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수은주가 30℃를 넘나드는 계절이다. 폭염의 포로가 돼 입맛과 기력이 무장해제 당할 날이 턱 앞까지 왔다. 맥없이 더위에 투항하기보다 미리 보양식이라도 챙겨 다가올 여름에 대비해야 할 때다. 경기 안산시 <송호황토마을>은 한여름 부족해질 기력을 너끈히 보충해줄 능이백숙 전문점이다.
한방육수와 고기육수에 능이버섯 듬뿍 넣고 푹~
지금 막 절정에서 내려선 모란은 꽃의 여왕이다. 그렇다면 버섯의 왕은? 당연히 능이버섯이다. ‘일(一) 능이 이(二) 송이 삼(三) 표고’로 불릴 정도로 예로부터 능이버섯의 맛과 향은 으뜸으로 꼽혔다. 저칼로리에 탄수화물 단백질 식이섬유 등이 풍부하고 송이버섯보다 비타민 B2가 9배 많으니 현대인의 건강 식재료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송호황토마을>은 능이버섯을 듬뿍 넣고 오리와 토종닭을 백숙으로 고아낸다. 이 메뉴 이름은 능이백숙. 능이도 능이지만 들어가는 재료의 종류나 가짓수가 보양식에 걸맞다. 주재료인 오리와 토종닭을 삶는 국물은 한방육수와 고기육수, 이렇게 두 가지다. 십전대보탕 재료에 황기 엄나무 오가피 등의 재료를 추가, 모두 24가지 한약재에 양파 대파 당근 등의 채소를 넣고 달인 것이 한방육수다. 오리뼈와 닭발을 6시간 정도 고아 미리 준비한 고기육수와 함께 진한 백숙 국물의 주인공이다.
주문을 받으면 한방육수와 고기육수에 오리나 토종닭을 넣고 부추 대파 대추와 함께 능이버섯을 올리고 끓인다. 주방에서 이미 익혔으므로 상 위에서 가스레인지로 한소끔 끓인 후 먹는다. 오래 삶은 고기는 한없이 부드럽다. 흐물흐물해 입에 넣자마자 사라진다. 국물을 흠뻑 빨아들인 고기 맛은 담백하면서 간이 적당하다. 함께 내온 오리엔탈 드레싱 샐러드나 겉절이, 섞박지, 오이피클을 곁들이면 더 개운하다. 특히 동치미처럼 담근 중부지방 스타일의 나박김치는 시원한 맛이 일품인데 아주 푸짐하게 내준다.
국물에 각종 한약재가 많이 들어가 혹시 자극적인 향이 나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구수한 맛이 돈다. 직감적으로 몸에 좋은 진액들의 혼합체임이 느껴진다. 고기와 함께 쫄깃하게 씹히는 능이버섯이 은은한 향을 낸다. 그때마다 핏줄 타고 온 몸으로 향기가 퍼져나가는 느낌이 든다.
구수한 보약 국물에 찰밥이나 칼국수 끓여먹어
이 집은 2015년 10월 경기도 주관으로 연 ‘전국음식 맛자랑 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때 출품한 메뉴가 바로 능이백숙이었다. 심사위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은 핵심요인은 한방재료를 많이 썼으면서도 그 자극적인 맛과 냄새는 없앤 점이었다고 한다.
고기와 건더기를 다 먹고 나면 국물이 남는다. 여기에 찰밥을 말아먹거나 칼국수를 끓여먹으면 그 맛 또한 일품이다. 주문할 때 미리 찰밥과 칼국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다. 찰밥은 찹쌀 외에 해바라기, 호박씨, 잣, 은행, 흑미 등을 넣고 밥을 지어 맛도 좋지만 영양이 풍부하다.
능이버섯은 고가의 식재료다. 그럼에도 백숙에 들어간 능이버섯의 양이 인색해 뵈지 않는다. 충분한 양이지만 좀 더 먹고 싶다면 2만원에 능이버섯 추가 주문이 가능하다. 이 집에서 사용하는 능이버섯은 티베트와 키르기스스탄에서 채취한 것이라고 한다.
칼국수를 삶을 때 국물이 부족하거나 좀 더 먹고 싶으면 더 청해도 된다. 국물은 얼마든지 무료로 리필이 가능하다. 손님이 지속적으로 몰리는 시간대에는 주방에서 계속 백숙을 삶지만 그렇지 않은 시간대라면 출발 전 미리 예약을 해두는 것이 좋다. 삶는데 걸리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 능이백숙 한 마리는 5만9000원, 반 마리는 3만5000원이다.
- 오리엔탈 샐러드와 코다리양념구이
점심엔 잘 튀겨 고소한 ‘코다리양념구이’
몸에 좋은 걸로 따지면 명태는 둘째가라면 서운해 할 식재료. 이 집은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 점심특선 메뉴로 코다리양념구이(8000원)를 선보인다. 식당에서 코다리는 보통 찜의 형태로 조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송호황토마을> 코다리는 양념구이다. 더 정확히는 코다리 튀김이다.
기름에 튀겨낸 뒤 소스를 바르고 잘게 썬 청양고추와 참깨로 소복하게 덮었다. 울긋불긋한 색과 고소한 튀김 냄새가 침샘을 자극한다. 입 안에 넣고 씹으면 바삭하다. 마치 잘 튀긴 돈가스를 먹는 느낌이다. 달콤하면서 매콤한 맛이 더위에 지친 입맛을 자극한다. 혹시 매운 맛을 싫어할 경우, 주문할 때 미리 얘기하면 청양고추를 줄이거나 뺀다. 여성들이 밥반찬으로 아주 좋아하는데, 남성들은 안주로 즐겨 먹는다. 그래서 아예 저녁에는 안주용 코다리양념구이(1만8000원)도 별도 메뉴로 준비했다.
<송호황토마을>은 최고 40인까지 들어갈 수 있는 방을 비롯해 개별 방이 여럿 있다. 자른 통나무를 끼워 넣고 진흙을 이겨 쌓은 토방이다. 방마다 둥근 모양을 하고 있어 안에 앉아 있으면 편안하다. 마치 엄마 자궁 속에라도 들어앉은 느낌이다. 흙벽에서 원적외선이 굳이 나오지 않더라도 저절로 몸이 건강해지는 것 같다. 방들의 독립성이 뛰어나 각종 모임이나 회식하기에 좋다.
능이버섯 갓 모양은 사람의 귀를 닮았다. 아마 그래서 이름에 귀이(耳)자가 들어간 것 같다. 요즘 세상에는 남의 말을 진득하니 들어주는 이가 참 드물다. 많은 사회문제들이 소통부족에서 오는데도 말이다. 제대로 소통하려면 우선 잘 들어야 한다.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능력, 능이(能耳)야 말로 현대인의 몸뿐 아니라 현대사회의 병폐를 치유해줄 신통한 식재료가 아닐까?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송호1길 45, 031-407-5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