치 시련을 안겨주었다 그런 부대낌을 몸으로 받아낸 백성들이 아니던가
옛부터 중국 청나라시절 이전부터 슬쩍슬쩍 백성도 모르게 조공을 바치면서 때로는 조선의 여인들까지 더 나아가 강대국의 전장에 화살받이로 군대도 파견하는 굴욕적인 정치를 하면서도 임금을 비롯하여 문무 대신 즉 권력자들은 호의호식하며 살았다
고전과 현대를 망라해서 비슷한 흐름을 엿볼 수 있는 것은 국민의 속성상이 잘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아직도 고전의 틀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민족의 속성은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가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옛부터 통치자들은 백성들의 깨어 있음을 두려워했다 자신의 권리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국민들이라면 누군가에게 휘둘리며 살아도 그게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의 삶인 것이다
대통령 선거 즈음하여 후보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 지금도 이 나라에 대통령이 누군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노인들이 있듯 아직도 우리의 갈길이 멀고도 먼 길인 것 같다
♣ Henry Mancini - Love Theme from "Sunflower(I Girasoli)" OST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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