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바위 조망 데크
이제부터는 해안길을 따라 걷습니다. 바닷가의 암석들이 오랜 풍상을 견디어 온 것 같은 모습니다. 이곳은 경북동해안 지질공원으로 암석들은 약 2억 년 전 형성된 화강설록암이라고 합니다. 땅속 깊은 곳에 마그마가 형성되어 굳어졌는데 그 후 큰 압력을 받아서 여러 갈래로 쪼개졌다는군요. 가는 길목에 유사한 모습의 바위들이 끝없이 펼쳐집니다.
해안에는 데크길이 잘 조성되어 있는데 현재공사중인 구간에서는 주말인 토요일임에도 관계자들이 나와 현장을 체크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있기에 이방인들은 안전하게 해변을 걸으면서 기암괴석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공사구간을 지나 가파른 나무계단을 올라 한 구비를 돌아가니 쉼터인 정자인데 가야할 오보해수욕장까지는 1km가 남은 지점입니다.
데크길과 일반 산책길을 번갈아가며 발걸음을 옮깁니다. 길목의 우측에는 일반 바위군 속에 유난히도 검은 바위가 끼어 있어 자연의 오묘한 조화에 감탄합니다. 이곳을 지나자 검은 색 바위가 자주 보입니다. 민가가 보이는 곳은 대탄리인데 이곳에 오보교가 있군요. 행적구역상 대탄리와 오보리가 어깨를 맞대고 있어서인지 대탄해수욕장와 오보해수욕장은 구분이 잘 안됩니다. 현지 이정표를 보니 대탄해수욕장은 이미 지났고 길은 노물리 방파제로 이어집니다. 노물리 방파제는 오보해수욕장을 지난 지점에 있어 길손은 매우 헷갈립니다.
검은 색 바위(우측)
대탄해수욕장
대탄리 마을표석
노물리는 어촌마을 치고는 상당히 규모가 커 보입니다. 다시 목책이 설치된 해안가 비탈길을 걷습니다. 이 길은 강릉이 자랑하는 정동진심곡바다부채길보다 더 아름답다고 하는데 필자는 아직 그곳을 가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노물리 방파제
가파른 길을 지난 후 한참 걸어가면 해녀조형물을 만납니다. 이번 구간에는 해녀와 군인조형물이 있는데 노물리의 해녀상은 예로부터 미역이 유명한 이곳에서 생계유지를 위해 물질을 하던 해녀를 기리는 조형물입니다. 해파랑길 1구간인 부산 광안리 해녀상은 작가가 만든 작품이어서 해수욕복을 입은 총천연색의 날렵한 해녀상이지만 이곳의 해녀상은 실물그대로여서 묵직한 울림을 주는 해녀상입니다.
부산 광안리 해녀상
해녀상을 뒤로하고 앞으로 나갑니다. 이곳을 지나간 수많은 사람들의 리본이 이 코스의 인기도를 말해주는 듯합니다. 계속 이어지는 데크길을 걸으면서 바다와 어우러진 기암괴석의 진수를 감상합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이 구분이 안될 정도로 흐린 날씨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리던 빗방울이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사실입니다.
지나가는 해안길은 군사시설보호구역 및 작전지역이네요. 그 전 같으면 이런 곳은 엄격하게 민간인의 출입을 통제했을 텐데 지금은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습니다. 잠시 도로로 나왔다가 다시 해안가로 진입합니다. 물고기 아가미 또는 새의 부리 같은 바위도 보입니다. 다시 도로로 나오면 석리마을입니다. 규모가 적어서인지 방파제에는 배가 거의 보이질 않네요.
물고기 아가미 또는 새의 부리 같은 바위
석리방파제
화장실 옆 계단을 오르면 해안초소길입니다. 그렇지만 해파랑길(블루로드 B코스)은 초소길이 아니라 바닷가 안쪽에 별도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멀리 오늘 가야할 목적지인 죽도산이 아련하게 보입니다. 한 구비를 돌아가면 두 번 째 조형물인 군인상입니다. 군인상은 기존 군인들의 딱딱한 이미지 대신 친근감을 표현하려고 만든 조형물입니다. 사실 이런 험준한 바닷가에서 주간도 아닌 야간에 경계근무를 서기란 쉬운 일이 아니겠지요.
해안초소길 입구
가야할 죽도산(우측 끝)
초소 옆 군인상
군인상을 지나면서부터 기기묘묘한 바위의 쇼가 시작됩니다. 이제부터 검은 색을 띤 바위가 많군요. 황토색 바위와 검은 바위가 공존하는 구간을 지나면 수령 500년의 보호수 오매향나무가 있습니다. 현지 안내문을 보니 이 나무는 사연이 많은 것 같습니다. 마을에 풍어와 풍년을 기리는 나무라고 하네요. 길의 좌측 언덕에는 효심사가 있는데 뒷산이 불신산입니다. 대웅전 지붕에 황금불상이 놓여 있는 매우 진기한 사찰이네요.
검은 바위와 황토색바위의 공존지대
오매향나무
불신산 효심사
대웅전 지붕 위의 황금불상
경정3리 경노당을 지나갑니다. 경정해수욕장은 규모가 꽤 커 보입니다. 백사장으로 들어서서 푹신푹신한 모래밭을 걸어갑니다. 경정1리를 지나가노라니 해안가의 붉은 색 바위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보통의 바위에 황토색과 검은 색 바위에 이어 붉은 색 바위를 보노라니 이곳 해안은 각종 색조를 띤 바위의 전시장 같습니다. 이곳은 경정리 백악기 퇴적암지대로군요. 여기서 대게원조마을 기념비까지 이런 바위가 펼쳐집니다.
대게원조마을기념비는 영덕군 축산면 경정2리 차유마을에 있는데요. 이곳은 고려 충목왕 2년(1345) 초대 영해부사일행이 수레를 타고 고개를 넘어 왔다고 하여 차유마을이라고 하였고 이곳에서 나는 게의 다리가 대나무와 흡사하다고 하여 영덕대게라고 이름을 붙여 대게원조마을이 되었습니다. 사실 이곳에는 대게 기념비만 있을 뿐 대게와 관련된 다른 볼거리는 없습니다. 다만 풍등체험장과 차유어촌체험마을이 있다는 안내문이 보입니다.
경정2리
다시 숲길로 들어서서 길을 가다가 갈림길에서 모래길로 내려섭니다. 출렁이는 파도 뒤로 죽도산 전망대기 바로 코앞에 서 있습니다. 다시 숲으로 올라와 뒤돌아보니 방금 지나온 모래길이 마치 해수욕장 같습니다.
모래길에서 본 죽도산 전망대
뒤돌아본 모래길
바로 보이는 죽도산 전망대
암군지대를 지나 백사장을 걸어가면 블루로드 다리입니다. 독도가 그려진 블루로드 다리는 출렁다리 형식이어서 다리를 건널 때 약간의 흔들림을 느낍니다. 이 다리는 와우산과 죽도산을 이어주는 현수교(139m)로 주탑의 높이는 25m입니다.
이제 죽도산을 오릅니다. 해발고도는 87m에 불과하지만 데크로만 되어 있는 계단을 오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죽도산을 오르면서 뒤돌아보면 해파랑길 21코스의 출발점인 풍력발전기와 창포말등대가 아련하게 보입니다. 전망대에 서면 오늘 지나온 코스가 한눈이 들어오네요. 또한 축산항 방파제, 가야할 해파랑길 22코스의 대소산 봉수대(278m), 죽도산 휴게소 및 활어회센터 등이 잘 조망됩니다. 동해안에서도 아름다운 항구로 이름난 축산항은 강구항과 함께 영덕의 대표적인 어항으로 대게위판이 열리는 전국 5개 항 중 한 곳이기도 합니다. 강릉 정동진이 서울의 정동쪽인 것처럼 축산항은 세종시의 정동쪽이라서 신정동진으로 불린다고 하네요.
줌으로 당겨본 창포말등대(촤측 끝)
내려다 본 블루로드다리
지나온 해파랑길 21코스
축산항 방파제
다음 코스인 대소산봉수대
죽도산 휴게소 및 활어회센터
죽도산전망대에서 휴게소를 지나 팔각정(만호정)으로 내려서서 트레킹을 마무리합니다. 오늘 약 11km 남짓 걷는데 4시간도 채 걸리지 않은 것은 거의 쉬지 않고 걸은 탓입니다. 비가 내려 걱정했으나 중간에 비가 그쳐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사진이 흐려 못내 아쉬운 하루였습니다. 이 코스는 해파랑길 전체코스(50개) 중 아름답기로 열손가락 안에 드는 명품코스입니다. 이는 신의 손으로 자연이 만든 형형색색의 바위를 보면서 그 아름다움에 흠뻑 취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휴게소 가는 길
내려다보이는 팔각정
《해파랑길 21코스 개요》
▲ 일자 : 2019년 5월 18일 (토)
▲ 코스 : 창포말등대-약손바위-오보해수역장-노물리 방파제-해녀상-석리방파제-군인상-(효심사)-오매향나무
-경정해수욕장-원조대게마을 기념비-블루로드다리-죽도산 전망대-팔각정
출처: https://leeesann.tistory.com/5376 [펜펜의 나홀로 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