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래시장 '재진이네 아구찜'
'재진이네 아구찜'의 아귀찜
- 대구 볼살에 양념한 '뽈구이'
- 육질 탱탱하고 매콤·달콤·고소
- 함께 나오는 대구탕 국물은 시원
외식 메뉴하면 쉽게 떠올리는 메뉴 중 하나가 아귀찜이다. 빨갛게 양념된 콩나물 사이에 묻힌 오동통한 아귀를 보면 군침이 절로 넘어간다. 아귀라는 이름은 불교에서 왔다. 탐욕을 부리다 지옥에 떨어진 귀신을 불교에선 아귀(餓鬼)라고 부른다. 못난 외모에 가리지 않고 뭐든 삼키는 식성까지 이 귀신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아귀는 흉측한 몰골에 잡으면 재수 없다면서 과거에는 그냥 버리던 생선이었다.
■푸짐하고 고소한 아귀찜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귀를 먹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중반 경남 마산에서 아귀찜이 탄생하면서부터다. 지금은 외식 대표 메뉴로 자리매김하면서 귀하신 몸이 돼 아귀찜만 파는 식당이 즐비하다. 맛집이 많기로 유명한 동래시장과 그 인근에만 아귀찜을 파는 식당이 50곳에 달한단다. 그중 '재진이네 아구찜'은 문을 연 지 3년밖에 안 됐지만 동래시장 맛집으로 이름난 곳이다.
이 음식점 김서윤(45) 대표는 손맛 좋기로 이름난 전라도 출신 아줌마다. 이곳의 주메뉴인 아귀찜을 주문했다. "아귀찜이 별것 있겠느냐"고 생각했지만, 막상 상 위에 올라온 아귀찜은 모양새부터가 남달랐다. 붉은 양념이 기름칠을 한 듯 흘러내리고 콩나물과 미더덕, 아귀 등 속 그료들이 제대로 버무려져 있었다. 아귀찜 맛의 백미는 역시 아구의 육질이다. 젓가락으로 아귀 한 토막을 가르자 하얀 속살이 드러난다. 한 점 입에 넣고 씹어 보니 보들보들한 속살이 매운 양념과 어우러져 고소했다.
콩나물도 아귀찜의 맛을 배가시키는 주요 재료다. 콩나물은 삶은 상태인데도 아삭하게 씹혔다. 김 대표는 "보통 식당에서는 콩나물을 아귀와 함께 삶아 버무리다 보니 흐물흐물해지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 집은 콩나물을 따로 삶아 찬물에 씻은 후 버무리다 보니 아삭한 맛이 오래간다"고 설명했다. 아귀찜을 먹을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국물이다. 사실 걸쭉한 아귀찜 국물에 밥을 말아 먹으면 한 그릇 뚝딱이다. 국물은 걸쭉하면서도 고소하고 깊은 맛이 났다. 들깻가루와 찹쌀가루 등을 넣고 만든 양념을 오랫동안 숙성해 아귀와 콩나물, 미더덕 등 속재료와 버무리다 보니 국물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 집의 아귀찜은 양도 많고 먹는 내내 식지 않아 더 맛있었다. 음식을 따뜻하게 먹을 수 있도록 손님상에 내놓기 전에 철판에 지글지글 데우기 때문이란다. 또 고객의 식성에 맞게 살코기, 물렁뼈, 콩나물 등 원하는 재료를 선별해 듬뿍 넣어준다. 오징어무침, 김치, 우뭇가사리 무침 등 밑반찬도 깔끔하고 정갈한 맛이 났다.
■짜지 않고 매콤한 '뽈구이'
사실 이 집의 대표 메뉴는 아귀찜이지만 단골손님이 즐겨 찾는 음식은 '뽈구이'다. '뽈'은 대구의 볼살을 일컫는 경상도 사투리다. 대구의 뽈과 아가미살, 목살 등을 쪄 고춧가루와 갖은 양념을 버무려 구워낸다. 손질을 잘못하면 찌고 굽는 과정에서 쉽게 흐트러지고 다른 생선에 비해 잔손이 많이 간다. 김 대표는 "뽈을 쪄서 또다시 구워내고 양념장을 만들어 버무려야 해 일이 많다"며 "한번 먹어보면 계속 뽈구이만 찾는 손님이 많다"고 설명했다.
빨간 양념에 버무려진 뽈구이는 매울 것 같았지만 달콤하면서도 고소했다. 탱탱하면서도 씹는 맛이 부드럽고 담백했다. 무엇보다 뽈살과 어우러진 양념이 짜지 않으면서 매콤해 맛있다. 뽈 껍질까지 양념이 제대로 배어 쫄깃한 맛을 내니 버릴 게 없다. 뽈찜과 함께 나온 대구탕 국물은 마늘이 듬뿍 들어가 시원하다. 그래서 뽈구이와 대구탕을 술안주로 먹는 주당이 많단다.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밤 10시. 위치는 동래시장 골목 명동의류 앞. 아귀찜은 2만 원(소) 3만 원(중) 4만 원(대), 뽈구이는 2만 5000원. (051)552-6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