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동에서] 말한마디로 논란만 커진 '양평고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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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동에서] 말한마디로 논란만 커진 '양평고속도로' - K그로우

[K그로우 최인웅 부국장] "말한마디로 천냥빚을 갚는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발없는 말이 천리 간다"

우리가 흔히 접했던 말과 행동에 관련된 속담이다. 처한 상황이나 시기가 다르더라도 말 한마디로 어려운 일을 해결할수도 있겠지만 잘못 사용하면 재앙이나 화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함을 경계한 것이다.

최근 양평고속도로를 둘러싸고 논란을 불러일으킨 국토부장관의 말 한마디로 인해 정치판뿐만 아니라 부동산 등 관련 업계가 시끄럽다. 이미 확정된 국책사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백지화'라는 국토부장관의 말 한마디로 무시한 파장이 어디까지 갈지 끝이 안보인다.

한 유력 국회의원의 말처럼 양평고속도로가 갑자기 정치고속도로로 바뀌면서 국민의 삶은 뒷전으로 내팽개쳐지고 있다. 여야 모두 작게는 양평군민, 넓게 보면 수도권 국민의 삶에 직결되는 중요한 민생 문제를 뒤로 한채 정치 쟁점화하는데만 열을 올리고 있다.

양평고속도로는 왜 생겼는가. 6번 국도의 극심한 정체를 해소하기 위해 경기 하남시 감일동과 양평군 양서면을 잇는 도로로 추진됐다. 원래 양서면 종점은 두물머리와 가까워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이 지역의 주말 교통혼잡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됐다. 2008년부터 추진되기 시작했으며, 2017년 1월 국토부 '고속도로 건설 계획'에 포함됐고, 2021년 4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를 통과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쟁점은 2017년 기계획된 서울양평고속도로가 기존 계획안인 양평군 양서면 종점 계획안을 지난 5월 양평군 강상면으로 변경함과 동시에 김건희 여사 일가에 대한 특혜 의혹이 불거졌고, 이에 대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고속도로계획을 독단적으로 백지화시키면서 발생했다.

야권에서는 국토부의 대안이 예타안보다 사업비가 1300억원 증가해 사업의 경제성이 나빠지고 신설 고속도로의 목적이었던 두물머리 인근 교통정체를 해소하지 못하는데도 김 여사 일가에 지가 상승 등 특혜를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국토부가 주민과 협의하지 않고 노선을 대폭 수정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토부는 대안이 기존 예타안보다 하루 교통량이 6000대가량 많아 분산 효과가 더 크다고 주장했다. 또한 예타안은 한강을 두 차례 지나 교량 설치 수요가 늘 뿐만 아니라 상수원보호구역과 철새도래지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향후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원희룡 장관은 처음엔 김건희 여사를 악마로 만들기 위한 민주당의 가짜뉴스를 말릴 방법이 없다면서 양평고속도로에 대해 노선 검토뿐만 아니라 도로개설 사업 추진 자체를 전면 중단하고 이 정부에서 추진된 모든 상황을 백지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대통령실이 1조 8000억원의 사업이 정쟁에 휘말린게 안타깝다고 밝히면서 사업성을 재점검한 뒤 주민 의견을 들어 재추진하기로 결정하자, 원 장관은 기존 전면 백지화에서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가짜뉴스 선동에 대한 해명과 이에 대한 민주당의 사과가 있다면 백지화를 고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사건의 파장이 커지자 원 장관도 이를 의식한 듯 하루만에 백지화를 수습하는 국면으로 바뀐 것이다.

이러한 원 장관의 말한마디로 양평군 지역사회 및 군민들은 분개하고 있다. 설사 김건희 일가 특혜 의혹 논란이 정말로 민주당이 정쟁의 도구로 삼기 위한 가짜뉴스 공격을 했다고 하더라도 의혹에 대한 반박과 해명만 해나가면 되지 원 장관이 독단적으로 고속도로 계획을 백지화 한 것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민의힘 내부와 국토부 공무원들 조차도 국책사업이 예타를 통과한 뒤 장관의 독단으로 아예 백지화되는 것은 처음봤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단 양평고속도로만이 아닌 어느정도 확정된 국책 사업을 철회할 때도 절차라는 것이 있다. 아무리 주무부서 장관이라도 절차와 사회적 합의없이 말 한 마디로 국책사업을 중단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장관직과 정치인생을 거는것도 따지고 보면 개인의 문제이지 이미 확정된 사업추진 자체를 전면 중단할 명분은 될수 없다.

게다가 법이나 절차적으로 충분한 상의도 없고, 관련 지자체인 양평군도 모르게 계획을 백지화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아울러 주무 장관이 지방의회 및 국민의견 수렴은 고사하고 국무회의도 거치지 않고 상관인 대통령과 총리의 승인도 받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백지화를 주장한 것은 문제의 소지가 심각하다.

수년간 사업을 추진하면서 국민 세금을 비롯한 예산도 적지않게 들었을 것이다. 오랜 기간 준비한 정책을 장관의 감정적인 말 한마디로 하루아침에 뒤집을 수는 없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야당의 의혹제기와 가짜뉴스 논쟁보다 더 급한 것은 민생을 돌보는 것이다. 더이상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어선 안된다.

[출처] K그로우(http://www.kgro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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