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킬
송찬호
네 바퀴 달린
고양이가
도로를 쌩쌩 달리다
자동차를 쳤다.
자동차는 피가 나고
많이 부서졌다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고양이가 투덜거렸다
갑자기 거기서 자동차가 달려나올 게 뭐람
고양이는 자동차를 그대로 두고
다시 출발했다
다른 고양이들이 쉼 없이 쌩쌩
그 위를 지나갔다
자동차가 납작해졌다
자동차는 죽은 고양이의 마음을 알까요?
차에 치여 죽은 고양이는 자동차를 영원히 용서하지 않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가끔 생각해요.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는 서로 입장을 바꾸어보면 어떨까 하고요.
도시를 벗어나서 시골이나 교외에 있는 도로에 가보면 달리는 차에 치여 죽은 고양이들을 볼 수 있어요.
고양이 뿐이 아니에요. 고라니도 많고요. 오소리, 너구리도 있어요.
사람이나 동물이나 모두 다 똑같이 소중한 생명인데요.
자동차들이 속도를 조금만 늦춰준다면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었을 텐데요.
아마 죄없이 죽은 수많은 동물이 시인에게 가서 거꾸로 된 세상 이야기를 시로 써달라고 부탁했나 봐요.
그것도 아주 간곡하게 말이지요.(전병호/시인ㆍ아동문학가)
* 송찬호 시인은 1987년 <우리 시대 문학>으로 등단했어요.
2024년에 동시집 ‘고양이 사진관’을 펴냈어요.
<출처> : 소년한국일보(https://www.kidshankoo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