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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퇴고해서 올립니다.
서울별곡
박연복
김 노인은 오늘 따라 아침 일찍 가게 문을 열었다. 그것은 어저께 정노인과 말다툼 한 것이 영 께름칙해서 이었다.
‘이놈의 영감탱이 오늘 나오기만 해보아라, 오늘은 그냥 나두지 않을 것이다.’ 응- 하고 기침을 휘지에 꽥 받아 돌돌 말아 휘지 통에 버리면서 창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창문이라고 해야 두자 세자짜리에 지나지 안했다.
‘아이고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예, 안녕했우?’
‘네, 아침 일찍 어디를 다녀오세요?’
‘예. 하고 대답만 바람 불듯 던지고 아주니라는 여인은 바쁜 듯이 지나갔다.
김 노인은 참문을 열어 놓고 자신의 책상의자에 앉으며 아침 신문을 들었다.
’어디보자. 오늘은 무슨 사건들이 났는지 보자구나. 김 노인은 갑자기 얼굴이 벌게졌다.
‘아니 이놈들이 또 장난을 치는구먼?’
일본이 지소미아 때문에 또 억지를 부리는구먼. 억지를 부려.‘ 김 노인은 작은 글자는 보이지 않으므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대충 대문짝만 한 글자만 읽어가고 있었다. 신문지를 다음 장으로 넘기려는 순간 문을 여는 작은 소리가 삐드득하고 들려왔다.
‘잘 잤는가?’
‘너 이놈 잘 왔다. 그렇지 않아도 어젯밤 잠을 잘 못 잤느니.’하고 김 노인이 열을 올렸다.
’왜. 네놈이 네놈의 죄를 모르렷다. 김 노인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당장이라도 참새 같은 눈을 부라리며 한 대 칠 자세다.
.아침부터 뭘 잘 못 먹었는가, 아침부터 헛소리를 해대게?‘ 정영감은 아무렇지도 안했던 것처럼 단박 쏘아붙이고는 의자에 앉는다.
’이놈 봐라, 네놈이 어제 나에게 한 일들이 생각나지 않는단 말이여. 하고는 김 노인은 소리를 또 한 번 버럭 질렀다. 그럴 때는 꼭 아이들 같았다.
‘이 사람아. 어제 일은 어제고 오늘일은 오늘이지. 지나간 이야기를 또 다시하면 그건 앵무새나 똑 같은 거여? 그만 두세나. 밥 나오는 일도 아니고. 돈 나오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우리가 싸울 처지인가?’ 정 노인이 점잖게 나이 한 살이라도 더 먹은 사람처럼 김 노인을 다독이고 있었다.
‘그래 그러자 이번만은 내가 이해하고 말지, 다음에 또 한 번 그러면 가만 두지 않을 게야?’
사실은 그랬다. 싸우고 말 것도 아닌데 은근 살짝 부아가 나 한번 김 노인이 정노인 에게 대들어 본 것이었다. 정 노인도 짱짱했다. 금방이라도 주먹질을 할 것 같은 데까지 가고 말았었으니까. 누가 잘하고 잘못하고가 없는 사이였다.
일본이 징용자배상문제를 미끼로 우리정부를 백색국가에서 제외 한다는 뉴스를 발표함으로써 졸지에 정부는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되었다는 뉴스가 톱으로 떴던 것이다.
우리정부가 일본에게 징용자배상문제를 다시 논의하자고 제의하자, 그 것에 대한 보복으로 일본이 백색국가로 누리는 해택을 더는 우리에게 주지 않겠다는 심보였다. 이런 문제로 어제 김 노인과 정 노인이 옥신각신 말다툼을 하다 도가 넘어 험난하기까지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었다.
사실은 따지고 보면 옥신각신 할일도 아니었다. 한쪽에서 그러면 그러나보다 했으면 될 일을 가지고 네가 옳다 그르다 하다 보니 두 사람이 정치꾼인양 그렇게 된 것이다. 정영감은 백색국가에서 빠진 것은 옳은 일이다. 라고 일본을 두든 하고나서고 김 노인은 그 반대였다. 생각은 누구나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시기가 시기인 만큼 말은 조심해야 할 일이었다. 왜냐하면 그 말이 굳어지면 졸지에 한 사람은 역적이 되고 또 한 사람은 충신이 되고 마는 세상이다 보니 흑과 백이 엄연히 구분되어야 만 했다. 만약 한쪽으로 치우치다보면 졸지에 빨갱이니 진보좌파니 하고 손가락이 오고가고 어떤 때는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기 십상이기 때문이었다. 아니면 졸지에 친일파로 몰려 하루아침에 우스운 사람이 되니까 하는 말이다.
정 노인이 신문을 뒤적거리다가
‘우리도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다네. 이 사람아. 보라고 우리정부가 가만있겠나? 도면 개로 답해주지 않나?’
김 노인이 그 소리를 듣더니
‘그것 잘되었구먼.
’이 사람아 뭐가 잘되었다는 거야. 중소기업은 다 망하네 망해.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가 이제 어떻게 하겠나.‘ 정노인은 어제처럼 핏대를 올리더니 얼굴이 하얗다 못해 노래졌다. 실은 아들이 하는 회사가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는데 대기업이 수출을 못하게 되면 작은 기업들은 그날로 문을 닫거나 공장기계가 올 스톱해야 한다. 그렇다면 회사 운영은 어떻게 하고 인건비는 뭣으로 충당하는가 말이야. 우리 아들 죽었다 죽었어. 정 노인은 코를 만지작거리더니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애비냐, 너 아침 신문 보았니?‘ 그래 신문에 났더라. 어떻게 하니? 그래 그러게 하렴. 힘들어도 잘 처리해야 한다. 성질대로 하지 말고.’ 정 노인은 전화를 끊었다.
“뭐래 애비가?‘ 김 노인도 걱정이 되는 지 다급히 묻는다.
”아직은 괜찮데. 좀 지나봐야 알 것 같네. 여기저기 정보를 체크하고 있데. 정 노인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중소기업이 문을 닫는 다는 말은 아니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해당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말하는 것이다.
정 노인은 이 마을에 와서 살아 온지 벌써 30여년이 넘었다. 한 번도 이런 세상이 오지도 안했지만 아이엠 에프때도 이렇지는 안했다.
그 때도 그럭저럭 무사히 아들회사는 유지되었다.
김 노인도 이 마을에 온지 삼십오 년째이었다. 아내가 살아 있다면 육십 넷이 된다. 아내는 유방암으로 오랫동안 고생했었다. 병원 살이 만 반년이 훨씬 넘겨했다. 아침저녁으로 아내가 병을 이겨내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었지만 아무 소용없었고 애쓴 보람 없이 그걸로 끝이 되고 말았다.
김 노인은 아내가 하늘나라로 떠난 후로 마음을 잡지 못하고 방황 아닌 방황을 삼년이나 했다. 파고다 공원에도 가 봤고,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온천에도 따라 가봤지만 허전한 가슴을 메울 수는 없었다. 낚시도 친구 따라 나서보고, 음성 밭에도 가서 일도 해보았다. 그러나 그 병은 도지면 더울 도졌지 가라앉지는 안했다. 그래서 친구들의 도움과 주선으로 정원단지사거리에 중개사사무실을 냈다. 정 노인은 이 부동산에 들려 이것이 옳고 저것이 옳고 하는 따위의 간섭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곧 친구가 됐다. 그러다가 싸움도 걸기도 하고 좋은 분위를 만들기도 했다. 김 노인도 그것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불쑥불쑥 터져 나오게 하는 스트레스는 참을 수 없을 정도였다. 이러다보면 핏대 오르는 것을 자제하지 못하고, 지금처럼 고성이 나오게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김 노인은 홀 애비 할 배가 된 것이다 아내가 없는 것은 끈 떨어진 망아지나 다름없었다. 김 노인은 일찍이 아내와 사별해지만 지금은 있는지 없는지 조차 잊어버리고 산다. 문제는 지금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육학년 때였으니까 참 오랜 것이었다. 따지고 보면 두 분 다 성질깨나 있었다. 참을성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 후로 김 노인은 악착같이 살아왔다.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아내가 죽지 않았나 싶어 자식에게 미안했고 아버지다운 모습을 자식들에게 보여주지 못한 것도 항상 마음에 걸렸다. 젊어서 그는 반평생을 충청도 음성에서 공직에 몸을 담그고 살았다. 공직에 있는 동안 대통령 표창도 두 번씩이나 받았다. 그는 재혼하지 않았다. 재혼으로 가정까지 파괴되는 모양이 싫었던 것이다. 재혼 이야기만 나와도 몸을 떨었다. 한창 잘나가던 30대 40대에도 굳건히 잘 이겨냈다. 많은 유혹도 들어왔지만 아이들 눈을 쳐다보면 그럴 수가 없었다. 장화홍련전의 이야기가 선 듯 선 듯 떠올라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어렸을 떼는 그런 이야기만 들어도 소름이 끼쳤다. 그래서 그런 것들로 재무장하고 살아야 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분간할 수 없을 때는 아이들의 영롱한 눈을 바라보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잘 했었다고 자찬하지만
아이들에게 어떻게 보면 한참 자랄 나이에 어머니가 없어 .사춘기를 어떻게 보내는가를 모르게 잘 자라주었고 이제는 어엿한 대한의 청년과 처녀가 되어 시집장가를 가서 아들 딸 낳고 잘 지내고 있는 것이었다.
정 노인에게는 아들 문제뿐 아니라 아내 문제로 걱정거리가 또 하나 생겼다.
그 때 마침 전화벨이 울렸다. 김 노인은 얼른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김 노인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언제 정노인과 언성을 높이며 싸웠던가 했다.
’네, 있어요. 좋아요, 좀 비싸기는 하지만 집이 잘 지어져서 15년이 되었는데도 멀쩡해요.
오셔서 보시지요. 뭐니 뭐니 해도 물건을 보시고 이야기를 해야지 않아요? 그렇습니다. 네 기다리겠습니다. 제일 부동산에서 온 전화였다.
‘또 한건하겠구먼.’ 정노인인이 활짝 웃으며 하는 말이었다.
‘와봐야 하지. 김 노인의 언성도 차분해졌다.
’이 달에는 월세금도 못 벌었어. 너무나 경기가 없어요. 하루가 멀게 정부에서 틀어막아놓으니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겠어요? 요즘 신안선이 곧 착공한다는 소식 때문에 손님이 조금 있는 편이죠.‘
김 노인은 말을 흐렸다.
“나 갈라네. 며칠 지나서 올 테니 그때 점심이나 하세나?
’그래 그럼세. 어디 가려고?‘
할멈한테 가려고. 정 노인은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사무실을 나섰다.
2.
몇 날이 지났다.
오랜만에 정 노인이 들렸다.
’아니 죽었었나?‘
’이 사람아 죽기는 왜죽어, 이보다 더 어려웠을 때도 죽지 않았는데.‘ 정노인은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그리고 늘 앉았던 자리에 앉았다.
’어디 다녀왔어?‘ 김 노인이 먼저 말을 걸었다.
’음 마음도 그렇고 해서 죽은 마누라 무덤에 갔었지.‘
’뭐야, 형수가 돌아가셨어 언제? 김 노인이 깜작 놀라면서 말을 이어갔다. 아니 초상이 났는데 나에게 말도 없이....
김 노인은 섭섭했다.
‘아니 그것이 아니라 나와 아내의 가 무덤을 미리 만들어 놓았지, 병점에다 제 작년에. 정 노인은 미리 만들어 놓은 무덤이 이번 태풍에 어찌 되었는가 해서 가봤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럼, 그렇지 형수가 죽다니! ‘
김 노인은 어이없다는 듯이 정 노인을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갑자기 왜 갔었어?’
태풍은 무슨 태풍? 집에 무슨 일이 있구먼, 있어?‘
‘명절도 다가오고 벌초도 해야겠고, 친척들도 만나보아야겠고 해서 겸사겸사해서 갔었지.’
정노인은 태도가 좀 어색했다. 정 노인의 고향은 태안이었다. 하루 길이었다. 예전 같으면 큰마음을 먹어야 갔었던 길이었는데 지금은 두어 시간이면 가고 오는 길이었다.
‘그건 그렇고 이렇게 앉아만 있으니까 밖이 보이지 않지?
’무어가?‘
’나가봐.‘
’왜?‘
’간판이 고장 났어. 떨어지려고 해!‘
’어디가?‘
‘나가봐요.’
김 노인이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가 보더니 깜짝 놀라 들어왔다.
“나는 못 봤어. 엊그제 태풍에 망가진 것을 나는 보지 못했네. 또 돈을 벌었어.‘ 김 노인이 입을 큰 바작처럼 벌리고 천정을 바라보며 말했다.
김 노인은 모를 수도 있었다. 김 노인은 사무실과 방이 함께 붙어 있어 특별한 일이 아니면 밖에 나갈 필요가 없었다. 특별하다는 것은 손님을 대리고 집을 보러가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하자면 살림을 그곳에서 겸사겸사하기 때문에 저녁이면 불을 끄고 방에 들어가면 그만이다.
’이 사람아 그렇다고 밖에 나가보지 않냐?‘ 김 노인에게 아이를 나무라듯 정 노인이 호통을 쳤다.
’글쎄 그렇게 되었네.‘ 김 노인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대꾸하고 싱긋이 웃었다.
’그래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왔나?‘
’이야기는 무슨 이야기. 신문이나 좀 봐야지, 요즘은 이럭저럭 신문 볼 세가 없었다고.‘ 정노인은 신문을 부채 펴듯이 짝 펴들고 읽기 시작 했다.
김 노인은 별 말이 없이 그를 쳐다보기만 했다.
’무슨 좋은 이야기가 있는가?‘
’글 세 좀 더 봐야지.‘
김 노인은 조르듯 물었다. 하긴 신문을 세 곳에서 넣어주는데도 김 노인은 읽는 법이 없었다. 사실은 돋보기를 쓰고 보아도 글자가 가물가물해서 보이지 않는 것이다. 큰길 안과 의원 원장이 치료하자고 했어도 돈이 아까워서 하지 않았다. 백내장이 심해서 수술해야 된다고 해도 막무가내였었다. 원장은 더 이상 권하지 않았다. 이 병원도 김 노인이 소개해준 것이었다. 개업한지 벌써 이년이나 되었다. 이 마을엔 안과 의원이 없었다. 시흥사거리까지 나가야 했던 번거로움을 이 병원이 생기면서 멀리 가지 않아서 주민들에겐 좋았다.
’음 좋은 뉴스가 나왔군. ‘정 노인이 김 노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무슨 이야기인데 그래?‘
’ 우리정부가 지소아미를 해제한다니까 놀래서 그것만은 계속 유지 되어야 한다는 내용이야.‘
’지소아미가 뭔데 그려? 김 노인이 묻는다.
‘아니 그것도 모르고 있었어? 정 노인은 아이를 나무라듯 또 소리를 질렀다.
’아 이 사람아 모르면 모르는 거지 별거나 되기에 소리는 왜 질러?‘ 김 노인도 화가 벌떡 나고 말았다.
’아니 화를 내는 것이 아니고 괜히 소리를 질렀나봐. 이놈들 놀고 있는 꼬락서니를 보니까 덩달아 화가 나는구먼, 미안하이. 정 노인은 바로 사과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에는 김 노인이 화를 내고 밖으로 나갈 판이었다. 김 노인은 종종 그랬다. 김 노인은 그렇게 잘 삐지기도 했다. 그럴라치면 정 노인은 바로 가게로 달려가서 소주 한 병을 사와 달래야만 김 김 노인은 화가 풀어지곤 했다. 그러기 전에 정 노인은 사과를 쉽게 해버렸다.
‘그럼 알고 싶은가? 정 노인이 말했다.
’말해보게.
정노인은 신문을 제자리에 놓고선 김 노인 옆으로 몸을 돌려 앉았다.
‘지소아미가 뭔고 하니 쉽게 말하자면 우리정부와 일본이 평상시나 유사시에 군사비밀을 공유하자는 협약인데 이것을 우리 정부가 해제 하겠다는 거야.
’왜. 그래 그것 좋은 시스템인데. 북한의 군사 행동을 공유하고 유사시에는 협력하자는 것 아닌가?
‘그렇지 그거야. 그런데 수출규제로 우리 정부를 압박하면 우리도 일본이 하는 대로 따라할 수 없지 않은가. 그보다 더 큰 무기를 들이대야지 않겠는가? 그래야 이놈아들이 놀래 자빠질 것 아닌가? 이거는 내 생각이네만은 그럴 것 같으이.’ 정 노인이 말을 맞히자 김 노인이 바로 시간여유를 주지 않고 물었다.
‘일본은 북한의 동태를 파악하기 위한 인공유성도 있지 않은가. 그것으로 감시하고 정보를 얻어내면 될 것을 비루하게 우리 정부에 매달리는 것인가?
김 노인의 질문은 예리하기만 했다.
’맞아. 그렇다네. 그런데 거리상으로 볼 때 일본이 북한과 가까운가? 우리가 더 가까운가?‘
‘물론 그거야 우리가 더 가깝겠지.’
‘그래서 일본은 그것만은 막아보자는 심사이겠지.’
‘그렇다면 우리 정부가 호락호락 넘어가겠나? 수출규제문제도 있는데.
그래서 하는 말인데 먼저 우리 정부에 한방 쏘아놓고 감당을 하지 못하는 게지.‘
’그럼 전쟁은 전쟁이네,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김 노인은 눈이 둥그레졌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될까?‘ 김 노인은 걱정스러워 또 말문을 열었다.
’미국이 가만히 있지 않겠지, 무슨 말로라도 간여하지 않겠어. 자기네의 안보에도 문제가 있을 텐데.‘
‘그럼 고래 등 싸움에 미국은 걱정거리가 또 하나 생겼구먼? 세계의 주가에도 그 영향이 끼치겠고 경제문제를 더 어렵게 하는구먼.’
김 노인은 걱정이 태산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요즘 들어 행정부의 부동산 억제대책으로 장사도 잘 안되는데 더욱 옥죄는 일이 발생되어 벌써 이달의 월세돈 걱정이 되는 것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며칠이 지나면 무슨 말이 있겠지, 그때 가서 이야길 또 하기로 하고 점심이나 먹으러 가세나?
정 노인이 먼저 점심이야기를 꺼냈다. 무슨 일로 점심을 사나?’
김 노인이 어아해서 물었다.
’왜 내가 점심사면 안 되나?‘
’아니 좋지, 그런데 집에 무슨 일 있나?‘
’일은 무슨 일, 오늘아침에 큰아이가 용돈을 주더군, 자네하고 점심이나 같이 하라고.‘
천천히 말하고는 밖으로 먼저 나갔다.
김 노인도 책상위에 놓인 물건들을 대충정리하고 정 노인의 뒤를 따라 나섰다.
추분이 가까워서 그런지 하늘은 더욱 맑고 구름 한 점 없었다.
3
김 노인이 청소를 하고 있는데 오랜만에 최 씨가 아침 일찍 찾아왔다.
그는 트럭 운전기사인데 가끔씩 들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아저씨 집을 구해 주시어야 갰어요? 이 동네에 정이 들어 다른 곳으로 이사 가지 않으려고요.‘
’그래 집을 비우래? 김 노인이 물었다.
‘아니요 그냥 좀 옮겨보려고요. 아이들도 많이 컸고 방도 모두 제방 하나씩 가지려고 해요.
’벌써 그렇게 컸나?‘
’예‘ 최 씨는 차분하게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럼 방 셋은 있어야겠네? 김 노인은 방 셋에 방점을 두고 크게 말을 했다.
‘그러면 좋지요,
그럼 전세를 얻으려고 하지 말고 이번기회에 집을 하나 장만하면 어떨까? 김 노인은 다부지게 말했다.
’아이, 돈이 그렇게 되나요? 최 씨는 겸손하게 대답했다.
‘아니 이 사람아 지금 살고 있는 집 전세금이 일억 오천이잖아?’
‘네.’
그러면 융자를 조금 대출받으면 되지 않겠어?‘
’어떤 집인데요?‘
’연립인데 조금 오래되었어. 그런데 손 좀 보면 그보다 가치가 훨씬 좋아 질 거야. 연립이지만 괜찮아. 지금 자네 나이가 몇인가? 이 기회를 놓치면 언제 집을 실거야? 아이들은 자꾸 굵어지고, 돈 쓸 때는 많아지고 하는데?‘
김 노인은 자식 나무라듯 말을 이어가면서 집을 사라고 권하는 것이었다.
최 씨 생각도 조금 흔들리는 것 같았다.
‘그럼 집을 좀 보고 싶은데 가보실 수 있으세요?’
‘가보고 말구. 후해하지 않을 거야.
김 노인과 최 씨는 그 집을 보기 위해 마을언덕 위로 올라섰다. 이 지역은 원래 산을 깎아 조성된 곳이라 언덕이 많은 편이었다.
’저 집이야 모두 16세대인데 그 집 일층이야. 평수는 대지가 11.38평이고 건물은 23평형이야. 자네한데는 닥이야. 김 노인은 열심히 브리핑을 했다.
‘주차장도 이만하면 좋고 시장도 가까워서 괜찮고 아이들 등교하는 데도 편리하고 말이야.
’그럼 아저씨. 값은 얼마나 되나요?‘
”도배는 남이 살던 집이니까 새로 하면 새집 같을 것이고, 싱크대는 지금 사는 사람이 이사 들어올 때 새로 한 거래. 깨끗해 그런대로. 놀라지 마라 일억 9천이야 그런데 다 줄 수는 없지 않은가. 조금 깎아야지 최소한 도배 값하고 싱크대를 새로 하려면 그 정도는 깎아야지 되지 않겠어?
’그게 얼마나 되는 데요.‘
’달려들어 봐야 알겠지만 최소 2백 오십만 원은 들지 않겠어? 그러니까 한 삼백은 깎아봐야지. 김 노인은 이렇게 브리핑을 다 하고나서 최 씨의 얼굴을 바라봤다.
최 씨도 마음이 흡족히 드는 모양이었다. 김 노인은 되었다 심어 최씨에게 집을 들어가 보자고 하면서 등을 디 빌었다.
‘어때 괜찮지. 하고 김 노인이 재차 물었다.
’네 좋아요 그런데 융자금은 어떻게 내야지요?‘
’그건 걱정 하지 말아요. 내가 다 책임질 테니.‘
’그럼 제가 가진 돈이 천만 원은 되거든요. 그럼 일억 오천하고 제돈 천만 원을 합치면 일억 육천 만원입니다. 나머지는 아저씨가 융자를 대출받아 대처해준다는 말이 아닙니까.’
‘그렇지 걱정하지 말라고.’ 계약 성사는 다 된 셈이나 다름없었다.
김 노인과 최 씨는 가벼운 마음으로 그 집을 나와 부동산 사무실로 돌라왔다.
‘그럼 집에 가서 집 사람하고 의논하고 다시 올 테니 계약하게 되면 잘 해주세요?’
‘염려 말라고, 어려니 해주겠어?’ 최 씨는 꿀단지를 않은 것처럼 심심당부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김 노인도 한 건 한 기분이 되어 마음이 흡족했다.
비가 올 것 같았다. 김 노인은 누가 또 오지 않나 하고 기다리는 기분이었다. 혼자 앉아 있으면 별별 생각이 다 들곤 했다.
김 노인은 종이컵에 커피를 한잔 만들어 마시면서 창문 쪽을 바라봤다.
아니나 다를까 비가 축축이 내리기 시작했다.
‘허리가 아파왔다.’
지난번에도 몹시 허리가 아파 신경외과에 가서 주사를 맞기도 했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그것이 또 도지는지 몰랐다. 그것이 싫어서 침을 맞아보기로 해 며칠째 맡고 있는 중이었다.
김 노인은 이렇게 비가 올 때 잠간 사무실을 비우고, 침 맞으러 가면 되겠다 싶었다.
김 노인은 우산을 들고 밖으로 나섰다. 비가 와서 그런지 꼬질꼬질한 기분을 느꼈다.
4.
침을 맞고 온 김 노인은 바빠졌다.
짐을 사겠다고 하던 최 씨가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오, 오셨구먼.’김 노인은 우산을 접어 창 귀퉁이에 세워놓으면서 말했다.
“네” 빙긋이 웃으며 최 씨가 대답했다.
‘무슨 좋은 일이 있어요. 웃으시게?‘
’아니요.‘
’그래 생각해봤우?‘ 다급하게 단도직입적적으로 김 노인이 물었다.
“잡혀먹은 것은 없지요 그 집말입니다.?’
최 씨가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그럼 깨끗해요. 등기부등본을 떼어봤지. 어제.
김 노인이 확실하게 대답해주었다.
’그래요.‘
’여기 볼래요. 이리와 보세요?‘ 김 노인이 책상 앞으로 최 씨를 다가오게 하고선 등기부등본을 손으로 짚어가며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다.
’ 계약할레요.‘ 최 씨가 말했다.
’정말, 잘 생각했어요.‘ 김 노인이 너무 이르다는 듯이 놀라며 대답했다.
’마음변하기 전에 해야지요. 집사람하고 아이들하고 의논하고 그 집에도 가서 구경했습니다. 모두 좋다고 해서.” 마음 홀가분하게 말했다. 최 씨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듯한 그런 기분인 것 같았다.
‘그럼 전화를 해야지. 그 집으로, 그런데 말이지 지금은 안 되고, 오후 일곱 시나 되어야 그 집 남자가 들어와요. 여자는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 있어서요. 김 노인이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할까?‘ 최 씨가 물었다.
;이렇게 하지 최 씨는 계약금을 찾아 가지고 일곱 시쯤에 사무실로 내려와요. ‘
’얼마나요?‘
’일천구백 만원이요.‘
’그렇게 안 되는 데요.‘
‘얼마나 있는 데요?’
’일천 오백 만원뿐이 없는데요.‘
’됐어요. 그 정도면. 만약에 일천구백만원을 다 내라고 한다면 사백만원이 모자라는 거잖아요? 모자라는 돈은 내가 꾸어주지. 그럼 되지 않겠어요. 이자는 안 받아요. 잔금 치를 때 주시면 됩니다.
‘잘해주세요. 먼저 말씀하신대로 한 삼백만원만 깎아주세요. 그 돈으로 수리비나 하게요? 그리고 은행에 융자를 받아야 하는데 그 것도 책임지고 융자를 받도록 힘써주셔야 잔금 치러요. 실수 하시면 안 됩니다.’ 최 씨는 융자금에 대해서는 단호함이 있었다.
‘걱정 말아요. 그 정도의 금액은 충분이 받고도 남습니다.’ 김 노인은 말은 허풍이 아니었다.
지남 번에 계약한 건에 대해서도 융자금을 충분이 받아냈기 때문에 장담하고 있는 것이었 다.
‘아무 걱정 마시고 좋은 꿈이라도 꾸어두세요.
나중에 내 말 할 거야. 그 때가서 막걸리나 사요?’
잘 알았습니다.‘ 최 씨는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돌아갔다.
5.며칠이 지났다. TV에서는 태풍이 온다고 야단법석이었다. 걱정이 되었다. 음성 밭에 심어놓은 채소들이 이번 바람에 쓰러지지나 않았나, 걱정이 되었다. 지난번에 갔었을 때 기둥을 박고 끈으로 매주고 왔어야 했는데...
이번 태풍은 한반도의 절반은 그 영향권에 들어간다고 예보했다.
그렇다면 전국이 위험 군에 들어간다는 말이 된다. 물론 일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번태풍은 6번째 상륙하는 것으로 비가 바람보다 많다고 예보한바 있었다. 기상청은 안전관리에 유의해주길 바라는 안내분자를 발송했다. 김 노인도 그 안전문자를 받았다.
그런 걱정을 하고 있을 때 정 노인이 나을 만에 사무실에 들어섰다.
’웬일이야? 나는 죽은 줄 알았어?‘ 김 노인은 반가움에 진한 농담을 건넸다.
‘죽기는 왜 죽어? 죽는 것이 그리 쉬운 줄 알아 ?’ 정노인은 싱겁다는 듯이 말을 던졌다
‘그나저나 웬, 태풍이래?’ 정 노인이 말했다. .
‘그러게 말이야. 이번 태풍은 대단하데요, 현제 서해안을 따라 북상 중인데 목포근처를 올라오고 있대요.’저기 좀 보라고? ‘ 김 노인은 TV비 화면을 가리키며 정 노인을 바라보았다.
’그러게 대단하구만.‘ 정 노인이 대답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그건 그렇고. 어디에 다녀왔는감?‘ 김 노인이 수상이 여기면서 묻는다.
’이 사람 왜 그런 얼굴로 바라보는 게야?‘
정 노인이 똑 쏘는 듯 말을 했다.
“가긴 어디를 가요? 마루라 병원에서 똥오줌 받아 내다 왔지. 정노인은 기분이 나뿐 어조로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뱉어내는 기분이었다.
’아니 그렇게 심하신가?‘
’그야 초상 치게 생겼어요?‘
’그래 그럼 병원에 한 번 가봐야 하는 게 아니야?‘
김 노인이 걱정스러워 운을 땐 말이다.
’아니 괜찮아. 걱정해주는 그 뜻만 하더라도 고맙지.‘
’그럼 점심은 했나? 김 노인이 물었다.
‘자네는?’
‘나고 아직 이야. 음성 밭 때문에 걱정하고 있는 중이었어요.
’왜?‘ 정 노인이 물었다.
’아 태풍이 온다 해서.‘ 김 노인이 대답했다.
’참 걱정도 팔자다. 이제 와서 걱정하면 뭘 하노? 진작 대처했어야 하는 거지. 매년 당하는 일인데.
정 노인이 나무라듯 말을 던지고는
‘가세 점심이나 먹자고?
정 노인이 먼저 일어서면 김 노인에게 말을 했다. 두 분이 만나면 항상 싸우는 사람처럼 말을 하고 기분 상한처럼 하지만은 사실은 없어서는 안 될 관계의 정을 가진 노인들이었다.
’그래 가세.‘ 김 노인이 정리 하는 동안 문 앞에서 기다고 있던 정 노인이 또 한마디 던지듯 말을 했다.
’아 이 사람아 이 체양이나 좀 고쳐?‘ 남의 돈을 먹으려면 투자할 것은 투자를 정확하게 좀 해야지 쯔쯔쯔.
’알았어요.‘ 그만 하고 앞에 가요. 김 노인이 미안 한 듯 재촉 한다.
식당은 조금 일찍 온 듯 식사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무얼 할 뗀가? 정 노인이 말했다.
‘아니 자네가 사려고?
’아니 누가 사든 음식은 정해야 되지 않아?‘
그건 그렇군? 난 명태찌게, 김 노인이 대답했다
’그럼 같은 것으로 해야지? 사장님 우리 명태찌게 둘하고 소주 한 병 주세요?‘
’그런데 말이냐 자네가 없으니까 궁금한 게 많았어요?
‘뭐가 그렇게 많아?’
‘ 지나 번 이야기 하다 만 지소미아지 지지미인지 하는 것 말이야. 요즘은 조용해졌어. 어째서 그러는 거야. 일본아이들 무슨 꿍꿍이속이 있는 게 아니야? 궁금해서 혼났지. 김 노인은 그런 문제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다. 정치 이야기 하면 누구누구와 못지않고 핏대를 세워 반듯이 결론을 내어야 직성이 풀리는 노인이었다.
’그거야 그들에게 물어봐야지?‘
‘그럼 내가 일본까지 가야겠군? 김 노인이 서운한 듯 시군 둥 대답했다.
’내 생각에는 그래요. 양국이 다 손해를 보는 장사지, 그럼 어째서 그런 짓을 했냐하면 한국이 커가는 것이 싫은 거야. 다시 말하면 한국정부는 일본 속국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거야. 지금도 식민지로 보는 거지. 정신 상태가 1910년 그때에 멈춰 있는 거지. 일본의 지식인들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아요. 하지만 정치인들의 생각은 달라요. 어떻게 하면 권력을 잡을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으로 똘똘 뭉쳐 있는 게지. 잘 들어보게 내 말이 그럴듯한가 말이야? 얼마 전에 러시아 비행기가 우리의 독도 상공을 침범했다는 사건이 있었지 않는가? 그래서 우리도 출동했었지만 일본에서도 전투기가 출동했었거든. 그건 무슨 의미냐 하면 일본은 북해도 근방의 4 개 섬을 자기네 땅이라고 내노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거든 러시아에게. 그런데 러시아에서는 어림도 없는 소리라고 주장하고 반환을 거부하고 있지. 이것은 러시아 땅이라면서 콧방귀도 꾸지 않고 있는 거야. 우리정부도 같은 생각이지. 독도는 자고로 한국 땅이고 우리가 현제지배하고 있지 않느냐 말이야. 이러한 사태에서 넌지시 러시아가 미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의 생각을 떠보기 위해서 슬그머니 내려 왔다가 혼 줄을 난거여. 그것은 한국과 일본이 지소아미에 대해서 해제하느니 안 하느니 하니까 눈치를 보려는 속셈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여 지고. 또 일본이 요즘 한국정부와 껄끄러운 상태이다 보니 자국국민들을 아옹하려는 심사도 있겠고, 북한과 관계개선을 노려보려고 애를 쓰고 있지 않는가 해. 만약에 일본이 북한과 관계개선을 한다면 알 먹고 꿩 먹는 것이지. 왜냐하면 도로문제며 철도문제 그이외의 산업전반에 대한 이익을 도모하려는 야심에서 깐족대는 것이야. 지금. 그러게 되면 일본으로서는 좋은 건을 만들어 내는 것이 되어서 일본국민들은 좋다고 하겠지만 북한이 그렇게 일본의 뜻대로 호락호락 넘어가겠어. 만약에 그렇게 되면 북한이 일본에 대해서 청구권문제를 제기 할 것이고 민간인 징용에 관한 보상 문제 그 외 여러 가지 문제들을 협상에 내놓게 될 것인데 일본이 북한에게 적게 주면 일본이 원하는 대로 응하겠느냐 말이야. 다 물건가는 거야. 한국정부의 지소미아 해제는 이와 같이 국가 간에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할 뿐더러 나중에는 대국인 중국과 미국이 가만히 나두지를 않지. 정 노인은 열을 올리며 더욱 신이 났다.
‘그럼 중국과 일본, 미국과 일본은 어떻게 대처할 것 같은가? 김 노인이 의미심장하게 정 노인에게 다시 물었다.
이제 한국과 일본을 불러 다독이며 양국이 우방이고 동맹국이니 싸움을 말리겠지. 일본도 오래 견디지 못해요. 우리와 같이 수출해서 먹고 사는 나라인데 별수 있겠어? 대국의 말을 들어야지. 그리고 중국도 마찬가지야 한국과 일본의 경제권에 들어있는데 자기들로 말하자면 새우등 터지는 것이지. 별수 없이 다 같이 가야 하는 것이고. 각 나라가 조금만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면 모두 손해를 입는 것이니까 유의하고 조심스러워야 되겠지. 안 그런가.‘ 정 노인이 설명을 마치자 밥상이 들어왔다.
’무슨 말씀을 그렇게 진지하게하세요‘ 주인이 말했다.
‘네 아무것도 아녜요.’ 주인 여사장이 나갔다.
방에 있던 손님들도 어느새 다 가고 없었다.
두 노인은 식사하기 시작했다.
컬컬하고 맛이 있었다. 이집 음식 잘 하는구먼?’ 정 노인이 말했다.
’이 집 처음인가?‘
‘음 그렇구먼. 버릇이 되어 저 밑에 집으로만 가게 되더군. 정 노인이 말했다.’
’그-래?‘ 김 노인은 정노인과 함께 온 것이 잘 왔다는 생각에 명태찌게를 떠서 그의 앞 접시에 듬뿍 얹어 놓으며
‘ 많이 잡수시오.’
‘먹고말고. 속이 시원해서 좋네그려. 정노인의 입에 맞는 것 같아 김 노인은 빙긋이 웃었다.
’그런데. 일본이 쉽게 항복을 할까.‘ 김 노인은 세상 돌아가는 것에 민감해 다시 물었다.
‘안하지. 쉽게 하려면 그런 짓을 했겠어? 내가 보기에는 지난번에 아베가 미국을 갔었지. 그때 미국 대통령을 만나지 않았겠어? 그 때 양국 간에 모종의 이야기를 했을 거야. 그때 한국이야기도 했겠지. 한국이 지소미아를 해제하겠다고 하니 어쩌면 좋겠나? 라고 물었겠지. 그러면 미국정부에서 모종의 이야기를 내 놓았을 것이고. 그래서 섭섭한 이야기를 우리 정부에 노골적으로 불만의 표시를 했던 것이고. 그런데 우리 대통령이 잘해서가 아니라 주권 국가로서 우리가 할 일은 우리가 한다. 국민들에게 미치는 안보만은 걱정하지 않고 살게 하는 것도 국가가 해야 하는 책무이므로 그에 대해 굴하지 않고, 또 미국이 중간에 중재를 하려고도 하지 않으니까 기대도 하지 않았을 거라고 대통령께서. 그러니 아베로서는 궁지에 몰렸던 것이지. 그래도 참의원선거에서는 이겼으므로 어쩔 수없이 빈손으로 돌아왔겠지만...
그래도 한 가지는 성공한 셈이지. 참의원 선거 말이야.
”야, 이야기 듣다보니 찌개가 다 식었어요.’ 김 노인이 놀라면서
‘사장님 이 찌개 좀 덮여주세요. 미안합니다. 김 노인이 계면스럽다는 듯이 웃으며 찌개그릇을 들어 사장에게 주었다.
’어째 거나 저 째거나, 그럼 잘 된 일이 되었네요. 김 노인은 시원하다는 느낌을 같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궁금했던 이야기들이 속 시원하게 풀리는 것 같았다.
’그런대 한 가지가 더 남았지. 수출규제 품목이 의외로 잘 풀리고 있다는 거야. 그들이 수출규제를 할 때는 한국정부가 곤란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반도체에 관한 3가지 품목을 막아 놓았는데 의외로 한국정부가 발 벗고 나서 자체개발하겠다고 하니 깜짝 놀라 자빠지게 된 것이지.
너희들 뭘 해? 이 정도로 생각했을 거야. 그런데 갑자기 러시아에서 주겠다고 하는 거야. 품질이 일본제보다 우수하고 값도 싸고 하니까 삼성 등 기업에서 얼씨구나 좋다 했지. 그러면서 시간을 벌면서 중소기업에서 자체 생산하는 그 품목들을 선정하고 실험도 해서 쓸 만한가를 점검하니까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그 기업에 지원하기로 했지 않았어?‘ 일본아이들은 거기까진 생각 못했을 거야..너희들은 우리 일본에서 그 물건들을 수출하지 않으면 졸지에 반도체산업에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오산이었지. 문을 닫기커녕 일본이 그 물건들을 한국이 사주지 않으면 팔아먹을 곳이 없대요. 그것은 한국이 반도체 산업에 대해서는 세계 1위 기업이기 때문이지. 우리가 저희들에게 반도체 디램을 주지 않으면 일본 내에 있는 그 산업은 문을 진짜 닫을 지경에 놓이게 된 것 이지. 산업이란 그렇게 하면 퇴보이지 발전을 하는 것은 아니지. 이제 보라고, 머지않아서 두 손 번쩍 들고 항복하지 않나? 은근 슬쩍 언제 우리가 한국정부에 수출규제를 했느냐하고 반문할 때가 있을 테니까.
그것 아니라도 아베가 머리 아플 게야.’
‘왜요.’ 김 노인이 정 노인에게 말미를 주지 않고 즉시 물었다.
‘자기나라 국내문제지. 정 노인이 목소리 톤을 낮추어 대답했다.
’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은가?‘ 김 노인이 묻는다.
’아 지금 다 말해주었잖아. 슬그머니 꽁지를 내릴 테니까.‘ 정노인은 장담하듯 말을 했다.
’한국국민의 불매운동이 약이 된 셈이지. 처음에는 하다가 그만 두겠지 했고, 헛소리로만 알았겠지. 그런데 날이 세면 셀수록 더욱 이 운동에 동참하는 국민 수가 늘어나고 운동도 전국적으로 불같이 커지고 일어나니까 아 뜨거워라 했겠지. 작은 고추가 매운지 일본아이들은 몰랐지. 눈앞만 쳐다보고 일을 저질렀으니까. 정 노인이 말을 마치고 커피 한잔을 마시 후에 식당을 나왔다.
밖은 밝은 햇빛으로 눈이 부셨다. 얼른 잡아도 네댓 시는 된 것 같았다.
.
6.
다 저녁 때 최 씨 내외가 방문했다 .
’계약하려고 ?‘
김 노인이 말했다 .
’최 씨가 원하는 대로 잘 되었어요 .
김 노인이 말했다.
‘어제 저녁에 내가 집 주인을 만나 타협을 보았고 삼백오십 만원을 깎아 주기로 했어요. 날짜는 60 일로 해주십사 했는데 어때요 .최 씨는?‘
김 노인은 신이 나 있었다.
마음먹은 대로 일이 잘 풀어지니까 여간 다행이 아니었다.
’전 상관없어요. 집 주인이 나가라고 했으니까 전세금보증금만은 마련해주겠지요. 물론 상의 해보겠지만요 ?‘
최 씨 내외도 흡족했다.
생각보다 많이 깎아주어 김 노인이 더욱 고마웠다.
’그래서 내게 계약 건에 대해서 위임하고 갔어요, 도장도 내게 주었고요. 계약서만 작성하면 됩니다.
‘여기 보세요. 위임장하고 인감증명서를요.’
김 노인은 계약에 관한 한 최 씨에게 자세하게 설명하고 계약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다가 정씨가 한마디 했다.
’누구네 집인데 그래요?‘
’4-5 번지 이 대근 씨 집 . 당신도 그 사람 잘 알지 ?’
김 노인이 물었다 .
‘알고말고. 왜 그 사람 집을 팔아?’
정 노인이 의아해서 묻는다.
‘집을 줄여야 한데요. 아내 때문에.’
‘아내가 어째서?’
‘많이 아프데요. 병원에 있는가봅니다.‘
’중병이 들었나. 봐 ? ‘
정 노인의 말이었다.
’자, 여기 도장을 찍어주세요. 여기도 ?‘
김 노인이 다 작성된 계약서용지에 집주인과 최 씨의 날인을 찍으므로 계약서 작성은 끝이 났다.
하얀 봉투에 계약서를 넣어 최 씨에게 주면서 ’잘했다고 . 말했다 .
.‘최 씨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2 만원을 책상에 놓으며
’식사나 하세요. 적지만 오늘 수고 많았습니다. 감사합니다.‘
했다 .
‘김 노인이 말하기를
’은행에 제출할 서류의 종목이 여기에 적혀 있으니까 잘 보시고 준비해서 빨리 가져다주어야 합니다.‘
김 노인이 마지막으로 융자에 대한 준비물을 상세하게 말해주었다 .
’네.‘
최 씨 내외가 돌아갔다 .
‘이달 셋돈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군. 걱정하더니만 ?’
정 노인이 걱정을 덜어주는 말을 했다 .
김 노인이 응답하며
’오늘 당신하고 점심을 먹은 덕분에 한 건 했나봐. 고맙네요.‘
‘무슨?’
정 노인이 짧게 대답했다.
’내일 음성에 가려고 합니다.‘
’무슨 일로 ‘
정 노인이 묻는다.
’땅콩도 캐야하고 들깨와 고구마도 그렇고 해서 다녀오려고요. 가만 두면 싹이 나거든요.‘
김 노인이 말하면서
‘조금 더 놀다가 저녁까지 하시고 가시지요 했다 .
’그럴까?‘ 그리고 시간 있으면 같이 가지 않을래요?
김 노인이 물었다 .
’갈 수 없지. 큰애 내외가 병원에 있는데 집이 말이 아녜요. 그래서 밤에는 내가 가서 아내 옆에 있어야 하고 애들을 집으로 들어 보내야지. 저번에도 말했지만 아내를 버려야 할 것 같아. 차도가 없어. 그래서 저번에 산을 가 봤던 것이었지. 갑자기 무슨 일이 벌어지면 아이들이 당황할 까봐.
정 노인은 담담하게 아내에 대해서 말을 했다.’그랬군요. 그것도 모르고 괜히 농담을 떨어서 미안합니다.‘
김 노인이 애인한데 갔었겠지 라고 농담한 부분에 대해서 사과를 했다.
밖은 벌써 어둑어둑해졌다.
두 노인은 낮에 점심을 먹었던 그 집으로 저녁식사를 하려고 사무실을 나섰다.
가로등 불빛이 유난히도 밝았다 .
매연과 미세먼지로 별들은 눈에 띠진 않았지만 서울이라는 도시는 참 좋았다는 생각을 김 노인은 했다. 세계에서도 유래가 없는 도시 중에 시였다 .
웬 많은 태풍은 피해가서 보호 받은 도시가 한국의 수도 서울이었다.
겨울에는 따습고 여름에는 시원하다. 도시의 고궁은 외국 관광객들로 매일 인산인해를 이룬다 .
광화문 앞은 연일 궐기대회나 대모로 성시를 이뤘다.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모든 국민은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권리는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나라다. 일인 시위도 그에 따른 하나의 도구에 불과 한 것이고, 국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
대한민국은 자유가 보장 된 나라였다.
이 광화문 네거리는 그런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배출하는 곳이기도 했다.
그래서 대한민국 수도 서울은 좋은 도시라고 외국인들이 말하는 것이다. 그런 이곳이 바로 서울이다. 그래서 서울별곡이라고 부르고 싶다 태조 이성계가 정한 오늘날의 서울은 수도로서 손색이 없는 도시가 되었고 잘 정돈 된 대도시로 변모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 가을이 익어가고 있다고 김 노인은 느끼고 있다. 서울의 밤거리는 너무 밝았다. 김 노인은 이런 도시에서 살고 있는 것을 행복으로 알고 있었다.
이런 이곳이 김 노인과 정 노인이 함께 사는 서울이다 . 김 노인은 마을 아래 골목길에서 정노인과 헤어졌다. 김 노인은 정 노인을 좋은 친구라고 믿었다 .
낯선 서울에서 이만한 친구를 얻기가 쉽지 않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그와 함께 이 마을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어졌다 이번에 시골을 다녀오면 고구마 한 박스와 땅콩을 정 노인에게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로등이 조우는 작은 골목길을 따라 김 노인은 집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이웃집 강아지가 이층에서 김 노인을 바라보고 퀑퀑 짖어 댔다.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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