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우주센터
눈을 감으면 멀리도 아닌 눈을 뜨면 가까이도 아닌 언제나 어머니처럼 떠오르는 그리운 내 고향 고흥이 나 같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얼굴로 비쳐질까가 항상 궁금했습니다. 수즙어 부끄러운 모습 모두 허물어 더러는 땅속 깊이 더러는 건물 뒤로 묻고 가린 서울에서 고흥 하면 너무 멀다고 싫어하고 내 고향이라고 하면 눈을 찡그리고 등을 돌립니다. 그것이 무겁고 불편한 나의 멍에였습니다. 소박한 새아씨 같은 내 고향이 그럴만한 이유도 없이 괄시를 받는 그때가 참 안타깝고 괴로웠습니다. 그러나 전국이 소박함을 지워버리고 화려해진 이제 조금은 다릅니다. 가공에 진저리난 사람들에게 고흥하면 소박해서 너무 좋다고 손을 내밀고 입을 엽니다. 내 그럴 날이 언젠가는 오리라 믿고 잘 버티었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새아씨 인지 궁금하던 차에 마침 최병영 시인의 고흥 방문기가 있어서 그 일부를 공개합니다.
*** 경상도 밀양에서 전라도 고흥까지는 참으로 멀고먼 여정이다. 가끔씩 비까지 내려 질척거리는 길을 무한정 달려간다. 차창으로 바람처럼 섬진강 재첩이 흘러가고 비바람에 술렁대는 순천 갈대밭에서 새소리 도 들려오고 벌교 꼬막집이 흘러간다.
인내의 비등점에 이르어서야 겨우 고흥바다가 살며시 섶을 열어준다. 바다와 숨바꼭질을 수차례 반복하고서야 고흥 땅끝 녹동에서 예술적 조형이 특이하고 아름다운 소록대교와 거금대교를 건너 당도한 목적지 금산이 나타나고 그 끝머리에 김진명 시인 자택이 모습을 드러낸다. 금산은 우리나라에서 일곱 번째 큰 섬이라고 한다.
거금대교
바삐 여장을 풀고 바닷가로 나간다. 바다는 외지인의 때늦은 방문을 예견하고 있었을까? 피서의 끝물에서도 바다는 따듯한 체온으로 일행을 맞아들인다. 뒤늦은 피서를 즐기는 몇 무리가 저녁밥을 짓고 있다. 우리는 바닷가에 자리 잡고 소주잔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비릿한 바다 냄새가 술잔에다 연신 비늘을 털어낸다.
적대봉 해발 596m
김진명 시인 자택으로 옮겨서도 여흥은 지속된다. 해변에서 귀청에 달라붙은 파도소리가 거기까지 따라온다. 산이 가옥을 빙 둘러싸고 있어 포근한 어미 품처럼 포근하고 안온한 집터이다. 어둠의 분자가 밀밀할수록 시골은 고요 속으로 침잠한다. 총총한 별무리가 하늘에서 내려와 술자리에 초롱불을 밝혀든다. 일행은 슬그머니 모습을 감추더니 이내 코고는 소리가 대들보를 들썩인다. 박희익 시인과 함께 이야기꽃을 피우며 그가 챙겨온 양주를 바닥까지 다 털어내고서야 수면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녹동항
아침이 고요의 숨결로 기지개를 켠다. 시골의 아침은 유난히 빠르다. 해풍이 끈적끈적 살갖에 문신을 새겨댄다. 사단법인문인협회 문학관 건립 문제로 동네 이장을 만나고 시비를 세울 돌집을 방문하고 나서 금산을 하직하고 녹동항으로 가서 다시 회를 주문한다. 연3일째 술상의 주빈 자리를 꿰차고 있는 안주거리이다. 이제 안주를 바라보는 눈길만으로도 비린내가 진동한다. 바다가 고기비늘처럼 은빛 나래를 펼친다. 포구는 들고나는 고깃배들로 생동감이 넘쳐난다. 포구 건너의 섬이 바로 소록도다. 거기에선 지금도 나환자들이 원시적 상황에 맞서 생의 포자를 생성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으리라. 문득 출렁이는 바닷물이 설움의 율동으로 물골을 형성한다. 눈부시게 푸른 바다의 속살은 어쩜 그들의 상처에서 분출하는 고통의 멍울인지도 모른다.
배롱(백일홍)
상경하는 길에 다시 비가 내린다. 순천 변두리에 들어서니 온통 배롱나무가 가로수 길을 이루고 있다. 배롱나무 붉은 숨소리가 싱싱하다. 생의 존명을 획득하고 유지하려는 뿌리의 안간힘이 뭉클하다. 생존하여 꿈틀거리는 것들은 아름답다. 세상에 생명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아름다운 것은 없다. 모진 고통을 이겨내고 생명의 존재하는 것은 그래서 위대하다. 임에 대한 그리움이 간절했을까? 붉은 꽃 대궁이 가는 허리를 흔들어 간들간들 자진모리 춤을 춘다. 능청능청 휘어지는 춤사위가 척척 휘감겨 요염하기 이릉 데 없다. 홑적삼 밖으로 드러난 붉은 꽃술에서 물씬 남도의 젖내가 묻어난다. 꽃향기가 농염한 여인의 입술처럼 쫀득하다. 배롱나무의 유혹으로 나는 남녘땅에서 한 떨기 붉은 꽃잎으로 피어난다. (월간문학세계 시인 최병영, 구미 찍고 고흥 찍고 에서 )
팔영산
유자
홍교
첫댓글 정말 시인 답구먼..아름다운 내고향 아름다운 풍경 보여주심 감사....
특히 가보지못한 거금대교 ..팔영산 가보고 싶네그려....
친구야!
잘 있는거지? 보고싶구나!
우리 고향 고흥 아름다운 영상 고맙구나
시인 최병영님 글 잘 읽었구나
미카는 요즈음 많이 바쁘단다.
1층에서 물 파이프가 터져 지하실이 물바다였기에 수리하면서
1층 2층 카펫을 다 뜰어내고 깨끗하게 마루로 바꾸느라 공사가 크단다.
지난주에는 친구부부가 호텔을 잡아 두고 우리 부부를 데리고 로드켈라나로
여행갔다 왔단다.
호텔에서 밤에는 카지노를 하자하여 너무 싫었단다.
친구부부는 카지노 중독!
우리부부는 둘다 싫어하는데..
쉽게 일악 천금을 따겠다고 환상에 젖어 많은 돈을 잃은 걸 보면서
한심한 사람들 ㅉㅉ
내키지않은 여행이라 시간이 많이 아까웠단다.
나를 인정해주는 풍경!
나를 고보싶어하는 미카!
고맙고 기쁘다!
나 역시 빗장을 풀고
칭찬을 쏟아내며
수줍어 못다한 말
봇물처러 쏟아내련다.
친구야! 사랑한다!
****
공사가 크더라도 몸 안 다쳤으니 다행이고
수리 끝나면 새집 같아 더욱 좋을 테니 다행이고
다만 싫어하는 도박 곁에 얼씬도 하지 말고 꿈도 꾸지 마라!
내고향 고흥을 이리 아름답게 노래하는 시인은
진정한 시인이라는 생각이다.
한참을 애를 써야 가물가물 한두개의 별을 찾을까 말까인 이곳에서
질펀하게 쏟아부은듯한 고향하늘의 별무리들이 그리워지는
요즘이었기에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좋은 글과 멋진 풍경 사진 고맙게 잘 보고
잠시 고향을 그려보며 친구들도 그려본다.
행복한 주일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