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르 파티, 카르페 디엠, 모멘토 모리/전 성훈
‘네 운명을 사랑하라’는 뜻의 ‘아모르 파티’, ‘한 번뿐인 인생을 즐겨라’라는 의미의 ‘카르페 디엠’,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으로 알려진, ‘모멘토 모리’라는 라틴어 경구(警句)가 있다. 라틴어는 대부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익숙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라틴어 경구는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일부 계층 입에 많이 오르내리며 사랑받는다. 어떤 사람들은 그들만의 우월한 정신세계를 나타내는 징표로 사용하기도 한다. 인간의 삶을 절묘하게 표현한 이 말은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라는 뜻으로 생각한다.
“아모르 파티” (Amor Fati)는 ‘네 운명을 사랑하라’는 의미로. 라틴어 ‘사랑’을 뜻하는 아모르(Amor)와 ‘운명’을 뜻하는 파티(Fati)의 합성어이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은 한 번뿐인 인생을 오늘 충분히 즐기며 살라는 뜻으로 ‘호라티우스’의 라틴어 시 한 구절로부터 유래한 말이다. 이 말은 현재를 잡아라(Seize the day)라고도 알려져 있다. 비슷한 신조어가 욜로 (YOLO, You Only Live Once 한 번뿐인 인생)이다. 1950년대 유행했던, 케세라세라(Que sera sera)와 의미가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느껴진다.
1956년도 영화 ‘나는 비밀을 안다’의 오리지널 삽입곡으로, 여배우 ‘도리스 데이’가 불러 대단한 히트를 친 노래, <케세라세라>는 ‘흘러가는 대로 될 대로 되라, 이루어질 것은 이루어지기 마련이다’(Que sera sera What will be will be)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모멘토 모리”(Momento Mori)‘는 언젠가 죽는다는 것을 잊지 말라’라는 뜻이다. 서기 402년, 2년간의 서코트족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로마제국은 ‘호리니우스’ 황제가 개선장군 ‘스티릴코’를 환영하는 거창한 개선식을 연다. 황제만이 탈 수 있는 네 마리 백마가 이끄는 사륜마차에 올라선 개선장군의 늠름한 모습을 보며 사륜마차 뒤에서 맨발로 걸으며 쫓아가는 노예 둘이 읊었던 말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모멘토 모리는 ‘지금 승리에 도취해 있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고 영광도 끝난다’는 의미로 인간 존재의 한계를 깨닫게 한다.
학창시절 우리에게 염세주의 철학자로 알려졌던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운명은 필연적인 것으로 필연적인 운명을 긍정하고 사랑할 때 인간이 위대해지며, 인간 본래의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이것은 ‘고통과 상실을 포함해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받아들이는 삶의 태도를 말한다. 또한 운명에 체념하거나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 일어나는 고통까지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내 운명을 사랑하고 단 한 번뿐인 인생을 즐기며 언젠가는 죽는다’는 명제는 분명한 사실이며 누구나 잘 안다. 그러나 어떻게 사는 게 올바르고 바람직한 인간의 삶이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과연 나는 어떤 생각을 품고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세상을 떠나야 할 즈음 만일 나에게 자의식이 남아 있다면 나 자신의 삶에 대해서 뭐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어느 시인처럼 세상 소풍 잘 마치고 돌아간다고 말할까? 아니면 아직은 갈 때가 아닌데 하며 발버둥칠까? 그도 아니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눈은 감은 채, 귀만 조금 열어놓고 의식의 끝자락을 간당간당하게 쥐어 잡은 채 혼자서 가야할 숙명의 머나먼 그 곳을 향하여 미소를 흘리고 있을까? 최후의 심판 날, 하느님 앞에서 혹은 염라대왕 앞에서 이승의 삶을 비쳐준다는 거울 ‘업경대(業鏡臺)’을 바라보면서 어떤 모습으로 지나간 내 삶에 대한 후회와 회한을 가질지 모르겠다. ‘아모르 파티, 카르페 디엠, 모멘토 모리’ (2018년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