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는 말 가족은 혈연으로 이어진 생활공동체이자 경제공동체이다. 가족 일부가 외부에서 경제활동을 하여 얻은 재산으로 다른 가족을 부양하는 과정에서 그 재산이 가족 간에 공동으로 사용되거나 이전된다. 그러한 부의 이전은 대체로 부모로부터 자녀에게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부부 상호간에 일어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증여는 대부분 가족 간에 행해지고, 가족이 아닌 사람들 간에 증여가 행해지는 것은 드물며, 행해지더라도 소액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우리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은 가족 등 특수관계자 사이의 증여에 대한 규정을 다수 두고 있다. 그런데 가족 간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돈이 입출금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입출금의 이유는 공동생활자금(1)의 제공이나 증여부터 일시적 보관 또는 차용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일반인들 간의 입출금은 대체로 매매 등 거래대금의 결제인 경우가 많지만, 가족이라는 생활공동체 안에서 일어나는 입출금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여러 가지 이유로 행해진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가족 간의 입출금으로 인하여 증여세 납세의무가 발생하는지에 관하여 간략하게 살펴보기로 한다. |
(1) 상증세법 제46조는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피부양자의 생활비, 교육비를 비과세되는 증여재산으로 규정한다.
2. 부모ㆍ자녀 간의 자금입출금과 증여세 대법원 판례(2)는, 과세관청에 의하여 증여자로 인정된 자 명의의 예금이 인출되어 납세자 명의의 예금계좌 등으로 예치된 사실이 밝혀진 이상 그 예금은 납세자에게 증여된 것으로 추정한다. 그리고 그러한 예금의 인출과 납세자 명의로의 예금 등이 증여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행하여진 것이라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이에 대한 입증의 필요는 납세자에게 있다고 한다. 본래 과세요건의 증명책임은 과세관청에게 있다.(3) 그러나 그 증명이 곤란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법원은 과세관청의 입증곤란을 구제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처리한다. 즉, 경험칙에 비추어 과세요건 사실이 추정되는 사실’이 소송과정에서 밝혀지면, 경험칙 적용의 대상이 되지 않는 사정이 입증되지 않는 한, 세금부과처분이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본다.(4) 위 사건에서는 원고가 그 부(父)로부터 금원을 취득한 사실이 인정되었는데, 원고는 위 돈을 받아 부의 위임에 따라 부의 대리인으로서 부의 채무변제에 사용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그러한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증여가 있었던 것으로 인정하였다. 위 사건에서는 원고가 부의 금원을 취득하였다는 것이 ‘경험칙에 비추어 과세요건 사실이 추정되는 사실’에 해당한다. 위 판례들에 의하면, 부모가 자녀의 계좌로 송금하는 경우에는 증여로 추정된다. 이 경우 자녀는 그 송금이 증여가 아니라는 사정 즉, 일시적 보관 또는 부모의 위임에 따라 제3자에게 송금하기 위한 것이라는 등의 목적을 증명하여야 한다. 자녀가 그러한 증명을 하지 못한다면 증여추정을 번복할 수 없다. (2) 대법원 2001. 11. 13. 선고 99두4082 판결 (3) 대법원 1981. 5. 26. 선고 80누521 판결 (4) 대법원 1990. 4. 27. 선고 89누6006 판결
3. 부부간의 자금입출금과 증여세 한편, 부부 간의 자금 입출금은 달리 볼 필요가 있다. 부부지간은 혈연에 의하지 않은 관계 중 가장 긴밀한 것으로서, 생활공동체이고, 서로 간에 수시로 돈이 오고갈 수 있다. 부부 일방의 명의로 취득된 재산이더라도 쌍방의 기여에 의한 것으로 인정되면, 이혼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 일반적으로 금지되고 형사처벌까지 되는 부동산 명의신탁도 부부지간에는 허용된다(부동산의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8조).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부부 간에 자금입출금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부모ㆍ자녀 간의 입출금과 같이 곧바로 증여로 추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대법원은 종전에는, 부부의 일방이 혼인 중 단독 명의로 취득한 부동산은 그 명의자의 특유재산으로 추정되므로(민법 제830조 제1항), 부동산의 취득자금의 출처가 그 명의자가 아닌 배우자인 사실이 밝혀졌다면 명의자가 배우자로부터 취득자금을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6두8068 판결). 이에 의하면 명의자가 다른 배우자로부터 명의신탁받은 것이라서 그 취득자금을 증여받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 그러나 위 판결에 의하면 부부의 생활공동체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면이 있었다. 이후 대법원은, 부부 사이에서 일방 배우자 명의의 예금이 인출되어 타방 배우자 명의의 예금계좌로 입금되는 경우에는, 증여 외에도 단순한 공동생활의 편의, 일방 배우자 자금의 위탁 관리, 가족을 위한 생활비 지급 등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그와 같은 예금의 인출 및 입금 사실이 밝혀졌다는 사정만으로는 경험칙에 비추어 해당 예금이 타방 배우자에게 증여되었다는 과세요건사실이 추정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두41937 판결). 현재 하급심의 실무례를 보면 주로 위 2015두41937 판결에 의하여 처리되지만, 사안에 따라서는 여전히 위 2006두8068 판결에 따라 처리되는 경우도 있다.
4. 결어 가족 간의 입출금에는, 증여세 과세대상인 증여와, 증여가 아닌 다른 목적의 입출금이 혼재되어 있다. 가족 간의 입출금을 세법상 증여로 볼 것인지는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필요가 있다. 납세의무자로서는 위와 같은 판례의 태도를 참작하여 가족 간의 입출금이 불필요하게 증여로 추정되어 과세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부부간의 입출금의 경우 어떤 경우에 증여로 추정되고, 어떤 경우에 그렇지 않은지를 잘 구분하여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