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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부모들이 해야 할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는 아이들 적성을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시켜주는 것이다. 이런 것쯤 국가에서 해주면 얼마나 좋겠냐만, 그건 아마도 30년쯤 후에나 가능할 것이다. 그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 아이 스스로 자기 적성을 파악하는 법을 공부해야 한다.
아이가 커서 뭐가 됐으면 좋겠어요?’ 라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저것 잠깐씩 시켜보다가 학년이 올라가면, 오로지 명문대 합격이라는 목표를 향해 죽어라 공부만 시키는 게 우리 학부모들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이건 잘못이고, 무관심이다. 독일이나 핀란드처럼 사회교육 시스템이 잘 돼 있는 나라는 그 시스템에 맞춰 아이의 적성과 진로를 결정해주면 되지만,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사설기관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그런 시스템이 거의 없는 상태다. 따라서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이가 정말 무엇을 잘 하고, 좋아하는지 제대로 알아보고 아이를 위한 인생을 부모가 설계해줘야 하는 것이다.
1 부모와 아이가 함께 적성을 찾아야 한다
90년대 후반 박세리가 LPGA 역사상 처음으로 우승했을 때 전국적으로 박세리 열풍이 불었다. 제2의 박세리를 꿈꾸며 어린아이들이 골프를 시켜달라며 부모를 졸랐고, 부모들이 먼저 자녀들을 골프장에 보내기도 했다. 당시에는 정말 ‘골프만 잘 하면…’이란 말이 사회적인 유행어가 될 정도였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세리키즈’라는 이름으로 지금 미국과 국내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다. 박세리만큼 센세이션을 일으키지는 못하고 있지만,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는 모양이다.
김연아 역시 열풍의 주인공이다.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김연아 신드롬은 많은 어린아이들을 아이스링크로 모이게 했다. 그들은 세계월드그랑프리파이널 무대에서 멋진 솜씨를 뽐내고 있는 자신을 상상하고 있을 것이고, 수십억 원에 달하는 광고수입까지 탐내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실 이러한 사회적 파장은 어찌 보면 박세리나 김연아만큼 특별한 소질을 갖춘 선수들을 찾아내고, 거기에 노력까지 깃들여진다면 우리나라 스포츠 발전에 크게 기여한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나리오는 어디까지나 성공을 전제로 한 이야기다. 아이의 적성이 그 분야에 맞는지 아닌지 확인해보지도 않고 시작할 경우, 운 좋게 적성은 맞더라도 부모의 강요로 운동을 시작했을 경우에는 엄청난 부작용에 시달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아이의 진로를 미리 결정하기 위해서는 아이의 적성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이의 성향이 엄청난 노력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강한지도 파악해야 한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적성’이다. 하지만, 부모가 아이들의 적성을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 아이의 적성이란 게 단순히 노래를 잘 부르니까 가수를 시켜야지, 그림을 잘 그리니까 미대에 보내야지 하는 수준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가 정말로 소질을 보이는 것은 무엇인지, 아이가 정말로 좋아하고 원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림에 소질이 있고 좋아하기도 하지만, 적성은 언어나 학술 쪽인 경우도 허다하다. 때문에 면밀히 관찰하고,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 적성을 파악하기 위한 정기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
아이의 적성이 중요한 것은 오직 입시 공부에만 매진할 때도 마찬가지다. 아이의 적성을 파악하지 않고 학창시절을 보내게 하면 아이는 미래의 자기 모습을 그리지 못한 채 그저 명문대 진학이라는 목표에만 매달려 공부를 하게 된다. 이렇게 되다보면 막상 대학에 진학할 때 어떤 과를 가야할지 정하지 못한 채 점수에 맞춰 과에 진학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진로지도 전문기관인 와이즈멘토 조진표 대표의 이야기다.
“제가 아는 분이 강남에서 유명한 강사였습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열정이 대단해서 며칠 밤을 새워가며 제자들을 가르치곤 했습니다. 그러니 결과도 좋았습니다. 이렇게 잘나가던 강사도 제자가 물어보는 단 하나의 질문에는 답을 하지 못해 절망한 적이 있었답니다. 그 질문은 ‘저는 무엇을 전공해야 합니까?’였습니다. 학습에 관해서는 누구를 데려와도 성적을 쑥쑥 올려놓던 사람이, 이 질문에는 아무 말도 못 했던 것이지요. 이게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요? 그 아이에게 중요한 것이 수능 점수일까요, 아니면 자신에게 맞는 전공을 선택하는 일일까요?”
2 입시공부를 할 때도 적성은 중요하다
아이의 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문제는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결국에는 아이가 평생 자기 적성을 찾지 못한 채 삶을 마감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어릴 때 아이의 적성을 파악한 뒤 아이가 꿈을 갖고 원하는 직업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아이의 적성을 찾아주고, 거기에 맞는 학습 과정과 직업까지 찾아낼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 부모들은 막막하기만 하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히기 때문이다. 와이즈멘토의 김지은 상담사에게 진로 지도의 중요성과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우리 사회는 점점 전문화되어 가고, 특정 분야의 재능과 전문성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어요. 과거에는 팔방미인형의 인재를 선호했다면 이제는 특정 분야의 영재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특수지능 위주의 사고방식으로 변하고 있어요. 즉 한 우물만 파는 사람을 더 우대해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앞으로도 더욱 가속될 것으로 보여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고학력을 우선시하고 몰개성으로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죠.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지 못했다고 해도 그건 단지 대학 진학에 실패했을 뿐 진로 탐색의 실패와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죠.
잘못 선택한 진로의 원인을 공부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무리가 있어요. 적어도 본인이 원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선택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과의 차이만으로도 대학 진학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거든요. 그러나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학생들이 적성에 맞는지 기본적인 정보도 모른 채 전공을 선택합니다.”
실제로 아이들 스스로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방황하고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면 공부에 대한 목적을 상실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 스스로 자기 진로와 적성을 취사선택할 수 있도록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은 ‘너는 적성이 무엇이니 이렇게 해’가 아니라, ‘네 스스로 좋아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가야 해’라고 말하고, 그것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 적성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흥미, 성격, 능력, 가정환경, 사회의 변화상 등을 고르게 평가해야 한다.
“아이의 진로적성을 바르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적성의 요소와 영역에 대한 전체적인 파악이 이루어져야 해요. 적성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성격 및 능력이고 부수적으로 흥미의 개념이 포함되죠. 적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크게 학업적성과 직업적성 두 가지로 나눠 판단할 수 있어요.
아이의 진로를 구체적으로 설계하기 위해선 이를 바탕으로 가정환경이나 사회의 변화상 등을 고려하여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통 적성 파악은 흥미 요소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어릴수록 다양한 분야를 접하게 하는 것이 좋고, 사춘기에 접어들면 적성이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이맘때는 검사나 상담을 통해 아이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3 체계적인 검사와 상담을 통해 적성과 진로 선택
그렇다면 전문기관에서는 어떤 식으로 검사와 상담을 진행하고 있을까? 보통은 흥미 분야와 성격 분야, 능력 분야로 나눠서 검사와 상담을 진행한다. 본래 타고난 성향과 좋아하는 분야, 도달할 수 있는 능력까지 알아보는 것이다. 각각의 검사를 통해 아이의 성격과 원하는 진로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흥미 분야는 좋아하는 과목이나 흥미를 느끼는 작업 및 취미에서 아이의 적성을 발견할 수 있는 검사다. 이를 통해 자신도 몰랐던 흥미 분야를 알아낼 수도 있다. 흥미 분야는 학과계열 선정검사를 통해 알 수 있는데, 학생이 흥미를 갖고 있는 학습 환경 분야나 내용을 알아본다. 즉, 자신이 원하는 조건의 직업 환경 분야를 알 수 있는 검사로 나중에 직업 선택을 할 때 많은 도움이 된다. 와이즈멘토 김지은 상담사의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성격 분야는 행동 및 사고방식을 통해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도 있지만, 관찰과 상담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어요. 이때는 검사를 통해서 성격을 파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에요.
성격검사 중에는 대표적으로 MBTI 검사가 있는데, 아이의 행동 경향에 따른 성격 유형을 제시해주는 검사로 선천적으로 타고난 성향을 알 수 있는 검사입니다. 또, MMPI 검사는 아이의 심리상태 및 일반적인 성격 특성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검사들을 통해 아이의 학습 스타일이나 잘 맞을 수 있는 업무 분야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능력 분야는 학업성취도에서 발견되는 학습 능력뿐 아니라 운동, 미술, 음악 등과 같은 실기 능력, 어학 능력, 사교 능력, 창의력, 스트레스 감내력, 리더십 등이 포함된다. 학업 능력을 판단하기 위한 적당한 연령은 중학교 3학년 정도가 좋다고 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지능검사를 통해 일반적인 지적 능력 및 과제에 대한 수행능력을 파악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추가적인 상담을 통해 잠재 능력을 분석하게 된다.
“이렇게 각 분야에 대해 면밀하고 체계적인 검사를 하면 아이의 성향과 적성, 역량을 파악할 수 있고, 그것들을 잘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학교 선택이나 전공 선택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직업 분야까지 찾아낼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갖고 살아가는 것, 이것이 아이의 적성을 찾아주는 가장 중요한 목적입니다.”
진로 전문 기관 검사 종류와 상담 내용
전문 기관에서의 검사 및 상담을 통해 아이의 적성을 파악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집에서도 간단히 해볼 수 있는 진로지도 방법이 있다. 간단한 방법이면서도 직업목표나 학과, 문과나 이과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고, 아이의 진로설계 과정에서 점검해야 할 내용들을 생각해볼 수 있다.
집에서 아이와 함께 진로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더디긴 하지만, 서로 원하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러한 평가방법을 통해 자신의 아이들을 좀 더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으며, 그동안 소홀했거나 잘 몰랐던 아이의 장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유망 분야가 무엇인지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집에서 하는 진로지도 5단계
1단계 장래희망 적기
제일 먼저 부모님과 아이가 꿈꾸는 장래희망을 생각해보면서 가능한한 많은 직업들에 대해 생각하며 장래희망을 적어본다.
2단계 장래희망 평가하기
장래희망을 적은 후 부모님이 각 항목의 직업들에 대한 평가를 내려본다. 정확한 평가를 위해서는 그 직업들에 대해 미리 공부해두는 것이 좋다. 평가의 기준은 그 직업을 가질 때 요구되는 역량(과제집착력, 창의성, 수리력, 영어, 글쓰기 등)들에 대해 필요하면 ‘1’, 그렇지 않다면 ‘0’으로 표시한다.
3단계 학과, 문·이과 계열 적기
장래희망에 대한 평가가 끝나면 그 직업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학과를 전공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지 조사한다. 그 직업과 관련 있는 학과를 적어보고 그 학과가 문과인지 이과인지 해당 계열을 적어본다.
4단계 우리 아이 평가하기
직업에 대한 평가 및 조사가 완료되면 아이를 각 항목별로 평가해본다. 즉 각각의 직업에서 요구되는 역량들을 기준으로 내 아이는 어떤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그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표를 완성해보면 다음과 같다.
5단계 진로 선택하기
직업 및 아이에 대한 평가가 끝났다면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아이와 가장 잘 매칭되는 직업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 즉, 각각의 직업에 필요한 역량과 아이가 가지고 있는 역량이 가장 많이 일치하는 직업이 1순위가 되는 것이다. 1순위 장래희망의 학과와 계열 항목을 확인하면 문·이과와 대학의 학과가 자연스럽게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