武屹九曲詩 서시(序詩)
정구(鄭逑, 1543~1620) 조선 중기의 문신·학자(1543∼1620). 본관: 청주(淸州). 자: 도가(道可). 호: 한강(寒岡). 시호: 문목(文穆). 이황과 조식에게서 성리학을 배웠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격문을 보내어 의병을 일으키도록 선도하였다. 광해군 때에 대사헌이 되었다. 성리학에서 의학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저작을 남겼다. 충주 운곡서원에 제향되었다.
성주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퇴계 이황과 남명 조식의 학문을 두루 받아들였다. 그래서 흔히 영남학파 안에서도 퇴계학과 남명학을 아우른 학자로 평가된다. 학문에서는 성리학의 이론뿐만 아니라 예학·향촌 교화·실천 윤리를 중시했다.
정구의 학문적 특징은 특히 예(禮)와 실천에 있다. 『오선생예설분류(五先生禮說分類)』, 『심경발휘(心經發揮)』 등을 저술했고, 지방관으로 재직할 때에는 향약 시행과 교육 진흥에도 힘썼다. 후대에는 그의 문하에서 이서(李舒), 배상룡(裵尙龍), 이윤우(李潤雨), 최항경(崔恒慶), 손처눌(孫處訥), 노극홍(盧克弘), 장현광(張顯光), 서사원(徐思遠), 이후경(李厚慶) 등 많은 학자가 배출되면서 영남 성리학의 중요한 계보를 이루었다. 특히 배상룡과 이윤우는 정구 만년의 대표적인 고제(高弟)로 평가된다.
한강 정구(寒岡 鄭逑)의 武屹九曲詩 10편은 『한강선생문집』 권1에 「仰和朱夫子武夷九曲詩韻十首」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다. 주희(朱熹)의 「무이구곡도가(武夷九曲櫂歌)」의 운을 따라 지은 서시 1수, 구곡 9수, 모두 10수의 칠언절구다.
이를 정구의 「무흘구곡시(武屹九曲詩)」라 부르고 있다.
현재 성주 대가천에서 김천 증산면으로 이어지는 구곡의 경관은 성주댐으로 일부 수몰되었고, 그동안의 홍수 복구로 쌓은 제방 등으로 훼손된 부분도 있으며 무흘구곡 전체를 통합 관리하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
그러나 자연은 변했어도 한강의 시는 남아 있으니,
서시부터 차례로 읽어보기로 한다.
서시(序詩)
天下山誰最著靈 천하산수최저령
人間無似此幽淸 인간무사차유청
紫陽況復曾棲息 자양황부증서식
萬古長流道德聲 만고장류도덕성
천하의 산 가운데 어느 산이 가장 신령한가.
인간 세상에 이처럼 그윽하고 맑은 곳은 없으리.
더구나 자양 주자가 일찍이 깃들어 살았으니,
그 도덕의 명성 만고에 길이 흐르리라.
著靈: 신령스러움이 뚜렷이 드러나다. 幽淸: 그윽하고 맑음.
紫陽: 자양부자(紫陽夫子), 즉 주희. 棲息: 깃들어 머물다.
道德聲: 도학자로서의 명성과 가르침.
여기서 紫陽(자양)은 주희를 가리킨다. 정구의 구곡시는 처음부터 단순한 산수 유람이 아니라 주자의 도학을 흠모하고 계승하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정구에게 구곡은 신선의 산이 아니라 도학자의 산이다.
이 서시는 무흘구곡의 산수가 지닌 맑고 그윽한 아름다움을 찬미하면서, 그 자연 속에 깃든 성리학적 도맥까지 함께 노래한 작품이다. 기,승 두 구에서는 천하의 어느 산수와도 견주기 어려울 만큼 이곳이 신령하고 그윽하며 맑다고 높이 평가한다. 이어 주희를 뜻하는 자양(紫陽)이 이러한 산수에 깃들어 학문을 닦았음을 떠올리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단순한 경승에 그치지 않고 도학의 정신이 머무는 공간으로 승화시킨다. 마지막의 「萬古長流道德聲」은 그 도덕과 학문의 정신이 만고에 끊이지 않고 흐른다는 뜻으로, 무흘구곡을 통해 주희의 무이구곡을 계승하고자 한 정구의 학문적 이상과 존모의 마음이 잘 드러나는 구절이다.
****참고****
주희의 원시
武夷山上有仙靈
山下寒流曲曲淸
欲識箇中奇絶處
棹歌閑聽兩三聲
무이산에는 신령한 기운이 감돌고,
산 아래 찬 물은 굽이마다 맑다.
그 속의 절묘한 경치를 알고자 한다면,
한가로이 들려오는 뱃노래 두어 소리를 들어보라.
箇中(개중): 그 가운데, 그 속,
奇絶處(기절처): 기이하고 절묘하여 빼어난 곳,
棹歌(도가): 뱃노래.
주희가 무이산의 仙靈-淸-聲을 노래한 것을 정구가 그대로 靈-淸-聲의 운으로 화답한다. 주희의 작품은 1184년 무이구곡을 대상으로 지은 10수의 연작이며, 조선의 구곡문화에 큰 영향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