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流水 같아라!
지난번 이곳 카페를 들렸던 그 때가 엊그제 같더니 벌써 3주란 시간이 훌쩍 흘러버렸네요.
세월이 유수 같다 라더니, 참으로 흐르는 물처럼 쉼 없이 무심하게 흘러가는 것이 우리네 인생살이인가 봅니다.
단풍이 곱게 물들자 시샘하듯 비가 줄기차게 몰아치더니 결국 앙상한 가지만 남긴 채, 이제 매서운 겨울을 맞이하려나 봅니다. 아쉽게도 단풍놀이 가자던 그 약속도 뒹구는 낙엽과 함께 그만 내년으로 또다시 기약하게 되었습니다.
그간 이곳은 10월의 마지막 날 Halloweenday가 있었고, 지난주엔 뉴욕마라톤이 있었으며 같은 날 한국에서는 중앙마라톤이 있었지요. 그리고 또 한주를 마무리한 후의 일요일 새벽입니다.
오늘 우리 회원님들은 모여서 어디를 달리시나요? 아니면 이제 한해의 마무리 큰 대회를 다 마쳤으니 어디서 함께 모여 즐겁고 홀가분한 휴식의 시간을 만끽하시나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오랜만에 카페에 들러 그간의 궁금한 소식들을 들어도 봅니다.
그간 이곳의 색다른 행사는 Halloweenday였지요. 한국에서도 어린애들 사이에 이 날이 더러 행해지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어른들의 상술적인 목적 때문이 아닌가 여겨도 졌었지요. 하지만 여기에서는 이네들의 정말 큰 명절이자 행사 중 하나이더군요.
며칠 전부터 우리 둘째 꼬맹이 놈이 마녀 옷을 사 달라고 졸라대 사 주었더니 거울을 보며 “Trick or Treat!"라며 연습을 합니다. 그러더니 누구네 집에는 꼭 들리고 말거야 라며 벼룹니다. 여러 어린이들이 부모들과 함께 괴이한 옷차림으로 줄지어 저녁에 불 켜진 집을 돌며 ”과자를 안주면 장난을 칠거야!“ 라는 뜻의 이 말을 하면 주인은 사탕을 듬뿍 안겨주며 온갖 덕담을 다해 줍니다.
낯선 타지에서도 전혀 어색해 하지 않으며 함께 어울려 한 집이라도 더 찾아가려는 애들의 욕심과 분위기를 마음껏 즐기는 그 천진난만함이, 바라보는 심신의 피로와 근심걱정에 찌든 부모의 마음을 한결 가볍게 해 줍니다. 그리고 뭐라고 하더라고 조잘대는 애들에게서 언어습득의 잠재력에 거의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지난주의 뉴욕마라톤대회, 전 세계에서 모인 3만 몇 천 명의 건각들의 마라톤 대축제! 800만의 뉴욕시민 중 관람자가 거의 200만명이 넘으며 또한 이 단일경기로 뉴욕시에 약 2억 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참으로 대단한 세계유수의 마라톤대회이지요.
여기에서 뉴욕까지는 자동차로 약 5~6시간, 서울에서 부산 정도의 거리이지만 미국에서는 이정도야 바로 이웃이라고 할 수 있지요. 뉴욕에 일을 보자면 여기서 보통 새벽 4시정도 출발을 합니다. 그러면 오전 중에 일을 보고 맨하탄 코리아타운 내 한국식당에 들러 삼겹살에 소주를 곁들여 거나하게 점심을 먹고는 오후에 관광을 즐기고 저녁에 다시 출발, 그야말로 하루 당일치기 코스이기도 하지요.
이렇게 가까운 곳을 옆에 두고도 저는 그날 새벽부터 낚시터로 향했답니다. 이민자에게는 공항에 누가 마중 나오느냐에 따라 그 직업이 정해진다고 하듯이, 취미생활 역시 같이 따라가지 않을 수 없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한번도 하지 않았던 그것도 순전히 바다낚시, 재미가 있을 턱이 없지요. 지금이 고등어가 몰려오는 철이라 겨울철 양식을 위해서도 매년 연례행사처럼 한다하네요.
그날이 마침 중앙마라톤이라는 것도 이곳 카페를 들어와서야 알게 되었으니 참으로 몸과 마음이 많이 떨어지긴 떨어졌나 봅니다. 무엇보다 고대하던 안태이님의 서브3달성이 반가웠고 춘마에 이은 중앙에서의 조경래회장님의 노익장에 오히려 건강이 염려되며, 바쁘신 와중에 연습도 부족하실 터인데 기어이 풀코스를 완주하신 뒷방늙은이 정재웅선배님, 물적의 자나깨나 써부쓰리가 서서히 진가를 발휘하는지 또 내년 동마가 기대됩니다.
정승호님의 친구 분과의 내기 마리톤후기는 무척 코믹하면서도 열정이 대단함이 느껴집니다. 그나저나 옆지기 조문영님에게 언제 잡힐지 조금 걱정되기도 하네요? 그리고 다른 여러 회원님들의 활약상도 이동율선배님의 속보를 보며 저도 한 일원이 된 듯 잠시나마 그 분위기에 젖어도 봅니다.
그나저나 정작 달리지는 않고 앉아서 입으로만 나불거리는 이 마적놈이 아직은 봐줄만 하겠지만,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는지 참으로 딱할 노릇입니다. 토요일 가족과 함께 느긋하게 보스톤이던 뉴욕이던 필라델피아(다음주 11월 20일 필라마라톤대회)이던 마라톤 참석을 위해 버스를 타고는 지인을 만나 함께 멋진 밤을 보내고 다음날 신나게 달리고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평범한 그 날들이 언제나 오려는지, 지금은 그저 그 날들을 꿈꾸며 낚시대나 던지며 세월이나 낚아야 겠습니다.
지금은 일요일 새벽 4시를 향해가고 있습니다. 11월부터 섬머타임 해제로 한국과는 다시 14시간차이니 서울은 일요일 저녁 6시가 되겠네요. 오늘도 낚시 가기로 6시에 약속이 되어있으니 곧 서둘러 준비해 고등어나 많이 낚아 올려야 겠습니다.
가끔 이렇게 불쑥 들리면서도 늘 미안한 것이 다른 분들의 글에 꼬릿말을 달아드리지 못하고 저의 글에 격려해주시는 분들에게마저 일일이 답을 못 드리니 그 점이 그저 죄송할 따름입니다. 단지 일요일 새벽이 아니면 도저히 컴퓨터 앞에 앉을 시간이 없는 저를 부디 이해해 주시고 모든 회원님들 건강하시고 늘 즐달하시길...
그리고 오추마 오명석회원님의 결혼을 멀리서나마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보스톤에서
신만식
첫댓글 조락의 길목에서 받아보는 마적님 편지 고맙습니다. 모두들 건강하시다니 반갑고요. 어제(12일) 기린이 보스톤마라톤에 참석하여 마적님과 소주를 마시며 회포를 푸는 이야기를 하였답니다. 어서 그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
열심히 훈련해서 나도 회포 풀어야지.
흠~~신선배님 어제 과메기에 두꺼비 한잔 찐하게 하엿슴다^&* 정말 빨리 지나가네여 엊그제 과메기에 쐬주한잔 한것같은데 @!#
그렇지 않아도 신마적님이 카페에 나타날 때가 됐는데 하는 얘기가 있었는데 근황을 상세히 알려줘서 참 반갑네요. 영화에서는 할로윈데이에 끔찍한 살인이 많이 일어나던데 애들에게는 아주 재밌는 날이구먼. 고등어낚시라 생각만 해도 엔돌핀이 팍팍 나오네.
새로운 곳에서의 성공의 비결은 조급함에서 오는 모두가 다 아는 실수라고 합니다. 부디 이국땅에서 조급함에 따른 실수가 없이 좋은 소식바랍니다.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 더 열심히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이 전 아름답게 느껴져요. 선배님 옆지기는 조금도 걱정을 안합답니다~~~*^^* 선배님 행복하세요~
가끔씩 카페에서 소식 전해주셔서 너무 반갑습니다. 빨리 보스톤기록을 달성해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